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 [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웬수같은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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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7-18 17:15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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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주의 생활에세이] 웬수같은 국가보안법
이범주 연구위원

국가보안법철폐! 걸개 그림. [출처: 민족작가연합 및 민족춤협회에서 주최한 제 4회 통일예술제]
자본주의는 숱한 문제를 갖고 있어 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필시 인류문명은 무너지고 종국엔 인류의 생존마저 위험에 처할 것이다. 대안은 뭘까. 잠시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인류가 대안으로 내놓은 대책은 아직까진 사회주의가 유일하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적자(嫡子)에 해당되는 체제다. 현실적 구현이 쉽지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자본주의 체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미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사회주의를 연구하지 못한다.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살면서 사회주의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의 인식은 명암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밝음을 상상하지 못하는 어둠과도 같다.
자본가와 계급적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노동자들은 단결하여 가깝게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을 장악하여 자신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계급적 차원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분열되지 않아야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실현의 기본조건으로 되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 그러나 그리할 수 없다. 그리하면 국가보안법이 빨갱이라 칭하며 탄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생되는 숱한 문제들의 궁극엔 분단현실이 있다. 분단의 해결책은 남북 사이 동족관계를 복원하여 평화를 정착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동족관계 복원과 통일에 가닿지 못한다. 국가보안법이 동족국 북과 영원히 적대하면서 적으로 살라, 명령하기 때문이다. 그걸 거부하면? 국가보안법에 걸려 감옥소 간다. 우리는 이승만 정권시기 진보당의 조봉암 선생이 북과의 평화통일 주장했다는 이유로 사형당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최근 들어 북은 남을 전쟁 중에 있는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모든 접촉을 끊었다. 도대체 북은 왜 그리 한 것일까. 원인이 있을 것이나 우린 그것을 모른다. 국가보안법에 의하면 북의 정권은 대한민국 영토인 북쪽 땅을 불법으로 타고 앉아 그쪽 주민들을 80년 동안 지배하고 있는 사악한 3대 세습 독재권력이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고착되어 우리는 북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사태의 인과관계와 향후 대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도 없다. 역시 국가보안법 탓이다.
또한 이 나라 숱한 문제들의 기저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군작전 지휘권을 빼앗아 행사하면서 이 나라를 끊임없는 안보 위기로 몰고 간다. 정치외교에 간섭하여 자주권을 유린하고 이 나라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관련하여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에 적대하게 하는 것도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정당화된다. 우리가 오랜 세월 공들여 건설해 놓은 제조업을 미국이 강탈해 가려 하는데도 이에 결연히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이 나라가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참담한 주권상실 현실과 미군철수, 한미동맹 철폐를 말하지 못한다. 왜? 역시 국가보안법 때문에!
이렇듯 국가보안법은 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결정적 장애물이다. 우리가 심각한 문제들의 근본적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이 나라 운영방향을 우리의 이익에 맞게 합리적으로 상상, 집행하지도 못하게 막는 강력한 이념 통제장치다. 이로인해 이 나라 사람들은 국가보안법이 허용한 한계 내에서 생각하고 상상하고 발언해야 하는 사상의 수인(囚人) 상태가 되었다. 문제는 명백히 존재하지만 문제해결의 출구는 봉쇄되어 있다. 정치인들 논의는 분분하지만 모두 핵심을 피해 변죽만 울릴 뿐이고 과학적이고 미래지향적 전망을 갖지 못하는 민초들은 서로 다를 바 없는 상대를 향해 맹렬한 비난과 증오를 주고 받는다. 위로 향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은 같은 처지 주위 사람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로 되어 수평갈등이 극심해진다.
대명천지 이 민주화된 세상에서 뭔 놈의 켸케묵은 보안법 타령인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분단 후 80년 세월 동안 권력들은 정권안보 지키기 위해 국가보안법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간첩조작 사건들로 엮어 투옥하고 사법살인 감행했으며 지금도 수많은 이들을 감옥에 보내고 있다. 또한 국가보안법에는 해방 후 한국전쟁 국면에서 백수십만 민중들을 빨갱이 이름으로 살해한 공포의 기억이 비껴있다. 국가보안법은 시퍼렇게 살아 사람들 정신을 지배한다. 사람들은 그 지배에 눌려 자신의 말과 글을 스스로 검열하고 사회적 상상력과 발언에 족쇄를 채운다. 이런 조건에서 현존하는 문제들은 해결될 수 없다.
사대강 댐에 막힌 강물이 썩듯 기존 모순에 갖혀 돌파하지 못하는 세상도 썩는다. 1020 젊은이들이 극단적으로 보수화되고 그들이 현존하는 사회역사 문제 진지하게 논의하는데 대해 냉소하고 적대하는 모습이 국가보안법과 무관하겠는가. 국가보안법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사상에 족쇄를 채워 이 나라를 거대한 사상의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분단구조에서 꿀을 빠는 자들, 미국, 재벌, 고급관료와 고위 정치인...들은 이런 대한민국이 이상적인 세상으로 보일 것이다.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자신의 입장과 생각으로 착각하는 적잖은 민초들에게도 또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늘 그래왔듯 민중들이 그들의 정치경제적 입장과 처지에 맞는 세계관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제 몸 팔아 성실한 노동으로 먹고 살아야 절대 다수 사람들, 이 나라를 후세들이 살기좋고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이들, 나라의 존엄과 자주를 귀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악법이다.
꿀 빠는 기득권자들이 알아서 국가보안법을 철폐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목이 타들어 가는 사람들이 우물을 파기 마련이다. 우리가 스스로 힘을 모아 국가보안법 철폐에 나서자.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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