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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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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10-15 11:1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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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의하자"지리산 대성골에서 '제19회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열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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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지리산 대성골에서 통일광장 주최로 제19회 통일애국열사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리산의 중심이라고 산꾼들이 주저없이 꼽는 곳. 전남 구례와 경계를 이루는 경남 하동군에서 지리산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쌍계사 들머리를 지나 한참을 오르다보면 나오는 의신마을과 그곳에서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이 사살당한 빗점골까지 이어지는 대성골이 그 곳이다.


가을 하늘 청명하고 계곡 물소리 콸콸 밝게 흐르는, 불타 오르기 시작하는 이곳 지리산, 멀리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의 모습이 보일락 말락하는 곳에 자리한 지리산역사관에서 13일 오후 '2019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천도재)'가 열렸다.


비전향 장기수들의 모임으로 2000년 4월 15일 창립한 통일광장이 이듬해 11월 처음 주관해 부산 경성대학교 소극장에서 개최한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는 그동안 크고 작은 곡절을 겪으면서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열리다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19회째를 맞는 올해 추모제에는 전국에서 400여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 해 성황을 이루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희생도 많았던 지리산 대성골에 '순정, 변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아 '심장에 피는 하얀 코스모스'라는 제목으로 추모제 단상을 마련하고 지리산 독바위 능선과 선녀골이 그려진 배경 위에 2,760여명의 신위를 모셨다.


   
▲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이날 추모제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지를 각오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라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산자가 제일 부끄러운 자리는 먼저 가신 영령들 앞이다. 그러나 오늘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각오와 결의를 다지면서 이 자리에 모였다"고 추모제의 취지를 일깨웠다.


이어 "2000년 4월 15일 통일광장이 창립되면서 2001년도 부산에서 250 신위를 처음 모셨다. 그 뒤로 한해도 빠지지 않았다. 때로는 상황이 좋지 않아서 폭우가 몰아칠 때는 사찰에 들어가 처마끝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들끼리 아픔을 달래고 결의를 다졌다. 강원도에서는 형편이 어려워서 협동조합 식당에 가서 추모제를 지냈지만 끊이지 않도록 계속 지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래 추모제 연혁 참조]


또 "세상이, 역사가 힘들고 어려울 때 개인도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역사속에서 편안한 사람은 반동"이라며, "어떠한 시련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기 조직, 자기 신의를 지키자. 그리고 오늘처럼 같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도량을 가지자"라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권낙기 대표는 "가르쳐서 쓰고 고쳐서 쓰며, 키워서 쓰라는 선현의 가르침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 가운데 키워서 쓰라는 것은 다름 아닌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전통을 이어주는 후배양성을 뜻한다"고 풀이하고는 "앞으로 추도사는 후배들에게 넘기겠다"고 말했다.


"모든 새 것은 낡은 것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며, 모든 힘은 새 것에다 근거를 두라"는 의미라고 하면서 "영령앞에서 서러움보다는 애쓰고 준비한 젊은 일꾼들에게 감사하다"며  거듭 후배들에게 기대를 걸었다.


   
▲ 이날 추모제는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당사자 원로들의 추모의례에 이어 젊은 활동가들이 결의를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제도 그런 뜻에 맞게  바꾸어 진행했다. 


'전통과 계승'이라고 붙인 이름에 맞게 각 지역의 크고 작은 산에서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당사자들이 헌화와 추모의례를 하면, 함께 손 잡고 나온 젊은 활동가들이 결의를 밝히는 순서로 추모제는 이어졌다.


서울지역을 대표해 생존 최장기수로 기록되어 있는 통일광장 안학섭 선생과 박인기 추모연대 공동대표가, 전남 인민유격대를 대표해 16살 소년 빨치산 출신 김영승 선생과 김선우 사령관을 추모하는 선우산악회 김영두님이,  전북도당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임방규 통일광장 공동대표와 하연호 전북 민중연대 상임대표가 추모의례와 다짐의 연설을 했다.


충북인민유격대를 대표해 참가하기로 했으나 몸이 불편해 참가하지 못한 허찬영 선생을 대신해 김창근 민주노총 대전지역 본부 지도위원과 이영복 6.15대전본부 대외협력위원장이 추모 및 결의발언을 했고 부산·경남에서는 한창호 선생과 유경종 민주노총 경남본부 통일위원장이 추모의례를 진행했다.


 
파르티잔산악회는 지리산 대성골 합수지점에서 물과 흙을 떠와 제단에 바쳤고 부산 민예총 청년위원회 위원장인 김평수 춤꾼과 전국여성농민회 노래패 청보리사랑의 오은미 님은 춤과 노래를 열사들에게 헌사했다.


