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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일성 주석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독후감 4 - 김상일 교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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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7-10-18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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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을 알지 못한 한’ 밀정 최용빈

김상일 교수의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둘러보기 ④

김상일(한신대 전 교수, Korea Project Director, Claremont Center for Process Studies)

전 한신대 철학과 교수였고 단군학회 회장을 역임한 김상일 교수는 지금 미국 클레어몬트 과정사상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고 반공을 하든 용공을 하든 북을 바로 알고 김주석 자신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독후감 연재를 제안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평소에 전공해 온 철학과 문명사 이해 등 다방면의 지식을 토대로 회고록을 격조 높게 평가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재를 통하여 6.15 시대에 사는 남북한 모두가 남북의 역사와 이념을 고루 고루 습득하고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매주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인류 역사상 지구촌 최초의 제국이 된 미국, 이러한 미국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국제 정치학자들은 남북 그리고 미일 4 자간에는 이상한 고양이-쥐 역학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일본-미국, 미국-한국, 북한-미국이 서로간의 고양이-쥐 관계라는 것이다. 콧대 높은 나라 미국이 유일하게 사과하고 무릎 꿇는 대상이 바로 북한이라는 것이다. 프에블로호 사건 때 존슨대통령이 북한에 사과하고 승무원들이 무릎 꿇는 모습들은 보았을 것이다.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때도 경우는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국제정치 상식으로 이해 못할 일이다.

북이 강대국의 코를 끌고 다니고 지금도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을 나는 지도자의 지도력 때문이라고 본다. 그 한 단면을 왕청지구에서 김일성 사령이 옛 동지였던 최용빈이 변절자가 되어 자기 앞아 나타났을 때에 그의 위장전술(오그랑수)을 간파한데서 엿볼 수 있다고 본다. ‘오그랑수’란 ‘꼼수’ 혹은 ‘속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보화 시대는 과거 소박하던 때와는 다른 가상공간 속에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소위 ‘신종 범죄’라는 것이 모두 이런 정보화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속셈을 미리 알아차리는 ‘속셈학 subliminal’ 이 등장할 정도이다.

우리는 지금 아직 너무나도 농경 사회 혹은 굴뚝 산업화 시대의 의식 구조를 가지고 정보화 시대에 임하고 있다. 그러다가 당한 것이 바로 IMF이다. 정보화 사회의 특징은 메타화이다. 눈에 대해 ‘눈치’ 말에 대해 ‘말귀’를 구별할 줄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말은 ‘살린다’인데 말귀는 ‘죽인다’이다. 마치 호랑이가 어머니한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할 때에 말은 ‘안 잡아먹는다’ 이지만 말귀는 ‘잡아먹는다’ 이다. 햇님이 달님이 오누이 가운데 동생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누나는 알아들었다. 이 설화는 우리 민족이 강대국 틈 속에 살아남자면 ‘아는 것 known’만으론 안 되고 ‘아는 것을 알아야 함 known known’을 교훈하는 것이다.

왕청지구 유격대 중대장 최용빈의 사례를 통해 ‘아는 것을 알지 못한’ 사례를 하나 생각해 보기로 하자. 최용빈은 힘이 장사이고 한다하는 싸움꾼이었다. 그러나 그는 얼마 후 민생단으로 몰리게 되자 처자식을 버리고 일본의 적통지구로 내려 가 버린다. 최용빈은 그후 5년이 지나 김일성 유격대를 다시 찾아온다. 그는 사령부 천막에 들어서자 말자 곤두박질을 치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최용빈은 유격대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산중에서 고생하던 얘기를 묻지도 않는 데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제부터 그의 언행에서 그가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드디어 그가 밀정이라는 정체가 밝혀진다.

