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새 나라》 44 > 도서

본문 바로가기
도서

장편소설《새 나라》 44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2-12 10:13 댓글0건

본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편집국은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44

 

 

그때까지만 해도 평양지방에서는 수리날을 크게 쇠는 풍습이 있었다. 제일 성황을 이루는것은 그네뛰기였다. 수리날이라고 하면 의례히 그네가 련상되고 여느날에도 그네줄을 잡으면 수리날이 떠오를만큼 수리날과 그네는 뗄수없이 련결되여있었다. 그래서 수리날이면 창광산이나 모란봉의 놀이터들에서 남정네들보다 녀자들이 더 활기를 띠고 하늘공중 날아오른 그네를 보며 온 한해 마음속에 쌓였던 시름거리들을 가셔버리군 했다.

그런데 봉수산골짜기의 서재골에는 그네터도 씨름터도 없는데 올해따라 수리놀이를 한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공사장에 일하러 나오는 사람들을 홀려내기 위해 구진배와 로이문이 파놓은 함정이였다. 로이문은 공사지휘부의 이름으로 삼천리악단의 악사들까지 초청하였고 봉수국수집주인을 꼬드겨 평퍼짐한 곳에 제법 차일까지 쳐놓고 고기굽는 냄새를 피우게 했다. 대타령이나 평천리쪽에서 넘어오던 사람들은 지휘부에서 한턱 낸다는 바람에 봉수산고개를 넘지 못하고 먹자판에 끼여앉았다. 그들속에는 명덕이도 섞여있었다.

그네터도 씨름터도 없으니 그저 부어라 마셔라 하는 판이였다. 한쪽에서는 악사들이 깽깽이를 켜고 한쪽에서는 주정뱅이들이 술을 마시느라 저마끔 고아대고 또 한쪽에서는 얼근해진 누군가가 비린청으로 《수심가》 한곡조를 뽑고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놀음판의 위험성을 냄새맡지 못하고있었다. 얼굴이 숯불처럼 벌개진 남정이 앉은자리에서 《매화가》타령을 엮어댄다.

명덕은 놀음판의 분위기에 잠기지 못하고 처음부터 한쪽구석에 따로 앉아 막걸리사발만 기울였다. 그동안 그는 로이문의 소개로 봉수산중턱을 헐어서 남교제방의 장석을 보장하는 발파대에서 일해왔었다. 이제 사흘만 더 하면 의무적으로 동원되여야 했던 열이틀을 채우게 된다.

그런데 어제 로이문이 찾아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일하라는것이였다. 집형편이 허락치 않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제말만 잘 들으면 돈도 생긴다는것이였다.

《어떻게요?》

로이문은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나서 겨우 알아들을만 하게 속살거렸다.

《자네한테만 말해주겠는데 다른 사람들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구. 금광업자들한텐 다이나마이트나 도화선이 금값이야. 자네야 그걸 다루는 사람이 아닌가. 금을 다루면서도 돈걱정을 하다니, 원…》

명덕은 덴겁을 했다. 폭약에 대한 출고규정은 엄격했던것이다. 설사 규정이 엄격하지 않다 해도 나라재산을 도적질할수야 없지 않는가.

《정신나갔소?》

로이문은 되박이마를 살살 긁으며 고지식한 명덕을 비웃었다.

그럼 죽사발이나 기울이며 살아보게나, 흥! 궁하면 원님 망건값도 잘라먹는댔어. 임자 봉수국수집 외상값도 처리 못했지?》

명덕은 아연해졌다. 로이문이 자기를 국수집으로 데리고갈 때마다 일을 잘하라고 한턱 내는줄만 알았는데…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내가 미련한 놈이지.)

장혁수와 싸운 뒤부터 명덕은 로이문과 마주서는것을 될수록 피해왔다. 그와 마주서면 왜서인지 선밥먹은 놈처럼 속이 편안치 않았던것이다.

