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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인 교수 "대통령 WSJ 인터뷰, 남북관계 포기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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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06-14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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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는 네오콘…국민들이 브레이크 잡아야"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응징으로 1874호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북한은 13일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우라늄 농축 착수, 플루토늄 무기화, 봉쇄 행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서해상에 병력을 증파하며 위기지수를 높이기만 할 뿐, 문제 해결과 충돌 예방을 위한 정치외교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분단국의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수준의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이 말들은 기존의 ´기다리는 전략´을 버리고 더욱 공세적인 대북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탄이 된 듯하다.

14일 통일부가 6.15 공동선언 9주년을 맞아 내놓은 대변인 논평을 보면 정책 전환의 징후가 뚜렷하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존중·이행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무시한 적이 없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6.15를 안 지킨 것은 오히려 북한´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 얼마나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할지,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나 수용할지에 따라 위기의 추이가 달라질 전망이다.

<프레시안>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정치·안보 전문가인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만났다. 문정인 교수는 최근 6.15 공동선언 기념식 특강에서 "한미 정상들이 핵우산을 명문화하면 안보 재앙이 온다"고 말하는 등 최근의 안보 정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관련 기사 보기 ; ☞특별강연 전문 보기)

문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라고 거듭 말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정치적 국면을 전환하려고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조장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부시 전 미국 행정부 시절 대외정책을 주도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태도와 같다고 분석하며 "그런 소수의 발상을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하면 역작용이 클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또 "북한이 해주 쪽에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미사일 2~3개만 쏘면 공항 폐쇄고,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마비된다"며 남측이 압도적인 군사력만을 믿고 무력 충돌을 쉽게 생각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을 거쳐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분야 대외직명대사를 역임한 안보 전문가이다.

다음은 14일 서울 연희동에 있는 문 교수의 자택에서 있었던 인터뷰 전문이다.

"통일부의 6.15 논평은 모순적이다"

▲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
프레시안 :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결의안이 나왔고, 곧바로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발표했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문정인 : 안보리 결의안도 강하고 북한의 대응도 강했다. 출구가 없는 치킨게임과 같다. 끝까지 가서 부딪히거나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형국이다. 북한 문제에 가장 핵심적인 4개국들(남,북,미,일)이 모두 국내정치적 구조 때문에 이 국면에서 쉽게 나올 수 없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강경 대응을 하는 건데 약한 모습을 보이면 국내정치적으로 엄청난 반작용이 올 것이다. 북은 북대로 선군정치 기조와 2012년 강성대국 건설, 후계체제 구축 같은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양보 못할 상황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정국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데, 경제도 안 풀리고 야당과 재야세력 전반의 저항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대북 강경정책 밖에 할 게 없다. 이렇게 다 같이 강경으로만 가고,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역할에는 제약이 있다. 그러니 상당히 어렵고 암울한 국면이다.

프레시안 : 정부가 14일 발표한 6.15 공동선언 9주년 논평에서 ´김정일 위원장 답방 약속 불이행, 남북대화 거부, 이산상봉 중지, 교류협력 위축 등 6.15 선언을 안 지킨 건 오히려 북한´이라고 공세적으로 나왔다.

문정인 :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고위층들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꼭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태도를 이미 가지고 있는데, 이제 와서 구체적인 합의사항 이행을 누가 했느니 마느니 따지는 건 모순적이다. 말이 전혀 안 된다.

또, 6.15 공동선언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남북기본합의서 1조에서 나온 대로 상호 체제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상호 비방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하 세부적인 합의들은 그걸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라 북도 남을 인정하지 않게 됐고, 그렇게 해서 상호 불신구조가 쌓여 가는 게 문제다. 이렇게 해서 이제는 우리 통일부도 북한하고 비슷한 논법을 쓰는 셈이 됐다.

"핵 재처리 및 전작권 전환 연기 주장은 미국의 국익과 충돌"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연료 재처리 금지 개정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는데...

문정인 :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했는데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똑같이 대하지 않았다.

원자력 연구와 산업의 관건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해서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른바 후행주기를 완성하는 건데, 미국은 후행주기를 인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거절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개발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당시 나카소네 내각이 미국을 잘 설득해서 후행주기 연구 및 활동을 따냈다.

한나라당은 그런 맥락도 따지지 않고 상당히 부적절한 접근을 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핵 주권을 가지고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된 발상이다. 오해를 사는 부분이 있다.

겉으로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시점에, 그리고 ´핵 주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후행주기를 요구하면 핵무기를 가지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그러니 미국이 오해하지 않을 수 있나? 절대 안 받을 거다. 그래도 한국이 계속 요구하면 미국은 우라늄 원료 공급을 차단해 버릴 것이다.

