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 [도서]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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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10-05 04:3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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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연재하며
편집국
재미동포전국연합회는 북 바로알기 운동을 위해 북 문예소설 작품인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새 나라》를 소개합니다. 《새 나라》는 윤경찬 저자이며 2013년 문학예술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1945년 해방된 북 조국 땅에 어떻게 새나라가 건설되었는가를 문학적 감동과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12
이튿날 리주연은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로 찾아갔다. 장군님께서는 마당에 세워놓은 화물자동차곁에서 일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의 인사를 받으시며 그를 차있는데로 가까이 부르시였다.
《주연동무! 이 차를 타고 공사장에 갔다와야겠습니다. 지금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해방떡>만 먹으면서 일하다보니 배앓이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수쌀을 좀 보내주자고 합니다.》
리주연은 얼결에 수수쌀마대가 가득 실린 적재함을 올려다보았다. 공사장에 만주콩을 보내준것은 자기였다. 그것도 몇번이나 재다가 여유가 생겼길래 보내주면서 공사장에 식량이 해결된것을 다행으로 여겨왔었다. 로동자들이 그 콩만 먹고 배앓이를 할수 있다는것도, 그때문에 장군님께서 심려하시리라는것도 리주연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로동화를 몇마대 실었는데 가져다주시오. 토목로동을 해서인지 공사책임자라는 사람도 발가락이 나오는 신발을 신고있더란 말이요. 그다음에 또 있소. 재정국장동무!》
장군님께서는 큼직한 가방을 들고서있던 재정국장을 찾으시였다.
《그 가방을 주연동무한테 주시오. 재정국장동무랑 머리를 싸매고 짜낸 돈이요. 로동자들에게 로임도 주지 못한다는데 도인민위원회에서 책임지고 공사비용으로 쓰도록 하오. 이젠 더 없던가?》
장군님께서는 한가지라도 더 보내지 못하는게 아쉬우신듯 일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그 말씀에 농림국장은 진짜로 놀라와하며 반문했다.
《장군님, 이렇게 많이 보내시면서 아직두 적다는겁니까?》
《농림국장동무가 수수쌀 한차에 으쓱해졌구만. 이제 공사가 완공돼서 서평양과 대타령일대의 논밭들이 홍수피해를 면하고 진펄도 다 논으로 개간되면 동무도 수수쌀대신 흰쌀을 보내지 못한걸 후회하게 될거요.》
장군님께서는 즐거운 기분으로 말씀하시며 리주연에게 돌아서시였다.
《어서 타오. 가서 로동자들에게 내 인사를 전해주시오. 그리구 공사를 단기일내에 끝내기 위해서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는걸 특별히 강조하시오. 삽이나 곡괭이 같은것은 동원되는 사람들이 가지고나올수 있지만 목도 같은것은 공사장에서 보장해야 하는것만큼 봉수산에서 목도를 넉넉히 장만해놓아야 한다고 말이요.》
그러시면서 도인민위원회가 책임지고 장혁수의 안해와 아들의 시신을 잘 안장해줄데 대하여 다시 상기시키시였다.
공사장으로 차를 타고가는 리주연의 심중은 무거웠다. 사람이 자기를 부정한다는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더구나 자기가 진리라고 확신했던 정치적리념이나 생활신조를 스스로 부정하게 될 때 그 인간은 어쩔수없이 자체모순에 빠지게 된다. 지금 리주연의 경우가 그 비슷하였다. 그는 여태 자기가 무산민중의 리익을 위해 싸워왔다고 자부하고있었다.