김 사령이 “식사를 했는가?” 라고 물으니 요 아래에서 밥을 끓여 먹고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그가 산중에서 혼자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보여 주려고 배낭 속에서 쌀자루, 말린 가재미, 술을 꺼내 놓는다. 그런데 최용빈은 지금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을 알고 있지는 못하였다. 다시 말해서 배낭에 매달린 쟁개비(냄비)를 보니 그을림이 전혀 묻어 있지 않았고 유격대를 찾느라고 산중을 오래 헤맸다는 사람, 그것도 방금 밥을 해먹고 왔다는 사람의 쟁개비가 “그을음 하나 묻지 않고 새것대로 있으니 이상한 일 이었다”.(세기와더불어 8권-64쪽)

“최용빈은 내가 자기를 어떻게 본다는 것도 모르고 고뿌(컵)에 술을 가득 붓고 나서 만난 기념으로 마시자고 하였습니다. 나는 그 청을 거절하자 그는 갑자기 술고뿌를 쥔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아마 자기 정체가 들어 났다고 생각하는 것 모양입니다”.(8-64) 우리는 종종 철없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사례를 발견하곤 한다.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알고 있는 데 자기 자신만은 자기가 하는 거짓말을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오그랑수’(8-65)라 한다.

최용빈은 토벌대 3개부대로 유격대가 있는 골 안을 포위해 놓고 이렇게 나타나 오그랑수를 쓰다 정체가 들통이 난 것이다. 이러한 포위망 속에서 오그랑수의 속셈을 간파해야 아니,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만이 자신과 자신이 이끌어가는 대중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만약 김 사령이 최용빈의 수에 속아 넘어 갔다면 그 순간 잡혀 죽고 말았을 것이다. 토벌대 3개 대대라면 유격대의 수에 비교해 적지 않은 수였다. 용기만으로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장보다 지장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긴 이유도 다름 아닌 일본의 오그랑수를 먼저 간파하고 더 높은 수로 대처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원균은 일본의 오그랑수에 빠져 넘어가 칠천량 전투에서 수천 명의 군사를 몰살시키고 자기도 죽고 말았다. 이순신이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원균은 대군을 이끌고 일본이 파놓은 함정 속에 스스로 기어들어 가고 말았다.

중국 통화성 일대와 낭림산맥의 호랑이라 불리던 량세봉 장군도 밀정의 말귀를 못 알아듣고 눈치를 채지 못해 노상에서 밀정의 저격을 받고 죽었다. 1931년 경 일경은 배신자 왕가를 량 사령에 보내어 “중국항일군이 독립군을 원조하기 위해 사령을 만나려고 한다”고 회유하였다. 이때에 량 사령은 왕가 말의 말귀와 눈치를 신속히 파악했어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던 다급한 상황에서 “중국 항일군이 원조를 약속한다는 말에 그만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고 왕가를 따라 항일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대립자로 향하였다”.(2-377) 왕가는 노상에서 량세봉 장군을 저격하고 말았다.

그렇게도 반공을 하던 량 장군도 마지막 죽을 때에 “나는 죽어 항일을 할 수 없지만 너희들은 살아서 김일성 사령을 찾아 가라. 살길은 그 길 밖에 없다”.(2-377) 드디어 4년 후 량사령 마지막 부대는 김일성 부대와 합류를 한다. 김 사령은 량세봉 장군이 비록 반공을 하였지만 그를 열사릉에 모셨고, 그의 자녀들은 지금 북에서 고위직에 건재하다. 1948년 김구 선생이 평양에서 량 장군의 자녀들을 만나고는 놀랐다고 한다. 반공주의자의 자녀를 돌보아 주는 김 사령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다음 중국 항일운동의 거봉이라 할 수 있는 양정우 장군도 밀정 정빈의 배신과 그의 고발로 죽고 말았다. 1938년 일본은 항일 유격대를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은사의 대조’란 말을 만들어 항복 귀순자들을 처형하지 않고 후히 대접한다고 공포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 무렵에 많은 비겁자, 심약자들이 귀순하여 밀정으로 활동하였다. 양정우 장군은 자기의 오른팔 정빈의 손에 죽고 말았다. 그가 죽을 당시에 그의 곁에는 조선 유격대원이 끝까지 그를 호위하였다.(6-409) 당시 그의 나이 29세. 배신자 정빈도 결국 배신에 의해 비참하게 죽고 만다.

해방 후 김구 선생도 밀정 안두희의 손에 죽었다. 안두희가 찾아 왔을 때에 김구 선생은 처음부터 그의 언행을 수상하게 여겼어야 할 것이다. 그의 눈치를 살피고 말귀를 알아들었어야 할 것이다. 실로 눈치와 말귀는 핵폭탄 보다 큰 힘을 갖는다. 남을 믿는 덕성만으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항일유격대가 지참해야 될 3대 필수품은 성냥, 신발, 소금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안 일본 토벌대를 소금 단속에 나서고 소금이 유격대 안으로 반출되는 것을 적극 차단하고 모략을 꾸민다. 소금에 독을 넣으면 온 부대가 몰살한다는 사실을 안 적들이 소금을 이용 안 할 리가 없다. 1938년 장백구에 들어 첫 싸움을 하곤 마순구란 곳에서 추석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에 적들은 독소금을 유격대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무명의 한 노인이 이 사실을 알려 주어 위기를 모면했다.