김해화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대표는 1948년 여순항쟁 당시 입산했다 행방불명된 조외순(17살), 정명순(16살), 조연임(15살) 열사를 불러 함께 할 것을 청하는 '대성골 연가'를, 이청산 한국민예총 이사장은 '반란', '통일', '사랑', '꽃'이라 부르는 단 하나의 지리산에 대한 사랑을 담아 '지리산曲'이라는 헌시를 낭독했다. [아래 추모시 전문]


이날 추모제에는 양희철·김영식 선생 등 통일광장 회원들도 함께 했으나 90살이 넘은 장기수 선생들은 점차 거동이 어려워 요양원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국의 유가협, 민가협, 추모연대, 자평통, 범민련 남측본부 등 여러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내년 20회 추모제는 전라북도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통일애국열사 추모제 연혁>
 
2000년 4월 15일 통일광장 창립
 
제1회 2001년 11월 4일  부산시 경성대학교 소극장
제2회 2002년 11월 17일  부산시 민주공원 중극장
제3회 2003년 4월 6일  백운산 한재(전남 광양시 옥룡면)
제4회 2004년 5월 29~30일  지리산 대성골 칠성봉 아래(경남 하동군 화개면 신촌부락) 
제5회 2005년 5월 28~29일  전북 회문산 청소년수련원(전북 순창군 구림면)
제6회 2006년 10월 9일  충남 대둔산
제7회 2007년 5월 26일  전남 백아산(전남 화순군 북면)
제8회 2008년 11월 5~6일  경남 신불산 배내골(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제9회 2009년 11월 10일  강원도 오대산(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제10회 2010년 12월 18~19일  경남 하동군 억양면
제11회 2011년 11월 5일  덕유산 망봉자락(전북 무주군 안성면 칠연의총 옆)
제12회 2012년 11월 6일  백운산 한재(전남 광양시 옥룡면 논실마을)
제13회 2013년 11월 7일  충청지구(충북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참새골)
제14회 2014년 10월 11일  강원도 오대산(평창군 진부면)
제15회 2015년 10월 10일  경남 산청군 청학동
제16회 2016년 11월 30일  전북 내장산(전북 정읍시 내장사)
제17회 2017년 10월 21일  대관령면 횡계리(능경봉 아래, 횡계초등학교 대관령분교-폐교)
제18회 2018년 10월 13일  백운산 한재(전남 광양시 옥룡면)
제19회 2019년 10월 13일  지리산역사관(경남 하동군 화개면)
 
*제공-통일광장

 

대성골 연가 -2019 통일애국열사 추모제에 바치는 시(전문)

김해화*

 

시월 저물 즈음 아직 가을인줄 알고
대성골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은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이를 선녀라고 불렀습니다
그이는 나를 나뭇꾼이라고 불렀습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밤늦도록 술마시고 노래부르고
불꽃과 함께 타오르던 시절 시월 한 밤
그러다가 시도 노래도 잉그락불도 가물가물
밤이 깊어서야 지리산 품에서 첫 잠이 들었습니다

꿈이라고 믿었습니다
텐트 곁을 지나가는 발걸음소리는 지친 행렬이 분명했습니다
인나지 마시오 살아남아야 씅께
일어나려고 애를 쓸때마다
귓가에 대고 누군가가 속삭였습니다
두런두런 수많은 말과 소리들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날카롭게 내 안 어딘가에 새겨졌지만  
그 말 말고는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그 말과 소리를 풀어내려고
남도 산하를 떠돌고 있습니다

갑자기 한 발 총소리 울리고
목 놓아 우는 사내의 울음소리
옆에서 자던 이가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벌써 사랑한다고 말해버렸으므로 부끄럽지 않은
그이 어깨를 다독이면서
꿈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인나보셔요 눈이어요 눈
일찍 일어난 그이 목소리가 환했습니다
밤새 내려 환하게 쌓인 눈 위로
환한 아침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 위에는 짐승 한 마리 지나간 발자국도 없어
안심하고 돌아본 산골
아직 지지않은 단풍잎은 핏빛
울긋불긋하던 산이 눈에 덮여가며 더 울긋불긋해져 가는 아침
그칠 줄 모르는 첫눈에 놀라 나는 산에서 나가자 하는데
눈 쌓인 산으로 깊이깊이 들어가자는 사람

 산벚나무 흐드러진 꽃그늘 아래
나를 앉혀두고 내 손에 총 한 자루 쥐어주고
남꾼이 빈손으로 내려갑디다
묵을 것 구해서 꽃 지기 전에 꼭 돌아올거싱께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람시로
꽃잎 순식간에 함박눈 내리데끼 쏟아져불고
날 저물어도 남꾼은 안 돌아오고
갑자기 산 아래서 총소리가 들리는디 얼매나 놀랬는지
그런디 지금 우리가 이러케 눈부신 산을 나가게 생겼어요?
묵을 것도 잔뜩 있그만

앞이 안보이게 퍼붓는 폭설 속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대성골 등산로 더듬어 세석 가는 길
그 사람들 어디로 갔으까요 남꾼이 들려준
열넷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나보다도 더 어린 언니들
우리는 그이들 산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허는디
그이들 기다리락 허고 산 아래로 내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이들도 있겄재라
근디 나는 빨치산이라고 불르는 것보다
산사람이라고 불르는 것이 더 좋드라
죽지 않고 살아있는 산 사람

