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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소개

이 달의 인물 l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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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지훈 작성일11-12-01 01: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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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 대한 진정성이 대권주자의 덕목
“역사와 시대의 소명에 따르겠다”

이 달의 인물 l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129호] 2011년 12월 01일 (목) 15:14:16 글 윤지훈 이사, 사진 백운종 기자 minjog21@minjog21.com

 


노무현 대통령의 30년 동지 문재인. 노 대통령은 생전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라고 평한 바 있다. 사법시험 차석 합격으로 소위 잘 나가는 법조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문재인은 노무현을 만나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가릴 것 없이 노 대통령이 있던 곳이라면 언제든지 그는 동행하였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 모른다고 고백하는 문재인. 노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가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모으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듯했다. 거의 매일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마감 일정에 쫓겨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을 찾은 기자 일행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흐트러짐이 없었다.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는 그의 중후한 목소리와 섞여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했고, 달변은 아니나 신중한 언어 선택은 오랜 법조 생활과 공직 생활을 통해 단련된 느낌을 주었다. 인터넷 라디오 방송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는 최근의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지금과 같은 시대와 정황에서 문 이사장이 통하는 것은 “그가 드러내는 품성, 그로 인한 아우라가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자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문재인의 운명’은 노 전 대통령이 구속하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펼쳐져야 하고,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1월 17일 부산 법조타운에 있는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의 시작은 오랜 벗 노무현이 남긴 ‘숙제’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숙제는 잘하고 계십니까? 이사장님의 책《문재인의 운명》제일 마지막 문구가 대통령께서 남기신 ‘숙제’를 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오히려 제가 생각한 것보다 과도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요.”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혁신과 통합’도 그 숙제에 포함되는 건가요.


“사실은 원래 내가 그 책을 썼을 때 숙제라고 한 것은 그분의 정신이나 가치를 계승해 나가는 건데, 좀 더 구체적으로는 그분이 퇴임 이후에 여생동안 하시고자 한 일이 있었지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켜 우리 사회에서 토양을 넓게 구축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야 그 위에 진보정치가 제대로 설 수 있는 겁니다. 진보정치 자체가 우리의 몫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식의 토양을 국민들 속에서 구축하는 것, 그것이 노 대통령이 하시고자 했던 과제였는데 못 하셨잖아요. 그 일을 하고자 했죠. 그런데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MB정권이 들어와서는 모든 것을 되돌려 버렸죠. 역사의 후퇴입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정권교체가 대단히 절실합니다. 그러나 정권교체는 현 상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통합하면서 한편으로는 혁신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지지 받고 이룰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혁신과 통합 운동까지 하게 된거죠. 그런 의미에서 당초 내가 숙제라는 말을 한 것보다는 지금 몇 걸음 더 나간 것입니다.”


정파등록제를 통한 연합정당 건설이 해답


▶‘혁신과 통합’의 활동이 박원순 서울 시장 당선 이후, 굉장히 뜨거운 야권의 화두가 돼 있습니다. 이사장님 또한 상임공동대표를 맡으셔서 예전 비서실장 하실 때보다 훨씬 더 많이 언론에 나오시는데요.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야권 통합의 방안은 무엇입니까.


“지금 통합의 방안은 거의 가닥이 잡혀 있습니다. 일종의 연합정당으로 정리가 된 상태이고요. 연합정당은 정파등록제를 전제로 하는 거죠. 그런 정도만 되면 진보정당들도 독자성, 정체성 이런 거 지켜나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통합을 하자는 게 우리 주장입니다. 여전히 통합은 곤란하고, 선거연대를 통해서 단일화하자는 것이 진보정당의 의견인데, 진보정당들이 주장하는 대로 독자정당을 지켜나가면서 선거연대를 통한 단일화를 해서 총선, 대선을 승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할지 모르죠. 그러면 굳이 무리하게 통합할 필요가 없는 건데, 내가 볼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우선은 선거연대를 통한 단일화 자체가 어렵고요. 아마도 그런 상황이나 여건이 되는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전국적으로 전면적으로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설령 단일화한다고해도, 야권정당이 후보를 단일화했다는 것만 가지고 국민들이 그것을 대안으로 받아들여서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욕심입니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까지 보여야만 가능한 겁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봤잖아요. 기존의 야권정당들에 더해서 시민사회세력과 제3세력들까지도 광범위하게 참여해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정당도 크게 혁신돼야 되고 그래야만 비로소 지지 받을 수 있는거죠. 여기서 너무나 분명하게 내다볼 수 있는 것인데, 아직 진보정당들이 거기에 동의해 주지 않아서 아쉽고 안타깝죠.”


