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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는 동포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북녘 매체들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이 본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님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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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일성 주석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독후감 24 - 김상일 교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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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5-07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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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서 아직 회고록을 안 읽으셨다면”

김상일 교수의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둘러보기 (24)

김상일 (한신대 전 교수, Korea Project Director, Claremont Center for Process Studies)

필자가 건강상의 이유로 한달 가량 연재를 쉬다가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남북 정상 회담 전에 반드시 회고록을 읽으십시오


위 제목에서 말하는 ‘회고록’이란 김일성 주석의 ‘세기와 더불어 With the Century’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나는 이 연재의 첫 글에서 회고록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하여 그리고 이 연재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하여 밝힌 바 있습니다. 나는 이 회고록이 읽기가 금지된, 그래서 읽는 자에게는 국가 보안법이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기와 더불어’는 인터넷에서 전문을 다운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영문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특권 상 회고록을 접하는 것이 아무 문제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아직 회고록을 안 읽으셨다면 한 번 읽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 대통령께서는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어제 뉴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얼마 후면 베트남과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중국에 있는 김일성 주석의 항일 유격지를 꼭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바로 회고록의 주 무대, 다시 말해서 1945년 해방되기 전 16년 간 김일성 주석이 그의 동지들과 함께 항일 유격 활동을 한 배경인 동만주 일대를 그의 아들이 국가 지도자가 되어 방문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금명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만났을 때에 상대방이 가장 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해해 주고 인정을 해주는 것만큼 대화의 분위기를 좋게 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북은 “생활도 생각도 항일유격대 식으로 하자”가 거의 전부의 전부라고 해고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은 유격 활동이 한창 어려울 때이던 1942년에 태어났으니 거의 이번 중국 방문 시 갑자기 유격지를 방문하겠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봅니다.

‘세기와 더불어’는 북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온 인민들의 필독서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교육용 보조 교제까지 만들어져 있는 줄로 압니다. 나는 통일 운동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특히 앞으로 북과 대화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반드시 회고록을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이에 가장 대표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이렇게 감히 권고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 이미 읽으셨다면 나의 사족 같은 글을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2004년 문익환 목사 방북 기념행사가 중국 연변에서 개최되었을 때에 북의 안경호, 김경남, 장경률 일행들과의 아침 식사 때 대화에서 식탁에 오른 과일 짱쯔뀌즈가 화제가 되었고 이 과일(우리나라 이름은 ‘실광’)은 김일성 주석이 손정도 목사의 딸 손인실에게 어릴 때에 사주었던 것, 그리고 이 기록이 회고록 1권에 나온다고 하여, 이 대화가 인연이 되어 회고록을 읽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내가 이 과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내가 어릴 때 만주에서 먹던 추억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 미국 UCLA 챨스 영 도서관에서 전 6권 책을 구입했으며, 그리고 계승본 2권은 김현환 목사님을 통해 구해 다 읽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김일성 가짜론이 가짜입니다

아마 김일성 회고록 하면 ‘김일성 가짜론’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에겐 그 신빙성에 대하여 먼저 거부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대학에서 은퇴한 후 회고록을 접하게 되었고,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으니, 문헌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그 논리적 오류와 문장의 일관성에 대하여서는 할 만큼 하였습니다. 그리고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의심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온갖 통로로 회고록에 대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연구의 권위자 서대숙 교수의 강의도 UCLA에서 청강을 통해 듣고(2007년 가을학기) 연변대 김일성 항일 유격활동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는 김성호 교수를 마나서 회고록을 검증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이런 글을 씁니다.

먼저, 이젠 ‘김일성 가짜론’이 가짜였음이 밝혀진지 오래입니다. 그의 항일 유격 활동 16년은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리고 선입견으로 자칫 개인 자랑의 장광설을 널어놓은 것이 회고록의 내용일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내용이 80% 이상이 모두 지금 평양 대성산에 묻혀 있는 100인의 열사들에 관한 회고, 그리고 그들의 행적들 하나하나에 대한 연민의 정들로 가득 차 있는 것이 회고록의 주된 내용입니다. 개인 우상화는 찾을 구석이 없습니다. 아니 동지들에 대한 애틋한 신뢰와 사랑이 무엇인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고록을 읽어야 오늘 북이 지도자를 중심으로 철옹성 같이 뭉쳐 있는가를 이해할 수 있고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이 철옹성 앞에서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세계는 북이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질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예측이 빗나간 진정한 이유가 모두 회고록 속에 담겨 있다고 봅니다. 적을 알고 싸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날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북을 적으로 생각한다면 적을 이기기 위해서라고 적장의 회고록을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해서 하다못해 북과 가슴 튼 대화를 위해서는 물론이지만 진정한 반공을 하려고 한다면 그러한 이유로도 회고록을 읽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방법 이외의 모든 것은 모두 ‘헛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김일성’의 진면목을 아는 것이 두렵고 그래서 거짓으로 조작하고 엄폐하려고 하는 방법은 반공을 위해서도 용공을 위해서도 모두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비핵 개방 3000’을 맹비난 하는 이유는?

