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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정성희의 주권찾기] 1500억 달러 미국 조선업 투자, 사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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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12-20 18:28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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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의 주권찾기] 1500억 달러 미국 조선업 투자, 사기당했다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이제 필요한 것은 동맹이라는 수사에 기대는 낙관이 아니다.

조선 협력을 통상·안보·주권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명확한 조건과 장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가진 산업에서 핵심을 잃어가는 길로 들어설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그 대가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는가이다.

주권자 국민이 ‘자주의 광장’으로 나와 미국 눈치를 보는 정부를 견인해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2026 회계연도 미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은 한국 조선업에 대한 기대를 냉정하게 무너뜨린 법안이다. 한미 정상 간 합의와 팩트 시트, 양해각서(MOU)를 통해 제시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구상은 동맹 협력의 상징처럼 포장됐지만, 실제 입법 결과는 한국 조선업에 제도적 기회를 열어주기보다 구조적 제약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1,500억 달러라는 막대한 투자 구상이 등장했음에도, 한국이 확보한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와 위험에 가까웠다.



마스가("MASGA") 관련 사진 [출처: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_엘곰]


▶ MASGA의 실체, 우선권 삭제의 의미


MASGA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미 조선소 인프라 현대화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 인력·기술 협력이라는 세 축으로 구성돼 있다. 백악관과 한국 정부는 팩트 시트에서 ‘해외 조선 역량 활용’과 ‘동맹국과의 산업 협력’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행정부 차원의 정치적 의지에 머물렀고, 입법 과정에서 구속력을 갖는 조항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상원을 통과한 초안에 포함됐던 ‘일본·한국 조선기업 우선 고려’ 문구는 최종 조율 과정에서 삭제됐고, 이는 한국 조선업이 미국 시장에서 어떤 우선적 지위도 갖지 못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삭제는 단순한 문구 수정이 아니다. 이는 MOU가 법적 권리나 의무를 발생시키는 조약이 아니라, 언제든 철회 가능한 정치적 합의임을 확인해주는 사건이다. 한국은 이미 대미 조선 협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 논의에 들어갔지만, 미국 의회는 자국 조선업 보호와 일자리 유지를 우선했다. 동맹은 필요하지만, 산업 주도권은 내줄 수 없다는 미국 정치의 본심이 NDAA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통계는 이 불균형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낸다. 2024년 기준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한국은 약 29~31%로 중국(약 45~48%)에 이어 세계 2위를 유지했다.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 미국은 상선 건조 비중이 1% 미만이며, 군함을 포함한 전체 조선 생산 능력은 중국의 약 2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 때문에 미국은 동맹국 조선 역량 활용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그 역량이 자국 산업을 잠식하는 것은 철저히 차단하려 한다.

 

▶ ‘미국 내 건조 원칙’, 제한된 수주, 고정되는 하청 


NDAA가 ‘미국 내 건조 원칙’과 ‘군함 해외 건조 제한’을 유지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을 완성 형태로 건조해 납품하는 길은 사실상 봉쇄돼 있다. 한국에 허용된 영역은 미 상선과 군수지원함의 MRO, 그리고 인프라 투자와 기술 협력이라는 보조적 역할에 가깝다. 이는 한국 조선업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니라,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위치시키는 구조이다.


이 구조는 한국 조선업에 세 가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 직접 수주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미 해군 발주 물량이라는 가장 큰 시장은 법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둘째, 한국 조선업의 역할은 MRO와 인프라 투자 중심의 하청·보조 영역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크다. 미 해군의 연간 함정 유지·정비 예산은 약 200억 달러, 한화로 약 27조 원 규모이지만, 이 중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범위는 일부 공정과 제한된 계약에 불과하다. 


셋째, 대미 투자 리스크는 커졌지만 투자 회수 가능성은 오히려 불확실해졌다. 우선권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조선소에 투자할 경우, 미 의회 입법, 주 지역 정치, 미국 어용노조 반발 등 변수에 따라 사업 환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불확실한 회수, 산업 이전형 투자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협력이 단순한 사업 투자가 아니라 1,500억 달러 규모의 산업 이전형 투자라는 점이다. 이 투자에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의 직접투자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보증, 선수금환급보증(RG), 국책금융과 선박금융이 결합돼 있다. 정부 보증과 국공채 활용은 국가 채무 증가로 연결되고, 기업은 차입 확대와 환율 변동, 보증 부담이라는 삼중의 위험을 떠안는다.


동시에 미국 내 조선소 신·증설, 기자재 공급망 이전, 설계·엔지니어링 역량의 현지화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공장을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조선업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해온 기술과 인력, 생산 노하우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과정이다. 수익은 명목상 한국 기업 귀속으로 돼 있지만, 생산과 법적 통제권이 미국에 있는 구조에서 실질적 수익 실현 경로는 극도로 불투명하다.

 

▶ 하청-중소 조선업체 위기, 대량 실업의 그림자 



조선업 관련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_the하은]


일자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 조선업은 직접 고용 약 11만~12만 명, 간접 고용을 포함하면 약 30만 명에 이르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HD현대중공업 그룹은 직접 고용 약 2만9천 명, 간접 고용 약 7만~8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직접 약 1만2천 명, 간접 약 3만~4만 명 규모이며, 삼성중공업 역시 직접 약 9천 명, 간접 약 2만~3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형·소형 조선사와 기자재·블록 하청업체까지 포함하면 고용 파급력은 지역 경제 전체로 확산돼 있다.


그러나 대미 투자에는 한국 내 일자리 유지나 창출에 대한 의무가 없다. 블록 생산조차 미국 부품을 사용해 현지에서 진행되거나 미국에서 조립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부문은 고용 탄력성이 큰 기자재·블록 하청과 중소 조선사이다. 현재 기자재·하청 부문 고용은 직접 약 2만 명, 간접 약 6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물량 감소가 발생할 경우 가장 빠르고 크게 조정이 이뤄질 영역이다.


2026년까지는 기존 투자와 인력 계획이 유지되는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조선업 투자가 본격화될수록 대형 조선사는 해외 생산과 군수 사업 중심으로 생존 전략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국내 중형·소형 조선사는 수주 감소로 직격탄을 맞고, 하청과 간접 고용은 구조적으로 잠식될 위험에 놓인다. 일감 감소는 직접 고용보다 간접 고용과 비정규·하청 노동자에게 먼저, 그리고 더 가혹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 사기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


결국 1,500억 달러 미국 조선업 투자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전략이라기보다,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자금·기술·인력 이전 프로젝트에 가깝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과 숙련 인력을 제공하지만, 미국은 법과 제도를 통해 통제권을 쥔다. 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권리는 없고 의무만 남았다면, 이는 실패한 협상이다. 이 투자가 ‘사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조와 결과가 그렇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동맹이라는 수사에 기대는 낙관이 아니다. 조선 협력을 통상·안보·주권의 문제로 재정의하고, 국내 산업과 일자리를 지키는 명확한 조건과 장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상위 경쟁력을 가진 산업에서 핵심을 잃어가는 길로 들어설 것이다. 중요한 것은 투자 규모가 아니라, 그 대가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지키는가이다. 주권자 국민이 ‘자주의 광장’으로 나와 미국 눈치를 보는 정부를 견인해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하는 절박한 이유이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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