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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자본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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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4-09-11 17:1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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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① 한계에 이른 자본의 자기 증식

이영석 기자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한계에 이른 자본의 자기 증식

2.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3. 자본주의 패배를 인정한 주장들

 

자본주의와 자본의 증식, 그리고 위기

 

 

자본주의는 자본(돈)을 중심으로 한 경제 체제다. 자본은 이윤을 통해 증식한다. 자본주의가 유지, 발전하려면 자본이 확대되면서 잘 돌아야 한다. 자본이 증식을 멈춘다는 것은 성장이 멈추고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다.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경쟁한다. 남보다 이윤을 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져 결국 도태되고 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즉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자본가가 선택하는 방법은 생산물을 더 많이 만들어 팔거나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이었다. 자본가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취했다.

 

우선 자본가는 생산물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기계와 기술을 도입했다. 새 기계와 기술을 도입하는 데 초기 비용이 들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물을 더 싸게 많이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이윤도 많아졌다. 이윤의 일부를 더 좋은 기계와 기술에 투자해 생산량을 더 높였다.

 

또 자본가는 이윤을 더 챙기려고 노동자를 쥐어짰다. 저임금, 긴 노동시간, 열악한 노동환경과 사회복지 등으로 노동자는 처참한 생활을 강요당했다.

 

노동자 수탈은 자본가가 이윤 확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노동자 저임금은 시장에서 구매력을 떨어뜨려 전체 소비가 줄어들게 했다.

 

대량생산으로 생산은 과잉되는데 소비가 줄어드니 생산물을 처리하지 못해 자본가의 이윤 획득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고용 감소, 소비 위축, 기업 파산으로까지 이어졌다.

 

 자본가가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고 하는 탐욕과 경쟁은 이런 순환적인 위기를 낳았다.

 

그러다가 1929년 대공황이 닥쳤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호황기를 누리던 세계 경제가 1920년대 말에 거품이 꺼지면서 경기 하락을 맞이했다. 과잉생산으로 이윤 증식을 하지 못해 위기를 맞은 것이다.

 

대공황이 발생하자 미국은 정부가 개입해 1930년대 뉴딜 정책을 펼쳤다. 뉴딜 정책은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하기 위해 1933년부터 1938년까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 프로그램이자 공공사업 계획인 동시에 금융 개혁과 규제 정책을 말한다. 이런 정부 주도의 ‘응급조치’로 자본주의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적자재정, 물가 상승, 실업률 급증 같은 문제들이 나타나 계속 수렁에 빠졌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과잉 생산물 처리, 전시 인력 공급 등으로 경제를 회생시켰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전쟁특수로 경제 불황을 극복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했다.

 

자본주의가 위기와 반등을 거치면서 자본은 점차 독점화되었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본만 살아남아 경쟁에서 패배한 자본을 흡수해 더욱 커진 것이다.

 

자본의 경쟁과 독점은 계속되었고 과잉생산, 구매력 감소, 이윤 저하는 잇따랐다. 근본적으로 위기 순환 구조가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는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자본주의 체제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자본 자체의 경쟁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는 등 직접 개입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것은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자본의 자유로운 경쟁만으로는 자본주의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자본의 경쟁과 독점만으로는 자본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새롭게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출구를 항상 찾는다.

 

전통적인 산업 기반인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현대에는 정보기술,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으로 더 높은 이윤율을 찾아 이전해 간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자본의 경쟁과 독점은 계속되었고, 자본가들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 투기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곧바로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투기가 반복되면서 거품은 커졌고 결국 위기가 닥쳤다.

 

1999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 산업에 투기성 자본이 집중해 주가가 오르다가 급격히 떨어진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인터넷 산업의 성장으로 벤처기업이 각광받아 주가가 폭등하며 거품이 일었다. 하지만 낮은 기술 수준에 사람들이 실망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결국 정보기술 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나스닥 종합지수는 400% 상승했지만 거품이 꺼지면서 2001년에는 시장이 붕괴할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5조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많은 정보기술 벤처기업이 파산하며 몇몇 기업들만 살아남았다.

 

 정보기술 산업은 첨단 산업으로써 국가 경제에 중요하다. 그래서 거품 현상이 심화하면 심각한 위협이 된다.

 

또 대표적인 예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다.

 

이 사태는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 거품 붕괴, 9.11 테러 등으로 미국 경기가 악화해 실물경제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자, 미국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 아래 금융 회사들이 저소득층에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해 무분별하게 대출해 주면서 비롯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거래량은 대폭 증가했다. 그 비율은 2004년 8% 이하에서 2006년 20%까지 급증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가 2000년 20%에서 2006~2007년 35%로 급증했다.

