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의 사상과 정책론] 한국, ‘ 퍼펙트 스톰 ’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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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4-07-29 08:1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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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사상과 정책론] 한국, ‘퍼펙트 스톰’ 속으로
이정훈 연구위원
북에서 부는 바람은 남북관계는 물론, 조-러 관계, 조-중 관계 등 모든 동북아 정세를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와 같은 신냉전 정책 기조로 조-미관계를 극단적인 전쟁위기로 계속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조선)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반면, 한국정부에 대한 동맹 수탈 정책은 즉각 더욱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맹동적으로 바이든 추종정책을 펴던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바람은 대통령 탄핵 태풍이다.
이 탄핵 에너지가 커지면서 결국 윤석열 정권은 탄핵이나 조기퇴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목 차
1. ‘퍼펙트 스톰’으로 빨려드는 한국
2. 미국의 위기와 ‘트럼프 현상’
3. 북(조선)의 세계 정세 인식, 신냉전
4. 조선의 새바람, 조선로동당 8기 9차 전원회의
5. 윤석열 정부, 퍼펙트 스톰 속으로
[사진출처: 게티이미지]
1. ‘퍼펙트 스톰’으로 빨려드는 한국
세계가 요동친다. 트럼프 암살 시도, 나토와 러시아의 핵전쟁 위기, 이스라엘의 예멘 폭격, 대북 확성기 전면 재개, 윤석열 탄핵 요구 청원 143만, 한미일 안보협력 각서 합의 등 국내외 뉴스가 점점 더 긴장 수위가 높아간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는 지금까지 해오던 정치 방식과 외교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로 들어섰다. 왜 그럴까? 알고 보면 사건과 세상은 연결되어 있으며, 지금 지구촌은 미국이 초래한 무모한 신냉전 위기의 끝자락에 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끝자락이란 말은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도처에서 실패하여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한계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 지식인, 언론인들은 대체로 이러한 위기 자체를 부정하며, 설사 위기를 인정하더라도 이 위기가 종전의 위기와 다를 바 없고, 세상은 잘 변하지 않으며 미국은 이 보다 더한 위기도 극복했다고 강변한다. 위기를 보는 견해와 시각은 독자의 자유이다. 필자는 이 위기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크게 마주한 미국의 국제적 위기이며, 미국에 정치외교가 종속된 한국 역시,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 맞이하는 전례 없는 위기로 보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윤석열 정부의 한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왠지 오래전 본 영화 ‘퍼펙트 스톰’이 생각난다. 퍼펙트 스톰 (perfect storm= 완벽한 태풍)이란 원래 기후 용어로 위력이 강하지 않은 태풍이 또 다른 태풍들을 만나면서 불가항력적인 초대형 태풍으로 발전하게 되는 기상현상을 뜻한다. 태풍이 예고되는 바다로 나선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기가 마주하는 태풍이 퍼펙트 스톰 인지도 모르고 맞서다 배는 침몰하고 전부 수장되어 죽는다.
