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기고] 대북 소식통이 만들어낸 조중 밀약설 - 대조선 가공보도와 국가보안법의 정보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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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6-07-17 19:1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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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이 만들어낸 조중 밀약설 - 대조선 가공보도와 국가보안법의 정보독점
윤현일 (자유기고가)
최근 한 탈북자 출신 기자가 조중수뇌회담에서 ‘엄청난 밀약’이 이루어졌다는 기사를 썼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김정은위원장은 앞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국에 통보하고, 중국의 동의를 받아 진행하기로 했다. 중국은 그 대가로 유엔제재에 따라 금지된 물자의 조중교역을 허용하기로 했다. 조선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자제하고, 중국은 대조선 제재를 사실상 풀어준다는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조선이 핵무력에 관한 결정권 일부를 중국에 넘긴 중대한 사건이다. 그러나 기사는 이를 입증할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근거는 ‘정통한 대북 소식통’이라는 말뿐이다.
이 기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조선 보도에서는 실제 사건에 확인되지 않은 대화와 의도를 끼워 넣는 일이 반복된다. 사실과 거짓을 섞어 전체가 사실처럼 보이게 만든다.
문제는 대조선 가공보도가 생산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조선의 원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기존 보도와 비교하는 일도 자유롭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이다.
1. ‘대북 소식통’은 밀약을 어떻게 알았나
먼저 정보가 나온 경로부터 따져야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위원장과 시진핑주석의 회담장에 있었는가. 통역자나 배석자인가. 회담문건을 직접 보았는가. 조선로동당이나 중국공산당 수뇌부의 보고서를 확인했는가. 다른 취재원을 통해 같은 내용을 검증했는가.
기사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조선에서 살았던 경험이 조선로동당 수뇌부의 내부사정을 안다는 증거는 아니다. 주민생활이나 시장가격, 국경지역 동향은 조선 안의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나라 최고지도자가 나눈 비공개 대화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중요한 것은 기자가 탈북자 출신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그 정보에 접근할 위치에 있었는지, 전달 과정이 믿을 만한지, 다른 취재원을 통해 확인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기자는 취재 경로를 밝히지 않은 채 밀약 내용을 따옴표로 직접 인용했다. 마치 회담록을 본 것처럼 썼다.
익명의 취재원은 필요할 수 있다. 신원을 보호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익명의 한마디만으로 조선의 핵전략이 바뀌었다고 보도할 수는 없다. 조중수뇌회담의 비공개 내용을 입증할 문건도 없고 복수 취재원의 확인도 없다면 이것은 특종이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처럼 만든 기사다.
2. 조선이 중국의 동의 아래 핵시험을 한다?
조선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앞서 중국에 일정한 정보를 전달할 가능성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은 주변국의 군사적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시험경로와 낙하지점에 따라 항공기와 선박의 안전문제도 생긴다. 우호국에 일부 정보를 미리 전달하는 것은 외교적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사전통보와 사전동의는 전혀 다르다. 사전통보는 조선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내용을 중국에 알려주는 것이다. 사전동의는 중국이 반대하면 조선이 시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국에 조선의 핵전략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것이다.
조선은 국가의 자주권과 내정불간섭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특히 핵무력은 국가의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전략수단이다. 그런 핵무력의 시험 여부를 중국의 허가 아래 결정한다는 것은 조선의 노선과 맞지 않는다.
기사의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자는 이 밀약을 김정은위원장의 엄청난 외교성과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조선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경제제재도 풀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핵보유를 인정받는 대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의 결정권을 중국에 넘겼다면 외교성과가 아니다. 주권을 양보한 것이다.
핵은 인정받았지만 핵시험은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조선은 중국과 국제정세를 협의할 수 있다. 시험계획을 통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허가하고 조선이 따르는 관계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 기사는 미한관계에서 나타나는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관계를 조중관계에 그대로 옮겼다. 미국이 한국의 외교와 군사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듯 중국도 조선을 관리할 것이라는 전제다.