우선 대통령과 직접 연관하여 예외적으로 취임 이후 무려 2개월여 이상을 북이 침묵한 이유와 ‘비핵 개방 3000’에 대하여서도, 그렇게 강하게 반발한 이유도, 그 이유를 모두 회고록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우리 민족끼리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습니다. 북에는 이를 두고 ‘피의 교훈’이라고 합니다.

그가 내놓은 연방제 통일 방안을 두고 대남 적화를 위한 수단 혹은 속임수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연방제 통일 방안을 내 놓을 즈음에는 남북이 이젠 서로의 체제와 이념을 인정하고 공존해서 통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불변하는 그의 정치 철학이었다고 봅니다. 적화 통일도 애국 애족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믿어도 좋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회고록 속에서 이미 그는 양세봉 같은 극우 지도자와도 만나려 했으며 그의 자녀들은 지금 북의 고위직에 있습니다. 이 하나를 보아서도 북은 당분간은 연방제로 하다가 어느 체제로 통일될 것인가는 우리 후손들에게 맡기자는 것이 김일성 주석의 생전 생각이었다는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양세봉 장군이 그렇게도 김일성 주석을 거부하고 부정했는데도 김 주석는 그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민족이란 어떤 이념이나 사상보다 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회고록 구석구석에 나타납니다. 애국 애족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누구도 만날 수 있고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그 사례를 다 열거할 수 없는 내용들이 회고록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 주석의 이러한 평생 지론은 지금도 북에서 그대로 유효합니다. 그도 같은 실용주의자였습니다. 외세 의존이야 말로 가장 비실용적이고 우리 민족끼리 하나 되는 길이야 말로 쓸 데 없는 군비 경쟁을 줄이고 상호 부강하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실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이 가장 좋아하는 말과 싫어하는 말은?

그래서 회고록에는 김일성 주석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사대주의’입니다. 대통령은 아마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도 그가 가장 좋아 하고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고 말인지는 사전에 공부를 하였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북의 지도자를 만날 때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선거 기간 동안에 내놓은 선거 구호 ‘비핵 개방 3000’은 모두가 민족 자주에 어긋나는 ‘사대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북의 주장입니다. 금년 4월 1일 논평문 형식으로 내놓은 글에서 ‘비핵 개방 3000’에 대하여 조목조목 비판한 이유도 바로 그 내용 속의 사대주의적 요소 때문입니다.

대선 기간 동안 침묵한 이유는 한갓 선거 공약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수위 기간 동안 그리고 취임 2개월 동안 이 말이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주장이란 것을 확인한 다음부터 태도가 일변한 것 같고 앞으로 이러한 주장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대통령께서 회고록을 읽었더라면 이런 상대방이 싫어할 말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북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사대주의라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자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실용외교를 하자면 반드시 ‘자주’를 강조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끼리’는 가장 실용적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적한 대로 남이 앞장서 북을 지원하지 않으면 북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마차가지로 남이 어려울 때에 북이 도와주지 않으면 외세 의존도는 같은 수준으로 높아지고 말 것입니다. 이번 한미 정상 회담이 과거 어느 때 보다 그 수준이 높아진 회담이 아니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민족 장래의 비극 가운데 비극입니다.

