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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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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09 03:5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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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4

 

며칠후 김운상은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로동부장 오기섭의 호출을 받았다. 오기섭은 공사설계를 료해하겠다면서 계획서를 작성해가지고 오라는것이였다. 운상은 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난감해서 구두로 대답할 준비를 해가지고 갔다.

 

오기섭의 방은 책상이며 의자며 마루바닥이며 모든게 거무틱틱해 보였다. 로씨야적위군들이 입던 상의에 가죽혁띠로 뚱뚱한 배를 묶은 오기섭은 당꼬바지에 넣었던 손을 힘있게 내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반갑소! 건축가선생, 앉으시오!》

 

오기섭은 운상에게 자리를 권하고 활달한 동작으로 책상을 에돌아 자기의 가죽회전의자에 가앉았다. 거무틱틱한 책상우에는 전화기와 문갑, 로어로 된 책들이 무질서하게 쌓여있었다.

 

얼핏 제목을 보니 《맑스주의와 수정주의》, 《자본론》, 《웨. 이. 레닌전집》 등이였다. 그 책들은 이 방 주인의 유식을 증명해주고 또한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역할도 맡아하는듯싶었다. 철궤들이 놓여있는 바람벽우에는 《프로레타리아여, 일어나라. 유산자들을 숙청하라!》는 구호가 걸려있고 오기섭의 뒤에는 한폭의 붉은기가 드리워져있었다.

 

오기섭은 운상을 해부학적으로 료해하려는듯 노트를 펼치고 꼬치꼬치 물었다. 나이, 고향, 경력, 출신성분…

 

《자작농이라… 그러니 빈고농출신은 아니구만. 음, 일없소. 공산당은 이미 친일파, 매판자본가를 제외한 광범한 근로대중의 단결을 호소했으니까.》

 

그러면서 벽우에 걸린 구호를 흘끔 올려다보았다.

 

《일본에 가서는 고학을 했겠소? 집에서야 학비를 어떻게 다 보내주었겠소.》

 

《예.》

 

《고생했겠구만. 음, 장가는 갔소?》

 

《아직 안 갔습니다.》

 

《아직두?》

 

오기섭은 흥미있다는듯 만년필을 노트우에 던지고 의자에 몸을 제꼈다.

 

《부럽소, 아주 부럽소. 평양은 물이 좋아서인지 미인이 많소. 좌우간 1등미인을 쟁취해보오. 그러나 미인들만 따라다니면서 계급성을 무시하면 안되오. 반드시 혁명가의 집안에서 미인을 골라야 하오. 내 얼마전에 철도공장에 료해사업을 나갔댔는데 글쎄 공산당총각이 민주당집안의 처녀와 결혼식을 했다는거요. 기가 막혀서… 그래 공산당과 민주당이 한이부자리에서 동침할수 있소? 그렇게 쁘라스해서 수정주의밖에 더 나오겠는가? 그러니 건축가선생은 사랑을 해도 계급적선에서 탈선하지 말아야 하오. 우리 조선에도 쟌 다르크같은 영웅미인들이 있을거요. 평양에 그런 옛말이 있지? 적장의 목을 베도록 도와준 기생말이요. 이름이 뭐드라?》

 

《계월향입니다.》

 

《그래, 그런 미인이 그때만 있었겠소?》

 

오기섭은 한참 시큰둥한 소리를 늘어놓다가 다시 책상에 몸을 수그렸다.

 

《설계는 어떻게 돼가오? 계획서를 가져왔소?》

 

운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계획서가 특별히 필요할것 같지 않아서… 물어보는대로 답변해 올리겠습니다.》

 

오기섭은 어이없다는듯 두팔을 벌렸다.

 

《여보! 이게 어떤 공사라고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한단 말이요? 동무야 설계를 맡은 사람으로서 언제까지 설계를 끝낸다구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야 할게 아니요? 여기 뭘 모를게 있소?》

 

《설계는 한 열흘쯤이면 끝낼수 있습니다.》

 

오기섭은 자기가 말을 잘못 듣지 않았나싶어 운상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책상을 탕! 쳤다.

 

《동무! 지금 제정신이요? 이 공사의 중요성을 모르는가?》

 

언성을 높이던 오기섭은 아무래도 이 인테리겐챠를 정치적으로 각성시키는 사업을 제가 맡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손세를 써가며 설명했다.