우리가 플루토늄을 가지겠다는 인상을 주면 당장 일본이 핵을 가지겠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대만도 그럴 것이고, 중국은 더 많이 가지겠다고 나올 것이다. 전형적인 핵 도미노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북한 핵보유에 따른 핵 도미노를 가속화하는 일종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프레시안 : 6.15 공동선언 기념식 특별강연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대 억지(핵우산의 정치군사적 표현)를 명문화하면 안보재앙이 온다´고 말했는데 어떤 논리인가?

문정인 : 그걸 무엇 때문에 명문화하려는지 모르겠다. 북한은 작년에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에 갔을 때, 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민간인이던 올 초 민간인 신분으로 평양에 갔을 때 분명히 말했다. 6자회담에서 말하는 ´검증 가능한 핵 폐기´는 핵 프로그램과 시설들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그건 핵무기의 폐기와는 별도라는 얘기다. 핵무기의 검증 가능한 해체는 미국이 남한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제거할 때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즉,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확장 억제를 명시하면 결국은 북한의 그 술수에 빠지는 꼴이 된다.

그리고 핵우산이란 게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한미동맹이 있으면 확장 억제는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미국 본토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고 핵잠수함에서 미사일을 쏘면 된다. 그러니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일부러 미국의 핵우산 공여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확장적 억지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집어넣으면 북이 원하는 걸 다 해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을 핵무기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실은 인정하는 것이고, ´핵 대 핵´으로 맞서는 것을 명문화함으로써 핵군축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을 받아들이는 셈이 된다. 그런 점에서 재앙이다. 이런 기본 상식마저 정부가 간과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프레시안 : 2006년부터 한미 국방장관들의 연례회담에서도 확장적 억제를 명문화했다.

문정인 : 그 정도 선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뭐 하러 이걸 정상 차원에서 하느냔 말이다. 자꾸 더 높은 급에서 하자고 하고 문서화하자고 하면서 미국을 못 믿는 것처럼 행동하면 동맹의 신뢰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주장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정인 : 전작권 전환은 이미 끝난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우리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한미간 역할분담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꾸 연기하자고 하면 미국은 우리를 엄청나게 이기적인 국가로 볼 것이다.

전작권이 주한미군사령관한테 있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군이 주력군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2만 명 정도의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65만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라크 전쟁에서는 미국이 최대 24만 병력까지 보내면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국적군 사령관을 미군 사령관이 맡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국 반 나토 반이니까 사령관을 각각 둔다. 그런 원리다.

또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잘 하려고 하면 전작권 전환은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 전쟁이 나면 우리가 주력을 할 테니 미군은 지원군이 되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에 발이 묶여 있고 재정도 어려운데 세계 12대 경제강국인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군이 주력이 돼야한다는 발상을 미국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 한미 국방장관에서도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연기 얘기를 듣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거절한 걸로 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그런 주장을 하는데, 변화된 안보환경, 변화된 한미관계, 변화된 미국의 위상을 알아야 한다.

프레시안 : 설명을 들어보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재처리와 전작권 얘기를 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싫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정인 : 물론이다. 상당히 싫어한다. 그건 미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것이다. 지난번에 한나라당 대표단이 미국에 가서 주한미군이 인계철선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더니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이 무슨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니 당시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그 사람들을 안 만나줬다. 미군을 일종의 인질로 쓰겠다는 걸 누가 받아주겠나.

프레시안 : 정상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통해 한국의 요구 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정인 : 전투병력 파병은 힘들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는데 어떻게 전투병을 빼나. 보수건 진보건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보낸다고 해도 사망자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파병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을 위해, 오바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자살을 하는 건데, 쉽지 않다.

▲ 4월 2일 런던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 장면 ⓒAP=뉴시스

"WSJ 인터뷰는 앞으로 남북관계 안 하겠다는 선언"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매우 강경한 말을 쏟아 냈다. 우선 "북한은 김정일 일가의 정권유지를 위해 핵보유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문정인 : 결국 김정일 일가를 권력에서 쫒아내고 체제를 붕괴시켜야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건데, 그럼 체제가 붕괴되기 전까지 북한하고 대화를 못 한다는 것 아닌가? 이런 말은 정말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도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모순이다. 대통령이 정말로 이런 말을 했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대통령은 "북한의 핵으로 핵전쟁까지는 안 일어날지 모르지만, 자칫 잘못하면 소형 핵무기를 통한 핵 테러의 위협은 더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에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딴 소리를 하는 셈이다. 미국의 네오콘이나 확산방지 전문가들이나 하는 말을 한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할 때가 오면 어떻게 할 건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6자회담을 그대로 갖고 가는 것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해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6자회담은 중국이 만들었다. 후진타오 체제가 출범한 뒤 가장 큰 외교적 업적이다. 그걸 무시하고 한국이 중심이 되어 5자가 모여 북한을 응징하자? 그 역시 존 볼턴 같은 네오콘들이 주장했던 것이다. 그걸 중국이 받겠나, 러시아가 받겠나? 결국 한미일 3국이 하자는 건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이런 말들을 하면 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가 없을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봉쇄해서 체제를 바꿀 수 있다는 네오콘적 발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 전쟁 기운이 고조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던 문상객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다. 한국에 네오콘적 발상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생각된다. 이를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해 무리수를 택하게 되면 국내정치나 국가안보적 측면에서 역작용이 클 것이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태도다.

