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④] 북한의 농촌 그리고 장수산 > 특집/기획/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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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는 동포들의 북에 대한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북녘 매체들의 글을 "있는 그대로" 소개합니다. 이 글들이 본회의 입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님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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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④] 북한의 농촌 그리고 장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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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실 작성일13-11-12 14:3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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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차례 북한 여행을 다녀온 뒤 내게는 북한에 두고 온 수양딸과 수양조카가 생겼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정을 나눈 그들이 다시 보고 싶어서, 더 많은 북한 동포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올해도 다시 북한에 다녀왔다. 지난 8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한 차례 그리고 9월 4일부터 13일까지 또 한 차례 북한을 여행했다. 새 연재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를 통해 북한 동포들의 지금과 북한의 여러 명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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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방산 입구 개울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설향이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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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사에서 내려와 보니 개울에서 밥을 짓던 아이들은 벌써 점심을 다 끝내고 개울물에 설거지를 하고 있다. 우리 '벤또'를 그들의 식사와 바꿔 먹으려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아, 무척 아쉽다. 아이들과 어울려 냄비를 둘러싸고 앉아 찌개를 한 숟갈 떠먹고 싶었는데….

개울가를 조금 지나치니 시멘트로 만든 테이블들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그곳에 자리 잡고 호텔서 가져온 도시락을 펼쳤다. 무장아찌·생선튀김·닭날개조림·장조림·가자미식해·삶은 달걀까지 진수성찬 도시락이다. 설향이도 즐거운지 삶은 달걀을 테이블 위에 '톡톡' 치며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어릴 적 소풍갈 때면 빠지지 않고 늘 엄마가 싸주시던 삶은 달걀! 그 시절이 떠올라 나 또한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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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방산 입구 개울에서 매미를 갖고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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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에서 어린 여자 아이들이 테이블에 뭔가를 올려놓고 노는 모습이 보인다. 어서 떠나자는 영길 동생의 재촉을 물리치고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다. 

가서 아이들을 보니 잡은 매미를 가지고 놀고 있다. 아이들이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그런지 말을 하지 않는다. 몇 번이고 이름을 물어보니 겨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오늘은 여기서 이 아이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매미나 잡으면서 놀다가 그냥 평양으로 돌아가고 싶다.

북한의 농촌에 원두막이 생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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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농촌의 모습. 가정에 있는 '텃밭'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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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장수산을 향해 논밭을 따라 쉼없이 달리고 있다. 빈 땅이 하나도 없다. 도로변에도 콩이나 참깨같은 작물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라면 가파른 산비탈까지 빽빽히 뭔가를 잔뜩 심어놨다. 키가 큰 것이 옥수수같아 보인다. 북한의 식량 문제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영길 동생에게 물었다. 

"올해 농사는 어떤가?"
"올해는 잘 됐습니다. 큰 물피해도 없고…. 그동안 시험적으로 해오던 분조제를 올해 처음 전국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영길 동생이 분조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협동농장을 작은 단위로 나눠 한두 가족에게 경작하게 한 뒤, 수확물의 30%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농민이 가진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수확물의 개인 소유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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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밭 위에 있는 원두막. 개인 소유가 인정되면서 늘어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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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시골 동네로 접어든다. 온갖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울타리에는 호박 넝쿨·수세미 넝쿨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고, 앞마당에는 푸성귀들이 먹음직스럽게 터를 잡고 있다. 자기 집 마당의 경작지를 텃밭이라고 부른다는데 30평까지 가능하단다. 텃밭 경작만 잘해도 1년 부식 거리는 해결될 것만 같다. 하여튼, 올해 북한의 농업생산량은 틀림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소유' 만큼 더 큰 인센티브는 없다.

농업 생산량이 늘어나면 탈북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1월 남한 입국 탈북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언론들은 그 이유로 '국경 경비 강화'를 꼽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연길에서 나진-선봉으로 들어가며 봤던 개천 같은 두만강은 아무리 경비를 강화해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넘어갈 수 있어 보였다. 나는 남한 입국 탈북자 감소 현상을 북한의 식량사정 개선 그리고 생활수준의 향상과 연결해서 생각해본다. 

