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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회상기] 혁명의 씨앗을 뿌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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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0-03-26 08:56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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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빨치산참가자들의 회상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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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씨앗을 뿌리며

                  

 

1936년 2월 남호두회의에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방침을 높이 받들고 조선인민혁명군의 한 부대가 북만에서 활동하던 때에 있은 일이다.


1936년 5월 목단강 시가를 50~60리앞에 둔 지점에서 강을 건넌 우리 부대는 얼마 안가서 자그마한 부락을 발견하게 되였다.


그런데 우리가 부락어귀에 이르자 마을사람들이 보짐을 등에 지고 바삐 산으로 피하는것이였다.


(웬일일가? 《토벌대》놈들이 오는것이 아닌가?)


우리는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지휘부에서는 전투태세를 갖추는 한편 정형을 알아보기 위하여 곧 마을에 대원들을 파견했다.


정찰하러 나갔던 대원들은 얼마 안되여 한 장사군을 데려왔다.


그는 무엇에 질렸는지 확실히 공포에 떨고있었다.


우리는 친절한 태도와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안정시키면서 이렇게 물었다.


《부락사람들이 왜 피난하는지 모르겠습니까?》 그는 우리의 물음을 들은척도 안하고 묵묵히 서고만 있었다.


우리는 그가 우리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는가 생각하여 더욱 친절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공산군이 쳐들어온다기에 피난하지요.》라고 우리의 눈을 피하면서 불안스러운 어조로 대답하는것이였다.


처음 우리는 너무도 뜻밖의 대답을 듣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찌하여 이곳 인민들이 유격대를 이렇게까지 오해하게 되였는지 그 영문을 알아보려고 우리는 이렇게 되물었다.


《아니, 유격대가 인민을 해치는가요?》


《공산군이야 우리 백성들의 가장집물을 빼앗아가지않소. 그러니 달아날수밖에 딴 도리가 있소.》그는 외면했던 얼굴을 우리에게 돌리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은 그렇게 하는것을 직접 보신 일이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우리는 계속 다정한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잠간 망설이고있던 그는 우리의 눈치를 힐끔 보고나서 머리를 숙인채 《내 눈으로 본 일은 없소만 일본군대가 우리 마을에 와서 그렇게 말했소.》라고 들릴락말락하는 낮은 소리로 말하는것이였다.


우리들은 농민들이 피난가는 리유를 알게 되였다.


당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지도밑에 조선인민혁명군이 북만의 광활한 지대에서 활동하게 되자 이에 당황실색한 일제놈들은 유격대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감행하는 한편 유격대와 인민간의 혈연적련계를 끊으려고 온갖 흉책을 다 쓰고있었다.


놈들은 인민들을 집단부락에 몰아넣는 한편 유격대에 대한 터무니없는 허위선전과 입에 담지 못할 갖은 악선전을 늘어놓았다.


이런데다가 아직 한번도 유격대를 대해보지 못한 이곳 농민들은 놈들의 속임에 넘어가 유격대를 오해하고있었던것이다.


일제놈들의 악선전에 넘어가 우리 유격대를 무서워서 산으로 피난하는 농민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쓰리고 아팠다.


오직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쳐싸우는 인민의 군대가 비록 잠시나마 그 인민에게서 오해를 받을 때처럼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우리는 이 부락 인민들을 깨우쳐 오해를 풀어주며 그들을 계급적으로 각성시켜 반일투쟁에 궐기시키기 위하여 이날 저녁부터 이곳에 주둔하게 되였다.


이때 나는 늙은 부부가 사는 한 농가에 들게 되였다.


그리하여 그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나는 나무를 패고 물을 길으면서 일을 도와나섰다.


이것은 유격대원들이 인민의 집에 들 때에 반드시 지켜야 할 행동규범의 하나였으며 또한 우리가 유격대생활에서 익힌 생활상 습관이기도 했다.


유격대원들이 집에 드는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늙은 부부는 내가 부지런히 집안일을 도와나서자 의아한 눈으로 나의 행동을 지켜보는것이였다.


할머니가 저녁차비를 하자 나는 나무를 날라다주고 부엌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지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와서 《군대나리, 좀 쉬시오.》하며 내가 들고있던 나무를 빼앗으려 하였다.

나는 웃는 낯으로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계속 불을 지폈다.


나는 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볼 생각으로 먼저 할아버지에게 담배를 권했다.


그러자 로인은 아무말없이 내가 권한 담배를 쑥 밀어놓고는 몸을 딴쪽으로 돌리면서 자기 호주머니에서 담배쌈지를 꺼내는것이였다.


로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나의 마음에는 그가 야속하기도 하였고 한편 벗과 원쑤를 분간하지 못하는것이 가련해보이기도 하였다.