프레시안 : 한국이 강경하게 나가는데 오바마 행정부도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6.15 기념식 특강에서 여러 가지 분석을 했는데 가장 핵심적인 건 무엇인가?

문정인 :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바마는 보즈워스 대표를 북한에 보내겠다면서 그 나름대로는 화해 제스처를 강하게 보냈는데 북에서 응하지 않다. 둘째,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때문에 북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인 인상이 부정적으로 형성됐다. 그날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 연설을 준비할 때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문 한 단락을 다시 썼다고 한다. 셋째, 한국과 일본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이 그걸 부추겼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한국, 일본은 계속 미국을 밀어 붙일 것 같은데, 언젠간 북미 협상 국면으로 갈 거라는 전망도 많다. 만일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거칠까?

문정인 :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안보리 결의안의 압력에 굴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미-북, 일-북, 남-북간 첨예한 대치국면이 계속될 것이다. 거기서 잘못하면 군사적 충돌까지 생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과거의 경우 위기 국면에서 항상 돌파구가 생겼는데, 이번은 과거 어떤 때 보다 높은 수준의 위기국면이다. 그리고 1차, 2차 북핵 위기의 초기단계에서는 북한이 핵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3차 핵 위기에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고 탄두 숫자도 과거보다 많다. 핵실험도 두 번 씩이나 했다.

북이 핵을 가지지 않았을 때 강경으로 간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처럼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단계에서 강경하게 나갔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 ⓒ프레시안

"인천공항 활주로에 2~3발 쏘면 한국 경제 마비"

프레시안 : 이란 대선에서 보수 강경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우라늄 농축을 계속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한반도에도 일정한 영향을 주지 않을까?

문정인 : 아마디네자드가 시리아 커넥션과 헤즈볼라 커넥션을 더 강화하면 오바마 행정부에 이란은 큰 문제가 된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이라크의 안보와 관련된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력에는 한계가 있다. 팔레스타인, 이라크와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 이렇게 4개의 전구(戰區)에서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난 상당히 회의적이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단호한 대처´만 말할 뿐 정치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 같지 않다.

문정인 : 미국이, 혹은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군사행동을 하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수용할까? 북한이 아주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러서, 예컨대 서울 지역에 장사포나 방사포를 쏴서 대량 살상을 일으킨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결정적인 잘못이 없었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군사행동 쪽으로 가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반미, 반오바마, 반이명박 슬로건이 다 나올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은 쉽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이 굴복하지 않고 첨예한 대립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 생겨 확전이 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히 한국이다. 북한이야 잃을 게 뭐가 있나. 이 정부는 이런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결국 협상을 통한 타결 쪽으로 가야하고 이명박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지나치게 강하게 나가서 군사적 마찰 국면으로 가면 우리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1만3000문 이상이 되는 장사포, 방사포는 모두 서울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을 공격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마비시키는 건 간단하다. 쉽게 말해서 해주 쪽에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미사일 2~3개만 쏘면 공항 폐쇄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마비된다. 우리는 열린 사회이고 풍요한 사회이기 때문에 취약점이 많다.

우리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전쟁을 하면 쉽게 이길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은 우리의 취약 포인트를 다 알고 있다. 그것까지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정부는 공세적이고 입체적인 타격을 한다느니 하고, 이상희 국방장관은 "싸움 났다고 보고하지 말고 이겼다고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데, 현실을 너무나 간과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북한의 결정적인 잘못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군사행동 쪽으로 가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거라고 했는데 과연 국민들이 움직일까?

문정인 : 정부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정부가 정책을 잘 하는데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 국민은 정부에 대한 지원세력이 될 것이다. 정부가 전쟁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전쟁의 승리보다는 예방을 위한 정책을 쓰면서 신중하게 나가는데 북한이 지나치게 나오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똘똘 뭉쳐서 이명박 정부를 지원할 것이고 그래야 한다.

▲ ⓒ프레시안
그러나 정부가 마치 과거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처럼 행동하면서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전쟁 분위기를 몰아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서 반대할 것이다. 난 충분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건 우리 정부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남쪽도 체제안보를 위해 전쟁이란 카드를 쓴다는 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상황은 매우 걱정스럽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도 지켜봐야 하고 파국으로 가는 걸 막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1차, 2차 핵 위기 때는 우리 정부가 열심히 개입해서 사태 악화를 막았는데, 이번엔 우리 정부가 미국하고 같이 밀어붙이는 입장이니까 브레이크가 없다. 중국도 제한적인 브레이크 역할밖에 못 한다. 걷잡을 수 없는 충돌의 길로 가고 있다.
 
[출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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