[재미동포 기고문] 국가보안법 제정 77주년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 새 소식

본문 바로가기

본회는 동포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북녘 매체들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이 본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님을 공지합니다. 

 
새 소식

재미 | [재미동포 기고문] 국가보안법 제정 77주년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11-28 20:12 댓글0건

본문

국가보안법 제정 77주년을 앞두고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김범(재미동포)

 

 


 

 

12월 1일이 다가온다. 1948년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법률 제10호로 제정•공포된 날이다. 77년 전 “국가의 안전”을 내세워 태어난 이 법은 역사의 매 순간마다 국가의 안전보다 권력의 안전을, 국민의 자유보다 통치의 편의를 지켜왔다.

 

결과는 분명하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조선과 한국 사이의 관계, 곧 조한관계는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언제나 제자리 혹은 최악으로 되돌아갔으며, 평화를 말하는 시민들은 시대마다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지금 한국은 새 정부를 맞았고, 동시에 끔찍했던 내란의 밤으로부터 1년을 향해 가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권이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민주주의를 짓밟은 뒤 그 책임으로 탄핵•파면되었다. 뒤이은 보궐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취임해 새 정부를 출범시킨 지도 이제 6개월을 채워 가는 시점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장갑차와 자동소총에 파괴된 우리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선언하며, 정쟁의 도구가 되어버린 안보와 평화를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데서 빠질 수 없는 과제가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다.

 

국가보안법은 계엄과 내란의 논리를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되살릴 수 있는 ‘평시의 스위치’이자, 조선과 한국 사이의 조한관계를 구조적으로 가로막는 법이다. 77년의 역사 속에서 이 법이 어떻게 조한관계를 파괴해 왔는지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첫째, “대화를 말하면 처형되는 나라” – 민족일보 사건

 

1961년 군사정권은 ‘중립화•남북협상•경제교류’를 주장한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엮어 사형에 처했다. 국가기록원 자료는 그가 조선과의 남북협상과 경제•서신 교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처벌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대화와 교류의 싹을 ‘반국가’라는 이름으로 잘라낸 그날 이후, 한국 사회에서 통일과 평화는 늘 공포와 자기검열 속에서 입을 닫아야 했다. 조한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길목마다 국가보안법은 총칼처럼 등장해 길을 틀어막았다.

 

둘째, 6•15 이후에도 “교류는 죄” –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건

 

6•15 공동선언이 열어젖힌 민간교류의 공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선 인사와 접촉하고 공동행사를 추진했다는 이유로 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처벌되었다.

 

대법원 판결문은 이 사건이 ‘6•15 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활동 과정에서의 접촉과 자료를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이적표현물로 본 대표적 사례였음을 보여준다. 정상 간 합의가 만들어낸 신뢰의 문을, 국가보안법이 다시 걸어 잠근 것이다. 교류가 범죄가 되는 나라를 조선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셋째, “학문도 간첩이 되는 나라” – 송두율 교수 사건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는 고향을 방문하고 학술적 왕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보안법으로 체포•기소되어 사회적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송 교수를 양심수로 지정하고 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법원 역시 최종적으로 다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학자의 사유와 대화를 ‘반국가’로 매도하는 체제에서 조선과 한국 사이에 신뢰와 대화는 자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은 조한관계 개선을 향한 길목에서, 한국 내부의 대화 창구부터 먼저 부수는 법이다.

 

넷째, “예술과 유학도 적이 되는 나라” – 동백림 사건

 

1967년 동백림 사건에서 한국 정보기관은 유학생•예술인들을 대거 간첩으로 몰아 국가보안법과 간첩죄를 적용했고, 해외에서 불법 연행•강제송환까지 벌이며 국제 외교 갈등을 자초했다.

 

이 사건은 조선과의 접촉 자체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냉전의 장벽을 한국 사회 내부에 한층 더 두텁게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과 유학, 사상과 교류가 모두 잠재적 ‘반국가 행위’로 의심받는 사회에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건강한 조한관계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섯째, “반국가 프레임은 곧 내란의 연료” – 2024년 12월 3일 계엄 사태

 

윤석열 정권은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그 결과 대통령은 탄핵•파면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사건은 ‘반국가’라는 말이 단순한 정치 수사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멈춰 세우고 깨어있는 시민을 탄압하는 현실의 버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가보안법은 바로 그 버튼을 평시에 상시 장착해둔 위험하고 악질적인 장치다. 그럼에도 국보법은 아직도 살아 있다.