일찌기 맑스-레닌주의에 매혹되여 혁명의 길에 나섰던 그는 파도우의 일엽편주마냥 세상풍파에 시달리다가 김정숙동지로부터 장군님의 반일민족통일전선로선과 전민항쟁방침을 직접 전달받고서야 비로소 옳바른 투쟁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정말 라침판도 없던 쪽배에서 군함으로 옮겨탄 기분이였다. 그는 장군님의 가르치심대로 평양지방에 옮겨앉아 당소조를 조직하고 전민항쟁준비를 착실히 해나갔다. 해방직후에는 평남도당부를 조직하는데도 관여하고 평남도인민정치위원회 총무부장으로 일하였다. 도당1비서였던 현준혁이 그에게 도당부에서 같이 일하자고 했으나 리주연은 도리머리를 했다. 조만식의 민주당세력에게 평남도자치기관인 인민정치위원회를 맡겨두는게 불안했던것이다. 신간회시절부터 조만식을 알고있던 리주연은 《평안남도인민정치위원회》라는 간판을 내걸 때에도 그와 의합이 맞지 않았었다. 조만식은 그냥 정치위원회로 하자고 고집했고 리주연은 인민위원회로 해야 한다고 우겼던것이다.
《조만식선생은 어째서 인민이란 말을 싫어합니까?》
《리군도 내가 민족주의자라는것을 알지 않소? 그런데 인민이란 말에서는 공산주의냄새가 진하게 난단 말이요. 그저 백성이라고 해도 되지 않소? 황차 왜놈을 몰아낸 이 땅에선 조선사람이라면 덮어놓고 대동단결을 이룩해야 할 때인데 인민이다, 아니다 하구 편을 가를게 있는가 말이요.》
《선생님의 말씀대로 덮어놓고 대동단결을 해야 한다면 친일파나 민족반역자, 악질지주나 매판자본가까지 다 품어주자는건가요? 그렇게야 안되지요. 내가 말하는 인민은 그런자들을 제외한 반제국주의적, 반파쑈적인민입니다. 계급혁명의 동력으로 될수 있는 사람들만이 진정한 인민으로 되는거지요.》
《그렇게 차 떼구 포 떼구나면 누구와 건국을 하겠소? 건국을 하자면 자본이 있어야 할텐데 맨주먹밖에 없는 백성들만으로 뭘 한다는거요? 밉든 곱든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도 화해를 할수밖에 있소? 그리구 왜놈들 시달림을 그만큼 받았으면 이젠 제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살아야 할게 아니요? 왜놈들 세상에서 살아가자니 할수없이 친일을 좀 했을수도 있구 돈두 벌었을수 있지. 이제 또 계급혁명이라는 슬로간을 내걸구 저 아라사에서처럼 공민전쟁이라두 해야 한다는거요? 공산주의자들은 그렇게두 제 민족을 사랑할줄 모른단 말이요?》
리주연은 그때 조선의 《간디》로 자처하던 조만식의 반동성을 똑똑히 보았으며 그와는 끝까지 한길을 갈수 없으리라는것을 깨달았었다.
《조만식선생은 얼마나 도량이 커서 과거 일제에게 붙어먹던자들과도 어깨동무하자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일찌기 <조국광복회10대강령>에서 친일파, 민족반역자들을 청산하고 진정한 인민혁명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하시였습니다. 이제 장군님께서 개선하시면 모든게 명백해지겠지만 나는 우리가 조직하려는 도내 주권기관이 명실공히 인민의 리익을 위하는 기관으로 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만식은 리주연의 꿋꿋한 태도에 기가 눌렸는지 정치인민위원회로 하자는 타협안을 내놓았었다. 그래서 다른 도들에서는 인민위원회가 조직되였지만 유독 평남도에서만은 《평안남도인민정치위원회》라는 간판이 걸리게 되였었다.