북한 쌀의 60%, 이곳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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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에서 볼 수 있었던 각종 구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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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곳 사람들의 표현을 빌려 얘기하자면, 북한은 제일 먼저 식량 증산에 '혁명적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경공업 발전에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성대국'이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 상품의 다양화와 품질 향상으로 인해 북한산 제품들이 중국산 제품들을 조금씩 대신해 나간다"는 설향이의 말을 들어보면, 당연히 북한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설향이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제 군사강국을 이루어 어느 누구도 우리를 침략할 수 없을 겁니다. 남녘의 대통령께서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했다는데, 우리는 발밑에 미군의 핵을 깔고 수십 년을 살아 왔습니다. 올 봄에도 미국이 핵폭격기니 핵잠수함이니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들을 동원해서 침략전쟁 연습을 해댔는데, 우리 인민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만일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함께 외국 군대가 없는 남조선을 향해 허구한 날 핵전쟁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남조선 동포들이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인민들 고생 많았습니다. 지금부터는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해 인민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원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곳에는 내가 본 북한의 어느 지역보다 논이 많다. 영길 동생의 이야기에 따르면 북한에서 생산되는 쌀의 60%가 이 지역에서 나온다고 한다. 갈라지는 길가에 '재령'이라고 쓰여진 교통표지판이 보인다. 아, 이곳이 바로 중학교때 지리 시간에 배운 북한의 곡창지대라는 재령평야였구나.

시골길을 따라 보이는 이곳 농촌의 모습은 내가 어려서 본 남한의 농촌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단지, 그 시절 남한 농촌의 가옥은 초가집이었는데 이곳의 가옥은 기와집이다. 그런데 일부 가옥들이 너무 오래되고 낡아 보인다. 그동안 힘든 경제로 인해 보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와집들이 농촌에 처음 지어졌을 당시의 북한은 매우 풍요로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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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과자를 파는 시골 아주머니.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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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모범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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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골목, 오밀조밀한 노점상들이 보인다. 여름철이라 그런지 동네 아이들이 냉차·얼음과자통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커다란 양푼에 뭔가를 담아들고 나와 벌려놓은 채 담소를 나누는 데 여념이 없다.

팔러나온 닭과 새끼 돼지를 나무에 매어놓고 누워 있는 한 할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여자들 틈이라 낯설은지 멀지감치 떨어진 곳에서 편한 자세로 누워 계신다. 강 기슭과 개울가를 보니 아이들이 지칠 줄 모르고 물장구치며 놀고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기저기 깨끗한 기와집들로 이뤄진 마을도 인상 깊다. 설향이의 설명에 따르면 그곳은 모범농장이라고 한단다. 앞으로 북한의 모든 농촌마을이 이런 모범농장들처럼 변한다면, 북한의 농촌은 조선의 고유한 특색이 잘 나타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설향이 아버지와 밤낚시를 할 수 있다면...

논이 많아 그런지 대형 저수지가 두 개나 보인다. 동녕저수지와 은파저수지. 특히 은파저수지의 규모는 엄청나다. 한쪽에서는 낚시를 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남자가 미역을 감고 있다. 

벌거벗고 멱을 감는 남자를 본 영길 동생이 그냥 못본 척 지나갈 리 없다. 이내 짓궂은 농담으로 순진한 설향이의 얼굴을 붉혔다. 남편이 영길 동생에게 "주책 좀 그만 부리라"라고 한 마디 내던지더니 화제를 돌려 설향이에게 말을 건다. 

