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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취재기 12] 유서 쓰고 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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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7-02-15 15: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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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취재기 12] 유서 쓰고 가는 나라

 

위찬미 기자

 

 

나는 북 사회를 취재하기 위해 몇 차례 북을 방문하였다. 취재기간에 재미동포들도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하여 온 어떤 사람은 미국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왔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자신의 배우자가 북은 위험한 곳이니 못 간다고 완강하게 막아 나서기에 유서를 써주고 떠났다고 하였다. 그의 아내가 정말 북의 실상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그를 믿지 못해서 혼자 보내지 않으려고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의 설명에 기가 막혀 웃기만 하였다.

 

유럽이나 아시아, 남미에 여행 가기 전에 직장동료들이 해주는 최고의 조언은 소매치기 방지법이다. 외국여행에서 지갑을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경험이 있는 동료는 돈주머니를 몸에서 절대로 떼지 말고 어느 부분에 어떻게 넣고 다닐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곤 한다. 이럴 때는 어릴 적 시골에서 서울은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곳이니 서울 가거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난다. 동서양 어느 나라에서든지 얼떨떨한 여행자들은 그 나라 도둑들의 밥이 되는 위험한 세상이니 이들의 조언은 낯선 외국을 여행할 때 아주 유용하다.

 

미국은 총이 범람하는 나라이다. 신문 방송에서 날이면 날마다 폭력과 총기사건들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하지만, 많은 미국인이 총을 필요악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총 가질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의 정치적 힘은 막강하다. 미국에서 권총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필수품이 되었고, 이 권리를 지지하는 단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인들은 총으로 하루 백 명이 죽어간대도 감히 이 법을 폐지하자는 발언을 못 한다. 나의 동료 10명 중에서 5명은 총을 소지하고 있으며, 그들은 민간인이면서도 총이 없으면 무척 불안하다고 말한다. 위험이 온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의 태권도장에서 학생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는 미국 친구가 있다. 그는 다수 직장이 자기를 강사로 초청하여 직원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게 한다고 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외국으로 여행 가기 전에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도둑, 강도, 강간범 등의 공격을 간단하게 막아내는 기술을 배운다고 하였다. 이렇게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기술을 익혀야 할 만큼 세상이 위험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평양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닐까 싶다. 사회주의 북은 자본주의 나라들처럼 범죄가 많지도 흉악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주민들은 무상주택, 무상의료, 무상교육에 실업자가 없다. 거기다가 영화나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나라의 독립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니 관람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들을 본받게 되고 사회와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다. 또 북에는 빈부의 차이가 없으니 이웃의 것을 탐내거나 뺏기 위한 흉악범죄를 범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평양에서 만나는 북녘 동포들은 모두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방문자들에게도 북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다. 순안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아 검사받고 나오면 그때부터 지도원의 안내를 받게 된다. 북을 왜곡 선전하는 사람들은 지도원이 방문자를 감시하기 위하여 따라다닌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을 방문하여 지도원이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방문자들에게 지도원은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어머니 같기도 하고, 사소한 일상을 챙겨주는 비서 같기도 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기도 하다. 지도원은 방문자가 혹시 아플까 불편할까 행사시간에 늦을까 잠시도 주의를 늦추지 않는다. 또 지도원은 어렵사리 조국을 방문한 동포가 조국에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가도록 애써주는 전문여행안내원이기도 하다.

 

우리가 외국여행을 할 때 안내원을 일 주일간만 고용하려 해도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비용을 절약하려면 스스로 그 나라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하여 여행 전부터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또 현지에 도착하여 내가 가진 정보에 근거해서 움직이다 보면 원치 않는 실수도 하게 된다. 잘못된 정보로 곤란한 일을 당하여 경제적 시간적인 손해를 보는 일이 많이 생긴다. 그러나 북에서는 외국인 방문자에게 그 사람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 나라 언어에 능통한 지도원을 안내원으로 보내준다. 추가비용 없이 전문안내원의 봉사를 받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방문자에게 이런 만능 지도원을 배정해주는 나라가 북이 아닌 세상 어디에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하였다.