그날 명덕은 로이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장혁수에게 주먹맛을 보이려다가 반대로 톡톡히 얻어맞았었다. 그때에는 후날 장혁수를 단단히 복수하려고 벼르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는 공사장에 삐라가 뿌려지고 나쁜 놈들이 현장책임자를 모해하려고 책동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였다. 어제 자기가 얻어맞은것을 누가 본 사람이 없겠는데 삐라까지 나도는걸 보면 나쁜 놈들 작간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제일먼저 짚이는것이 로이문이였다. 명덕은 즉시에 로이문을 찾아가 따지려다가 주저앉고말았다. 어제 점심에 로이문은 봉수국수집에 남아있었으니 자기가 싸우는걸 보지도 못했을것이다. 그는 나쁜 사람일수 없다. 누이와 현장책임자사이에 있은 일까지 대주면서 걱정하지 않았는가. 가만!… 누이를 만나보자. 그러면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수 있을것이다. 현장책임자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누이가 증명해줄것이다. 명덕은 일이 끝나자 림시렬차를 타지 않고 누이네 집으로 갔다.

누이는 동생이 오래간만에 왔다고 반가와하건만 명덕은 푸르딩딩해서 토방에 결터앉으며 따졌다.

《누이, 오늘 공사장에 삐라 뿌려진거 봤어?》

《응, 나쁜 놈들이 현장책임자를 혈뜯었더구나, 그 사람이 로동자들을 때렸다구.》

《그건 사실이야, 어제 내가 현장책임자와 싸웠거던.》

깜짝 놀란 누이는 두손을 가슴앞에 모두어잡고 명덕에게 다가섰다.

《너… 정말이냐?》

《그게 다 누이때문이란 말이야.》

《뭐?…》

누이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굳어졌다. 의혹의 짙은 그늘이 정혜의 얼굴을 어둡게 해주었다.

《그게… 그게 무슨 말이냐?》

《현장책임자가 누이를 건드렸다면서? … 저녁늦게 작업장구뎅이안에 있는걸 봤다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똑바로 말해줘. 현장책임자가 정말 그랬어? 사실이라면 내 진짜 가만 안 있겠어.》

《그러니까 나하구 현장책임자하구 작업장에서… 그래서… 네가 싸웠다구?…》

누이는 명덕의 말뜻을 겨우 알아들었다. 순간 누이의 얼굴에는 서리가 덮였다. 처음엔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못하다가 드디여 격렬한 분노를 터뜨렸다.

《누가 그러던?… 누가?…》

《그럼 사실이 아니라는거야?》

《너 네 누이를 뭘루 보는거냐? 나나 현장책임자가 그렇게 너절한 사람들 같니? 누가 너더러 내 걱정 하랬어? 나는 내가 지킬수 있단 말이야!》

명덕은 당황해졌다.

《아니면 그만인데 성낼거야 있어?》

그 말이 누이를 더 격분시켰다.

《명덕아! 그렇게두 모르겠니? 난 둘째치구 너때문에 수고한 현장책임자가 모욕당하는게 분해서 그래, 분해서…》

《나때문이라구?…》

한참만에야 누이는 명덕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날 어떻게 되여 현장책임자와 같이 일하게 되였고 그 덕분에 장군님께서 착공식때 쓰시던 삽을 써보았다는것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 사람은 김일성장군님께서 아시는 사람이다, 그런 큰사람이 자기같은 하찮은 녀자때문에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게 되였으니 앞으로는 무슨 낯으로 그를 대하겠는가, 게다가 철없는 동생의 경거망동으로 나쁜 놈들에게 좋은 구실을 만들어주었으니 우리 형제는 현장책임자와 어떤 악연으로 얽히려는것인가. 명덕은 누이의 말을 다 듣고나서야 머리를 싸쥐였다. 이런 경우를 두고 도적이 매를 든다고 했던가? 은혜를 원쑤로 갚는다고 했던가? 현장책임자가 나를 얼마나 어리석고 시시한 놈으로 보겠는가. 그런 오해를 받으면서도 현장책임자는 구차한 변명 한마디 하지 않았었다. 확실히 그 사람은 사내대장부다운데가 있었다. 기회가 생기면 현장책임자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명덕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따져볼수록 로이문의 작간질이 분명한데 그걸 증명할 재간은 없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명덕은 더 우울해지고 말수더구도 적어졌다. 지금도 명덕은 주위가 소란하건 말건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 하고 혼자생각에 잠겨있었다.