다시 말을 걸기도 어색하여 안타까운 심정을 가까스로 참아가면서 저녁밥이 될 때까지 계속 부엌에 앉아 묵묵히 불을 때주고 밖으로 나왔다.


나의 눈앞에는 어느덧 수많은 인민들이 달려와 유격대를 열렬히 환영하여주던 근거지인민들의 정다운 모습들과 유격대를 오해하고있는 이곳 인민들의 공포에 싸인 얼굴들이 번갈아 떠오르는것이였다.


…어찌하여 제 나라, 제땅을 빼앗기고 놈들의 압박과 착취에서 신음하는 이 할아버지가 일제놈들을 몰아내고 무산계급을 해방하기 위해 싸우는 자기의 군대를 이처럼 차게 맞이할가?


이런 생각으로 하여 나의 가슴은 미여질듯 아프고 쓰렸으며 순박한 농민들을 기만한 교활하고 간악한 일제놈들의 흉책을 생각할 때 이가 갈리고 주먹이 떨리였다.


치밀어오르는 격분을 가까스로 눌러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한시바삐 유격대에 대한 옳은 인식을 줄수 있을가?


이런 생각에 잠겼을 때 나에게는 어느덧 언제 어디서나 인민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대중이 일시 오해하였다고 해서 그에 대해 탓하지 말며  그들을 인내성있게  설복하여 쟁취하라고 하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간곡한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그이의 말씀을 입속말로 몇번이고 되뇌이였다.


(그렇다. 그이의 말씀대로 말과 실제행동의 모범으로 이곳 인민들에게 일제의 교활한 술책을 폭로하고 혁명의 불씨를 안겨주어야 한다.

이것은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관철하는 길이며 나에게 맡겨진 혁명임무이다.)


나는 오직 이 생각으로 하여 온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새웠다.


다음날 나는 동녘이 푸름해지자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아직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북만의 찬 공기를 힘껏 마시면서 제집일을 돌보듯 나무를 팬다, 마당을 쓴다 하면서 부지런히 서둘러 일했다.

얼마후 할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곧바로 나에게로 걸어오면서 《이것 참, 군대어른이 공연한 수고를 하시우다.》 라고 말하면서 몹시 당황해하였다.


할아버지는 내가 밖에서 잤다는것을 눈치차린 모양이였다.


나는 그에게 공손히 아침인사를 했다.


낮에는 그를 도와 밭에 나가 일했다.


소작살이에 잔뼈가 굵어진 나는 실속있게 알뜰히 밭김을 매면서도 로인보다 곱절은 더 일했다.


이러는 과정에 로인의 의혹도 다소 사라져 쉬는 틈에는 서로 외마디말이나마 주고받게 되였다.


그러나 로인은 우리를 의연히 반신반의하면서 속을 주지 않았다.


벌써 2일째나 함께 지내는데도 말하기조차 꺼려하는 이 할아버지에게는 유격대에 대한 무슨 의문이 풀리지 않고있음이 틀림없었다.


나는 바삐 서둘지 않고 그가 속을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릴 작정으로 더욱 꾸준히 일을 도왔다.


부대에서는 마을청소년들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쳤으며 강연도 하고 연극공연도 하여 인민들을 깨우쳤다.


내가 이 집에 든지 4일째 되는 날 밤이였다. 저녁상을 물린 후 담배만 뻑뻑 빨면서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할아버지가 《당신들은 어느 군대요?》하고 불쑥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우리는 항일하는 인민혁명군입니다.》


《항일하는 군대라, 그러면 〈산림대〉와 같은 군대가 아니란 말이지.》


로인은 여전히 우리를 《산림대》와 같은 군대로 보고있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로인이 알아듣도록 인민혁명군의 목적과 사명에 대하여, 인민혁명군과 《산림대》, 《토벌대》들과의 차이에 대하여 자세히 이야기했다.


나의 말을 귀담아듣고있던 로인은 그것이 미덥지 않다는듯이 《우리와 같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군대라면서 당신들은 왜 농민을 죽이오?》라고 되묻는것이였다.


순간 나의 머리에는 번개처럼 스쳐지나는것이 있었다.


우리가 마을에 도착하는 날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보초대에서 농민으로 가장한 적간첩 한놈을 체포했었다. 그놈은 멀리서부터 냄새를 맡고 우리를 따라온 일제의 주구였다.


우리는 그놈을 처단해버렸다.


이렇게 농민으로 가장한 간첩의 본질을 알리 없는 할아버지는 우리가 순진한 농민을 죽인것으로만 알고있음이 틀림없었다. 나는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곱씹어가며 이야기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희색이 돌기 시작했으며 그는 가슴속에 맺혔던것이 풀리는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담배대를 빨고있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처음으로 서로 속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였다.