 

오늘도 시민들은 국가보안법 피해 증언대에서 “이 법이 내 삶을 탄압하고 지웠다”고 증언한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 제7조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여러 차례 폐지•개정을 권고해 왔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식 권고한 바 있다.

 

세계도, 피해자도, 역사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보안법은 민주주의와 평화의 적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수준에서 방치한다면, 새 정부 출범의 이유 자체가 흔들린다. 위헌적 계엄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복원하겠다며 출범한 정부가, 내란 세력의 잔재가 계엄의 논리와 결합해 언제든 국민을 ‘반국가’로 사냥할 수 있는 법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자기부정이다.

 

더구나 조선과의 관계 개선, 곧 조한관계 개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긴장과 대결은 민생을 갉아먹고, 전쟁 위험은 한국 사회의 모든 미래를 인질로 삼는다. 다가오는 2026년, 세계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조한관계를 긍정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이 선행적으로 결단해야 할 과제들은 이미 분명하다.

 

국가보안법 폐지, 안학섭 선생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 생존자 송환 문제, 김련희 씨와 해외 식당 여종업원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 문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악령높은 국가보안법은 이 모든 조한관계 개선의 가장 앞자리에 서서, 평화를 말하는 사람부터 ‘적’으로 만들며 통로를 차단해 왔다. 조선과 한국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한국 내부에서 평화를 말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 자유를 질식시키는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12월 1일은 단지 국가보안법 제정일이 아니다. 77년 동안 반복된 비극의 기념일이자, 이제는 끊어내야 할 악순환을 경고하는 날이다.

 

끔찍했던 12월 3일 내란의 밤 1주기를 맞으며, 이재명 정부는 지금 결단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국정의 선행 과제로 못 박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복원의 출발점이며, 조한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신뢰조치이자, 다시는 “반국가세력 척결”이라는 말로 계엄과 내란이 되살아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77년은 너무 길었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 끝을 시작할 책임이, 바로 이재명 정부에 있다. (끝)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게시물
【21세기민족밀보 사설】친미매국은 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외 2
【21세기민족일보 사설】미제국주의의 몰락을 재촉하는 〈제2의 카리브해위기〉
[통일시대-기고] 이미지전쟁(Image Warfare): 전쟁이 사라진 시대에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통일시대】[기고] 조선식 핵잠수함의 등장과 동북아 해상 억제구조의 재편- 한 척의 함정이 흔든 전쟁 계산표
[사진으로 보는 로동신문] 12월 25일 (목)
【조선신보 특집】〈2026년 설맞이모임〉웃음과 눈물의 국제전화, 굳어진 새 결심
【로동신문】새 생활로 약동하는 평북의 문화농촌들
최근게시물
【KCTV 조선중앙텔레비죤 보도】1월 21일 (수), 20일 (화)
【로동신문】지방발전의 새시대를 펼치시는 길에서
【조선의 소리-위민헌신】대강습에 깃든 사연 외 2
【로동신문】조선로동당의 인민에 대한 절대적인 복무관, 혁명관은 문명과 부흥의 실체들을 떠올리는 원동력
 【내나라】근로하는 인민의 대표자 외 3
【로동신문】위대한 애국의 의지
【조선신보】동포권익옹호를 위한 전문법률봉사기관의 활동
베네수엘라 석유, 누가 통제하고 있나
【조선신보】《변혁의 새 전기-함흥편 1》체육문화생활거점들의 면모를 일신
【로동신문】결성세대의 애국정신은 꿋꿋이 이어진다
[노정협] 대북적대를 일삼으면서 서울∼평양∼베이징 간 고속철도를 건설하겠다 하는가?
【조선중앙통신】청년운동사적관 창립 10돐을 기념
Copyright ⓒ 2000-2026 KANCC(Korean American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All rights reserved.
E-mail:  :  webmaster@kanc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