그런 연고로 하여 리주연은 조만식일당이 올해 1월 모스크바3상회의결정을 로골적으로 반대해나서는것을 계기로 그자들을 인민정권기관에서 축출하는데 앞장섰던것이다. 그때 리주연은 인민이란 말자체를 싫어하는 조만식의 반인민성을 규탄하여 《인민정치위원회의 정치적성격》이라는 글을 《정로》에 싣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리주연에게 있어서 인민이란 존재는 정권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혁명의 위력한 동력이였으며 따라서 그들의 복리를 책임지고 돌보아주는것은 정권기관 일군의 응당한 본분이였다. 그는 자기가 그 본분에 성실해왔다고 믿고있었다. 그런데 어제 협의회이후부터는 그러한 자부심이 없어졌다. 장군님의 인민관은 절대적인것인데 자기에게는 허용오차가 컸었다. 장군님의 마음속에는 인민이 친부모형제로 자리잡고있는데 자기에게는 그저 책임지고 돌보아주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어제 협의회에서는 그것이 태양과 뭇별의 차이로 나타난것이다. 장군님께서 나라형편을 모르시고 그런 방대한 공사를 결심하시였겠는가. 자기는 고작 한개 도의 살림을 맡아안고 숨가빠하지만 장군님께서는 온 나라를 다 안고계시지 않는가. 그런데도 감히 객관적실태를 솔직히 보고드린다고 하면서 장군님의 뜻을 흥정하려 했으니 김정숙동지한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얼마나 섭섭해하시겠는가.
무슨 일에서나 실수없이 장군님을 받들어온 리주연이로서는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었다.
차가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로동자들의 감격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지금껏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아서 그들은 향토건설대를 해산하고 다 떠나자고 했댔는데 어제는 장군님께서 몸소 찾아오시고 오늘은 또 이런 경사가 난것이다.
《난 신발이 다 해져서 미투리라도 삼으려고 했는데 내가 신발을 걱정하는줄 장군님께서 어떻게 아시구…》
《이런걸 두구 하늘에서 떨어진 복이라구 하는거야.》
《아니, 장군님께서 보내주신건데 웬 하늘타령이요?》
《차차… 장군님이 바루 하늘이다, 이 소리지.》
로동자들은 적재함의 짐들을 부리우면서 도무지 진정을 못했다.
리주연은 로동자들을 모아놓고 공사준비를 잘할데 대한 장군님의 말씀을 전달하고 자기비판을 했다.
《난 동무들보다 못한 놈이요, 훨씬 못한 놈이요. 난 장군님께 이 공사를 당장은 할수 없다고 말씀드렸댔소. 동무들, 나를 비판해주오.》
장혁수는 감격에 겨워 아까부터 눈만 슴벅거리다가 리주연의 팔을 으스러지게 틀어잡았다.
《우린 더 한심한 놈들입니다. 장군님께서 이 공사를 중시하시는줄도 모르고… 다 떠나려고 했댔수다. 엊그제 장군님께서 공사장에 찾아오신 다음에야 정신들을 차렸수다. 야! 성칠이, 덕배, 말을 해라! 여기를 뜨겠다던 놈들 말을 해봐라! 아직두 가겠어?》
장혁수의 사나운 고함소리에 로동자들은 어깨를 움츠렸다.
《우리가 제 생각만 하는 덜된 놈들이였소. 부위원장어른! 김일성장군님께 우리가 죽어두 제방을 베고죽겠단다구 말씀드려주시우.》
《옳수다! 말씀드려주시오!》
사람들은 제 동가슴을 두드려대며 이구동성으로 호응했다. 그러다가 자기들의 진정을 담은 편지를 장군님께 올리자는 누군가의 제의에 와- 환성을 올렸다.
리주연은 공사장에서 돌아오는 길로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를 찾아갔다.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이 가져온 편지를 반갑게 받아보시였다.