그러나 조선에는 중국군이 주둔하지 않는다. 조선은 핵무력의 지휘권을 중국과 공유하지도 않는다. 중국의 요구가 조선의 결정으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증거도 없다. 조선을 중국의 관리대상으로 보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이 아니다. 미국이 오랫동안 중국에 요구해 온 ‘조선 관리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3. 신압록강대교 공사는 밀약의 증거인가
기자는 신압록강대교와 조선 측 세관·출입국 시설공사를 밀약의 증거로 내세웠다. 조선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국의 동의 아래 진행하기로 했고, 중국은 그 대가로 제재를 풀었으며, 그 결과 조선이 대교 연결시설 공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순서가 맞지 않는다.
미국의 코리아반도 전문매체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조선 측에서는 2020년 봄 세관시설 예정부지를 정리하고 신의주로 이어지는 도로를 포장했다. 건물공사는 2025년 2월 26일 이전에 시작됐다. 같은 해 3월 초에는 약 20개의 소형 구조물이 들어섰고, 2026년 5월에는 여러 시설이 완공된 가운데 대형 창고를 포함한 최소 10개의 건물이 추가로 공사 중이었다.
조선 측 건물공사는 2026년 6월 조중수뇌회담보다 1년 이상 앞서 시작됐다. 공사가 이전부터 진행됐다는 사실만으로 최근 공사속도가 빨라졌다는 주장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공사를 2026년 6월 수뇌회담에서 이루어졌다는 밀약의 결과로 설명하는 것은 시간순서상 맞지 않는다.
신압록강대교 공사는 조중교역 확대를 위한 준비가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핵시험 결정권을 거래한 뒤 갑자기 시작된 공사가 아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조중교역 정상화를 원했다. 단둥 쪽 시설을 먼저 마련하고 조선 측 연결을 기다렸다. 조선은 코로나 국경봉쇄와 중국의 대조선 정책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시설을 준비했다.
최근 공사가 빨라진 것은 조중관계를 확대할 조건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신압록강대교는 핵시험 통제의 대가가 아니다. 앞으로 늘어날 물자와 사람을 통과시키기 위한 시설이다.
중국이 조선과 교역을 확대해야 할 이유도 분명하다. 조중교역은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와 물류에 도움이 된다. 조선과의 정치·경제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동아시아 압박에 대응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그런데 기사는 이러한 이유를 지웠다. 대신 중국이 조선에 물자를 제공하려면 조선이 핵주권을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4. 조중수뇌회담이 실제로 합의한 것
조중수뇌회담의 의미는 두 나라의 공개발표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중국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두 나라는 최고위급 교류와 정치적 신뢰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법집행·군사 분야의 교류를 확대하고 경제·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보건 분야의 협력을 늘리기로 했다. 국경통로의 전면 재개와 민간항공, 국제여객열차 운행도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각자의 주권과 안전, 발전이익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함께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측도 경제·무역·기반시설·과학기술·교육 등의 후속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개된 합의에는 조선의 핵실험을 중국이 승인한다는 내용이 없다.
이번 회담은 중국이 조선을 관리하는 회담이 아니다. 조선과 중국이 서로의 전략적 필요를 확인한 회담이다.
미국은 미일한 정보공유와 연합훈련을 정례화하고 군사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넓히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역할도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활동범위도 코리아반도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군사대립까지 심해지는 조건에서 중국은 조선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은 중국 동북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중국을 압박하는 미군기지와 미일한 군사시설도 조선 주변에 집중돼 있다. 강력한 핵무력과 미사일전력을 가진 조선이 중국과 전략적 이해를 함께하는 것은 중국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조선과의 관계강화를 바라는 이유는 조선의 핵무력을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이 강화될수록 중국에는 조선과의 전략적 협조가 더욱 중요해진다. 미일한 군사협력과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중국이 조선과의 전략적 협조를 중시하게 만드는 현실적 요인이다.
조선에도 중국과의 관계강화는 중요하다. 조선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크게 발전시켰다. 중국과의 교역과 교통까지 정상화하면 경제와 외교의 공간을 넓히고, 러시아와 중국 모두와 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이번 조중수뇌회담은 조선이 핵주권을 중국에 넘긴 회담이 아니다.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두 나라가 경제와 교통, 외교와 군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회담이다.
