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정상회담, 중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미국 쇠락 보여줘 

지난 1월21일부터 23일까지 각계 진보활동가 60여 명이 중국 베이징을 찾았다.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소장 최규엽)와 중국사회과학원 지역안전연구중심(중국 진보학자들의 연구모임), 그리고 중국 언론사인 <제4미디어>가 공동주최한 ‘활동가 북경워크숍(한-중 전문가·활동가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진보활동가들은 이 워크숍 둘째날 정기열 칭화(清華)대 초빙교수(신문방송대학원)와 중미 정상회담 결과 등 동북아 정세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진보정치>는 세미나를 마친 뒤 정 교수를 직접 만나 동북아 정세 전망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정보연 기자 newby@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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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기의 회담’이라는 미중, 중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 성공적이었다. 대부분 예상한대로다. ‘세기의 회담’이란 뜻은 “미국 중심의 일극지배체제(Unipolar World)가 드디어 막을 내리고 중-미를 핵심축으로 한 다극적지배체제(Multipolar World)의 시작”을 알린다는 뜻에서 동의할 수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중미 정상회담을 ‘불편한 새로운 균형’이라 평했는데.

 

= 앞서 말한 취지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편해도 미국은 이제 지구촌 문제들에서 중국과 거의 모두를 공유하고 결정해야 하는, 그래서 나름대로 일정한 균형이 두 강대국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기에 그렇다.

- 이번 양국 정상회담 결과에서 향후 국제정세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사항이 있다면.

 

= 두 정상은 회담에서 ‘대화와 협력’이란 원칙 아래 ‘협력적 동반자관계’를 지속하며 상호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런 양국의 ‘윈-윈(win-win)’ 방식이 구체화되고 실천될 경우 2010년도 한반도 전쟁위기로 대표되는 ‘상호불신, 대결, 갈등, 반목’에서 비롯되는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기 등 지극히 위험한 정세불안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중미 간 ‘환율전쟁’으로 대표되는 경제 불균형 문제도 상대적으로 건설적이고 상생적인 해결 방식이 적극 모색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미국은 더 이상 ‘지배-피지배’의 ‘낡은 방식’(old paradigm)에 근거해 아무런 건설적 대안 없이 양국관계를 설전 속에 내버려두거나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위기를 포함해 미국이 직면한 전반적인 국가위기 상황이 앞서 언급한 모든 세기적 변화의 근본배경이라고 해석해도 틀리지 않다.

-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 기간 동안 450억 달러(50조4천억 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미국(기업들)과 체결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구매 외교’ 또는 ‘금력 외교’라고 하는데.

 

= ‘구매외교’, ‘금력외교’란 지적은 현상분석에서 그친 ‘반쪽짜리’ 평가다. 국가관계의 기본 사항 가운데 하나는 경제무역관계일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당연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외교행보는 예측한 대로라고 얘기했는데, 다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제국으로서 미국의 쇠락이 확실히 안팎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백악관이 중미회담 직후 오바마의 2012년 재선을 기정사실화한 것처럼, 오히려 거꾸로 미국(오바마 행정부)이 중국의 힘을 빌려 향후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미래와 국가미래전략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힘이 쇠락한 것이다.

둘째, 중국의 이번 외교행보는, 미국 지배계급들 가운데 미국이 처한 경제위기를 전쟁을 통해 해결하려는 전쟁무기상들을 중심으로 한 극우침략전쟁세력들을 (미국경제에 숨통을 터주는 방식으로 ‘전쟁카드’를 내려놓게 만든)돈으로 주저앉힌 일종의 지혜로운 힘의 외교였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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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입장에서 보면,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재능과 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 노선이 후진타오 시대 들어 화평굴기(화평하면서 점차 일어선다)에서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선다) 노선으로 발전한 건 아닌지.

 

= 도광양회, 화평굴기, 대국굴기 등의 표현들에서 중국의 지혜를 봐야 한다. 국가 전략전술에서의 지혜 말이다. 자신들의 처지와 현실에 기초해 국내와 국제관계를 설정하고 준비하는 겸허함과 지혜로움을 봐야 한다. ‘주제파악’하지 못한 모든 개인과 조직, 단체, 국가는 결국 역사에서 사라졌다. 오늘의 이명박 정권이 바로 그런 사례일 것이다.

- 양국 공동성명에서 언급된 한반도 관련 사항들(△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 △9.19공동성명 이행 조치 필요성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우려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 이미 양국이 논의하고 합의한 사항들을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동북아·한반도 근본문제, 특히 북미관계 문제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그리고 상식적인 접근, 즉 싫고 좋고를 떠나 근본문제 해결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안팎의 위기 속에서 결국 ‘윈-윈(win-win)’ 방안을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미의 결정은 올해 남북관계와 6자회담에서 이명박 정권을 강제하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할 수 있다. 강제적으로라도 MB정권을 일정하게 대화와 협상 틀에 앉도록 밀어가는 결정이 될 것이다. 형식적이라도 북이 제안한 고위급 군사회담 자리에 떠밀려 나가게 된 이유와 배경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 6자회담 프로세스는 모두 (한국 수구언론과 정권의 억지왜곡과 달리) 이를 기피하는 MB정권에게 칼끝이 겨누어져 있다. 대결과 반목, 갈등구조에 매달려 정권 연장을 꾀하는 그들을 강제하는 장치, 요구라 할 수 있다.