 

 이후 2006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1.0%에서 5.25%로 대폭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을 수 없게 되었다. 가계 부채는 늘어났고 주택을 담보로 한 금융 파생상품들에 투자한 국제 금융 기업들은 대규모의 막대한 손실이 발생해 경영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신용·경제 건전성은 떨어졌고, 그 결과 전 세계가 금융 위기를 겪으며 경제 성장률이 떨어졌다.

 

과잉생산이 투기 과열과 거품으로 바뀌었을 뿐 자본의 더 많은 이윤을 향한 탐욕은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열악하고, 거품이 꺼지면 위기는 다시 온다. 그러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긴급 처방에 나서서 자본주의 시장 체제는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위기가 반복되면서 자본주의 국가의 성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경제 토대가 약해지고 있다. 위기 주기가 짧아지고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국가의 긴급 처방으로 자본주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최근 강달러 현상, 주식 상승, 정보기술 주가 급등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들은 달러 거품, 주가 거품, 정보기술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이 3대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 세계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어떻게 될까?


자본의 자기 증식의 한계와 자본주의 경제의 저성장

 

 20세기 초중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시장 확보를 위해 식민지 쟁탈을 위한 각축전을 벌였다. 자국 내 성장의 한계로 외부로 시장을 계속 확대해야 이윤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쟁도 불사했다.

 

전쟁을 통해 과잉생산과 일자리 감소를 해결하기도 했다. 전쟁은 자본주의가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또 하나의 출구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식민지국의 원료와 노동력을 값싸게 빼앗으며 이윤을 챙겼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지들이 독립해 서방 국가들의 이윤 창출 시장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찾은 방안이 제조업 같은 투자 대비 수익이 낮은 산업 분야를 발전도상국에 이식하고 자국에서는 금융·반도체·정보통신·항공우주 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발전도상국을 계속 지배 구조 아래 두고 발전시켜야 독점자본의 이윤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세기 후반 발전도상국이 공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신흥경제국으로 발돋움했다. 한국, 중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21세기 들어 신흥경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영향력도 높아졌다. 그럴수록 독점자본의 장악은 제한되었다.

 

일례로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정도로 우려 대상이 되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더 커져 미국의 피해가 중국보다 더 클 정도였다. 블룸버그통신은 2021년 1월 11일 “미중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벽히 패배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식민지 독립 이후 신흥경제국이 부상할수록 자본의 이윤 확대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자본이 증식할 수 있는 양적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또 독점자본이 이전에는 값싸게 사들였던 발전도상국의 원료와 노동력을 더 이상 갈취하기가 쉽지 않아 질적으로 이윤율이 떨어지게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본의 자기 증식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계에 도달했다. 갈수록 자기 증식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에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강요하는 것은 자본의 이윤 증식이 국가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과 모순이 드러나며 자본주의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즈키 요시오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사장은 거품 경제 붕괴와 기업들의 과잉 투자가 (일본) 경기침체의 두 가지 큰 원인이라고 1993년에 지적했다. (「일본, 해가 지고 있다.」, 시사저널, 1994.2.10.)

 

미즈노 가즈오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성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성장 신화’를 비판하며 불평등·제로 성장 등 자본주의 체제에 한계가 왔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는 지금 모순이 많다. 모순은 해결하지 않고, 원래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그 본성을 전면적으로 드러냈다”라고 설명했다. (「“진정 바라는가, 기후재앙 부르는 ‘너무 빠르기만 한’ 사회를”」, 경향신문, 2023.6.19.)

 

또 자본주의 경제 성장은 끝났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2013년 12월, 미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전직 미 재무부 장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학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굳어지는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의 칼럼을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리고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동조하면서 저성장이 가져올 우울한 미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2012년 미국의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990년대 인터넷 기술 혁신이 모두 신화에 불과했으며, 앞으로 이 미약한 혁신마저 사라져 경제 성장은 더욱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술 혁명의 끝…‘저성장’의 암흑기가 왔다?」, KBS 뉴스, 2015.2.26.)

 

자본주의 경제의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자본주의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②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이영석 기자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한계에 이른 자본의 자기 증식

2.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3. 자본주의 패배를 인정한 주장들

과학기술이 발전해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면 일반적으로 사회 전반이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 발전도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 발전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새로운 수단이었다.

 

기술 발전이 자본주의 사회에 가져온 변화

 

자본가들은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활용해 노동력을 더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 기술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채워주고 무한 탐욕을 충족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 발전은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생산력이 높아졌고, 사람들의 물질생활 수준과 경제력도 높아졌다.