5. 대조선 가공보도가 수행하는 세 가지 기능
문제는 확인된 사실 사이에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끼워 넣었다는 데 있다. 실제 수뇌회담과 신압록강대교 공사를 뼈대로 삼고, 그 사이에 ‘조선이 핵시험 결정권을 중국에 넘겼다’는 이야기를 삽입했다. 독자는 앞뒤의 사실이 맞기 때문에 가운데 주장도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러한 묘사는 세 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조선을 자주적으로 판단하는 국가가 아니라 중국의 허락을 받아 움직이는 비정상국가로 만든다. 둘째, 조중관계를 지시와 복종의 관계로 묘사해 미한관계의 종속성도 정상적인 국가관계처럼 보이게 한다. 셋째, 조선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 군비증강과 미일한 군사협력을 정당화한다. 미국 무기 구매와 미군기지 확대도 조선의 위협을 막기 위한 일로 포장된다.
대조선 가공보도는 단순한 오보가 아니다. 하나의 통치 기술로 작동한다. 대조선 위기가 커질수록 정보기관과 거대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도 커진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정치적 의제를 정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언론공화국’의 힘도 이러한 정보독점에서 나온다.
국가보안법은 이 정보독점을 지탱한다. 시민이 조선의 원자료를 확인하고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일은 위축시키면서,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앞세운 적대적 보도에는 넓은 공간을 열어준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거대 언론의 대조선 정보독점을 무너뜨리는 출발점이다.
6. 국가보안법이 막아선 교차검증
거대 언론이 조선 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은 그 독점을 깨뜨릴 교차검증의 통로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조선과 중국이 각각 어떤 자료를 발표했는지 비교하는 것은 거짓과 사실을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로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중국의 공식발표, 신압록강대교 공사기록을 함께 검토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교차검증이 자유롭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같은 목적으로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하는 행위도 처벌대상으로 삼는다.
오늘날 자료 확인은 화면을 한 번 보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기자는 원문을 저장하고 인용해야 한다. 교수와 연구자는 자료를 내려받아 번역하고 다른 문헌과 비교해야 한다. 국가기관의 공무원도 업무상 조선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조선 자료를 열람하거나 저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취재와 학문연구, 공무수행은 이적목적과 구별된다. 문제는 그 판단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사후에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수사기관이 다른 목적을 의심하면 컴퓨터와 저장자료, 작성한 글과 활동경력까지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결과 기자와 연구자, 시민은 자료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저장과 인용이 국가보안법 문제로 번지지 않을지 걱정하게 된다. 익명의 소식통이 전한 적대적 주장은 기사로 유통되지만, 이를 조선의 원자료로 반박하는 일은 위축된다.
국가보안법은 조선과 직접 관계없는 사회운동을 탄압하는 데에도 사용돼 왔다. 노동자와 농민, 청년과 학생의 생존권과 사회개혁 요구를 조선과 연결하면 사회문제는 안보문제로 바뀐다. 정당한 요구는 사라지고 이적성 여부만 남는다.
국가보안법은 두 갈래로 작동한다. 하나는 조선에 관한 자료와 해석을 제한해 거짓을 검증할 통로를 좁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요구를 안보의 틀로 재단해 억압하는 것이다.
7. 국가보안법 철폐가 출발점이다
조중수뇌회담에서 조선이 핵시험 결정권을 중국에 넘겼다는 밀약은 입증되지 않았다. 확인된 사실 사이에 ‘중국의 동의 아래 핵시험을 한다’는 이야기를 끼워 넣었을 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가안보를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간첩행위와 군사기밀 유출, 폭력과 파괴행위는 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국가를 지키는 일과 시민의 취재·연구·비판을 처벌하는 일은 같지 않다.
안보는 거짓을 검증하지 못하게 막아서 지켜지지 않는다. 정확한 자료와 공개적인 논쟁이 있어야 거짓을 가리고 오판을 줄일 수 있다.
거짓은 넓은 길로 다니고 사실확인은 좁은 길로 다닌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이 뒤틀린 길을 바로잡는 일이다. 정부가 한국 사회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대북 소식통’ 뒤에 숨은 거짓도 더는 넓은 길을 달리지 못한다.
[출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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