 

내가 한 번은 아침 일찍 대동강에 가볼 마음으로 카메라를 메고 지도원 없이 동행인 한 사람과 뒷길을 이용해서 강 쪽으로 걸어갔다. 한적한 곳에 이르자 공사장 가까운 임시 건물에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오더니 우리 앞을 막고 어디로, 왜 가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 얼굴에 의심이 가득하였다. 새벽의 대동강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는 나의 설명에 찍을 게 뭐가 있는데 사진을 찍느냐며 카메라와 우리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미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사람들이 많지 않은 길로 오게 된 동기를 한참 설명하여 그의 의심을 풀었다. 북에서 지도원 없이 개인행동을 하면 이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있고 정치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외국에 가기 전에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우려하는지에 대한 상식을 미리 배우고 떠난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주 불손하게 취급한다. 그래서 타인과의 거리가 2피트 내로 가까워지면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되므로 ‘실례합니다(Excuse me.)’ 라고 해야 하고, 남의 아파트문 앞이나 계단을 지날 때는 말소리를 아주 낮추어야 하고, 심지어 재채기가 날 때나 트림을 할 때 꼭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리고 미국인과 대화할 때는 인종비하나 여성비하, 소수자들 비하, 연장자를 비하하는 용어는 삼가야 하고 정치적으로 바른 용어를 골라 쓸 것도 중요한 상식으로 배우고 간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여행자의 예의이고, 예의를 지켜야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는다. 아침에 엘에이 도심을 가보면 겨울에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두꺼운 종이상자를 펴고 담요로 얼굴까지 가리고 자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만 집 없는 사람들이 5만8천 명이나 된다고 하니 이런 모습을 시내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그들 주변을 걸어가면 널브러진 쓰레기와 오물 냄새로 코를 막아야 할 지경이다. 미국에 여행 가서 이런 모습만 찾아다니며 사진 찍을 사람은 특별취재기자가 아니고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에만 가면 북의 어두운 구석을 찾지 못해 애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북에는 민족적 긍지를 주는 역사유적과 유물들을 비롯하여 70년간 제국주의의 제재와 봉쇄 속에서 북녘 동포들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창조물들이 지천으로 널렸는데, 그들은 이런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녘 동포들은 조국의 안보에 대하여 경각심이 높은 것 같았다. 특히 조국의 실상을 왜곡하는 외신보도에 민감하며 외국 방문자들의 고의적인 악선전을 우려하는 것 같았다. 지도원들은 군인들의 사진을 찍지 말라고 귀띔해주었고 평양의 시가지동영상을 찍는 것을 만류하였다. 하기야 일 년에 수차례 정밀타격이다, 수뇌부 제거다, 혹은 평양상륙작전이다 하며 적들이 코앞에서 대형전쟁에 맞먹는 군사훈련을 하는 현실에서 사소한 정보도 적들에게 악용될 수 있으니 북의 처지에서 보면 매사에 조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지도원들은 조국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하여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최대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고 최고의 대접을 해주려고 애를 쓴다.

 

북을 다녀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북에서는 지도원의 말만 들으면 탈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북에서 ‘자유주의’만 하지 않으면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북에서 자유주의라는 말은 집단을 떠나 자기 마음대로 개인행동 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고 있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보는 “내 밥 먹고 내 돈 내고 내 맘대로 하는 데 누가 참견하느냐”는 태도는 어느 사회에서나 존중받을 수 없는 태도이다.

 

북에서는 최근 국제행사들의 종류와 회수가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방문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 조선국제여행사의 안내원은 강력한 자위력으로 북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과 어떤 위협에도 끄떡없이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신비한 현실에 대한 호기심 등으로 관광객이 증가하여 지난해는 안내원이 부족할 지경이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평양국제마라톤경기에 상상 외로 방문객이 많았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그 수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북에는 한 번 방문했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밖에서 듣던 소문보다 북이 더 안전하고 매력적인 나라이며 결코 유서를 써놓고 가야 할 정도로 위험한 나라가 아님을 방증한 것이라고 본다. 북이 위험하지 않으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하는 나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 주민들의 생활풍습을 존중하듯이 북에서도 북녘 동포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면 세상 그 어떤 여행보다 즐겁고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북녘 조국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만수대공원 꽃집 앞에서 수령들 동상에 올릴 꽃을 사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외국인들

 

 

▲공원을 거니는 외국인 여행객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양각도호텔 1층

 

 

▲해외동포 방문자들을 잘 가라고 뜨겁게 환송하는 고려동포회관의 일꾼들

 
 
 

▲보고 싶은 가족들이 모여있는 해외동포 면회소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7-02-15 15:36:03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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