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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일성 주석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독후감 9 - 김상일 교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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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2-16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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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요법 Juche Therapy´ 과 장포리를 살린 경우

김상일 교수의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둘러보기 ⑨

김상일(한신대 전 교수, Korea Project Director, Claremont Center for Process Studies)


단 한 목숨이라도 살리려고

회고록 4권 전반부는 김일성 사령이 민생단으로 몰려 죽어가는 동지들의 생명을 단 하나라도 살리려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들로 점철돼 있다. 어제까지 같이 싸우던 동지들이 하루아침에 일본 밀정이 되어 피투성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고는 결국 처형되고 마는 장면 앞에 ‘정면 대결’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결론하고 행동으로 나선다.

김사령이 1932년 10월 어느 날 왕청에 체류하는 동안 리종진이 무자비하게 구타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당장 중지를 명령한다. 현당 간부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연길 훈춘 일대의 사람들 가운데는 김일성, “그 사람이 무슨 화를 입으려구 그런 참견을 했을 가. 물불을 못 가리는구먼.”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 “아직 왕청 맛을 잘 몰라서 그래, 어쨌든 담은 큰 사람 같아”(4권 32쪽)하고 수군거린다.

결국 현당 간부들은 김사령을 밀정으로 걸 수 있는 혐의를 찾았다고 기고만장했다. 다름 아닌 1933년 겨울 도문 지주 김정부를 납치하여 군복 500벌을 받아내 그것으로 부하들의 군복을 새로 해 입힌 것을 두고 지주와 내통했으니 이것은 일본의 밀정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사령은 그 때를 두고 “구국군(장개석군) 같은 우군의 협력 없이 혁명군의 힘만으로 고군 독전해서는 유격구를 유지해 나가기가 곤란하였다”(4권 33쪽)고 회고하고 있다. 김일성이 이와 같이 지주와 내통하면서 반민생단 투쟁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유격구는 밀정들의 소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사령은 단 한 사람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이런 따위의 위협이나 협박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이 내 이름까지 걸고들며 그 무슨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 동만 땅에서 발언권이 있는 조선족 출신 간부들을 마지막 한 사람까지 다 제거해 버리려는 속심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4권 33쪽)라고 그들의 말귀와 눈치를 다 알아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좌경에 완전히 포위돼 있었다”고 했다. ‘김일성’이 좌익들에 포위당했다니? 그럼 그는 빨갱이가 아니야?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 강하다”

교회당 안에서 ‘주여! 주여!’하면서 복달라고 비는 것은 종교가 아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분노에서 나온 감정에서 진정한 종교는 시작한다. 이집트 황실에서 황태자 같이 자란 모세가 어느날 거리에서 이집트인이 자기 동족을 구타하는 것을 보고 그 이집트인을 돌로 쳐 모래에 묻고 미디안으로 도망친다. 진정한 의미에서 유태교 유일신 신앙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가 시내산에서 신을 만난 것은 역사를 신비화시킨 후 사건에 불과하다.

주체사상을 금년에 10대 종교의 하나로 선정하였다. 만약에 주체사상이 종교라면 그 시원은 김주석이 반민생단 사건에 정면 대결하는 분노에서 시작한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그렇다면 종교로서의 주체사상에 아무 이상 없다고 본다. “민생단을 잡아내려면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똑똑히 잡아 낼 것이지 하필 왜 이 산속에서 배를 곪으며 싸우는 고생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제껴버리는가 이것이 이상하지 않는가”(4권 34쪽) 중공당원들의 반응은 “김일성이 아직 민생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였다.

여기에 김사령은 길림으로 공부하러 떠나던 이후 인생의 두 번째 모험을 한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혐의자들을 심문하겠다. 그것도 당신들이 입회하에 그렇게 하겠다고 도전장을 낸다. 이러한 김사령의 제의에 현당원들도 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인간이 견디지 못 할 공포 앞에서는 그만 질려 버리고 만다. 동물들도 천적 앞에서 충분히 도망을 칠 수 있는 데도 대부분의 경우 잡혀 죽는 것은 자기의 공포에 자기 자신이 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데 대부분 그것을 못하고 만다. 밀림에서 살아남는 동물들이란 결국 공포 자체에 도전하는 것들이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생명체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이런 역설적인 도전법을 아는 민족은 지구상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외인부대가 철수하면 죽을 듯이 비굴한 민족은 이 지구상에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 적과의 정면 대결, 그것은 1930년 대 김일성 사령이 남긴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다.

‘의미 치료법 logo therapy´

김사령은 자신도 민생단 밀정은 반대한다. 그러나 밀정이라고 단정하는 데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과학적 근거라고 하는 것을 현대 심리 치료법으로 볼 때에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유대인 학자 빅터프랭클이 개발한 ‘의미 치료법 logo therapy´에 해당한다고 본다. 나는 김사령이 괴학적 근거 하에 동지들을 반민생단 마녀 사냥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살려내는 기법을 의미 치료라는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려 한다.