당장 티베트 사태를 보십시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중국이 동북 공정을 하기 전에 서북 공정을 할 때에 티베트의 땅과 역사를 모두 빼앗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다음 차례는 동북 공정으로 당할 차례입니다. 북이 연방제를 하면서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다시 중국에 한반도 이북의 땅을 넘겨주면 영원히 다시 찾을 길 없을 것이란 조급함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엄청난 역사의 짐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지금 보십시오. 티베트 문제에 관하여 남과 북이 한 목소리로 침묵 혹은 중국 편을 들고 있습니다. 세계가 지금 티베트를 지원하고 있는 데 말입니다. 동북 공정의 발톱을 내미는 날 우리 민족이 최대 피해를 당할 터인데도 남북이 이런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합니까? 분단의 이유 이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중국에 남북이 다 눈치 보아야 하는 일이 통일이 되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실용주의는 경제적인 것도 있지만 역사적인 것도 있습니다. 역사를 위한 실용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남북 어느 한 쪽이 잘 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외세 의존해 덕 보는 실용주의는 역사에 가장 위해적인 것일 것입니다.

그래도 북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에게 가장 큰 협조의 상대를 찾는 것은 천만 다행이 아닙니까. 이것 역시 애국 애족의 정신이며 우리 민족의 역사를 멀리 내다보는 태도라고 봅니다. 단기간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에 손을 내밀고 미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이 만약에 지금 북같이 어렵다고 할 때에 과연 북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한 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봅시다. 나는 그 어느 쪽이든 동족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가장 애국애족적인 행위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회고록에 나타난 생전 김일성 주석의 신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절대로 핸들을 양보하지 않는다

부시가 골프장 카터 운전을 대통령에게 하라고 할 때에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번 미국이 자기들 주권을 포기하고 우리에게 그들의 운명을 내 맡기려는 상징적 행위로 비유해 한 번 생각해 보시지는 않으셨습니까? 마치 내주는 척 하는 것으로 보시지는 않으셨습니까? 왜 미국이 농업 주권을 끝까지 지키려 하는지 그 이유를 한번 생각해 보셨습니까? 과연 그들의 머리가 우리보다 모자라 우리 차를 수입하고 농축산물을 지키려 했겠습니까? 미국이란 나라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자기 나라 국익을 위해선 할 짓 못 할 짓을 다한 나라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운전대를 진정으로 우리에게 넘겨주지는 않습니다.

등소평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 디즈니랜드에서 어린이 장난감 차를 직접 운전하던 장면과 상징적으로 대조가 됩니다. 어린 아이라도 장난감 차를 어른이 태워주는 것보단 자기가 한 번 핸들을 직접 잡아 운전을 해보기를 원합니다. 경제는 부의 축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행위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르크스의 지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에 부시의 행동은 얄밉기만 합니다. 그의 행동은 마치 인간의 이런 경제 주체로서의 욕구를 우리 대통령에게 채워 주는 척 하는 행위 같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부시의 이런 속셈을 파악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대통령께서 부시를 만나기 전에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조성 해 놓고 나아가 김정일 위원장부터 만나고 갔더라면 협상력은 최고조에 달했을 것입니다. 미국은 아마도 앞으로 우리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 수출하여 벌어 온 돈 결국 미사일 방어 망 등 무기 구입비로 다 빼앗아 갈 것입니다. 마치 인디언 보호 구역의 인디언들에게 매월 생활비를 주고 다시 다 빼앗아 가듯이 말입니다. 이것이 무슨 실용적입니까. 우리에게 주권을 주는 척 하면서 결국은 다 앗아 가는 것이 과연 실용적일까요.

진정한 CEO가 되는 길도 회고록 속에 있습니다

모두에서 말한 대로 대통령께서 회고록을 읽으셨다면 나의 이러한 제안이 부질없고 외람된 것이겠지만 만약 지금이라고 읽지 않으셨다면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시간을 내어 필독을 권합니다. 국정 운영에는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더 없이 훌륭한 CEO가 되기 위해서라도 절체절명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회고록은 인간의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관, 아니 더 나아가 종교관 그리고 사후의 인간 영혼의 문제까지 거론 안 한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읽으신 다음에 각료들에게 모두 필독을 권하십시오. 이념은 비록 달라도 반드시 읽어 후회 하지 않을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 연희전문 교수였던 백남운 교수는 1937년 보천보 전투 소식을 듣고는 평생 겨울에도 냉방에서 잠을 잤다고 합니다. 항일 유격대원들이 죽었을 때에 그들의 위 속에는 산의 풀뿌리 조각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눈 속을 며칠을 행군할 때에 신발이 없어서 맨발로 행군하는 것은 다반사이었다고 합니다. 회고록 수 만 장과 절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는 피로 얼룩져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직 일본이란 잊혀질 대상이 아닙니다.