"설향아, 여기 앉아서 밤낚시 하면 붕어 엄청 잡겠다."
"오마, 낚시 좋아하세요? 우리 아버지도 낚시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어떤 날은 밤을 새고 들어오십니다. 고기는 잡아서 다 이웃들에게 갖다주시면서 말입니다."
"설향이 아버님이 낚시를 좋아하시는구나. 함께 낚시를 할 수 있다면 아마 최고의 여행이 될 텐데 말이야."
"관광 일정에 함경도 마전해수욕장이 들어있는데, 거기 가서 해보십시오."
"아니, 그게 아니고, 설향이 네 아빠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말이야. 갈라진 조국에서 그동안 떨어져 산 우리들의 이야기 등 밤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야. 아마 그럴 수만 있다면 나에게는 최고의 관광이 될 것 같아. 성불사 같은 곳 백 군데를 다니는 것보다 더…."

이를 듣고 있던 영길 동생이 끼어든다. 

"형님, 참 이상하디요. 형님도 똑같은 말씀하시네요. 일전에 호텔에서 유럽 관광객과 얘기를 나누다가 그 사람한테 '이번 여행 중 어디가 제일 좋았냐'고 물었더니 평양지하철이라는 기야요. 기래 제가, '당신네 나라에는 지하철이 없냐'고 물으니까 하는 말이, 지하철을 타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만원 지하철에서 평양 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서로 쳐다보면서 웃었던 그 경험이 이번 여행에서 최고로 좋았다는 겁니다. 아니 기게 뭐가 좋다고, 참…. 리해가 안됩니다."
"영길이, 바로 그거야.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명승지를 보는 것도 즐겁지만, 그보다 더 흥분되고 의미있는 일은 그 나라 사람과 앉아 세상 사는 일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야. 우리야 한민족이고 말도 통하니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또 차에서 내리면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내지만, 외국인들은 어떻겠어? 인민대학습당 구경시키고 김일성광장에 풀어놓고, 주체사상탑에 올려보내고, 호텔로 다시 데려오고….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하겠어. 생각을 해봐."
"아, 그러니까 '대민접촉', 이 말씀이디요?"
"대민접촉? 그래 그래, 대민접촉. 바로 그거야."
"가서 토의해 보갔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유머, 좀 짓궂구나

우리가 탄 차는 탐스럽게 익어가는 논밭을 지나간다. 설향이와 내가 차를 세우고 조금 쉬었다가 가자고 운전사 철남 동생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생리 현상이 극에 달했다. 설향이와 숨바꼭질하듯 일을 치르고 돌아오니 짓궂은 영길 동생이 한마디 한다. 

"녀성들이 일보러 갈때 보면 거리만 봐도 나이를 알 수 있단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별 볼일 없는 늙은이들은 대충 가까이서 일을 치르는데 시집 안 간 처녀들은 꽤나 멀리가서 일을 보니까 말입니다. 해외동포도 별반 다르디 않구만요."
"그래, 나 별 볼일 없는 늙은이야! 영길 아우 한 번 당해 봐, 단단히 벼르고 있을 거야!"

북한에 오기 전, 내가 생각했던 북한 사람들은 농담도 전혀 안 통하는, 매우 경직된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에 와서 사람들을 대해 보니 오히려 정반대였다. 이들의 농담과, 이곳 사람들이 말하는 '육담'(음담패설)은 대단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짓궂게 말하는 영길 동생의 '육담'은 미혼인 설향이를 무척이나 괴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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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산 절벽 위에 있는 절. 사진 가운데 절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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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장수산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가파른 절벽에 조선 시대때 세워졌다는 절이 하나 '매달려' 있는데, 어떻게 저기에다 절을 지었을까 신기하다. 대체 사람들은 저런 곳에 어떻게 올라가 공사를 했는지…. 콩알만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마치 절과 함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만 같다. 망원렌즈로 당겨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북한영화 <홍길동> 촬영을 이곳 장수산에서 했다는데, 저 절벽 위 절에서 많은 장면을 찍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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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산 거북바위. 마치 거북이가 절벽 틈에 끼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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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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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향이가 매표소에 가더니 해설원을 동반하고 돌아왔다. 장수산은 12구비로 이뤄져 있으며, 우리는 지금부터 걸어서 그 12구비를 감상할 것이란다. 남편이 "자동차를 타고 차가 갈 수 있는데까지만 돌아보면 안될까요?"라고 간청해봤지만, 해설원은 "각기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과 령험한 산의 기운을 직접 걸어가며 느껴봐야 한다"며 우리 부부의 팔을 끌어안고 장수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큰소리로 장수산에 얽힌 전설과 사연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 해설원 또한 '육담'에 능하다. 12구비에 얽힌 사연 모두 '육담'이다. 설향이가 불평하듯 말한다. 