《김일성장군님 전 상서
조선을 해방시켜주시고 무산민중의 새 나라를 세워주신 김일성장군님께 보통강개수공사 향토건설대 대원들은 감격의 마음을 주체할길 없어 장군님께 삼가 이 글월을 올리옵니다. 국사에 다망하신 장군님께서 썩은물 흐르는 보통강때문에 이렇듯 심뇌가 크신줄 우린 정말 몰랐습니다. 토성랑움막이 아무리 춥다 한들 만주의 눈보라만이야 했겠습니까? 우리한테는 움막이나마 제집이 있었지만 장군님께서는 20성상 풍찬로숙을 하시며 강도 일제와 혈전분투하시고 오늘은 또 건국도상에 할 일도 많지만 보통강을 제일 걱정하신다니 공사를 맡은 저희들은 하늘에 얼굴을 들수가 없습니다. 이젠 우리도 정신을 차렸습니다. 우리들은 장군님배려에 천백번 감사하면서 이 몸으로 제방을 쌓아서라도 장군님 분부하신 기한내에 공사를 기어이 완공하겠습니다. 그러니 공사는 념려하지 마시고 장군님께서 부디 귀체만강하시옵기를 일구월심 바라옵니다.
보통강개수공사 향토건설대 일동
1946년 4월 xx일》
장군님께서는 편지를 다 읽으신 다음 리주연에게 말씀하시였다.
《로동자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니 고맙습니다. 그 편지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 인민들은 정에 주려 살아왔습니다. 우리 인민정권이 자기들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것을 느끼게 되면 그들은 무한대한 힘을 발휘할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고 하지요. 주연동무! 어떻습니까? 아직도 이 공사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까?》
장군님의 말씀은 가뜩이나 격앙되였던 리주연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어주었다.
《장군님, 용서하십시오. 저는 장군님 가까이에서 일해오면서도 인민에 대한 리해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자신을 지내 혹독하게 대하는게 아닙니까?》
리주연은 정중한 자세로 장군님을 우러르며 자신의 심중을 퍼내였다.
《아닙니다. 저는 장군님께서 보통강개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의 뜻을 잘 리해하지 못했댔습니다. 현시점에서 건국의 순서로 보나 경제적득실관계로 보면 불합리하지만 그래도 공사를 강행하여 인민정권의 성격을 내외에 시위하려는것으로만 생각했댔습니다. 그것이 옳다고 수긍되면서도 오늘의 객관적형편이 너무 어렵다는데만 포로되여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대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쥐꼬리만 한 소총명으로 장군님의 웅지를 재단하려 들었으니… 용서하십시오.》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의 말을 제지시키시였다.
《주연동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만 합니다.》
그러시면서 리주연을 의자에 앉히시고 담담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참된 정치는 어머니와 같은 사랑의 마음에서만 나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민의 리익을 안중에 두지 않는 통치배들은 정치를 세상을 다스리는 권력으로 보았기때문에 애당초 인민에 대한 사랑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결국 정치와 폭력은 동의어로 되고말았지요. 하지만 우리는 무슨 일에서나 인민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리주연은 흥분을 걷잡을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의 뜻대로 공사를 장마철전에 꼭 끝내겠습니다.》
《조직사업을 잘해보시오. 물론 공산당에서 공사를 맡아할수도 있지만 나는 인민위원회에서 책임지고 하는게 더 좋을것 같습니다. 우리는 공사과정을 통해서 각계층 군중들을 인민정권의 두리에 묶어세워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결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로 되게 하여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보통강개수공사를 평안남도인민위원회가 책임지고 할데 대해서와 공사지휘부를 튼튼히 꾸리고 공사계획을 면밀히 세울데 대해서 하나하나 가르쳐주시였다. 공사의 단계별계획, 설계선행, 자재소요량…
장군님께서 설계수정에 대해 말씀하시자 그는 장혁수에게서 제기된 내용을 보고드렸다.