▶현재의 상황에서 ‘혁신과 통합’은 민주당, 한국노총, 시민사회, 박원순 시장 등이 먼저 통합을 진행하고 민노당, 참여당, 진보신당, 통합연대 등이 합치는 새 진보정당이 후에 다시 합치자는 단계 통합론을 제시하셨는데요. 진보정당의 유력 정치인들은 민주당을 포괄하는 통합에 대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음을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꼭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지금 진보정당 내에도 대통합 쪽으로 가야 맞는 거 아니냐. 그러니 진보정당 통합되고 난 이후에 다시 대통합의 길로 가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특히 선거에 나가본 경험이 있고, 앞으로 출마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더 절실한 문제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번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이 부결되면서 당원들을 상대로 대통합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해, 나서서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더구나 현재는 진보통합 국면에 있으니까 그런 논의 자체를 당내에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봅니다. 먼저 진보정당 통합 이후에 그런 논의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 2007년 5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비서실장이 함께 청와대 본관을 나서고 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 할 정도로 ‘문재인’이란 존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특별한 인연이었다. ⓒ 연합

“국민은 대통합을 원한다”


▶이사장님께서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합을 위해서 진보정당에 교섭단체 구성 수준의 의석 비율을 할애하는 정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셨는데, 그런 정도라면 진보정당도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렇게 보고 기대도 하고, 우리가 그런 점들을 가지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죠. 그래서 진보통합이 우선 잘되길 바라고…. 정략적인 계산을 떠나서 합칠 수 있는 세력은 자꾸 합쳐야 돼요. 그것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거든요. 자꾸 합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여건이 조성될 수 있고, 그런 분위기에 힘 입어서 대통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 거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논의를 해보면, 진보정당 내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선 논의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는 진보통합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때문에 논의가 쉽지 않았거든요. 이제 그게 해결되고 나면 우리의 진심 어린 제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합정당이 기존과 다른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현재 논의 구조 속에서 통합의 방식 뿐 아니라 폭넓은 가치와 정책연대를 위해 정책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그런 전제가 있기 때문에 통합이 논의되는 거죠.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민주주의가 수준 높게 발전해야하고, 복지, 민생, 남북평화, 환경생태, 노동, 삶의 질 등의 과제가 있지요.


그중에서 가장 핵심은 역시 경제민주화와 복지라고 생각해요. 물론 복지만으로 안 됩니다. 복지는 이미 벌어진 격차를 재정적으로 보완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지요.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어요. 애당초 격차 자체가 벌어지는 것을 막는 경제구조가 돼야 하는 거죠. 그런 것을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어요. 1%와 99% 사회, 그런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경제민주화가 선행되고, 그 다음 복지 정책이 세밀하게 집행되어서 한 묶음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고한 진보개혁블럭 형성해야


▶이사장님이 구상하시는 정파연합을 통한 통합정당은, 예를 들어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한미FTA, 이라크 파병, 대북송금특검 문제 등이 불거졌을 때 통합정당에 참여한 제 정파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설 것이라 예상이 되는데요.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복지나 민생, 노동 분야의 의제들은 지금도 많은 부분 정책의 공감대가 있어요. 그것은 합의하여 의무당론으로 채택하여 일사분란하게 추진하고요. 이견이 있는 안건들은 당론으로 강제할 수 없으니 권고적 당론으로 결정하든지 아니면 아예 의원 자유의사에 맡겨야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점점 합의할 수 있는 가치들이 넓어지도록 계속 노력을 해 가야죠.