2차 대전 이후 유대인들은 자기들의 역사적인 산 경험들을 콘텐츠화하여 노벨상도 타고 그것을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삼고 있다. 노벨 문학상을 탄 베이유의 ‘밤 Night’이란 소설은 나치 수용소의 산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리고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의 고유 문화유산이 되어 버렸다. 미 국회 의사당 옆에 있는 유대인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가장 관광객이 많은 곳 가운데 하나이다.

그 무엇 보다 여기서 소개하려고 하는 빅터 프랭클의 의미 치료법은 그 심리 치료법이 탁월하여 우리나라에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고 그의 저서들이 다수 번역 소개되었다. 의미 치료법은 죽음의 수용소 같은 곳에서 극한 경험을 하지 않으면 창안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이론이다. 프랭클 자신이 수용소에서 겨우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의 이론은 한결 생동감을 주고 있다.

의미 치료의 기법을 한 마디로 쉽게 말하면 ‘역설’을 치료법에 도입하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그것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하도록 부추기는 기법이다. 이혼하겠다는 부부에게 이혼을 하라고 함으로 오히려 안 하는 기법 말이다. 위험은 피해야 하는데 오히려 달려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라하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고 권하는 치료 기법 말이다.

사람들이 반민생단 마녀 사냥을 말하기조차 두려워 할 때에 그것의 부당성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나오는 것, 드디어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1935년 민생단 문제로 회의가 열리는 다홍왜 회의에 모든 사람들이 만류하는 그 곳을 향해 가는 것이 바로 프랭클이 말하는 의미 치료법이다.

지네라는 동물은 여러 개의 발을 가지고 있는데 천적을 만나면 어느 하나의 발에 마비가 오면 그만 나머지 발들이 전부 얼어붙고 만다는 것이다. 그 다음 차례는 죽음이다. 이러한 것을 두고 프랭클은 ‘지레짐작 겁먹기’ 혹은 ‘예비불안 anticipatory anxiety’라고 한다. 2차 대전 때에 전쟁 전야에 가장 많은 병사들이 자살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지레짐작 겁먹기’란 몇 단계로 발전하는 데 (1) 공포의 징후가 생기면 (2) 공포증을 불러일으키고 (3) 공포증은 다시 징후를 유발하고 (4) 이 징후의 재발은 공포증을 강화한다. 무서운 적을 만났을 때에 인간이나 동물이 모두 같이 느끼는 과정이다. 벌레가 새를 만나면 피할 수 있는데 질려버리면 그만 잡혀 죽고 만다. 그래서 현대 갈등 이론의 최 첨단론은 ‘대결 confrontation’이다. 이것이 문제를 푸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기에는 무기로, 말에는 말로.

장포리의 경우와 ‘주체 요법’

김일성 사령은 민생단으로 동료 부하들을 살리려고 자신이 직접 심문할 때에 바로 의미 치료법의 고양이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피하지 않고 고양이에 대결한다. 장룡산과 박창길이 우선 심사의 대상이었다. 리수구골 안에 민생단 감옥에 갇혀있던 수감자들 중에 ‘장포리’(본명 장룡산)라는 별명을 가진 중대장이 있었다. 장룡산은 밀가루반죽을 해놓고 밖에 나가서 한꺼번에 노루 8마리를 잡아다가 수제비국을 해먹을 정도로 사격술이 높아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그가 소왕청방위전에서 혼자 쏘아잡은 적만 해도 아마 100명은 넘을 것이라 한다. 그는 김사령이 가장 아끼고 사랑해온 지휘관들 중의 한사람 이었다.

그러나 김사령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이 두 사람들에게 “과연 당신들이 민생당이냐”고 물었을 때에 이들이 한결같이 “그렇다”라고 대답한 데 있다. 이런 대답을 한다는 것은 김사령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결국 김사령이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포리 똑똑히 대답해 보라. 너 정말 민생단인가” 장포리는 머뭇거리는 기색도 없이 “예 그렇습니다”하고 대답을 한다.

대원군은 경복궁을 짓기 위해 당백전 當百錢을 모으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4대 문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붙들고 새가 ‘찍하고’ 우느냐 ‘짹하고’ 우느냐 묻고는 앞 사람이 ‘찍’하니 죽이고 그래서 뒷사람은 ‘짹’하니 그래도 죽였다. 여기서 ‘찍 짹’이란 말이 생겨났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 무슨 대답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극도의 공포에서 나온 대답일 것이다.

의미 요법의 기교로 볼 때에 징후가 공포가 되고 다시 공포가 징후가 되어 버려 징후가 공포를 재 강화한 상태이다. 이 정도가 되면 악순환 고리의 반복으로 ‘이다, 아니다’가 같아져 버린다. 이를 두고 프랭클은 ‘되물림 기제 feedback mechanism’라 한다. 의미 요법에서도 이런 기제를 푸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 우리는 상담자로서의 김사령의 솜씨를 볼 차례이다.