김 주석은 평소에 “미국과는 언젠가는 화해할 수 있지만 일본을 영원히 경계해야 할 나라”라고 했습니다. 반일은 실용적이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북이 우리보다 잘 살던 1960년 중반 일본에 굴욕적인 국교 정상화를 하였습니다. 그 때에 대통령께서도 반대 데모를 하셨지요. 그 정신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번 한일 정상 회담에선 일본이 도둑질해간 문화재를 반드시 돌려 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자주 정신없는 영어교육은 비실용적입니다

나 역시 회고록을 읽은 다음부턴 외식을 할 땐 값 비싼 것을 하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항일 유격대원들의 그 고생 앞에 머리 숙여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국애족 하는 길이 무엇인가만을 나름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영어 몰입교육에 열중인데 학생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그 정신부터 심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것에 투철하면 정부에서 구태여 그렇게 장려하지 않아도 개인 하나하나가 영어에 몰입할 것입니다.

연전에 북의 이종익 일행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북의 청년들의 영어 발음과 문장력 구사에 미국 관리들도 우리 교포들도 혀를 찬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이전에 북에서 과연 영어 교육을 하고 있는지조차도 의심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애국애족의 정신만을 주입하기에 몰입하십시오. 그러면 언어는 그 다음에 따르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시키지 않아도 외국어 열풍이 일어날 것입니다. 앞으로 교포 학생 500명을 데리고 와 영어 교사로 현장에 투입할 것이라 하는데 그러하기 전에 그들에게 애국애족의 정신을 검열하십시오. 공연히 조국에 와 사대주의 바람이나 불어넣으면 이것은 안 하느니만 못 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동안 외국어를 구사하는 인물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보십시오. 외세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고 자기 돈벌이 수단으로나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한국 유학생들이 모여 앉으면 누가 영어를 더 잘 하느냐 자랑이나 하지 않습니까. 그럴수록 모국어는 수치스럽게 되어 버린 이런 주인공이 영어를 잘 해 무엇 합니까. 지금 대통령은 앞으로 5년간의 첫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자주성은 가장 경제적입니다. 안 시켜도 인간 스스로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와 법이 생기고 이것을 운용하는 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따릅니다. 이것은 실용이 아닙니다.

줄 잇는 일본인 이순신 추모객은 반면교사

매년 7월이면 일본에서 이순신 추모객들이 거제도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적장이라도 이순신의 애국애족의 정신만은 본받을 만하기 때문이고 결국은 그 민족과 이념을 초월한 그 숭고한 정신은 바로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일본이 노일 전쟁에서 승리한 비결이 이순신의 한산 대첩에서 사용한 학익진을 구사했기 때문이란 것은 엄연한 사실이 아닙니까? 적장의 위대성에서 배우지 않는 장수는 졸장에 불과합니다.

하물며 같은 민족, 그리고 그것도 우리 민족사의 최대의 피해를 준 일본에 대항에 항일 투쟁을 한 김일성 주석의 생애를 깡그리 무시하고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아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생적 공산주의자들로 되게끔 양산했을 뿐입니다. 이것이 남에서 보수주의자들이 아무리 좌파 척결 운운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진정한 이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께서는 지금까지 ‘가짜 김일성론’을 전개해 온 보수 학자들을 엄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이야 말로 진실을 왜곡해 왔고 그래서 이들이야 말로 민족 화해를 저해해 온 민족 공공의 적이기 때문입니다.

적장이라도 그 속에 인류 보편적 가치와 지혜가 있다면 그것을 존경하고 배워야 진정으로 위대한 지도자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만큼 큰 국익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께서는 부디 역대 어느 대통령과도 다른 분이되시길 바랍니다. 우리 민족이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고 동북아 평화와 지구촌의 환경 생태 문제까지 걸머지고 나갈 지도자가 되려면 과거의 협소한 마음가짐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그 동안의 가슴 아팠던 분단의 역사를 보상하는 길은 반공법의 쇠사슬을 과감하게 걷어치우고 대승의 큰 수레 위에 올라타는 것입니다. 실용주의마저 소승적인 것과 대승적인 것이 있습니다. 가장 큰 실용은 바로 민족공조입니다.

거듭 말한 대로 회고록을 이미 읽으셨다면 나의 외람된 제안을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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