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민플러스] 새로운 전쟁을 만드는 미군기지를 그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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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9-10 20:1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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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쟁을 만드는 미군기지를 그대로 둘 것인가
이경렬 전 대사

더불어민주당이 8월 31일 ‘전시작전권 환수 및 미 전략자산 이전 TF’를 출범시켰다. 김민석 대표는 한반도 정세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군사운용이 달라지고 있다며 전작권, 연합사, 주한미군의 지위, 미국 전략자산 문제가 서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와 외교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당 차원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TF 이름에서 ‘전작권 환수’보다 ‘미 전략자산 이전’에 더 눈이 간다. 주한미군의 변화, 무기 반입 상황, 역외 작전의 모습을 따지지 않고서는 지금의 한미동맹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인류학자 데이비드 바인의 『The United States of War』가 최근 『전쟁국가 미국과 해외 미군기지』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진인진 출판). 바인은 콜럼버스 이후 미국의 팽창과 전쟁을 해외 군사기지라는 축으로 바라본다. 전쟁이 있어 기지가 생기는가, 기지가 있어 전쟁이 계속되는가. 그의 답은 둘 다라는 것이다. 전쟁이 기지를 낳고, 기지는 다시 전쟁을 낳는다. 전쟁이 끝나도 남는 병력과 활주로, 탄약과 통신망, 군수체계가 다음 전쟁의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과거 전쟁이 만든 기지가 미래의 다른 전쟁을 수행할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역시 지금 바로 그런 변화를 겪고 있다. 주한미군은 한국전쟁 뒤 조선의 재침공을 막고 한국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미국의 2026년 국방전략은 한국에게 조선 억지의 1차 책임을 맡겨 놓고, 미국은 동북아 지역 전체에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미군기지를 운용하겠다는 그림을 제시한다. 한반도의 미군 전력태세를 미국의 더 넓은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에 맞춰 바꾸려 하는 것이다. 즉, 조선을 막는 일은 한국군의 몫으로 넘기면서 주한미군의 활동반경은 중국 쪽으로 넓히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이미 20년 전에 마련됐다. 2006년 한미 양국은 ‘전략적 유연성’에 대략 합의했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한국 국민의 의사에 반해 it가(한국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 문제는 뒤 문장의 안전장치가 실제 전쟁 때 얼마나 작동하느냐다. 한국군이 중국을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미군기지에서 정찰기가 뜨고, 미군 전투기가 출격하고, 탄약과 연료가 공급된다면 중국은 한국을 전쟁 밖의 나라로 볼 것인가.
군산기지는 이 질문을 벌써 현실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미 7공군은 MQ-9 리퍼 무인기로 구성된 제431원정정찰대대를 군산에 창설했다. 훈련 때 잠시 왔다 가던 MQ-9이 처음으로 상시 배치된 것이다. MQ-9은 정찰만 하는 드론이 아니다. 장시간 정보, 감시, 정찰 활동을 하면서 표적을 추적하고 정밀타격도 할 수 있다. 미군은 이 부대의 임무를 한반도에 한정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역’의 정보·감시·정찰 지원이라고 밝혔다. 대북 방어기지가 중국과 동중국해, 대만해협까지 바라보는 미국의 군사망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한 발 더 나갔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을 미 인도태평양군의 ‘권역 지속지원 거점’(RSH: Regional Sustainment Hub)으로 만들겠다고 미 의회에 보고했다. 한국의 정비·보수 능력을 활용해 역내 미군의 전투기와 함정, 패트리엇, 드론 같은 자산을 신속하게 수리해 다시 작전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이 미국 군대의 주둔지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쟁을 떠받치는 정비소와 병참기지가 되는 것이다. ‘한국 방어’라는 주한미군의 원래 임무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더 심각한 변화도 진행 중이다. 미군은 적의 반접근·지역거부망(A2/AD)을 뚫기 위해 만든 다영역특임단(MDTF) 전력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MDTF는 보병부대가 아니다. 장거리 정밀타격에 정보, 전자전, 사이버와 우주 능력을 한데 묶어 상대의 방공망과 지휘체계를 무너뜨리고 후속 미군의 진입로를 여는 부대다. 올해 3월 하와이의 제3 MDTF가 이미 프리덤실드 훈련에 참가했고, 최근에는 독일의 제2 MDTF 전력을 한국으로 옮기는 방안까지 보도됐다. 아직 최종 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겨냥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MQ-9, RSH, MDTF를 따로 보면 드론부대 하나, 군수협력 하나, 새 부대 배치 하나일 뿐이다. 함께 놓으면 그림은 달라진다. 군산의 MQ-9은 눈이 되고, RSH는 보급창과 정비소가 되며, MDTF는 장거리 타격과 전자·사이버전을 맡는다. 주한미군이 조선을 막는 고정 주둔군에서 중국과의 지역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전진기지군으로 스스로 기능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바인이 말한 바로 그 현상이다. 전쟁이 기지를 낳은 뒤, 그 기지가 새로운 임무를 얻고 다시 다음 전쟁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남은 주한미군이 중국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미국은 이것을 ‘동맹 현대화’와 억지력 강화라고 말한다. 중국을 강하게 억지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그런 계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억지가 곧 한국의 안전과 같은 말은 아니다. 중국을 정찰하고 타격하며 미군을 수리·보급하는 시설이 한국에 촘촘히 들어설수록 동북아에서 미중 충돌이 벌어졌을 때 한국의 미군기지는 중국이 먼저 무력화하려는 표적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을 지키기 위해 존재했던 기지가 한국이 선택하지 않은 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이는 장치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고 만다.
그래서 민주당 TF가 전작권 환수 일정표만 다시 짜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시급한 것은 전략적 유연성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따지고 시정하는 일이다. MQ-9 상시배치에 한국 정부가 언제 어떤 사전협의를 했는지, RSH는 대만전쟁에 투입되는 미군자산도 한국에서 정비하는 것인지, MDTF가 들어오면 어떤 장거리 타격무기가 함께 들어오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미국의 의도가 우리 국익과 상충한다고 판단되면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2006년 합의의 안전장치도 명확히 규정해야만 한다. 할 수 있을까.
전작권 문제도 더 이상 끝없는 조건평가에 묶어둘 일이 아니다. 전작권을 되찾는 것이 군사주권의 문제라면 2006년 노무현 정부가 결정한 것처럼 한미연합사 체제를 해체해 즉시 전작권을 회수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관’이 되는 조건부 전환 방식만 계속 붙들면 지휘관의 국적은 바뀌어도 미국의 통제권은 그대로 남는다. 전작권 문제는 연합사 해체와 한국군의 독자 지휘체계 확립이라는 방향에서 조속히 정리하고, 정치권의 힘은 오히려 주한미군의 대중국 전진기지화라는 눈앞의 변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해야 한다.
군산 MQ-9, RSH, MDTF로 구체화되는 한국의 대중국 전진기지화는 미국의 군사적 식민지화와 다름이 없다. 동맹 때문에 한국 영토가 미국의 대중국 전쟁망에 자동 편입되는 것은 우리가 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중국을 겨냥하는 한미일 3국 군사훈련에도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주한미군은 어떤 전쟁으로부터 한국을 지키며, 동시에 어떤 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가’다. 전쟁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가 주권국가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전쟁을 피하려면 결국 미군기지를 축출해야만 한다. 끝.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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