9.19공동성명의 이행은 곧 머지않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까지를 가능케 하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북미관계 개선과 나아가 외교관계 수립까지 전망할 수 있는 한반도·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9.19성명의 이행은 곧 한반도·동북아가 항구적인 평화와 안전에로 나아가는 일종의 로드맵일 수 있다.

- 양국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언론의 태도는 진보든 보수든 미국 편향 일색이었다.

 

= 60년을 그랬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친미사대주의가 난무하게 된 배경이다. 망국적 가치관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극히 어둡게 하는 몹시 부끄럽고 불행한 현실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과 역사의 주인이란 자주적 주인의식을 갖지 못할 경우 우리는 결코 굴종과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미국중심, 미국적 시각 혹은 서구적 시각 등등은 모두 일종의 ‘노예의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혹은 식민지 역사관의 연장이다.

- 국내 보수언론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비난도 강화했다.

= 이것도 마찬가지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소치다. 누가 적이고 우군이며 아군인지를 분간치 못하는 망국적 행태다.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에 매달리는 MB정권과, 그들과 뿌리가 같은 수구언론이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이 신주처럼 모시는 미국은 이미 중국과 손잡고 다른 방향으로 멀리 나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주제파악을 못하는 대표적 현상이다.

- 2012년 한국 대선에서 ‘민주평화통일정부 탄생’을 위한 ‘대동단결’을 강조한 적이 있다. 2012년 한국 대선의 향배가 동북아 평화와 질서 재편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되는데.

 

= 지난해 우리는 민주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인물과 정치세력이 국가의 최고 권력과 의회를 장악하지 못할 경우 도대체 어떤 위기상황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에 형성될 수 있는지를 절절히 경험했다. 지난해 극도의 전쟁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동북아에 평화와 안전을 희망하고 동시에 그것이 구조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역설적 현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어떤 정치사회세력이 국가권력을 책임져야하는지는 자명하다. 이를 가능케 할 유일한 길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모든 정치사회·시민세력의 대동단결뿐이란 것은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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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중국은 <인민일보>를 통해 MB정권의 ‘흡수통일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올해 중국의 한반도 관계, 남북한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 한반도에서 흡수통일은 곧 전쟁을 뜻한다. 중국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실성도 없고 모두가 망할 수 있는 헛소리를 잠꼬대처럼 하는 한국 정부에게 비난을 퍼붓는 중국에게 오히려 고마울 정도다. 역설이지만 머지않아 미국조차도 오늘의 중국처럼 한국 사매매판세력의 흡수통일 시도를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중미가 합의를 지키려 할 경우 그런 변화를 전혀 배제할 수 없다. MB정권이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중관계, 한중의 인민, 국민들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상호 우호적이다. 나쁠 게 없다. 모두 다 기본에서 선하고 좋은 이웃일 수 있다. 오늘 MB정권으로 인해 한중관계가 어려울 뿐이지 건강하고 상식적인 새 정부의 탄생은 소원해진 한중관계를 어렵지 않게 복원할 것이다.

 

북중 혈맹관계의 복원은 오래 기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복원이 지난 개혁개방시기 30년을 거치며, 특히 20년 가까이 이른바 북핵문제 논의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깊이 깨닫게 된 교훈에 기초해 복원된 것이기에 그렇다. 중국은 지난 시기처럼 미국의 전략에 놀아나는 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에 직결돼 있는 북중관계가 상호존중과 신뢰, 우의친선에 기초한 전략적 동맹관계로 더 발전하리라 전망하는 이유다.

- 연초 <통일뉴스> 기고에서 “신묘년 새해 우리 민족에게 반세기만의 대변화가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 북미관계 개선과 외교관계 수립이란 변화는 곧 우리민족에게 반세기만의 근본적인 대변화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의 경험들을 새벽이 오기 전 칠흑 같은 어둠에 비유한다면 올해 중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지켜질 경우, 즉 동북아에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근본 전제조건들인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관계 개선이 구체화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엔 반세기만의 대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다.

- 북한이 제안한 고위급 군사회담을 이명박 정부가 수용했다. 남북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바람도 크지만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 자세를 볼 때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 이번 회담 수락은 미국이 밀어붙이기에 떠밀려 하는 것이다. 중국이 내밀었던 손을 마다한 MB가 미국의 강제에 떠밀려 회담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갖지 못하는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어느 정도 MB정권을 밀어붙일지, 그래서 그를 주저앉힐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향후 북중미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현실을 타개해나갈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반MB연대통일전선이 하루라도 시급히 강력한 단일대오를 형성해 사대매판정권이 대화와 협상에로, 평화와 상생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국민 다수의 힘을 하나로 모아 정권을 평화와 대화의 방향에로 나갈 수 있도록 강제하려면 먼저 모든 반MB역량의 대동단결이 최대의 숙제가 될 것이다.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탄생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하루라도 시급히 이뤄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차이를 넘어 대동단결하지 못할 경우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말이 아니라 현실로 실천될 수 있도록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먼저 양보하고 희생해 큰 합의를 이뤄내어야 한다. 실패할 경우 우리는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을 망국적 상황에서 구해내지 못한 책임 말이다.

 

 <진보정치 505호>

 

[출처: 민주노동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