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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테러지원국 해제, 이명박 대북정책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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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10-12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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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조만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폭스뉴스는 미국 정부가 이르면 11일(미국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북한 핵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과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이뤄냄에 따라 이달 안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하였다.


그동안 북미관계는 미국이 북한에 ´국제적 기준의 검증 수용´을 요구하며 8월 11일로 예정되어 있던 테러지원국 해제를 연기하고, 이에 북한이 ´미국의 일방적 약속불이행´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긴장이 격화되어 왔었다.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선택은?


현재 주요 내외신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지난 주(10월1~3일) 방북기간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회담을 갖고 일정 수준의 공감대를 이뤄냄에 따라 미국이 조만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북미 양국이 이뤄낸 ´일정 수준의 공감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채 이른바 ´분리검증안´이 유력한 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리검증안은 북한이 중국에 제출한 정식 신고서에 담긴 영변 핵 시설을 먼저 검증한 뒤, 미·북 간 비공개의사록에 담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문제는 추후 논의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따른다면 북미 양국이 향후 검증서 합의를 공식 발표하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 발효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 재개 ▲6자회담 재개 등의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러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를 공표´하고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대선을 목전에 둔 미국내 정치적인 환경은 부시 행정부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놓고 고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대선 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경우, 그간 ´불량국가´와의 대화를 강조해 온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에게 반사적 이익을 줄 개연성이 크다. 주지하다시피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보다 강력한 대북제제를 주장해 왔다.


또한, 분리검증안은 그 자체만으로 미국이 ´미신고시설방문과 제한 없는 시료채취 등의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강력히 요구해왔던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시가 외교적 치적을 쌓기 위해 북한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는 체니 부통령과 미국내 강경파들의 반발은 부시행정부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동맹국들의 반응이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방북 결과에 대해 한국과 일본은 ´완전한 핵 검증 합의´를 내세우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삭제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본은 6자회담 틀을 통해 시종일관 납치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일본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지난 8일 성 김(Kim) 미국 대북특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행정부는 불리한 국내외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약속불이행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8월 14일 핵시설 불능화 작업 중단 ▲9월 2일 영변 핵시설에 대한 복구 작업을 개시 통보 ▲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영변 핵시설의 감시카메라와 봉인을 제거 요청 ▲ 24일 봉인 제거와 1주일 후 핵물질 재처리에 들어갈 것을 경고하면서 연일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또한 북한은 지난 9월 20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발언을 통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 조치를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본성이 다시금 명백해진 이상 우리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우리대로 나가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와 발언은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전환하지 않고 나서는 그 어떤 대화와 협상도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확고한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부시행정부에게 이번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의 외교적 치적 중 가장 핵심적으로 삼아왔던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이라는 성과가 송두리 채 날아가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차기 행정부에게도 다시 비핵화 문제를 1단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넘겨주는 것으로 부시 행정부는 ´대외정책의 완전한 실패자´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화와 대결 갈림길에 선 북미관계, 전략적 단계로 진입하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을 하루 앞둔 9월 30일 저녁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곧바로 북한에 대한 모든 규제의 해제와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받고 있는 경제제재는 한국전쟁 이후 적용돼온 무기수출 통제법, 수출관리법, 국제금융기관법, 대외원조법 등 다수의 법과 얽혀 있고, 인권침해에 관한 제재 등과도 복잡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미 관계의 근본적 전환, 즉 종전체제의 종식과 적대적 관계의 청산에 있다. 그러하기에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기간 동안 북한이 미국에 전달했다는 ´제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힐 차관보에게 전달한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힐 차관보의 방북기간 동안의 행적과 주요 언론 보도를 통해 그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 3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힐 차관보는 "외무장관들이 서로 접촉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힐 차관보를 만나 본 김숙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한미간의 외교장관, 또 정상간의 협의도 필요하다면 가질 예정"이라고 밝혀 북측의 제안이 6자회담 실무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간 고위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발언에 비추어 정전체제나 북미관계의 ´근본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미간 외교·군사적 사안일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힐 차관보가 방북 기간 동안 박의춘 외무상, 김계관 부상 이외에 리찬복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대표를 만났다는 사실은 이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재일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인터넷판 6일자 기사에서 "현시점에서는 조미가 적대관계 청산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며 "조선은 이번에 외교창구와 군대가 한목소리로 미국측에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밝힌 것을 주목해봐야 한다.


결국 북한은 미국에게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북미간 군사회담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그동안 핵 문제의 본질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다시 말해 대북적대시 정책이 계속 되는 한 북미간 대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힐 방북 기간 동안 미국이 제시한 국제적 기준에 따른 검증 문제는 북미군사회담을 열어 논의하는 동시에 정전체제 종식을 바탕에 둔 북미관계 정상화 단계로 나아갈 것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미국이 북한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상황타개의 돌파구가 열려 한반도 비핵화 2단계 행동조치가 완료되면서 6자회담이 다시 추동력을 갖게 될 것이며 한반도 정세는 급속히 바뀌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6자회담 자체의 존립기반이 붕괴되면서 9.19 공동성명 이전의 전면적 핵 대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북한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근거해 ´핵포기´와 ´적대시 정책 폐기´라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명분상 우위에서서 미국의 정권교체기를 지켜보면 된다. 또한, 북한은 이미 핵 시설 복구를 개시한 상황에서 핵 증산을 통해 차기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조치들이 실제화 된다면 이는 곧 미국에게는 북한에 더 큰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러지원국 해제 연기와 검증이라는 강경카드를 빼들었던 부시 행정부이지만 오히려 지금은 대화냐 대결이냐의 판단조차 내리기 힘든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결국 부시 행정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향후 북미관계는 ´근본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모든 논의가 진행되는 전략적 단계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기로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 근간한 대결적 대북정책을 펼쳐왔다. 이로 인해 6.15-10.4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과연 무엇이 진정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는가를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대결적 대북노선이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10월 2일 남북 군사실무협의에서 남한의 ´선전 전단(삐라)´ 살포를 집중 거론한 데 이어 9일에는 북한 해군사령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금 조선 서해 전연해상에서의 불안정한 군사정세는 언제 무장충돌로 이어질지 모를 긴장격화된 상태에서 지속되여오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여부를 떠나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에게 주어진 질문과 똑같다. 대화와 협력이냐 아니면 대결과 긴장이냐.


현 단계에서 이명박 정권의 북한과의 불필요한 대결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 변화에서도 주도권을 놓칠 수밖에 없다.


북미 양국은 직접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도 대결적 대북노선을 폐기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감으로써 한반도 평화정착에 실질적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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