우리 정치지형은 수구 세력이 여전히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구도를 타파해야 우리의 정치·경제·사회민주화가 발전할 수 있어요. 참여정부에 몸담으며 느낀 것은 조그마한 개혁도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예요. 그러려면 강고한 진보개혁블럭을 형성해야 합니다. 물론 참여정부의 한계에 대해 몸담았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성찰해야겠지만, 이러한 과정에 대해 진보개혁진영이 함께 성찰하고 교훈을 찾았으면 합니다.”

   


▶통합하면 2012년 정권 교체는 가능하다고 보시는 건가요.


“단순한 통합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가 이길 수 있는 길을 보여줬죠. 합칠 수 있는 세력이 다 모였잖아요. 야4당에 우리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 세력, 박원순·안철수라는 제3세력과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젊은 세력, 무당파까지 폭넓게 참여했어요.


선거운동 방식도 SNS를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주면서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나 무당파까지도 투표장에 올 수 있게끔 한 거 아닌가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는 거죠. 다 모이는 것은 기본이고, 모여서 그런 식의 정당의 구조랄까 운영방식이랄까 정당의 문화에 대한 혁신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안철수 원장의 정치 참여 지지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가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에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습니다. 이사장님이 보시기에 안철수 현상은 어떤 것이라 보십니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었죠.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젊은 세대와 무당파, 심지어 기존 정치 구도에 염증을 내고 정치가 우리 삶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정치에 대한 희망과 관심을 갖게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끔 이끌어내는 역할도 했고요. 이런 현상은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의 승리나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장기적으로 우리 정치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 분이 받고 있는 지지가 대단하잖아요. 본인도 본인이 받고 있는 지지에 대해서 책임감이랄까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리라고 봅니다. 안철수 원장에게 보여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위해서 활용해야죠. 그 분이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보는데, 그런 판단은 개인의 대단히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니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통합의 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으면 합니다.”


▶안철수 원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으신가요?


“개인적 인연은 없습니다. 참여정부에서 IT위원회 등과 같은 분야에 참여하시면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으로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만난 적은 있으나 개인적으로 교분을 쌓은 적은 없습니다.”


▶안철수 원장과 마찬가지로 이사장님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명되며 의미 있는 지지를 받고 계시는데요. 처음에는 강하게 부인하셨지만 이사장님의 요즘 언론 인터뷰를 보면 정치 참여에 대해 많이 열어 놓고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이런 요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나로서는 굉장히 과분한 건데, 어쨌든 받고 있는 기대나 지지 자체는 소중한 거란 말예요. 다시 말하자면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도움이 되어야겠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로 그런 쪽에서 자꾸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거고, 스스로 할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 도울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고민을 하는 거죠. 안철수 원장도 그런 고민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정권교체의 필요한 도구로서 후보가 돼야 한다는 야권 진영의 요구와 대중의 호응이 있으면 출마를 하실 수 있다는 건가요.


“개인적인 선택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저도 그렇고 안 원장도 그렇고, 또는 손학규 대표 등 우리 진영에 좋은 분들이 계시지만 어느 누구도 뿔뿔이 흩어져서는 이룰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끼리 힘을 합치는 게 선결문제고, 아주 중요한 겁니다. 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다 의미가 없는 거죠. 이렇게 합친 상황에서 후보경쟁이 이뤄지고, 안철수 원장이 되던 손학규 대표가 되던 어느 분이 되던 우리의 후보로 받아들이고 그분의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정권교체 위해 힘을 합치는 게 선결과제


▶‘어느 분’에는 대표님도 포함 될 수 있다는 건가요.


“우선은 통합의 문제가 너무 중요해서 그 이후까지는 아직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아직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시원한 답변은 안 하시는군요(웃음). 잠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추진위원장을 맡으셨는데요. 준비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게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예요. 국민의 정부 들어서 김대중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을 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서 교류 협력 정책을 펼쳐 오셨죠.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교류협력 정책은 지속됐어요. 실제 참여정부 5년 동안 단 한 건도 남북 간 충돌이 없었거든요. 단 한 사람도 남북의 적대행위 때문에 희생된 경우가 없었어요.


따라서 북에 대한 기본적인 인도적 지원에 머무는 교류협력이 아니라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이 서로 이익을 보는 단계로 나가기 위한 구체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10·4합의의 상당부분이 여기에 할애돼있죠.