 

그런데 사회 전반에서 계층 간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자본가는 더 좋아진 기술과 기계를 이용해 얻은 더 많은 이윤을 애당초 노동자와 나눠 갖지 않았다.

 

새 기술과 기계에 투자한 자본가의 몫을 빌미로 자본가가 이윤의 대부분을 챙겼다.

 

노동자에게 새 기술과 기계는 생산을 더 많이 해 자본가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오히려 노동자는 기계화된 생산 체계 아래 쉬지 않고 일해야만 했다.

 

자본가들은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들이 쉬는 꼴을 못 본다.

 

노동자가 쉬는 만큼 생산을 못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자본가 자신의 이윤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 발전으로 자본가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갔고 노동자는 더 많이 일하면서도 더 많이 빼앗겨야만 했다.

 

결코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자본가가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고 한 무한 탐욕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의 개발로 2차 산업혁명이,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3차 산업혁명이 추진되며 자본주의 경제는 발전해 왔다.

 

무엇보다 기술의 발달은 노동 생산력을 상승시켰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새 기술과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 체계가 바뀔 때마다 ‘기술적 실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실업)’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다닐 정도였다.

 

고용 감소로 인한 실업 증가는 수요, 즉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1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기술 발전이 가져온 3차례의 산업혁명으로 고용이 줄어들어 수요가 떨어짐으로써 생산성이 늘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생산성은 투입된 생산요소의 양과 생산된 생산물의 양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노동, 토지, 자본을 3대 생산요소라고 한다.

 

자본가는 기계를 설치하고 돌리고 유지하기 위해 노동, 토지, 자본 등 생산요소를 더 투입했다. 그 결과 생산력이 높아졌다.

 

그런데 새 기계와 기술로 인해 고용을 줄이니 수요가 줄어 생산물이 팔리지 않아 생산을 줄여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술 발전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생산성 역설’ 주장까지 나왔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적 실업 문제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들끓고 있다.

 

인공지능, 첨단로봇, 무인 운송 드론, 빅 데이터, 가상현실,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5G 이동통신, 바이오 기술 등 새로운 기술들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은 발전하는 기술 문명 수준을 보며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AI 기대 속에서 엔비디아 같은 기술 기업들의 주식이 폭등하는 것만 봐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반면 기술적 실업 문제에 대한 걱정도 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요 없이 생산력만 무제한 커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혁명을 거듭할수록 기술적 실업을 비롯해 산업의 불균형 등 자본주의의 폐단은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기술 발전으로 밀려난 산업 부문의 실업자들이 더 커진 소매·금융·보험 등 서비스업종에 들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경제 구조가 제조업 비중은 줄어들고 서비스·금융업 등으로 치우치는 등 불균형한 편향을 낳았다.

 

또 3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이 서비스업종에 도입됨에 따라 기술적 실업 대중이 더는 갈 곳이 없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과 더불어 기술적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4월 19일 정책 뉴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사회 모습 4가지」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동화,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고용불안 등 사회문제 발생”을 부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또 2018년 12월 13일 이세훈 KT 마이크로웨이브 중계소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별 일자리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 등 고숙련 직업군에서는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나, 단순노무직 직업군은 증가 폭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은 20년 안에 미국 노동자의 47%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6년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그 비율이 45%라고 주장했고, 세계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 보면 노동자의 57%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추정했다. (「로봇 1대 도입하면 실업자 3명」, Economy Insight, 2017.6.1.)

 

엘렌 러펠 셸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는 『일자리의 미래』(예문아카이브, 2019)에서 “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 때문에 중산층이 점점 없어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은 이제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일이나 식당 테이블에 물 잔을 놓는 일은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기계로서는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기, 회계, 법률 분석처럼 높은 수준의 논리 추론이 요구되는 일은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쉬운 작업이다. 저임금 일자리보다는 나름의 기술 역량을 요구하는 중간 수준 임금의 일자리들이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라면서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우에 도모히로 일본 고마자와대학 경제학부 준교수는 『2030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다온북스, 2017)에서 “기존의 자본주의를 기계화 경제라고 일컬으며, 생산 활동을 위해 기계와 노동이 같이 공급된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 성공을 거두는 미래는 순수 기계화 경제라고 일컬으며, 기존과 크게 구별되는 것은 생산 활동을 위해 공급되는 것이 기계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이 필요 없이 기계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노동자 계급이 임금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어 자본주의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막으려면 기본 소득제를 도입해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해 수요를 채워줘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기술 발달이 기술적 실업을 낳고, 이는 수요 없이 생산력만 무제한으로 커져 이전 대공황같이 공급 과잉과 불황으로 자본주의의 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소멸하는 때가 다가올 수 있다는 주장에 주의를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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