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새 나라》 38 > 새 소식

본문 바로가기

본회는 동포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북녘 매체들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이 본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님을 공지합니다. 

 
새 소식

북녘 | 장편소설《새 나라》 38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1-01 21:03 댓글0건

본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38

 

종로 뒤골목의 추녀낮은 단층집들은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이 시간이면 누구나없이 네활개를 펴고 안식의 꿈나라를 훨훨 날고있건만 김운상은 하숙집 웃방의 앉은뱅이책상앞에 조각처럼 앉아있었다. 공사장에서 쫓겨나다싶이 했던 그날부터 운상은 머리를 싸매고 앉아 자기라는 존재를 정확히 해명하기 위해 번뇌에 시달려왔다.

건국의 앞장에 서보겠다던 건축가로서의 리상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삶의 희열마저 사그러져버릴만큼 그의 고민은 심각하고 절망적인것이였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내가 정말 반동과 한짝인가? 며칠을 두고 그 한가지 질문에 옴해있다보니 운상은 스스로 자기를 믿을수 없게 되였다.

한달전 장군님으로부터 공사설계에 대한 과업을 받아안았을 때 그는 난생처음으로 삶의 환희를 느껴보았었다. 물론 그때에도 토목설계에서 자기의 능력을 의심해보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장군님으로부터 직접 과업을 받아안았다는 건축가로서의 행복감이 그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었었다.

비록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대학시절에 수재로 이름을 날렸고 토목공학도 배울만큼은 배웠으니 그러한 자신감이 근거없는것은 아니였다. 지금도 그는 자기의 지식이 모자라서 이런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문제는 무넘이제방을 쌓으면 본래의 보통강은 강바닥이 드러나고 평양의 허물로 된다는것을 자기가 알면서도 설계를 그렇게 한것이였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토목공학을 배우지 못하시였지만 무넘이제방의 결함을 대번에 지적하시지 않았는가. 이것은 결국 보통강을 대하는데서 장군님과 자기의 립장이 차이난다는것을 말해주는것이였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평양에 대한 사랑의 차이이고 애국심의 차이였다.

이 차이는 어디서부터 오는것인가?

곰곰히 생각해볼수록 자기에게 친일파요, 반동이요 하고 억지감투를 씌우는것이 억울하긴 해도 지금의 처지에서는 변명할수가 없었다. 자기를 비판하던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김운상이라는 인간이 건국의 선봉투사가 될 자격이 없는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세상사람들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새 조국건설에 한몸 바치려던 나의 열정, 나의 량심은 누가 알아줄것인가. 그것을 알아주신 유일한분은 김일성장군님이시였다. 그런데 그분을 노엽혔으니, 아!…

운상은 철들기 전에 집을 떠나서부터 오늘까지 외롭게 살아왔었다.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심정으로 살면 외로움이 덜어진다지만 다가가고싶은 사람이 없었고 왜놈들이 살판치던 그 세월에는 그런 다심한 정을 품고사는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었다. 오히려 그 세월에는 다 버리고싶었다. 그러던 그가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는 오직 그분에게로 가까이, 제일 가까이 다가가고싶은 일념만을 가슴에 품고살아왔었다.

평생 그분의 가르치심을 받고 그분의 사랑만을 받고싶었는데 그 자격을 스스로 잃었으니 이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차라리 고향에 내려가 농사나 지을가? 평양을 떠나면 가슴을 짓누르는 마음속 고통에서 다소나마 해방될것 같았다.

엊그제 그는 하숙집어머니에게 자기 생각을 비쳐보았다.

《부모님들을 모시면서 남새농사나 지을가 해요. 고향에서 참한 색시두 얻구…》

하숙집어머니는 며칠째 웃방에만 박혀있는 운상의 거동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던중이였다.

《그런 말로 날 속이진 못하네. 아무렴 평양성안에 임자 색시감이 없겠나? 그건그렇구 집짓는 기술을 배운 임자가 고향에 가서 남새농사나 짓겠다는건 속에 없는 소리야. 임자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책없는 늙은이소견에두 잘하는 생각같지 않아.》

하숙집어머니는 부엌에 내려가 한참 덜거덕거리더니 개다리소반을 받쳐들고 올라왔다. 따끈하게 데운 모두부와 풋나물무침, 간장종지가 전부였다. 녀인은 자그마한 종발에 술을 부어 운상의 앞에 놓아주고는 제앞에도 한잔 부어놓았다. 초년에 남편을 잃고 독수공방의 밤이 하도 지루해서 술을 배웠다는 하숙집어머니였다.