이날 밤 나는 로인에게 내가 자라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우리 농민들이 그렇게 등뼈가 휘도록 일해도 헐벗고 굶주리는것이 타고난 팔자때문이 아니라 일제와 그에 아부하는 지주, 자본가놈들 때문이라는것, 우리가 잘 살자면 이놈들을 때려없애야 한다는것, 인민혁명군은 바로 이런 나쁜놈들과 싸우는 진정한 인민의 군대라는것, 조중인민이 모두가 힘을 합쳐 일제놈들을 반대해 싸운다면 반드시 승리할수 있다는것 등을 자세히 이야기하여주었다.


나의 이야기를 열중해듣고있던 로인의 눈에서는 어느덧 원쑤에 대한 증오의 불빛이 번쩍이고 일제놈들을 치고 제 나라를 찾겠다는 결의가 담겨져있었다.


《군대어른 말이 참 옳수다. 왜놈들을 없애치울 생각이야 누구인들 없겠소. 그렇지만 늙은것이야 무엇을 할수 있겠소.》


나는 더욱 로인에게 다가붙어 《할아버지라고 왜 싸울수 없겠습니까. 녀성이나 로인들뿐만아니라 지어는 어린것들까지도 싸울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근거지인민들의 투쟁경험을 이야기하였다.


《로인들이 비록 총을 멜수 없다 하더라도 일제놈들을 몰아내고 제 나라를 찾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힘을 합쳐 인민혁명군을 적극 도와주면 그것이 곧 일제놈들과 싸우는것으로 됩니다.》


이야기는 밤가는줄 모르고 계속되였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날이였다.


우리가 주둔하고있는 부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토벌대》놈들이 나타나 인민의 재산을 략탈하고있다는 정보를 받았다.


지휘부에서는 인민들의 가슴에 사무친 원한을 풀어주며 인민혁명군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군대라는것을 농민들의 눈앞에서 보여주기 위해 이놈들을 치기로 결정했다.


부대는 급히 달려가 적들을 모조리 소탕해버리고 인민들의 물건은 하나도 남김없이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널리 퍼졌다.


이날 저녁 나는 통쾌한 기분으로 그 로인의 집으로 다시 찾아갔다.


로인의 태도가 그전과는 아주 딴판으로 달라졌다.


그는 저으기 미안한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대어른, 얼마나 수고했소. 당신들이 그렇게 좋은 군대인줄 모르고 〈토벌대〉나 〈산림대〉를 치르는것처럼 푸대접을 했으니 …일제놈들이 우리를 속인것을 생각하니 정말 이가 갈리우다.》


이날밤 로인은 자주 한숨을 쉬여가면서 소작살이에 등뼈가 휘였다는 이야기와 오직 기둥처럼 의지해오던 외아들을 일제에게 빼앗기였다는것 등을 말하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이야기를 죄다 털어놓는것이였다.


그러면서 로인은 거부기잔등같은 손으로 나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내 아들을 만난것 같쉐다. 이젠 원한을 풀었쉐다.》하며 나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때의 기쁨을 나는 무엇으로도 다 표현할수 없다.


인민을 믿고 꾸준하고 인내성있게 설복교양하며 진실로 인민을 돕는 이것이 대중을 각성시킴에 얼마나 위력한 무기인가를 나는 다시금 절실히 깨닫게 되였다.


그후 유격대가 진정한 인민의 리익을 위하여 싸우는 군대라는것을 깊이 깨달은 이 부락 농민들은 우리를 물심량면으로 적극 도와나섰다.

어느날 새벽이였다.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농민 세사람이 지휘부에 달려왔다.


20리길을 단숨에 달렸다는 그들은 적《토벌대》놈들이 온다는 중요한 정보를 가져왔던것이다.


이날 우리는 물샐틈없는 매복선을 치고 저주로운 원쑤들을 모조리 소탕해버렸다.


《토벌대》놈들이 죽어자빠지는것을 보자 인민들의 혁명적열의는 더욱 높아졌다.


그후 부대가 이 부락을 떠나게 되였을 때 온 부락사람들이 떨쳐나왔다. 그들은 멀리까지 따라오면서 우리의 옷자락을 놓지 않고 작별을 서러워했다.


내가 들어있던 집 로인은 나의 손목을 꽉 잡고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우리 군대어른, 참 고맙소.》 로인의 우묵한 두눈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혀있었다.


이처럼 우리들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가르치심을 받들고 아직 혁명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였고 계급적으로 각성됨이 부족한 북만의 광범한 인민들속에 혁명의 씨앗을 뿌렸으며 그후 인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성원밑에 간고한 투쟁에서 승리를 달성하였다.


박두경

[출처: 우리민족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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