과연 여러 문제들이 갈등과 대립의 해소로 갈 것인가, 전쟁을 동반한 폭발로 갈 것인가? 물론 모든 인간 역사가 그렇듯이, 그것은 각국 수뇌부와 민중들이 판단하고 결정하기 나름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이 마주할 3개의 바람, 태풍에 관해 이야기한다. 1) 미국의 트럼프 바람 2) 북(조선)의 바람 3) 한국 민중의 윤석열 탄핵 바람. 이 바람들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것들이 만나 어떻게 ‘퍼펙트 스톰’을 만들 수 있는지, 대한민국이 퍼펙트 스톰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는 길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7월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Bitcoin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출처: RT]
2. 미국의 위기와 ‘트럼프 현상’
‘트럼프 현상’의 원인은 트럼프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미국정치 위기의 결과가 트럼프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우연한 정치 이변이 아니었으며, 8년 후 지금 재연되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왜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각종 스캔들과 그의 사업성공 과정에서 드러난 이력에 문제가 많음을 알면서도 그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트럼프는 정통 공화당 출신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들을 제치고 의외의 결과로 공화당을 접수하는 이변을 낳았다. 사실 트럼프는 미국 정치계의 이단아인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미국정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돌아가며 집권한다. 공화당은 민주당을 좌파로, 민주당은 공화당을 극우라고 평가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보수정당이다. 양당의 차이는 국내 정치에서 낙태, 환경, 이민, 보건의료, 산업정책 등 주요한 개별 이슈로, 부분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보면 미 제국의 세계지배를 위한 통치 방식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던 미국정치가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방식대로 작동하지 않고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근본적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이 빠르게 몰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0년대 초 소련과 사회주의 붕괴로 얻은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과 미국 일극 패권 시대의 상승세를 이미 오래전에 마감했다. 사실 미국의 추락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대중들도 미국의 쇠락을 체험하고 있으며 무언가 크게 잘못 돌아감을 감지하고 있다. 미국이 잘 나갈 때는 문제가 없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복합적으로 부정적 상승효과를 드러내며 제국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미연방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미국도 소련처럼 연방을 해체하고 여러 분리 독립국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원래 진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는 진보나 맑스주의, 사회주의를 혐오하는 인물이다. 그가 푸틴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하는 것은 이념과는 관계가 없다. 그는 정치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사람일 뿐이다. 미국정치에서 대외정책의 비중은 매우 크다. 대외정책과 대내정책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패권과 힘은 다른 국가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며, 그것이 미국 국가 생존방식이며, 정치 외교 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언제나 미국의 이익이 유일한 최대의 관심사이며, 가치동맹, 민주주의와 인권은 위선적인 포장지일 뿐이다.
트럼프의 정치노선을 한마디로 말하면 ‘현실주의’로 볼 수 있다. 그는 미국이 이제는 작동하기 어려운 패권주의, 즉 세계 경찰과 유일 패권국의 지위로부터 점차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착해서가 아니다. 미국이 과거의 방식으로 세계를 통제하는 것이 더 이상 가능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소련 붕괴로 얻은 반사이익과 거품을 빼고, 당면한 국내외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도 소련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부터 구조 조정하여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국, 미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호는 사실 지속 가능하며 영향력이 축소된 ‘현실적 미국’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당선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료할 것을 공언했다. 나토해체, 조미관계에 대해서도 정책변경 여지를 두서없이 흘리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기발한 아이디어나 정책이 아니라, 미국이 그나마 대국으로 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트럼프의 노선은 지속 불가능한 현재의 정책을 접고,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국주의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는 ‘현실적 제국주의자’이다. 그의 정책이 고립주의나 극우파라기보다는 기존 공화당과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표방한 변종 우파이다. 미국 국민이 여기에 열광하고 미국의 정치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주류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이러한 현실주의 노선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지난 트럼프 1기 때의 트럼프의 참모들 상당수가 글로벌리스트(미국 일극패권 영구 확장세력) 들이었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접수하여 대통령으로 당선했으나 그는 여전히 글로벌리스트에 둘러 쌓여 있었다. 그것이 그의 가장 큰 한계였다.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지금도 역시 공화당과 민주당 주류를 ‘글로벌리스트가 상당수 장악하고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미국 시민들이 이른바 ‘딥스테이트’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인정한다는 여론조사가 사사하는 바가 크다. 딥스테이트(Deep State)는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심층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실질적 정부라는 의미이다. 선출되지 않고 배후에서 미국의 정치, 군사, 언론, 산업을 지배하는 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그림자 정부’라고도 한다. 딥스테이트의 정치 성향은 미국의 영구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 글로벌리스트와 같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NPR)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39%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딥스테이트가 개입하고 그것을 믿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딥스테이트라는 용어가 더 이상 음모론이 아니라 양지로 나왔다. 그것이 미국의 정치 현실이다. 미국의 막후 정치세력을 무엇으로 부르든, 그들이 트럼프 암살 시도의 배후라고 믿는 미국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딥스테이트나 글로벌리스트들이 트럼프를 암살해 제거할 정도로 트럼프를 거부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기존 기득권 세력, 즉 글로벌리스트들이 추구하는 현재 신냉전 대결 정책에 대한 그들의 집착이 그만큼 집요하다는 이야기이며, 변화 여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미국의 트럼프 현상은 최근 6월 유럽의회선거 경향과도 유사하다. 글로벌리스트들의 전쟁정책에 세계 민중들이 지쳤으며 그것이 불러온, 전쟁과 난민, 빈곤과 삶의 불안에 민중들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 언론에서는 프랑스, 독일, 이태리 국민들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으나, 그것은 오독이다. 기존 미국 글로벌리스트와 보조를 맞춘 유럽의 각종 사이비 진보정당과 보수정당들을 심판한 것이다.