《해방이 돼서는 술없이도 살수 있었는데 오늘은 임자하구 한잔 마시고싶군. 내 옛말 좀 하라나?》

《하십시오.》

녀인은 제먼저 한모금 마시고나서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난 기미년 만세때에 남편을 잃었네. 그땐 하늘이 보이지 않았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여보니 늙은 시어머니와 다섯살난 아들애가 내 머리맡에 앉아있더군. 별수 있나? 산 사람이야 살아야지. 무슨 고생인들 안했겠나. 죽고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였어. 그래도 억척스레 살았지. 재작년에 징병에 끌려간 아들의 사망통지서를 받았을 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것처럼 앞이 캄캄해지더군. 난 죽자고 결심했네. 남편과 아들까지 저승길에 앞세우고 살만큼 살았으니 사는게 싫증나더군. 불도 안 땐 랭돌바닥에서 물 한모금 안 먹고 사흘동안을 쓰러져있었네. 온몸이 나른한게 땅속깊이 잦아드는것 같더군. 그런데 글쎄 강아지란 놈이 낑낑거리면서 부엌문을 자꾸 긁어대는게 아니겠나. 며칠째 굶었으니 그놈도 배가 고팠겠지. 방안에 주인이 있다는걸 아는지 그냥 부엌문을 허비며 애타게 낑낑거리는데 더 누워있을수가 없더군. 문을 열고 밖에 나와보니 여전히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해가 쨍쨍 비치더란 말일세. 그때 난 생각했네. 죽지 말고 살자, 살아서 이놈의 세상이 망하는 꼴을 꼭 봐야겠다 하고 말이야.

내 말은 강아지가 날 살렸다는게 아니라 사람목숨이 그렇게 질기다는거야. 조그마한 미련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매달리게 되거던. 내가 임자한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겠나? 살아가느라면 무슨 일인들 없으랴만 벼랑끝에 몰렸어두 기죽지 말고 버티여내라는거야. 그게 대장부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늙은이의 자격으로 조용조용 말하는 하숙집어머니앞에서 운상은 다른 말을 할수 없었다. 그자신이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있는것이 바로 평양에 대한 미련때문이였다. 고향에 내려간다는것은 평양에 현대적건축물들을 세우고싶었던 건축가로서의 리상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뜻이였다. 중요하게는 보통강개수공사를 외면할수 없다는 설계가로서의 량심과 인간적인 도의심이 그의 발목을 잡고있었다. 설사 수문설계에 다시 손을 댈 자격은 없다 해도 하다못해 평범한 로력자로서 질통을 지고 육신이라도 바쳐야 마음이 개운해질것 같았다. 더우기 구진배가 진짜 반동이라면 어느때건 공사장에 나타날수 있는데 그의 얼굴을 알고있는 자기가 어떻게 아주 떠날수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한가지는 수영이라는 처녀의사에 대한 미련이였다.

그동안 그 처녀에 대해 잊으려 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것을 운상은 날이 갈수록 똑똑히 느끼고있었던것이다. 여하튼 그 여러가지 사정들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것을 방해할뿐아니라 방구석에 앉아 고민이나 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라고 잡아흔드는듯싶었다.

지금 이 시각도 운상은 앉은뱅이책상앞에 한모양으로 앉아서 친일파요, 반동이요 하는 말들이 차단봉처럼 앞을 막아선다 해도 래일부터는 공사장에 나가야 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을 굳히고있었다.

제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밖에서 찾는 소리에 귀를 강구었다. 잘못 들었나?… 찾는 소리가 또 들렸다.

《계십니까?》

운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이밤중에 누가 왔을가? 마당에는 리주연부위원장이 서있었다.

《아니?…》

촉수낮은 전등빛에 비쳐진 리주연의 얼굴표정은 어둡고 착잡해 보였다. 방안에 들어온 리주연은 잠시 운상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뭘하고있소?》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렸다.

《아직 자지도 않고 뭘하고있는가 말이요? 그래 아직도 자기라는 존재를 해명하지 못해서 고민하고있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그렇게도 모르겠는가 말이요?》

평소의 침착하던 모습은 리주연에게서 찾아볼수 없었다. 운상은 그의 태도를 종잡을수 없어 한동안 어리둥절해있었다. 부위원장이 이밤중에 웬일일가?

리주연은 백로지에 정히 싸가지고온것을 운상에게 내밀었다.

《이 책은 김일성장군님께서 동무에게 보내시는거요. 수문설계에 필요한 참고서들과 장군님께서 직접 발취하신 보통강수해자료들이요.》

순간 운상은 가슴을 때리는 세찬 충격에 흠칫 몸을 떨었다. 이게 무슨 꿈같은 소리인가?

