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 표도르 루키야노프: 이것이 트럼프식 ‘문화혁명’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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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5-02-11 07:3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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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표도르 루키야노프: 이것이 트럼프식 ‘문화혁명’의 배경이다
통일시대번역팀
미국의 기득권층은 이제 더 이상 모든 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저자: 표도르 루키야노프(Fyodor Lukyanov) : 러시아 국제 문제 저널(Russia in Global Affairs) 편집장, 외교·국방정책위원회 의장,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연구 책임자
번역: 통일시대번역팀
원문 제목: Fyodor Lukyanov: This is what’s behind Trump’s ‘cultural revolution’
원문 출처: https://www.rt.com/news/612413-behind-trumps-cultural-revoluti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RT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질서의 기초를 마련한 얄타 회담(Yalta Conference) 80주년이다. 오늘날 이 질서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 붕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수십 년 동안 세계 패권국으로 군림해온 미국에서는 현재 ‘문화혁명’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한 외교정책 조정을 넘어, 워싱턴이 세계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에 대한 패러다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논의들이 이제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정책으로 실행되기까지 한다. 이는 세계 질서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 가, 또 그 안에서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하는 세계관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냉전의 종식은 러시아에게 새로운 단극 체제에 대한 불만족을 의미했다. 얄타와 포츠담에서 수립된 틀은 유엔과 같은 기구를 통해 형식적으로 유지되었지만, 미국의 패권이 확대되면서 체제 내 균형은 붕괴되었다. 이 전후 기구를 미국의 패권에 봉사하도록 적응시키려는 시도는 실패하였고, 이는 기구 자체와 패권국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러한 교착 상태가 현재 워싱턴의 글로벌 전망에서 보이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체제 위기의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국제 체제의 구조적 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는 얄타 체제가 오늘날의 현실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 지구적 갈등은 아니다. 세계는 더 이상 유럽-대서양(유로-아틀란틱) 지역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이제는 중국과 같은 주요 국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베이징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계산된 방식으로 개입하면서도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 영향력의 ]변화하는 역학을 보여준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은 전 세계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적인 도전은 더 이상 전통적인 강대국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80년 전에는 국제 질서를 결정하는 데 아무런 영향력이 없었던 신흥국들이 이제는 상당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냉전 시대의 기구와 접근방식만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얄타 회담이 주는 교훈
얄타 회담은 종종 “대타협(Grand Bargain)”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다.
당시 협상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을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얄타 체제는 단순한 지정학적 타협이 아니라, 반(反)파시즘 승리라는 도덕적 권위와 그 승리를 위해 치러진 수많은 인명 희생을 기반으로 정당성을 확보했다.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도덕적 기반은 얄타 체제에 지정학을 넘어선 정당성을 부여했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대타협”에 대한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거래 지향적(transactional) 정치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트럼프는 복잡한 협상보다 실용적이고 빠른 성과를 중시하는 접근법을 선호한다.
이런 전략은 라틴아메리카 및 중동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해당 지역의 주요 행위자들은 워싱턴의 영향력에 깊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처럼 역사적·문화적으로 깊이 얽힌 갈등에서는 트럼프의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역사적, 문화적 뿌리가 깊은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거래적 해결책을 거부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가능성은 있다.
트럼프는 기존의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패권이 반드시 전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기존의 강박을 거부함으로써 그의 전임자들의 독단에서 벗어났다. 대신, 필요한 곳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패권을 재정의하려 한다.
이는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이란 개념에 대한 논의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비록 작은 가능성이지만, 과거 얄타 회담과 포츠담 회담에서 강대국들이 세계를 분할하고 각자의 책임을 나누었던 것과 유사한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의 지정학적 환경은 더 복잡하지만, 미국이 모든 곳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인식이 대화를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변화하는 미국, 변화하는 세계
트럼프의 ‘문화혁명’은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를 초래했으며, 그 여파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기득권층도 점점 더 전 지구적 개입 비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미-러 관계 및 국제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1945년 당시처럼 새로운 ‘대타협’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당시에는 파시즘이라는 명확한 공통의 적이 존재했고, 승리라는 도덕적 기반 위에서 협상이 이루어졌다.
반면, 오늘날 세계는 더욱 분열되어 있으며, 이념적 갈등과 신흥 강대국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얄타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공통된 도덕적 원칙(파시즘 타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제 질서는 통합된 원칙이나 단일한 서사(내러티브)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권력이 분산되고, 단일한 패권이 사라진 다극 체제 속에서 질서를 관리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의 전망
러시아 입장에서 볼 때, 미국 외교정책이 전통적 가치와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변화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 과제다. 이전의 자유주의적 미국 정부들은 민주주의, 인권, 진보적 가치를 확산하려 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주의자(Trumpists)의 보수적 의제 – 애국심, 전통적 가족 구조, 개인의 성공 중시 – 는 러시아가 대응하기 더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영향력 행사 방식이 디지털화될 가능성도 있다.
USAID(미국 국제개발처)와 같은 기구들이 빅 데이터와 자동화 플랫폼을 활용해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타겟팅함으로써 미국의 소프트 파워는 더 강력해질 수 있다.
모스크바는 안주할 여유가 없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구식 선전 모델은 현재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대신, 러시아는 경쟁력 있는 문화적 내러티브를 개발하고 현대적인 "소프트 파워" 도구를 잘 활용하여 이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주의자들의 "아메리칸 드림" 부활 비전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할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내러티브입니다. 냉전 이후 질서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이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세계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으며, 국가의 성공은 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환경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출처 통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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