다른 하나는 남북이 노력을 해도 서해 NLL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순식간에 남북관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잖아요.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두 차례의 연평해전이 있었어요.


따라서 아예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우리 국민 정서상 NLL 자체를 조정하지는 못하지만 NLL 주변을 평화협력지대로 선포하고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하여 군함 대신 어선들이 함께 고기를 잡는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서해평화협력지대, 공동어로지역 내의 질서 유지는 남북의 경찰로도 충분하거든요. 10·4 선언은 이 두 가지를 뼈대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0월 2일 전주대 JJ아트홀에서 열린 저서 《운명》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문성근 ‘국민의 명령’대표, 문 이사장, 김용택 시인, 김기식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 연합

경제협력을 통한 상생이 10·4선언의 핵심


▶10·4선언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굉장히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임기 말에 이뤄지고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아무런 후속조치가 나오지 못하고 유야무야 되어버렸습니다. 당시 비서실장이셨던 이사장님께서는 10·4선언에 대한 국회비준을 추진하셨는데요. 비준이 안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정부 관련 부처에서 그 부분을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10·4선언은 우리 정부의 상당한 재정 부담이 예정되어 있어서 국민의 동의와 국회 비준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행정부에서는 구체적인 세부계획이 마련돼서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구체화되면 그 때 가서 비준 받으면 된다는 논리를 폈어요. 음, 정권이 바뀌면 선언 자체가 부정되고 무시되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는지도 모르죠.”


▶참여정부 초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사장님 책을 보면 참여정부 초기에 안희정, 문성근 씨 등이 정상회담 의지를 북에 전달했다고 나오는데요. 6자회담이 교착 상태일 때 남북정상회담을 선행하여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6자회담을 통해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별개로 추진될 수 있었을 테죠. 그러면 정상회담의 주 의제나 목표가 6자회담 정상화나 핵문제 등으로 집중됐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남북 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경제협력, 서해평화협력지대 등의 과제를 합의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6자회담 문제가 타결돼서 핵문제에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남북 정상이 만나도 훨씬 폭넓은 합의가 가능한 거죠. 한 가지 아쉬운 것은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바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 미국이 제기한 BDA 문제가 터져 나와 발목이 잡혔죠. 임기 말에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만들어낸 소중한 합의가 이 문제에 대해 별 관심도 없고 성의도 없는 정권으로 넘어간 게 아쉽지만 언젠가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푸는 정부가 다시 들어선다면 멈췄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에요.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사장님께서는 MB정부의 민주주의와 복지정책의 후퇴, 민생경제의 파탄 등 여러 가지 실정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셨습니다. 그 중에 남북관계의 파탄이 제일 큰 문제라고 저서를 통해 밝히셨습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MB정부에서 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불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바람이 있다면 그래도 남은 기간에라도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설령 그게 정치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께 하루 더 묵고 가시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추진위원장으로서 남쪽에서 상황을 보고받으셨을 텐데 어떤 느낌이셨나요.


“사실 하루 더 묵고 가라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제안이거든요. 일반외교 의전 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 제안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면 정말 좋죠. 합의가 이뤄진 후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하루 더 두 정상이 친목을 도모하며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넥타이 풀고 한 잔 하는 자리를 만들 수도 있고. 그렇게 시간을 쓰더라도 얼마나 의미 있습니까. 그런데 그것을 우리 국내정치 상황 때문에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비밀회담 의혹제기부터 국가원수가 예정에 없이 국내를 하루 더 비우는 것에 대한 염려, 수구 진영의 꼬투리잡기식의 여러 가지 공격들. 그런 것들이 염려되어서 받지 못한 거죠.”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2012년은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미국, 러시아도 정권 교체기에 들어갑니다. 북 또한 강성대국 이야기를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권력이 일정부분 후계자에게 이양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지형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의 방법과 그 과정에서 통일은 어떻게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통일은 우리가 의도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꼭 되는 건 아니잖아요. 국제정치 관계에서 여건과 상황이 맞아 떨어져야 하고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평화를 확실히 구축하는 것을 선차적인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평화가 확실히 구축되면 다양한 교류협력과 경제협력이 갈수록 커지게 되고 그 정점이 통일이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이 하나의 작은 통일이잖아요. 이런 작은 통일이 하나 둘씩 더해지면 궁극적으로 큰 통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북이 가까워지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우리 주변 강대국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잘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잘해야 합니다. 참여정부에서는 한미동맹을 기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균형외교를 추구하며 중국이나 러시아와도 잘 협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미동맹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 한미동맹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이사장님께서 생각하는 바람직한 한미관계는 무엇입니까.