공사장에 그냥 남아있을것인가, 아니면 로력동원날자나 채우고는 전번에 임성민이 말한대로 공장에 들어갈것인가. 나라에서 로동자, 사무원들에게 식량공급을 해준다는데 직장에 들어가면 호구지책은 한시름 놓을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직장이 좋겠는지는 가늠이 가지 않았다.

노상 떠돌이생활만 해온 명덕이로서는 한직업에 안착되여 일하기가 헐할것 같지 않았던것이다.

자기 생각에만 옴해있던 그는 누군가가 뛰여오며 웨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져서야 그는 웬일인가 하고 머리를 들었다.

등거리바람의 젊은이가 숨이 막혀 도간도간 갑자르며 골안이 떠나가게 소리쳤다.

《장군님께서… 김일성장군님께서… 공사장에 나오셨소!》

그 젊은이가 두번세번 곱씹어 웨쳐서야 사람들은 제정신이 들어 벌떡벌떡 일어섰다.

《그게 정말이야?》

저저마다 그게 사실이냐고 술렁대는데 숨가삐 달려온 젊은이는 눈앞의 광경에 기가 막히는지 분노한 목소리로 웨쳤다.

《이 등신같은것들아!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지금…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계시는데 네놈들은 여기서… 에익! 이 덜돼먹은것들아! 네놈들도 사람이냐?!》

정신이 뻥해있던 명덕은 젊은이의 말을 리해하는 순간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장군님께서 공사장에 나와 일하시다니… 이것저것 생각할새 없이 그의 몸은 벌써 그 자리를 떠났다.

골짜기아래로 난 소로길을 따라 달리다가 고쳐생각하고 봉수산중턱에서 방향을 꺾어 등성이로 올리뛰였다. 고개만 넘으면 공사장이 지척이였다. 그는 발이 땅에 닿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새처럼 날았다. 잡관목숲이며 바위츠렁이며 가리지 않고 령마루를 향해 직선으로… 뒤축이 무너앉았던 낡은 로동화가 벗겨졌지만 그걸 찾아신을 경황이 없었다. 나무그루터기에 찔린 발바닥에서 피방울이 점점이 떨어졌지만 별로 아픈줄도 몰랐다.

그렇게 허위단심 달려왔건만 장군님께서는 방금 공사장을 떠나신 뒤였다. 명덕은 전신의 힘이 싹 빠져버려 그 자리에 허물어지고말았다. 명덕은 김일성장군님을 한번도 만나뵙지 못했다. 먼발치에서라도 그분을 만나뵙는것이 소원인데 자기에게는 그런 행운이 차례지지 않았다. 오늘도 곧장 공사장으로 나왔으면 틀림없이 장군님을 뵈올수 있었는데 놀음판에 걸려들어 일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명덕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장군님께서 선교4리작업장에서 일하시였다니 거기에라도 가보고싶었다.

한쪽신발을 잃은채로 절뚝거리며 선교4리작업장에 찾아간 명덕은 그곳에서 임성민을 만났다. 그들은 작업구간을 무시하고 경계뚝들을 허물고있었다.

《성민형!》

《명덕아!》

《성민형,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뵈왔어요?》

명덕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있었다. 임성민은 땀에 뜬 얼굴로 말했다.