《장혁수동무의 말이 설계가 걸렸답니다. 장군님께서 왜놈들의 설계를 뜯어고치라고 하셨는데 그걸 할만 한 사람이 없답니다. 제 보기에는 도인민위원회 토목과에도 그런 설계를 맡을만 한 사람이 있을것 같지 않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럴수 있겠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잠시 생각을 더듬으시다가 양복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드시였다. 거기에는 조국에 개선하신 후 찾아내신 여러명의 지식인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내가 한사람 소개하지요. 중성동에 있는 구강병원에 가면 1층에 건축가들이 모이군 한다는데 거기에는 김운상이라는 건축가가 있습니다. 그 동무에게 맡기면 해낼겁니다.》
장군님께서는 만경대에 새집을 짓겠다고 했다는 김운상을 만나보시지는 못했지만 그에 대한 료해를 구체적으로 해두시였던것이다. 리주연은 어려운 문제가 즉석에서 풀리자 사기가 났다.
《래일중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리주연은 보고를 드려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장혁수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말씀올렸다.
《장군님께서 공사장을 다녀가신 뒤 장혁수동무는 오성재농민을 찾아갔댔답니다. 장군님께서 오성재농민에게 걱정하지 말고 분여받은 땅에 씨앗을 묻으라고 하신 말씀을 전해주자고 갔는데 그 농민이 며칠전에 토성랑을 떠났더랍니다.》
장군님께서는 저으기 긴장되시였다.
《어데로 갔답니까?》
《모르겠습니다. 그 집 안주인이 며칠전부터 앓고있었다는데 하루는 웬 처녀가 손수레를 끌고와서 세간살이까지 다 걷어싣고 갔답니다.》
《친척이 아니였답니까?》
《예, 시내엔 친척이 없답니다.》
장군님의 안색은 어두워지시였다. 그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혹시 그때 농촌위원회에서 평양에서 살 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욕을 했다더니 그래서 떠나지 않았을가? 고지식하고 순박한 사람이니 어디 외진 곳에 가서 숨어살자고 영영 떠난게 아닐가?
하긴 공사소식을 들으면 천리밖에서도 다시 찾아오겠지… 농사군이 땅을 떠나서 가면 어디로 가겠는가.
장군님께서는 다소 마음을 놓으시며 리주연에게 돌아서시였다.
《그리구 2~3일후에 안주쪽으로 가볼 계획인데 주연동무도 함께 갑시다. 안주, 숙천벌 농민들이 예로부터 물고생을 많이 했는데 평남일대의 관개공사를 빨리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럼 안주관개공사장에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리주연은 놀랐다. 선뜻 믿어지지 않았던것이다. 보통강개수공사만 해도 아름찬데 새로운 공사를 또 시작한단 말인가.
원래 안주, 숙천벌은 비옥한 곡창지대이지만 하늘을 바라고 농사짓는 천수답, 수리불안전답이였다. 해방전에 왜놈들은 농민들로부터 물세를 비싸게 받아 폭리를 보려고 관개공사를 계획하였지만 시작도 못해본채 쫓겨가고말았다. 리주연이 대충 알기에도 이 공사는 여러개의 저수지와 수십개의 양수장을 건설하고 수백리물길을 형성하는 대관개공사였다. 그 방대한 공사를 또 계획하시다니 과연 장군님의 그 담력과 배짱은 어디서부터 생겨나는것인가. 리주연은 놀란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있지만 장군님의 안색은 여전히 평온하시였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수 없습니다. 우리 인민은 이 모든 력사적과제를 자기 힘으로 해낼것입니다.》
장군님의 음성은 확신에 넘쳐있었다.
리주연은 놀랐던 가슴이 진정되고 용기가 백배해지는듯 한 신비경에 휩싸였다.
언제나 인민을 먼저 생각하시는 인민의 령도자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담력과 배짱이 생길수 있겠는가.
인민의 소원을 모든 사색의 출발점으로 정하시고 종착점 없는 헌신의 장정을 걸으시는 장군님!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인민이 잘사는 세상을 세울것인가 하는것이 우리 장군님의 꿈이고 소원일진대 아! 이 나라 동포들아! 우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자애로운분을 민족의 령도자로 모시였느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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