 

《이 공사는 우리 공산당의 위신문제란 말이요. 내 당신한테만 하는 말인데 우리가 이 공사를 장마철전으로 끝내자는게 어떤 타산이 있어서 그러는줄 아오? 이게 다 정치란 말이요. 이쯤 말하면 당신도 눈치가 있으니 알겠지? 그러니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설계를 잘해놓소. 한달쯤이면 넉넉하겠지?》

 

김운상은 머리가 뗑해져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공사예산은 대략 얼마나 잡았소?》

 

운상은 자기가 추산하고있는 수자를 불렀다. 그것이 또 오기섭을 격분시켰다.

 

《동문 정말 깜깜이로구만. 동무 눈엔 나라형편이 보이지 않소?》

 

운상은 욕만 먹을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이 공사를 만년대계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답니다.》

 

《여보, 동문 설계가요, 정치가요? 김일성동지야 정치가이니 응당 그렇게 말씀하실수 있지. 그러나 동무야 설계를 맡은 실무가로서 선 하나, 점 하나를 책임적으로 찍어야 할게 아닌가? 동무의 손에 따라 나라의 수백만금이 왔다갔다하는데 지금 형편에 무슨 돈이 많아서 토목공사에 물쓰듯 하겠소. 나참.》

 

오기섭은 전반적인 나라형편은 안중에도 없는 운상의 정치적우매성을 진심으로 개탄했다.

운상은 오기섭에게서 욕을 먹는게 억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였다. 리주연으로부터 처음 공사설계를 맡으라고 할 때 어째서 이 공사를 중시하는가 하는게 잘 납득되지 않았는데 지금 오기섭의 말을 듣고보니 어느 정도 륜곽이 잡히는것 같았다.

 

 

그런데 리주연부위원장은 설계를 최단기간내에 끝내라고 하지 않았는가. 오기섭의 말에도 모순이 있다. 공사가 바쁘지 않으니 천천히 잘하라고 하면서도 나라형편을 생각해서 적당히 설계하라는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러면서도 공산당의 위신을 세워야 한다는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것인가. 정말로 공산당의 위신을 세우자면 리주연의 말대로 장마철전에 끝내야 할게 아닌가.…

 

운상은 고무방망이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것처럼 뗑했지만 더 물어보고싶지 않아 건성으로 인사하고 그 방을 나왔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정문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에는 맥이 없었다.

 

건국대업에 한몸 바치리라던 열정과 자부심은 졸지에 사그라져버리고 캄캄한 동굴속에서 동서남북도 모르고 미로를 헤매는것 같은 불안감이 온몸을 사로잡았다.

 

그는 누구든 붙잡고 흉금을 터놓고싶었다. 도대체 나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가. 이 공사의 본질이 도대체 무엇인가.

 

정말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내긴 끝내자는것인가. 정말 만년대계로 해야 할 공사가 옳긴 옳은가.… 무엄하다고 귀뺨을 맞을지언정 속시원히 묻고싶었다. 그는 리주연을 찾아 도인민위원회로 가다가 발길을 멈추었다. 그한테 가야 자기가 바라는 대답을 들을것 같지 못했다. 리주연부위원장은 이미 공사를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너무나 명백해서 물어볼 말이 없었다. 그럼 오기섭의 말을 해명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그날 저녁 경상동 오기섭의 집에는 몇명의 친구들이 모여앉았다. 태반은 오기섭이 함흥에서 데리고 올라온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해방후에 쏘련에서 나온 얼마우재들이였다. 아래방은 조선식으로 치장했지만 웃방은 유럽식으로 꾸려져있어 손님들은 모두 웃방 한가운데 놓인 큼직한 원탁에 둘러앉아있었다.

 

상우에는 산해진미가 떡 벌어지게 차려져있었다. 큰상이 다 찼는데도 오기섭의 큰딸은 음식들을 계속 들여왔다.

 

오기섭은 축배잔을 높이 들고 점잖게 한마디 했다.

 

《오늘은 국제로동계급의 위대한 수령 칼 맑스의 탄생일입니다. 맑스주의를 신봉하여 투쟁에 나섰던 우리들이 혁명이 승리한 오늘 국제프로레타리아운동에 쌓아올린 그분의 공적을 잊어서는 안될것입니다. 그래서 지난날 함께 투쟁하던 동지들과 그분을 추억하며 회포를 나누고싶어서 자리를 마련했으니 차린건 없지만 량껏 들기 바랍니다. 축배!》

 

《축배!》

 

모두들 맑스의 명복을 빌며 축배를 들었다.

 

평남도당에 한자리를 차지한 박도완이 생복접시에 저가락을 가져가며 한마디 했다.