미국이 유일 패권국 지위를 접고 다극의 하나, 즉 대국의 하나 정도로 가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국 기득권 보수정치권의 심각한 내부갈등과 진보정치가 취약한 미국 민중의 반응이 트럼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현상은 트럼프가 미국정치의 이단아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가 취약한 미국에서 미국이 가야 할 미국 미래 정치의 ‘미리보기’ 현상이다.
[사진출처: RT]
3. 북(조선)의 세계 정세 인식, 신냉전
조선은 급격히 몰락하는 미 제국 글로벌리스트들의 최후전략을 ‘신냉전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우 호전적이며 적대적 편 가르기인 과거 냉전 전략과 유사하다. 과거 냉전이 상승기의 미국전략이라면, 현재 신냉전은 몰락기의 냉전 전략이라는 점이 다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에 맞서는 지구촌 반제 다극화 세력의 중심세력과 이들의 전략을 깨야 미국패권을 계속 유지 확장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나토와 같은 미국 추종동맹을, 유럽을 넘어 지구촌으로 확장 재편하고 다극화의 중심을 분열, 포위하여 각개 격파할 수 있다면 미국의 세계 지배체제는 유지 확장된다. 지구촌 다극화 세력은 세계 도처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중심이 분열하거나 각개격파 당하면 맥을 쓸 수 없다. 이 다극화 중심에 중국이 있음은 물론이고, 러시아, 조선, 이란 등 다수 국가가 있다.
미국의 대북(조선) 정책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패작이다. 북(조선)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반세기 이상 추진한 대조선 적대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미국이 조선에 대해 전쟁을 수행하지 못한 이유는, 조선이 가진 단결된 정치 군사력과 핵무력, 그리고 조-중 군사동맹 때문이었다. 조선과의 전쟁이 필연적으로 대만전쟁으로 연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을 공격하는 것이 유력했던 시기는, 조선이 국가 핵무력 건설(2017년) 이전 시기, 조-중 관계의 균열시기, 조-러 관계의 악화 시기였다. 돌아보면 1994년은 일방적 핵전쟁이 가능한 매우 위험한 시기였다.
다극화 중심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가 우크라이나였다. 이미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지향하는 국지적 내부전쟁이 2014년부터 있었고, 2022년에 러-우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북(조선)이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며 대응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본질상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이다. 미국은 푸틴이 미국의 압박과 나토의 동진(東進)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과연 전쟁을 결행할 것인가를 눈여겨 보았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면 나토를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더 나아가 확전하여, 러시아를 전쟁과 경제봉쇄의 궁지로 몰아넣어 푸틴 정권을 교체시키려 하였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패전으로 끝나가고 있다. 남은 문제는 미국의 시간 끌기와 전황을 다시 역전시키려는 무모한 대러시아 전쟁 확전 시도여부이다. 미국의 대 러시아 본토 전쟁은 핵전쟁을 부르며 세계 3차 대전을 초래할 것이 거의 유력하다. 그러나 이는 조-미 전쟁과 마찬가지로 쉽게 확전할 수 있는 전쟁이 결코 아니다.