《장군님께서 어떻게… 저야…》

《그렇소. 동무자신이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몰라 고민하고있고 나도 동무가 어떤 사람인지 믿을수 없어서 새 설계가를 찾으려고 했는데 장군님께서는 김운상동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계신단 말이요. 장군님께서는 동무를 변함없는 동지로 믿고 이 자료들을 주시면서 공사장에서 만나자고 말씀하시였소. 운상동무! 난 장군님의 집무실에서 곧바로 동무한테 달려오는 길이요. 동무는 고작 자기 운명을 두고 고민하고있지만 장군님께서는 이 시각에도 공사의 운명을 걱정하고계신단 말이요.》

그제서야 운상은 리주연부위원장이 왜 그렇게 흥분했는가를 깨달았다. 또다시 흉벽을 두드리는 강한 충격에 운상은 종시 자기를 지탱해내지 못하였다. 그는 헉- 하고 흐느끼며 무릎을 끓고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장군님께서는 나자신도 미처 다 몰랐던 나의 가치를 값높이 사주시며 변함없이 믿고계시는데 나는 보통강을 버리고 그분의 믿음을 저버리고 도피하려 했으니 세상에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나는 본의아니게 2중으로 죄를 지었구나.)

김운상은 목이 꺽꺽 메여 말을 제대로 할수 없었다.

《부위원장동지!… 용서하십시오.… 이제… 난 어쩌면 좋습니까?》

그러나 지금 리주연의 마음속에서도 일진광풍이 휘몰아치고있었다. 그의 심중은 운상이보다 더 격양되고 복잡했던것이다. 그는 장군님으로부터 혁명을 실무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에 자기의 본질적과오가 무엇인가를 통절히 느꼈다. 장혁수나 김운상에게 제기된 문제들은 따지고보면 그들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부족한데서 생긴것이였다.

매사에 침착하고 깐깐한 그의 성격적우점이 이번에는 간과할수없는 엄중한 결함으로 되였던것이다. 왜냐면 그 우점이 인간들의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랭정성으로 나타났기때문이였다.

《운상동무! 날 용서하오. 난 오늘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탓에 장군님을 실망시켜드렸소. 내 언제면 장군님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일군이 되겠는지 모르겠소. 난 가겠소. 래일 공사장에서 만납시다.》

《이밤중에…》

리주연은 김운상이 만류할새없이 방문을 열고 나섰다. 여기서 공사장까지는 한시간남짓이 걸어야 하는데 밤길을 홀로 걸으면서 자신을 더 깊이 반성해보고싶었던것이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운상은 서둘러 따라나섰다. 이제야 뭘 주저하랴. 리주연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남산재를 넘어가는 두사람의 앞길을 조금이라도 밝혀보려는듯 열정적으로 깜박거렸다.

달아오른 두사람의 머리를 식혀주려는지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치군 했다.

저벅, 저벅… 생각깊은 발자국소리가 봄밤의 고요를 조금씩 흔들뿐 사위는 정적에 묻혀있었다.

서성교를 건너서야 리주연은 이제껏 정리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운상동무, 동무나 나나 심각한 교훈을 찾읍시다. 일단 장군님 가시는 길을 따라나섰으면 죽을 때까지 오직 장군님발자취만을 따라야 한다는걸 명심합시다. 그 길에서 한걸음이라도 헛디디게 되면 우리 인생은 막돌보다 못해진다는걸 잊지 말자구.》

운상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이 길을 걷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리주연은 한참 말없이 걷다가 문득 생각난듯 처녀의사가 자기를 찾아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처녀가 정말 괜찮더군. 사람을 보는 눈이 나보다 낫더란 말이요. 하긴 그렇게 믿으니까 사랑도 이루어지는거겠지.》

운상은 그 말을 선뜻 믿을수 없었다. 수영이가 정말 나를 믿는단 말인가? 정말?… 그의 가슴은 조용히 두근거렸다.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게시물
자주시대의 개척자
숭고한 국제주의적의리
김일성주석께서 숭상하신 대상
민족단합의 길에 쌓아올리신 불멸의 업적
황금해와 더불어 태여난 감동깊은 이야기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특집] 태양절 109돐 특집보도
최근게시물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4일(금)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4일(금)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5월 13일
다당제가 참말로 민주주의적인 정당제도라면 왜 사회주의나라들에서는실시하지 않고있는가?
[론설] 재자원화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
가장 귀중한 유산-충성의 일편단심
[론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가의 기본징표
[론평] 대륙침략의 발화점을 마련하기 위한 불순한 책동
일본의 《독도령유권》주장은 얼토당토않은 궤변이고 억지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3일(목)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3일(목)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5월 12일
Copyright ⓒ 2000-2021 KANCC(Korean American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All rights reserved.
E-mail:  :  webmaster@kanc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