"KITC(조선국제려행사)에다 장수산을 관광코스에 넣지 말라고 해야겠습니다. 외국손님들을 모시는데 이 해설을 부끄러워 어떻게 통역하라는 말입니까."

장수산은 굽이쳐 올라가는 계곡을 따라 여러 형상 뽐내는 기암절벽을 감상하다가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 한 수 읊으면 딱 좋은 산이다. 정이 많아 아쉬워 하는 해설원과 어렵게 작별을 하고 우리는 평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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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조금씩 누렇게 익어가는 벼(사진 촬영은 지난 8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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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자락을 둘둘 말아올린 채 곡괭이를 어깨에 멘 농부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매년 봄·가을이 오면 농촌으로 '로력동원'을 간다는 수양딸 설경이의 말이 생각난다(관련기사 : 비통한 판문점... 느닷없이 북한 군인이 달려왔다).

"꾸부리고 모를 심다 허리를 펴면 땀이 주르르 흐르는데 심어논 모를 바라보면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그러다 홍수라도 나서 다 자란 벼가 쓸려나가기라도 하면 그 쓰라린 가슴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포도가 무르익어 향긋한 포도주를 담그게 햋볕을 쬐어달라고 신에게 기원했던 한 독일 시인의 말을 빌려 나도 간절히 기도한다. 

"신이여! 벼가 무르익어 황금 벌판이 출렁이도록 따스한 햇볕을 한 번만 더 내리 쬐어 주소서."

다시는 북한동포들에게 악몽과도 같았을 '고난의 행군'이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으면서, 푸른 북녘의 들판을 바라보며 평양으로 가고 있다.

'조선로동당'에서 나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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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조선로동당)에서 누나를 보자고 하는구만요"라는 영길 동생의 말에 우리는 흠칫 놀랐다(2011년 10월 북한 여행 당시 평양 조선로동당 기념탑 앞에서 찍은 사진).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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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에서 남편이 "영길이, 우리 평양에 도착하면 '가스맥주집'에 가서 한잔하자"고 제안한다. 

"어젯밤에도 가셨는데 또 가시렵니까? 아니, 평양의 맥주를 형님이 다 드시면 우리 인민들은 뭘 마시란 말입니까?"
"아, 이 사람이…. 맥주 한잔 마시고 가자는데 허풍에다 생색은…."
"어제 갔던 데로 가시렵니까, 아니면 새로운 데로 가시겠습니까?"
"이왕이면 새로운 곳으로 가지."

어디로 갈까 설향이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영길 동생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심각한 모양새로 통화를 한다. 영길 동생이 전화를 끊더니 입을 연다. 

"형님, 일단 호텔로 돌아가야겠는데요."
"무슨 일인데?"
"당에서 누나를 보자고 하는구만요."

나는 깜짝 놀라 영길에게 물었다.

"당이라니?"
"당 말입니다. 조선로동당."
"거기서 왜 나를…?"
"아니, 왜 놀라십니까? 당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야요. 긴데 정말 이상하네. 왜 누나를 보자 기럴까."

무슨 일일까? 혹시 내가 지난 번에 쓴 북한 기행문이 잘못이라도 된 것일까? 궁금해 하는 우리를 태운 차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평양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이 게시물은 편집실님에 의해 2013-11-12 14:32:43 종합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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