 

《평양장안 40만인구중에 맑스의 생일을 기억하고 모여앉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정말 오기섭동지의 투철한 맑스주의정신에 탄복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오기섭은 닭의 날개죽지를 깨소금그릇에 찍으며 짐짓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두 한때 좌익서적을 읽은 사람들이야 오늘같은 날 감회가 깊을텐데 왜들 가만있겠소?》

 

《그건 천만의 말씀입니다. 조선사람중에 맑스나 엥겔스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다구요.》

 

《그렇기도 하오. 그래서 백성은 따라오게 할수는 있어도 알게 할수는 없다고 하는거요. 조선이 동방의 은둔국이라는걸 증명하는 실례가 어디 그뿐이요? 자! 술이나 듭시다.》

 

그들은 맑스-레닌주의의 영원성을 위해서, 국제로동운동의 전세계사적승리를 위해서 연방 잔을 찧었다. 누구도 조선을 위하여 축배를 들자는 사람은 없었다. 술이 몇순배 돌아서부터는 신사표식으로 졸라맸던 넥타이를 늦춰놓고 걸쭉한 육담도 입에 올리며 껄껄거렸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지나가는 소리로 보통강개수공사를 화제에 올렸다.

 

《내 그런 말하는 사람에게 욕을 해주었습니다. 지금이 어느때게 그따위 류언비어를 퍼뜨리는가구요.》

 

《그건 류언비어가 아니라 사실이요.》

 

《사실이라구요? 우리 힘으로 그 공사를 한단 말입니까?》

 

 

오기섭은 주량도 세고 식성도 좋아서 여전히 시작할 때의 속도로 저가락질을 하며 대꾸했다.

 

《말은 그렇지만 우리 힘으로야 안되지. <쁘라우다>라는게 진리라는 소린데 거기에 꼭 진리만 싣습데? 정치란 그런거요. 토목공사라는게 말처럼 쉽소? 그래서 내 쓰딸린동지한테 엑스까와똘을 몇대 달래자구 김일성동지께 말씀드릴 생각이요. 그렇지 않으면 쏘미공동위원회때문에 서울에 나간 슈띠꼬브가 온 다음에 내가 직접 제기하던가.… 음.》

 

《하긴 쏘미공위가 제대로 진척돼서 조선에 후견제가 실시되면 굴착기같은거야 문제될게 없지요. 혹시 미국사람들때문에 공위가 파탄되면 북조선은 쏘련의 가맹공화국이 돼야 할겁니다. 우리 힘만으로야 건국이 어림없지요.》

 

《그건 옳소. 그러나 지금 민주당이다, 신민당이다 갈래가 많은 때에 공산당에서 이 공사를 맡아나서면 민심이 어디로 쏠리겠는가 생각해보오. 설사 장마철전으로 공사를 끝내지 못한다 해도 공산당이 백성들의 생활에 무관심하지 않다는 인식은 줄수 있으니까 우리는 큰 리득을 보게 된단 말이요. 이게 바로 정치요. 난 이번 일을 통해서도 김일성동지의 정치가로서의 위대성에 대해 다시한번 탄복하게 되오.》

 

오기섭은 진심으로 자기가 발견한 《진리》를 력설했고 좌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중에서 박도완이 모를게 있다는듯 오기섭에게 물었다.

 

《이제 쏘련에 굴착기를 부탁해서 언제야 나오겠습니까?》

 

《빠르면 래년쯤에야 나올수 있지. 하여튼 인민들의 질통만 믿고 공사를 벌린다는건 말이 안되오. 당신두 쏘련에서 살아봤으니까 기계의 힘이 얼마나 위력한지 잘 알겠구만. 지금이야 인력으로 피라미트를 쌓던 때두 아니구 만리장성을 쌓던 때두 아니지 않소? 그러니 준비를 착실히 해놓고 기다려야지.》

 

밤이 깊어감에 따라 취기도 깊어졌다. 오기섭의 딸은 적산창고에서 끌어다놓은 피아노를 똥땅거리고 주정군들은 《까쮸샤》를 불러댔다.

 

맑스를 추억하자고 모여앉았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란장판을 벌려놓았으니 사색적이고 지성적인 맑스의 령혼이 설사 그 자리에 왔댔다 해도 진저리를 치며 가버리지 않을수 없을 지경이였다.

 

다음날 오기섭은 머리가 지끈거려 꿀물을 두대접이나 마시고 집에 누워있다가 오후에야 림시인민위원회청사로 나갔다.

