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플러스] 백린 누출 사고, 왜 미군 기지를 조사하지 않는가? > 남녘소식

본문 바로가기
남녘소식

[민플러스] 백린 누출 사고, 왜 미군 기지를 조사하지 않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7-31 17:11 댓글0건

본문

백린 누출 사고, 왜 미군 기지를 조사하지 않는가?


장창준 객원기자 



백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오산공군기지(K-55).


2026년 7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K-55 미군기지(오산공군기지)에서 백린(White Phosphorus)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기와 접촉하면 자연발화하는 이 맹독성 군사 물질은 피부에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흡입 시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소방당국이 출동 36분 만에 긴급 대피명령을 발령했다가 해제하는 등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연출됐다. 사고 직후 주한미군은 “물에 80%가 희석되어 위험성이 낮다”, "지역주민에게 위험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누출 경위와 규모 등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근본적인 질문은 가볍지 않다. 한국 정부는 과연 이 기지 안으로 들어가 직접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답은 참담하게도 ‘아니오’에 가깝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와 2001년 체결된 환경특별양해각서(MOSU), 환경관리기준(EGS) 등이 환경정보 공유와 공동협력을 규정하고는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군의 협조가 전제될 때의 이야기다. 한국 정부에 독자적인 기지 출입권이나 조사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백린 누출과 같이 치명적인 유해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해도 미군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종속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 기형적인 풍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용산기지에서 수십 차례 유류가 유출되었을 때도,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한국 정부는 기지 내부를 자유롭게 들여다보지 못했다. 


인천 부평 캠프마켓 토양에서 다이옥신이 최고 10,347 pg-TEQ/g에 달하고, 지하수에서 TCE와 TPH가 검출되는 등 충격적인 오염 실태가 드러났을 때도 조사는 철저히 SOFA의 제한적인 공동환경평가 절차의 테두리 안에서만 맴돌았다. 심지어 주한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실 반입 논란을 빚었던 ‘탄저균 사고’ 당시에도, 한국 정부는 기지 내 반입 경위와 실태를 독자적으로 조사하기는커녕 미군의 일방적인 해명에 의존해야만 했다.


이러한 주권의 공백은 다른 동맹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은 2015년 미일 SOFA를 보완하는 ‘환경보충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을 통해 일본은 환경사고 발생 시 자국 당국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현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텄고, 반환 예정 기지에 대한 현장조사 절차를 명문화했다. 오키나와 가데나와 후텐마 기지 주변의 PFAS 검출 사태에서도 일본 정부는 이 협정을 근거로 현장 접근과 공동조사를 이끌어냈다.


일본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와 관련된 환경 관리 분야에서의 협력에 관한 일본국과 아메리카합중국 간의 협정

제4조

양 당사국은 다음의 경우에 일본 당국이 시설 및 구역에 대한 적절한 출입을 행할 수 있도록 합동위원회가 절차를 정하고 유지하는 것에 합의한다:  

(a)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즉, 유출)가 현실로 발생한 경우  

(b) 시설 및 구역의 일본국 반환과 관련된 현지 조사(문화재 조사를 포함한다)를 행하는 경우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간다. 독일은 NATO와 주둔군지위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의 주둔을 인정했다. 그러나 환경 분야에서만큼은 독일 국내법과 환경당국의 권한이 강력하게 작동한다. 미군은 엄격한 독일 환경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오염 발생 시 조사와 정화계획 수립 과정에서 독일 지방 환경당국이 실질적인 감독권을 행사한다.


나토·독일주둔군지위협정

제53조

1항) 외국군부대와 민간인 종사자들은 그들이 사용하도록 허용된 기지에서 국방의무를 만족스럽게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독일법과 기타 다른 국제협약에서 다른 사항을 명시하지 않는 한, 그리고 군부대 조직과 기능, 지휘부, 민간인 종사자와 그 가족 및 - 제3자의 권리, 기지 주변 지역 및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 군내부의 문제 등이 관련되지 않는 한, 그러한 기지 사용은 독일법의 적용을 받도록 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유무를 넘어선다. 바로 ‘환경주권’의 격차다.


독일에서는 자국 영토 내 오염 발생 시 정부가 직접 조사하고 정화를 감독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주권자의 권리다. 일본은 사고 시 기지 내 접근권을 문서화했다. 반면 한국은 미군의 일방적인 설명을 듣고 제한적인 공동조사를 협의하는 처지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주권국가라면 자국 영토에서 발생한 인체 유해물질 유출 사고에 대해 정부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시료를 채취하고, 원인을 낱낱이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이 하고 있고, 일본이 제도화한 그 최소한의 상식 말이다.


우리를 진정 두렵게 만드는 것은 백린이라는 화학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위험 앞에서 자국민을 보호할 조사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이 비대칭적이고 종속적인 제도일지 모른다.


[출처 민플러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26-07-31 17:15:07 새 소식에서 복사 됨]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게시물
[기고]  대북 소식통이 만들어낸 조중 밀약설 - 대조선 가공보도와 국가보안법의 정보독점
【내나라】인민들 사이에 인기 높은 전통보양음식들
【로동신문】여기가 정녕 2년전 큰물이 휩쓸었던 그 땅인가
【김일성종합대학】조선여성들의 특유의 매력
【KCTV 조선중앙텔레비죤 보도】7월 18일 (토), 17일 (금), 16일 (목)
【로동신문】자력갱생, 여기에 애국의 진가가 있다
【로동신문】현대적으로 일떠선 바다가양식사업소와 지방공업공장들의 덕으로 신포시에서 지역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
최근게시물
[사진으로 보는 로동신문] 8월 11일 (화)
【KCTV 조선중앙텔레비죤 보도】8월 10일 (월)
【로동신문】빨찌산 김대장의 영웅신화는 우리 조국과 인민의 영원한 긍지이다
【로동신문】일군들이 전면적 발전의 시대에 모든 사업을 예견성있게, 실리있게 진행하자고 독려
【조선의 소리 - 위민헌신】혁명무력강화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주시여
【조선중앙통신】조선혁명의 성스러운 개척과 더불어 영원불멸할 숭고한 동지애의 대경륜
【로동신문】이스라엘은 왜 국제안정군의 전개를 승인하였는가
【조선신보】〈우리 말 이야기〉《조선대학교의 자존심》을 세우는 학생들
【조선중앙통신】일본의 《방위백서》는 전쟁기계가동의 합법화를 노린 재침백서이다
【로동신문】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안아오시여
[통일시대 - 현장취재] 미국은 이 땅을 떠나라! -"2026 8·15 해외자주평화실…
[민플러스] 미 전략사령부, 동북아 '제한적 핵교전'까지 검토 - 한국은 전작권도 없다
Copyright ⓒ 2000-2026 KANCC(Korean American National Coordinating Council). All rights reserved.
E-mail:  :  webmaster@kanc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