미국의 신냉전 전략의 한계는 미국이 배후에서 나토와 한미일 동맹 등을 앞세워 대리전쟁을 선호하고, 핵전쟁 압박을 하지만 실제 상대국이 미국과 핵전쟁을 불사하며 저항하고 단결하여 싸울 경우 미국도 불에 타 멸망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미국이 추구하는 신냉전 전략의 목표가 패권유지이지 미국의 패망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전략 국가 조선과 러시아가 맺은 새로운 조약은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대조선 전쟁 가능성 뿐 아니라, 미국의 대러시아 전쟁을 억제하는 실질적인 힘으로 작동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형성된 신냉전 정세에서 전쟁의 불꽃이 우크라이나를 시발로 중동을 거쳐 동아시아로 번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도처에서 전쟁은 가깝고 평화는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평가하며 나온 조선의 최종 대응 정책이 2023년 12월 말의 조선로동당 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 결정이다. 여기서 전쟁억제력 강화와 남북관계 대전환 문제가 근본부터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4. 조선의 새바람, 조선로동당 8기 9차 전원회의
조선로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기초한 통일정책이 전격적으로 폐기되었다. 북의 통일정책의 방도는 남측이 합의할 수 있는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남북 연방제 통일국가를 실현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폐기한 것이다. 이유는 남한에서 여러 성격의 정권이 교체하였으나 미국을 추종하여 북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을 추구하는 한계를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앞으로도 민족대단결과 이에 기초한 어떠한 수준과 형태의 합리적 남북 연방제도도 실현할 가능성이 없다고 정리했다. 이는 근 80년 만의 통일정책 변화이다. 즉, 조국통일을 위한 3대 역량(북, 남, 해외) 강화 노선이 폐기되었다는 의미이다.
이 정책 결정의 파장은 비단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의 대미관계, 대외관계, 대내적 자립적 경제 노선에 걸쳐 전 방위적이다. 북 전원회의 결정 이후, 남북 정치협상에 의한 연방제 남북통일은 가능성이 폐기되었으므로, 대미 전략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북(조선)이 미국을 상대로 조-미간 전쟁종료 협상과 동시에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연계하던 전략이 폐기된 것이다. 북(조선)은 앞으로 남한과의 통일을 위한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 시도를 접을 것이고, 이를 조-미관계의 종속 변수로 볼 것이다.
북(조선)의 대미관계에서 복잡했던 남과 북의 통일문제를 빼고 나면, 조선이 미국과 전쟁상태를 종료하는 방식은 2가지로 좁혀지며 오히려 단순화된다. 하나는 남,북,미 3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이에 따라 한국과 조선도 상호 친선 우호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쟁을 통해 한 나라로 합병하는 것이다. 즉 ‘국가병합’ 전략이다. 물론 북(조선)은 이것이 주동적 통일전쟁이나 국가병합 전쟁이 아니라, 한미가 전쟁을 개시할 경우 자동으로 전개되는 반격전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 칼럼에서 여러 번 언급했으므로 생략한다.
그런데 한국-조선 관계가 정상화가 된다는 이야기는, 한국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는 지금처럼 적대적 남북관계를 현상유지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평화협정 없이는 조선-한국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조선 관계 발전이 조-미관계의 새로운 질적 변화와 이에 따른 한국 정치의 충격적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만약 어느 시점에서 전쟁 없이 조-미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하여 한국-조선 관계가 선린우호 관계로 발전한다면, 그러한 상태가 바로 새로운 조건에서 국가연합과 나아가 연합연방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북(조선)은 이 경로가 현실적으로 가능치 않은 남한과의 연방제 통일보다 더 빠르게 분단을 극복하는 길이며, 그 길이 한국 평정이든 조선-한국 관계 발전의 최종적인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결국 전쟁이든 평화협정이든 북(조선)이 추구하는 두 가지 방식의 구현 요체는 미국을 제압하거나,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실현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이에 따라, 한국진보의 ‘자주,민주,통일론’은 불가피하게 ‘자주민주 변혁론’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통일은 궁극적으로 남북통일국가 형성을 의미하는데, 통일의 당사자인 북이 하나의 민족에 기초한 통일론과 그 구현인 연방제 통일국가 정책을 공식 폐기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조선(북) 바로알기, 반전 평화운동, 평화협정 추진 운동은 이전 보다 더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을 통일운동으로 부르거나,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전 민족적 운동의 구성부분으로 다룰 필요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동안 통일 문제는 주로 남쪽 정부의 미국추종으로 발생한 문제이지, 남녘의 민간의 자주적 통일운동의 정당성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또 남녘 민중들의 오래된 남북 민족단합에 대한 근본적 지향이 올해부터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남녘의 통일운동은 그 지위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북(조선)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르게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러한 운동을 ‘통일 여건 조성운동’, 또는 ‘민족 동질성 회복운동’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 다음 칼럼에서 상술하려한다.