“한미동맹 중요합니다.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겠죠. 존중해야 되고요. 발전의 방향은 점점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약소국일 때는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미관계가 극도로 기울어져 있었잖아요.


그러나 이제 우리도 많이 발전했거든요. 경제도 많이 성장했고 정치적인 부분에서나 국제적인 역량에서도 꽤 많이 발전했습니다. 과거의 기울어진 관계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거기서 반발이 생기고 반미의식도 싹트게 되는 것이에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들, 균형외교나 자주국방, 공정한 통상관계 등에 대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 가야죠”


▶참여정부 당시 검찰개혁도 국민들은 미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참여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실천했는데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민변이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를 하면서 검찰을 정권의 사족처럼 부리지 말고 독립기구화할 것을 주장했어요. 그러나 한국의 검찰 현실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의 판단이 너무 나이브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미동맹 중요하지만 균형외교도 고려해야


▶정당사를 보면 야권이 분열했다 통합하는 과정을 뒤풀이 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집니다. 이사장님은 우리나라 정치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민주당 천정배 의원 이야기를 들으니, 국회의원 4선을 했는데 4선 할 때마다 정당명이 다 달랐다고 해요. 선거가 가까워 오니 정당을 또 바꾸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는데, 정당들이 끊임 없이 열린 정당이 되어 일반 국민들이 쉽게 참여하고 소통하여 국민들의 뜻이 정책 결정과 공직후보 선출 과정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 정당의 현실이 처음에 그런 뜻으로 출범해도, 출범하고 나면 거기서 딱 멈춰버리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어요. 근본적인 변화 방향은 수구 세력이 쥐고 있는 헤게모니를 빨리 무너뜨려 소수화 시키고 합리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양축을 이루는 구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치에 절망했던 우리 국민들, 정치를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과거에는 정치가 우리 삶과 관계없는 특별한 분야의 일로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정치가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 우리가 갖고 있는 삶의 여러 근본이유가 정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우리가 참여하면 바꿀 수 있고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 본 거죠.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 질문 드리겠습니다. 30년 동지 문재인이 보는 노 대통령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입니까.


   

“(문 이사장은 한 참을 뜸을 들이더니 목소리가 떨렸다.) 장점은 열정입니다. 기본적으로 반칙, 특권, 그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상식이 짓밟히고, 없는 사람들의 삶이 무너지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이 현실을 바꾸는 데 몸 사리지 않겠다는, 자기 자신을 던지는 열정이 그분의 가장 큰 생명력이었죠. 그리고 국민들이 그 분의 그런 진정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대통령까지 된 것이고요.


단점은 참여정부 기간 동안 민심을 얻지 못했잖아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개혁, 방향에 대해 확신한 나머지, 더디더라도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가며 차근차근 해야 하는데, 오만에 빠져 앞서 갔을 수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표현 등이 거칠게 전달되어서 민심을 잃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아직도 노 대통령을 입에 담거나 생각할 때 그는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더 이상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진보개혁진영에 애증(愛憎)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문재인 이사장.


노 대통령은 떠났고, 참여정부는 과거다. 이제 하나의 역사일 뿐. 그냥 ‘있는 그대로’의 성공과 좌절의 타산지석이 되면 좋겠다는 게 문 이사장의 바람이다. 진보개혁진영이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잘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받고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문 이사장은 대통령의 동지에서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야권의 유력 후보로 변신 중에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그에게서 ‘권력의지’가 읽혀지지 않는다고 하고,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의 숙제를 풀어가며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과 지도자에게 필요한 공적 책임성을 잔잔하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야권 통합의 과정 속에서 더욱 드러날 그의 진면목이 점점 궁금해지는 이유다.

 

[출처:민족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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