그렇습니다
사십년 지나 다시 찾아온 대성골
영원히 죽지 않고 산사람으로 살아계시는 전사들이시여
끝나지 않은 싸움
아무도 죽지 않고 패배하지 않은 민족해방의 싸움터 지리산에서
미제 75년 시월 열사흘
동지들의 정신과 무장을 우리가 받아 적들과 맞서 물러서지 않고
민족 자주 통일의 꽃 활짝 피워
동지들께 빛나는 승리의 기쁨을 바치리라는 맹세를 올립니다

 
2019년 10월 13일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
**작가의 말-전남 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서 펴낸 여순사건 순천지역 피해실태조사보고서에 보면 전남 승주군 주암면 오산리 한 마을에서 세명의 처녀가 입산하여 그후 행방불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외순(17살), 정명순(16살), 조연임(15살). 이렇게 이름을 지니고 산으로 들어가서 이름없이 남도의 산하 어딘가에 계실 영령들께서 오늘 이 자리에 같이 오셔서 함께 하실 것 기원한다.

 

지리산曲(전문)

이청산*

하늘은 울어도 천왕봉은 오히려 울지 않는다.
남명의 소리 망바위 울리면
힘이 남아 있어도
햇살이 산정에 있어도
천왕샘 아래
바람 잦아드는 터에서
하룻밤 산에 깃듬을 노래한다
어둠이 먼 산 아래에서 밀려와
발아래에 닿으면
내리는 별빛 띄워 나누는 한 잔 술은
멋없는 산사람들의 투박한 사랑
달을 지고
별을 이고
천왕봉을 올라야
가슴에 맺힌 한
떠오는 아침 해에 녹아내린다.
어찌 잊으려 한다고
잊혀 지리오
떠나간 사람
우리가 반란이라 노래하는
단 하나
지리산!

비안개 가득 제석봉에 피면
하나 둘씩 살아나오는 사람
외로운 고사목 한 그루 한 그루
산 사람 되어 살아나오면
불러도 못하고
울음마저 바람에 흩어져버리고
산사람의 못 다한 사랑이 걸음을 재촉하면
떨어지는 햇살 잡고
촛대봉을 넘어야
핏빛 철쭉의 잔돌평전
넉넉한 품안에 안겨 노래할 수 있다
어찌 잊으려한다고
잊혀 지리오
떠나간 사람
우리가 통일이라 노래하는
단 하나
지리산!

달빛에 흠뻑 벽소령 길 젖어
그늘 하얗게 피면
고운 빛 받아 빗점골 미리내로 피어난다
못 만나 외로운 모든 사람들
언젠가는 이 길에서 만나야지
앞서 간 산사람의 뜨거운 바램
밤은 깊어
바람마저 형제봉에 잠 들어도
지리산 구비마다 흐르는
산사람의 뜨거운 사랑 온 산에 가득해
밤을 돋아 피는 산길가면
길마다 옛사랑의 노래 가득하다
어찌 잊으려한다고
잊혀 지리오
떠나간 사람
우리가 사랑이라 노래하는
단 하나
지리산!

흐르다 멈추고
멈추었다 다시 흐르는 산
어제는 어제에 씨알로 있었고
내일은 내일의 꽃이 피나
불무장등 긴 길엔 살을 에는 오늘의 바람뿐
반야봉 떨어지는
뜨거운 불덩이 가슴에 품으면
너도 없고
나도 없이
지리산만 남아서
우리들 사랑 봉우리마다 피어난다.
어찌 잊으려한다고
잊혀 지리오
떠나간 사람
우리가 꽃이라 노래하는
단 하나
지리산!

 

*한국민예총 이사장

   
▲ 추모제 참가자들이 묵상을 하고 있다 지리산 대성골 의신마을이 저 뒤로 보인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파르티잔산악회에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투쟁의 현장인 지리산 대성골 합수지점에서 떠온 물과 흙을 제단에 바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부산 민예총 청년위원회 위원장인 김평수 춤꾼이 추모제의 첫 순서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국여성농민회 노래패 청보리사랑의 단원인 오은미 님이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최순희 열사가 직접 지은 '지리산'을 반주없이 불렀다. "철쭉이 피고지던 반야봉 기슭에 오늘도 옛같이 안개만이 서렸구나. 피앗골 바람속에 연하천 가슴속에 아직도 맺힌 한을 풀길 없어 해맸나. 아 그옛날 꿈을 안고 희망안고, 한마디 말도 없이 쓰러져간 푸른 님아. 오늘도 반야봉엔 궂은 비만 내린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족작가연합 김해화 상임대표가 '대성골 연가'라는 제목으로 추모시를 낭송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청산 한국민예총 이사장의 시낭송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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