북의 남북 관계, 즉 조선-한국관계 설정의 최대관심사는 이제 통일도 교류협력 재개 여부도 아니다. 바로 한국과 조선의 적대적 관계 정리가 우선이다. 즉 전쟁관계의 종료 문제이다. 북에서는 남북관계라는 용어자체가 사라졌다. 본격적 한국-조선 교류협력 재개는 이제 국가 간 교류관계로 변했으며, 한국-조선 관계정상화 이전에는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국-조선 관계 정상화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평화협정을 전제로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이다.
만약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조-미관계와 한국-조선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까? 이 역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조선의 강대강 대미 정책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 말기에 전환되었지만, 이 기조가 트럼프 정부나 트럼프 개인에 대한 평가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려져 있으나, 조선의 트럼프에 대한 공적 판단은 냉정하다. 즉 트럼프가 재선된다고 조미관계의 근본 문제가 쉽게 풀릴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과거와 동일한 의제로 조-미 정상회담 재연을 기대하는 예상이 적지 않은데 이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북이 조선 핵문제를 놓고 과거처럼(2018년, 조-미 하노이 정상회담) 미국과 협상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 훈련을 중지한다면 상호 전쟁위기와 긴장 수위는 낮추어질 수 있으나, 조-미간 근본 문제 해결은 과거보다 수위가 높아지고 더 어려워진 상태이다.
미국이 ‘대 조선 적대정책 폐기’ 의사가 없다면 조선은 트럼프가 등장해도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국이 조미 정상회담을 시작하려면 핵보유국인 조선을 인정한 조건에서 시작해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조미 협상 개시 자체가 미국의 대북정책 일방 폐기, 즉 패배 시인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 이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그가 과연 조-미관계를 얼마나 개선 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여하간 조선의 핵무력 증강 노선은 변함없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제재를 자강력에 기초한 자립적 경제노선과 조-러 협력, 조-중 협력으로 뚫고 대결이든 완전 승리 협상이든 끝까지 밀어붙이자는 것이 조선의 결심으로 보인다.
5. 윤석열 정부, 퍼펙트 스톰 속으로
북에서 부는 바람은 남북관계는 물론, 조-러 관계, 조-중 관계 등 모든 동북아 정세를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바이든 정부와 같은 신냉전 정책 기조로 조-미관계를 극단적인 전쟁위기로 계속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조선)과의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은 반면, 한국정부에 대한 동맹 수탈 정책은 즉각 더욱 강화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맹동적으로 바이든 추종정책을 펴던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와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바람은 대통령 탄핵 태풍이다. 이 탄핵 에너지가 커지면서 결국 윤석열 정권은 탄핵이나 조기퇴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는 ‘통일시대TV’ 동영상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생략한다.
김태형의 세상읽기 87회ㅣ김건희 이종호게이트ㅣ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경찰 수뇌부 인사개입,마약밀수 무마의혹
한국에서 일어나는 태풍과 다가오는 두 가지 태풍이 하나로 만나면 그것이 바로 불가항력적 퍼펙트 스톰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세상이 급변하는데도 윤정권과 집권당의 시야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이들에게 국제정치 안목을 기대하는 것은 까마귀 대가리가 희어지는 기대하는 것과 같다. 윤석열 정권이 다가오는 퍼펙트 스톰을 피해 갈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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