 

그는 서기실에 앉아있는 안길에게 보통강개수공사와 관련하여 장군님께 직접 말씀드릴게 있으니 보고드려달라고 이야기했다. 안길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오늘 일정이 몹시 바쁘신데 나한테 말하면 안되겠소?》

 

《내가 료해한 문제이니 내가 직접 말씀드리는것이 좋을것 같소. 내 방에 가있겠으니 장군님께서 시간을 내시겠다면 전화해주오.》

 

그리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대통에 가치담배를 부스러뜨려넣고 가죽회전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허공으로 흩어지는 담배연기를 바라보며 그는 자기가 장군님께 말씀드리려는 문제에서 모순이 없겠는가를 다시한번 따져보았다. 크게 걱정할건 없을것 같았다.

 

오기섭이 김운상에게 한 말이나 어제 술친구들에게 한 말은 다 그의 진심이였다. 그는 정말로 보통강개수공사를 아무런 기계수단도 없이 장마철전으로 할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던것이다. 부언하건대 그는 장군님의 뜻을 의도적으로 반대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는것이다. 그의 과오는 그가 자기 인민을 너무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 않은데서부터 생긴것이였다. 그는 자기 조국, 자기 인민과 너무도 멀리, 너무도 오래 떨어져있었다. 따라서 그는 조선인민에 대해 잘 알수 없었으며 인민이 자기 힘을 자각할 때 어떤 미증유의 기적을 창조할수 있는가를 알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 인민이란 제힘으로 행복을 쟁취할 능력이 부족하기때문에 양떼를 몰아가는 목동처럼 자기같은 정치인들이 이끌어주고 돌봐주어야 할 수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남들이 증기기관차로 산업혁명의 시대를 펼쳐놓을 때 조선인민은 버선발에 짚신을 신고 하늘소를 타고다녔으며 무식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노전우에 앉아 막걸리동이를 기울이며 아리랑타령을 불렀었다. 낮에는 나무그늘밑에서, 밤에는 고콜불아래서 《범이 담배 피우던 때인데…》하고 옛말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던 그 인민을 하루아침에 각성시켜 무산혁명의 한마당으로 이끌어낸다는게 말처럼 쉽겠는가. 그는 리광수의 《민족개조론》을 옳다고 생각지는 않았지만 그런 글을 쓴 필자의 심정이 결코 가볍지는 않았을것이라는것만은 리해하고싶었었다.

 

그러한 정치적제약성으로 하여 오기섭이라는 인간은 자기 인민에게 헌신할수 없었고 자기 수령의 사상에 끝까지 충실할수 없었던것이다.

 

오기섭이 장군님께서 부르신다는 련락을 받고 그이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는 저녁무렵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오기섭에게 의자를 권하시고 담배통도 밀어놓아주시였다.

 

《보통강개수공사와 관련해서 제기할게 있다지요?》

 

《그렇습니다.》

 

오기섭은 자리에 앉으며 사업노트를 펼쳐들었다.

 

《어제 공사설계를 담당하고있는 건축가를 만나 담화를 해봤는데 그 사람이 사상적으로 잘 준비되지 못한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봅니까?》

 

《우선 설계를 날림식으로 해치우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욕을 좀 해주고 한달쯤 품을 놓고 잘해야 한다고 납득시켰습니다.》

 

《설계를 한달씩이나 한단 말입니까? 설계가도 동의했다구요?》

 

《그렇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억이 막히시여 한동안은 말이 나가지 않으시였다. 이 사람은 장마철전에 공사를 끝내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리해했는가? 이거야 공사를 파탄시키려는 의식적인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그리구 쓰딸린동지에게 엑스까와똘을 몇대 요구하시지 않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 부탁하시면 쏘련정부에서두 거절하지 못할겁니다.》

 

《그러니까 로동부장동무는 평양시민들의 힘만으론 공사가 어렵다는겁니까?》

 

《사람의 힘이 기계만이야 하겠습니까?》

 

오기섭의 태도는 너무나 당당했다. 자기 발언을 얼마든지 정당화할수 있다는건데 이런 때는 과연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

 

장군님께서는 얼마전에 함남, 함북지방을 돌아보시면서 만나시였던 로동계급의 믿음직한 모습을 다시 그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이번에 동해안의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시면서 로동계급의 들끓는 건국열의를 후덥게 느끼시였으며 그들에게서 큰 힘을 얻으시였다. 특히 흥남비료공장의 로동자들은 토지를 분여받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비료를 보내주자고 결사대를 조직하여 공장을 복구하고 밤낮없이 전투를 벌리고있었다. 현장에서 로동자들과 자리를 같이하신 장군님께서는 새 조국건설에서 로동계급이 지니고있는 사명을 깊이 깨닫고 모두다 로동영웅이 되여야 한다고 뜻깊은 말씀을 해주시였다. 로동자들은 사람값에 못 들던 자기들을 제일 값있는 존재로 내세워주시는 장군님의 진정에 감격하여 2만톤의 비료를 더 증산할것을 결의해나섰다.