1939년 봄에도 소금이 바닥이 났다. 유격대원 김봉록이 마을에 내려가 아버지를 만나 사정을 말하니 아버지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 세 다리나 건너 겨우 소금을 구해 가지고 왔다. 그런데 이 세 번째가 밀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를 안 일본 경찰이 밀정을 통해 소금에 독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김정숙 여 유격대원은 비상용으로 늘 가지고 다니던 식초를 소금에 넣으니 소금의 독이 금방 반응을 보였다. 김정숙이 김 사령과 그 부하들을 살린 몇 가지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7-209) 실로 뱀같이 지혜롭지 않고는 살아남기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조와 유비가 술좌석에서 ‘영웅론’을 전개한다. 조조의 3대 영웅론은 걸작이다. “가슴에는 큰 뜻을 품고, 옷섶에는 우주의 기틀을 숨기고, 배에는 꾀를 갖은 자”라고. 이 말을 들은 유비가 술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자기의 정체를 알아본 적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비는 덕장이지 지장은 아니었다. 결국 중원을 통일한 것은 꾀 많은 조조였다. 영웅의 3 가지 조건 가운데 ‘꾀’란 바로 말귀를 알아듣고 눈치를 파악하는 힘이다. 그런데 덕이 없는 꾀란 잔꾀가 되고 이를 오그랑수라 한다. 꾀가 없는 덕은 썩은 고목이다.

정체가 드러난 최용빈은 이제 김일성을 회유 내지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의 회유의 내용은 이렇다. 여기서 살아나갈 가망은 전혀 없다. 지금 김일성 당신은 완전 포위당해 있다. 독안에 든 쥐다. 그리고 만주 천지는 일본군대가 쫙 깔려 있다. 김 장군은 할만큼 다 했다. 당장 귀순한다 해도 허물을 묻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산에서 내려오면 길림성 성장 자리를 주겠다고 최용빈은 주워섬기었다. 이를 두고 김 사령은 “사람이 자기만 생각하면 결국 이렇게 됩니다”(8-65)라고 했다.

김일성사령은 높은 의식 수준이 결코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도 아니고 타고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민대중 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인민들 보다 현명하고 똑똑함은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 인민관이고 철학이었다. 이 점에서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이다. 이 두 사람은 철두철미 인민대중 속에 군중 속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지혜를 구했던 것이다.

사대주의와 자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자들만이 눈이 멀고 귀가 멀어 강도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속임수에 그대로 속아넘어 갔다. 인민이 현명한 이유는 지능지수가 높아서도 아니고 똑똑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진 것이 없는 사심 없는 마음 때문이다. 김 사령은 이런 빈 마음을 애국.애족.애민이라 한다. 인민들이야 말로 눈에 비늘이 가리지 않는 마음이 가난한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눈을 자기가 볼 줄 안다. 이것만이 답이다.

해방이 되자 이미 대중들은 “미국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일본이 일어 난다 조선아 조심하라” 했건만 이 나라 지도자들은 사대 예속적 의식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주권을 송두리째 미국의 장중에 움켜주고 말았다. ‘자주 自主’가 생명같이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사대주의야 말로 의식의 수준을 한없이 나락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 아이가 부모에 의존하기만 하면 생존할 수 있으니, 이를 심리학에서 ‘부모-아이 parent-child 게임’이라 한다. 자신의 독자적인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지금 남한의 지도자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이다.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자기 이익만을 노리고 있는 마당에 자기의 운명을 이들의 손에 내 맡기고 있으니 이 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하루 속히 우리의 자주권을 회복하고 사대주의를 청산해야 할 것이 급선무 가운데 급선무이다. 회고록 속을 면면히 흐르는 주제는 ‘인민과 함께’이다. 인민 대중과 함께 할 때에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꾀와 지혜가 나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일 유격대의 김 사령과 그의 사람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에서 미일의 오그랑수에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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