《난 장군님과 함께 일했다. 넌 어디 갔다가 인제야 왔니?》

《형님!》

명덕은 황소영각소리를 냈다. 자기가 어떤 놀음판에 끼였댔다는걸 알면 성민형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그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삽자루를 뺏아들었다. 성난 황소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섭게 삽질을 해댔다. 임성민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명덕은 말없이 땀만 흘렸다. 하고싶은 말들이, 머리속을 무겁게 하던 잡념들이 모두 땀으로 바뀌였다. 아무리 땀을 흘려도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오늘처럼 땀을 흘리고싶어서 흘려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예전에는 땀흘려 일하는게 얼마나 힘들고 분하고 억울했던가.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온몸을 땀으로 말끔히 녹여버리고싶기만 했다.

두사람은 일이 끝난 뒤 조용한 강변에 나란히 앉았다. 임성민은 그날 명덕에게 많은 말을 해주었다. 이 공사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하여, 해방된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김일성장군님은 어떤분이신가에 대하여…

《명덕이, 우린 해방전엔 사람값에 못 들었댔지. 그래서 도적질도 하고 싸움질도 하면서 살았지. 결코 돈이 없어서가 아니였어. 나라가 없으니 사람답게 살수 없었거던. 사람답게 살려고 발버둥치면 왜놈들이 가만 안 두었지. 그런데 장군님께서 나라를 찾아주신 덕에 우리같은 놈도 사람대접을 받게 되였지. 오늘도 장군님께서는 우리 가설막을 돌아보시면서 로동자들이 맨땅에서 자는걸 걱정해주시였어. 로동자들이 병이라도 만날가봐 꼭 온돌을 놓아주라고 맡씀하셨단 말이야. 장군님께서 우릴 그렇게 아껴주시는데 우리가 장군님께서 걱정하시는 이 공사에 자기를 아껴야겠나? 아니야! 우린 제 몸을 아끼지 말아야 해! 깡그리 바쳐야 해! 명덕인 아직도 애국자가 된다는게 무슨 소린지 모르고있어.》

그 말이 옳았다. 전번에 길거리에서 임성민과 처음 만났을 때 명덕은 애국자가 돼야 한다는 말을 귀등으로 넘겼었다.

《우린 꼭 애국자가 돼야 해. 그건 김일성장군님께서 바라시기때문이야.》

명덕은 잠자코 있다가 불쑥 물었다.

《형님! 장군님을 만나뵈오려면 어떡해야 할가요?》

그 물음속에는 이제부터라도 인생길을 새롭게 걸어가려는 그의 결심이 비껴있었다. 장군님을 만나뵈올수 있는데로 가는 길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임성민은 명덕의 손을 힘껏 움켜쥐였다.

《장군님을 만나뵈오려면 그분께서 마음쓰시는 일터에 가있으면 돼. 장군님께서는 새 나라를 일떠세우시는 곳이면 어디든 다 찾아가시거던.》

명덕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남아있기로 결심하였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2-12 10:13:37 새 소식에서 복사 됨]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게시물
자주시대의 개척자
숭고한 국제주의적의리
김일성주석께서 숭상하신 대상
민족단합의 길에 쌓아올리신 불멸의 업적
황금해와 더불어 태여난 감동깊은 이야기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특집] 태양절 109돐 특집보도
최근게시물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4일(금)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4일(금)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5월 13일
다당제가 참말로 민주주의적인 정당제도라면 왜 사회주의나라들에서는실시하지 않고있는가?
[론설] 재자원화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동력
가장 귀중한 유산-충성의 일편단심
[론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혁명가의 기본징표
[론평] 대륙침략의 발화점을 마련하기 위한 불순한 책동
일본의 《독도령유권》주장은 얼토당토않은 궤변이고 억지
[사진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3일(목)
[제목으로 보는 노동신문] 5월 13일(목)
유투브로 보는 조선중앙텔레비젼 보도 5월 12일
Copyright ⓒ 2000-2021 KANCC(Korean American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All rights reserved.
E-mail:  :  webmaster@kanc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