여기서 프랭클은 환자가 두려워하고 있는 바로 그 일을 환자가 하도록 한다. 또한 일어나기를 소망하도록 고무하라고 한다. 지레짐작의 겁먹음을 찔러버리라고 권한다. 밤에 잠이 안 올 때에 잠자려 하지 말고 잠 안 자도 좋다고 해 버리라는 것이다. 민생단이란 되물림 기제에 걸린 부하 동지들을 구해내려 정말 안간힘을 쓴다. 다시 장포리에게 묻기를 “그럼 민생단 노릇을 하면서 무엇 때문에 왜놈새끼들은 수태 쏴 죽였는가?”

장포리의 진술을 들어보려고 감옥까지 따라와 김사령을 올가미에 넣으려고 온 좌경분자들은 "모두 댕댕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사령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장포리를 조리 있게 타일렀다. “이것 보라. 장포리, 민생단은 일본놈들을 옹호하는 것이고 또 일본 놈들이 만들어낸 반동조직인데 네가 민생단이라면 그놈들을 100여명이상이나 쏘아 잡았다는게 이상하지 않는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이야 바른대로 해야 할게 아닌가. 솔직하게 말해보라”(4권 35쪽)

장포리는 그제야 내 손을 붙들고 오열을 터뜨리면서 목이 꺽꺽 메는 하소연을 하면서 “나야 무슨 까닭으로 민생단이 되겠소. 아니라고 대답해도 들어주지 않고 자꾸 두드려 패니 다른 수가 없이 민생단이라구 했소. 대장 얼굴에 먹칠을 하였소”한다. 징후에서 공포에로 그리고 공포가 다시 징후가 되는 4단계의 과정을 역으로 거슬리면서 장포리로 하여금 공포에 과감하게 도전하도록 하여 공포에서 해방되도록 한다.

김사령은 장포리가 공포에서 해방된 것을 확인한 다음 “내 얼굴에 흙칠을 하건 먹칠을 하건 그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네게 주리를 트는 폭군들 앞에서는 민생단이라고 대답하고 내 앞에서는 아니라고 하는 줏대 없는 인간이라는데 있다. 나에게는 한입으로 두 가지 말을 하는 겁쟁이가 필요없다”. 사실 김사령의 이 말은 장포리의 마음을 위로한 후 그가 용기를 다시 회복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 입회한 사람들을 들으라고 한 말일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노기등등해서 감옥문을 나섰던지 좌경분자들은 감히 말도 붙이지 못하였다.”

장포리 석방에 기선을 잡은 김사령은 동만특위의 반민생단을 주도하고 있던 중공당의 동장영을 찾아가 “내 보기에는 당신들의 사업에 문제가 있다. 반민생단 투쟁을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민생단으로 몰아 함부로 잡아가둘 수 있는가? 반민생단 투쟁은 민주주의적으로 해야 한다. 상층에 있는 몇몇 권력자들의 독단이 아니라 대중의 토의를 거쳐 적아를 정확히 식별해야 한다. 고문과 위협의 방법으로 없는 민생단을 만들어내서는 안된다”고 한바탕 항의를 한다

“지금 이 왕청에서 장포리를 민생단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당신들 밖에 없다. 장포리는 내가 목숨을 걸고 보증하니 당장 석방하는 것이 좋겠다”.(4권 36쪽) 그후 김사령은 좌경분자들에게 정치부의 승인이 없이 유격대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마음대로 다치게 하지 못한다고 선포한 다음 부대에 돌아와 장포리를 숙청 지휘부에 제멋대로 넘겨준 지휘관을 처벌하였다. 그날 동만특위에서는 김사령의 요구대로 장포리를 석방하였다. 장포리는 그후 녕안현 주지툰이라는 곳에 파견되어 식량공작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잘 싸웠다.

의미 치료와 ‘주체 요법’의 비교

나는 김일성 사령의 이러한 문제 해결 치료 방법을 ‘주체 요법 Juche Therapy’이라고 학명 화 할 것을 제의한다. 김일성 사령은 반민생단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 주체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 단정하고 있다. 1928년 조선 공산당이 해체된 이후 중공당에 기대어 방석이나 하나 차지하려는 출세주의자들의 줏대 없는 행동에서 반민생단이 생겼다고 본 것이다.

나라 잃고 주권마저 잃은 가련한 겨레의 가슴 속에 엄습해 오는 공포의 징후를 피하지 말고 도전하는 모습을 장포리를 통해 보여 준 것이다. 오늘 북조선이 정치 외교 모든 분야에서 미. 소. 중. 일 강대국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과감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모두 주체 요법과 멀지 않다고 본다. 북의 인민들이 모두 김사령의 주체 요법에 의해 줏대 있는 자아관을 가지고 있으며 너도 나도 앞 다투어 고양이 목에 먼저 방울을 달겠다고 나선다.

반면 미군이 나가면 당장 보호자 잃은 유아 같이 행동하는 인간 군상들도 있다. 이들은 지금 모두 치료받아야 할 깊은 중증의 병에 걸려 있다. 공포와 그 징후 사이에서 되감기를 반복하는 것은 분명히 병이다. 우리 지도자 가운데 그 누구도 이를 치료하지 않았다. 아니 지도자 자신이 이 병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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