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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빨갱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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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20-01-31 10:4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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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이범주(남녁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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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볼일이 있어 주말에 **대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볼일 보려 화장실에 가 앉으니 거칠은 내용의 낙서가 눈에 띄는 것이다.

“빨갱이들을 척살하자!” “북한에 퍼주기만 하는 좌익빨갱이정권을 규탄한다!”  아마 지금의 대학생들이 썼을 것이다. 

나는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80년대 초 내가 다녔던 학교의 화장실에는 대략 이런 낙서들이 있었다.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자!” “노동해방 만세”...

내 친구들은 2학년 1학기였나...전두환의 학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낙서를 하다가 잡혀서 군대에 잡혀가기도 했다. 

화장실 낙서했다는 이유로 군대에 강제로 보내다니...!! 그 이름도 유명한 ‘화장실낙서 강집사건’ 되겠다. 

그 이후로 35년여가 지났다. 이제 내 아들 세대의 젊은이들이 빨갱이 타령을 하고 있다. 서글픔이 밀려온다.

빨갱이. 어원은 파르티잔이라는 외국어에서 비롯한다. 

비정규전투원, 즉 유격전을 수행하는 전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한국전 전후 입산해서 유격전 했던 이들을 빨치산이라 일렀고 그말이 좌익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어감과 연동되어 빨갱이라는 명칭이 생긴 것으로 안다. 

그 당시 우리 선대들은 왜 목숨을 내놓고 입산투쟁을 했을까. 

그분들은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 극소수 부일매판세력을 내세운 미군정이 기존의 인민위원회를 탄압하는데 반대한다는 이유로 불법화되어 쫓겨나 입산투쟁을 하게 되었다. 

정의로운 행위였다.  당시 85%의 인민들은 사회주의체제를 원했고 그 이상의 절대 다수는 당연히 분단에 반대했다. 

해방 후 남한을 강점한 미국은 외세의 지배와 분단을 반대하는 세력과 평등을 지향하는 세력들을 적대시했다. 

그리하여 미국은 한줌 부일매판(扶日買辦)했던 자들은 지배세력으로 키워 그들의 손에 총칼을 쥐어주고, 민족 좌익세력들을 남한 땅에서 조직적으로 제거하기 시작했다.

한국전후 100여만 명 이상이 그런 이유로 죽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죄목이 빨갱이였다. 

일단 빨갱이로 찍힌 이들은 상상불가의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되었다. 

공포가 온 나라를 지배했다. 그들을 죽인 부일매판친미 세력은 졸지에 애국자가 되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정통세력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치하, 인민위원회가 재건되고 무상몰수 무상분배 토지분배가 실시되었다. 

그 와중에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친일부역행위를 한 자들에 대한 일정한 처벌이 있었을 것이다. 

반상차별이 엄존했던 시절이었고 오랜 ‘지주-소작’관계에 기인하는 적대감도 있었을 테니 과도한 폭력이 수반되었을 가능성, 상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활동한 이들을 일러 ‘토착빨갱이’라 칭하는 걸로 안다. ‘토착빨갱이가 더 무섭다’는 말이 돌았다. 이것이 빨갱이에 대한 적대적 인식의 근원일지도 모르겠다.   

인민군이 쫓겨가고 피난갔던 사람들이 돌아오면서, 조금이라도 인민군에게 ‘부역’한 정황이 있는 이들이나, 토지개혁으로 땅을 분배받아 조금이라도 경작한 이들은, 그 당사자, 그의 가족,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조리 골짜기로 가서 학살당했다.

인민군이 들어왔다 빠져나간 곳에선 예외 없이 이런 일들이 있었다. 

예컨대 내 아버지 일가의 한 사람은 피난 갔다 와서 제 누이와 매형, 그리고 조카까지 모조리 죽였다고 했다. 

제 땅을 매형이 경작했다는 게 이유였다. 사람 목숨이 그야말로 파리목숨보다 못한 시절이었다. 

이렇게 이루어진 학살의 규모는 속칭 ‘토착빨갱이’들에 의해 행해진 폭력의 규모를 상상 이상으로 초월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이 모든 학살의 책임은 ‘빨갱이’에게 돌려졌다. 이처럼 빨갱이와 관련된 우리 현대사의 기억은 잔인, 참혹, 공포....그 자체다. 

그 공포는 뼈에까지 스며들었다. 아직도 우리들은 국가보안법을 두려워한다. 국가보안법은 그 공포의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된 지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벅찬 포부와 낙관적 희망으로 가슴 뛰어야 할 청춘들이 빨갱이 척살을 말한다. 

그리고 취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에 걱정하고 졸업 후 감당해야할 어려운 현실에 미리 절망한다.

그간 우리는 무엇을 해온 걸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 키워온 거 아니겠는가, 

우리 사회의 자화상 아니겠는가, 우리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계획한 거 아니겠는가.  

한 때, 기대, 설레임, 결의, 두려움...등이 섞인 뜨거운 심정으로 전두환 타도하고 노동해방 당기자던 그 많은 이들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우리 또한 일조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분단에 근거한 대립, 증오...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희망적, 낙관적 소식이 도처에서 들려온다. 

골방에 처박혀 비관적 정서에 사로잡힌 나와는 달리,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고, 발걸음은 힘차며, 목소리는 낙천적이다. 이 위대한 흐름과 이 흐름을 타고 나아가는 강인한 이들의 모습을 보며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마음을 스스로 격려한다.

[출처: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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