 

그이께서는 비료공장뿐아니라 본궁화학공장, 룡성기계공작소, 흥남제련소 등 여러곳을 돌아보시면서 인민의 무궁무진한 힘을 총동원하면 얼마든지 자체의 힘으로 새 나라를 건설할수 있다는 신념을 굳히시였었다.

 

그런데 지금 이 사람은…

 

장군님께서는 오기섭이 나간 뒤에도 일손을 잡지 못하시다가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리주연부위원장과 평양시인민위원장동무를 이제 곧 불러주시오.》

 

이밤중으로 공사준비정형을 료해하지 않고서는 마음을 놓을수 없으시였던것이다. 일군들이 장군님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는 밤이 깊어서였다.

 

《밤늦게 찾아서 미안합니다. 공사준비정형을 알고싶어서 불렀습니다.》

 

 

 

리주연이 먼저 일어섰다.

 

《그러지 않아도 저희들은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자던 참이였습니다. 이런 큰 공사를 처음 맡아해보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 조막손으로 닭알 만지는 격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의 보고를 다 들으시고나서 공사에 대중을 동원시키는 문제로부터 지휘부구성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밝혀주시였다. 장군님의 말씀을 받고서야 일군들은 자기들이 여직껏 외지밭을 헤매고있었다는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그들은 평양시내 공장, 기업소들을 며칠간씩 문을 닫아매고 통채로 동원시키는 방법에 매달리려고 하였다. 그렇게 되면 생산도 문제이지만 직장생활을 안하고 집에서 수공업이나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문제가 골치거리로 나섰다. 그렇다고 행정구역별로 하자면 장악통제사업이 더 복잡해질것 같았다.

 

리주연은 자기들의 고충을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공장은 공장대로 생산을 내밀면서 로력조직을 해야 합니다. 시인민위원회에서는 공사지휘부를 든든히 꾸리고 로력조직을 빈틈없이 해야겠습니다. 내가 래일 공사장에 나가보자고 하는데 동무들도 같이 나가봅시다.》

 

리주연은 환성을 터칠번 하였다. 그러나 자기들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장군님의 바쁘신 시간을 빼앗게 되였다는 죄스러움이 터져나오려는 환성을 눌러버렸다.

 

《장군님께서 직접 나오시여 대책을 세워주시면 저희들은 좋지만…》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공사와 관련한 일은 미룰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래일 현지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토론해봅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래일 아침에 장군님을 모시고 나갈 준비를 하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돌아가려고 일어서는 리주연을 손짓으로 멈춰세우시였다.

 

《김운상동무를 만나보았습니까?》

 

《며칠동안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공사설계를 수정하고있을겁니다.》

 

내막을 알수 없던 리주연은 제 짐작대로 말씀드리고나서야 장군님의 안색이 어두워지신것을 알아차렸다.

 

《김운상동무가 설계를 한달쯤 걸려야 완성하겠다고 했답니다.》

 

《예?》

 

리주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대체 그 사람이 제정신인가?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무거우신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난 그것이 운상동무의 본심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일종의 강요에 의한 투항이라고 할가… 하지만 난 실망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왜 이 공사를 장마철전에 끝내자고 하는지 모르기때문에 일부 사람들의 견해에 맹종맹동한것입니다. 건국의 앞장에 서야 할 지식인인데…》

 

리주연은 장군님앞에서 자기를 뉘우쳤다.

 

《제 책임이 큽니다. 전 그 동무에게 설계를 맡겨놓고는 아직 한번도 찾아가보지 않았댔습니다.》

 

《혼자서 설계를 안고 씨름하자니 힘들것입니다. 운상동무에게 래일 내가 공사장에 같이 나가보잔다고 전해주시오. 주연동무가 래일 아침 여기로 올 때 데리고 오시오. 그 동무 혼자 거기까지 걸어가게 할수야 없지 않습니까?》

 

《알았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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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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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혁명의 길 끝까지 가리라
사회주의에 대한 훼방은 허용될수 없다
3. 1인민봉기​
조국광복회기관지《3.1월간》
[론설] 당사업을 친인민적, 친현실적으로 해나가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
그 어떤 궤변으로도 력사의 진실은 절대로 가리울수 없다
위대한 김일성주석님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1 제1장 비운이 드리운 나라 3. 독립만세의 메아…
[사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이 구호를 높이 들고 우리 식 사회주의의 위력…
조선식 사회주의의 참모습
반드시 심판받아야 할 죄악의 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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