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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27]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집단광신의 국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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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24 09:2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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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7]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집단광신의 국민성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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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27 회)

제 5 장

4. 집단광신의 국민성

 

서울을 떠나기 전에 아무래도 만나고 가야겠기에 전화를 거니 미쯔오는 눈코뜰새없이 바쁘다고 아우성치면서도 그만큼 협조했는데 결과보고도 없이 훌 떠날판인가고 으름장이였다.

무라야마는 다음날 떠나는 비행기 좌석예약을 하고는 저녁에 대사관 한구석에 있는 기자숙소아빠트의 미쯔오방을 찾아갔다.

무라야마를 데리고 들어간 미쯔오의 방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다. 키가 큰 무라야마가 들어서니 더했다.

오랜 문서고에 들어온듯 탁하고 습한 냄새에 숨이 꺽 막혔다. 미쯔오는 제 방이면서도 그 냄새가 역한듯 연방 기침을 해댔다.

왼쪽 벽면에는 천정에 닿는 당반들이 끝에서 끝까지 매여져있었고 책들이 빼곡이 꽂혀있었다.

오른쪽에는 최근시기 국내외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들의 사진들과 인물자료들, 증언견본들과 록화테프들이 벽면을 꽉 채웠다.

《물론 관방부장관에게 들이댈 록음증거물 같은거야 이 3류서고에 보관하지 않았을테지?》

무라야마가 돌아보며 이렇게 건늬자 미쯔오는 《그렇게 생각하나?》하며 빙그레 웃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오른쪽 벽면으로 가더니 무더기로 쌓여있는 록화테프가운데서 하나를 꺼내들고 돌아섰다.

《그 록음물이네.》

미쯔오가 테프를 손에 들고 흔들자 무라야마는 진정으로 놀랐다.

《허, 뜻밖인걸… 이렇게 막 건사하다가 정부의 지령을 받은 대사가 어떤 놈을 시켜 빼내가기라도 한다면 어쩔려나?》

미쯔오는 피식 웃었다.

《원, 한다하는 형사님이 이렇게 단순할수야. 그런 중요한 자료들이야 물론 원본이 따로 있는거고… 적수가 끝내 그런 부도덕한 방법에 매달린다면 그는 결국 내 미끼에 걸리는거지.》

미쯔오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옆방의 문을 열었다.

무라야마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무라야마를 끌고 다음방에 들어서자 미쯔오는 벽에 놓인 책상밑 어딘가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앞에 놓인 작은 영사막에 불이 켜지더니 금시 서고에 들어왔던 미쯔오와 무라야마의 동영상이 생생히 재현되여 방영된다.

무라야마가 그만 기가 막혀 웃고말았다.

《너 미쯔오! 이 자식!… 나를 뭘로 알고.》

주먹을 부르쥐며 다가가자 《아, 이러지 말게… 누구도 안 들여놓던걸 하도 자네니 들여놓았는데.》라고 킬킬 웃으며 황황히 물러선다.

《참,》

이런 영민하고 재기넘치며 지조가 있는 일류급기자를 친구로 가지고있다는 긍지가 항시 수사의 번뇌에 페색되여가던 무라야마의 가슴노리에 따뜻한 인간적정회가 감돌게 한다.

《자, 내인도 아이들도 없는 동산에서 우리끼리 실컷 마셔보자구.》

미쯔오가 전기볶음판에 볶아낸 안주를 놓고 둘은 중학시절 야유회를 갔던 때처럼 손을 비비며 마주앉았다.

한잔 들어가자 미쯔오는 꺼림없이 말했다.

《무라야마! 쉬쉬하는 말들이지만 나도 타이에서 있은 니시하라, 도미꼬사건의 냄새는 대충 맡았네.

내 딱 까밝히고싶은데 당국이 엄금하니 신문에 낼수도 없고…

어떤 사람들은 북조선의 소행이라고 강변한다면서?

흥, 혼이 쭉 빠진 놈들. 북조선이 할 말이 있으면 당당히 하는것이지 무엇때문에 그런 비난거리짓을 한단 말인가? 내놓고 말할것은 못되지만 난 북조선이 지금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주변의 그 어떤 나라에도 경도되지않는 자주적인 정치로 그 위상을 크게 떨치고있는데 대해 내심 감탄하고있네.

3년전에 <평화의 배>를 타고 평양에 가보았을 때 난 새삼 북조선정권이 국민의 체내깊이, 그들의 말대로 하면 심장깊이 뿌리박고있다는것을 인정했네. 령도자의 지도력이 밀려오는 온갖 정치풍파와 해일을 거침없이 막아내며 하나의 사상, 하나의 의지력으로 국민을 묶어세울만큼 탁월하거던.

령도자가 주먹밥을 인민들과 함께 나누는 나라, 도시와 농촌, 산간마을 어디나 다 가봐도 인민적인 시책이 가장 값지고 훌륭한 현실로 펼쳐 진 나라.

함께 갔던 한 서방기자가 나에게 말하더군.

북조선은 어디 가나 인민을 위한것으로 가득차있는 나라다고.

그래서 나는 아니, 북조선은 그전체가 인민을 사색하는 나라다 이렇게 정정해주었네.

훌륭한 사상과 고상한 인륜도덕을 안고 사는 그 사람들이 왜 그런 테로에 매달리겠나. 그러니 그쪽의 생각은 아예 꺼버리는게 좋아.

난 오히려 이번의 니시하라, 도미꼬사건은 틀림없이 우리 일본이 오늘껏 쌓아온 과거의 독소가, 부패된 종처의 고름이 터진 그런 류의 사건일것이라고 짐작하고있네.》

그러며 미쯔오는 세계의 지탄속에 이번에 강행된 고이즈미수상의 진쟈참배를 놓고 분개해 력설했다.

《고이즈미가 이번에 야스구니진쟈를 참배한 다음날 아시아의 한 력사학자는 신문에 썼네.

<1970년 뽈스까에서 유태인학살의 수용소를 찾아 무릎을 꿇은것은 도이췰란드의 브란트수상 한사람이였지만 일어선것은 도이췰란드전체였다. 2001년 고이즈미가 일본의 총리자격으로 야스구니진쟈를 전격참배함으로써 일어선것은 그 한사람이지만 무릎을 꿇은것은 일본전체였다.>》

무라야마는 답할 말이 없었다.

무라야마가 자기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가뜩이나 과거사문제로 아시아 각국의 지탄을 받는 일본이라는 비행기가 번개와 우뢰가 잔뜩 웅크린 적란운의 구름을 맞받아가고있다는 예감을 선뜩한 감각으로 느끼기 시작한것은 1978년, 정부가 도죠를 비롯한 14명의 A급전범자들의 위패를 야스구니진쟈에 합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때부터였다.

그때는 대학을 갓 졸업한 무라야마가 경찰청에서 신입근무를 시작했을 때였다.

일본이 명치유신 이듬해인 1869년에 설치한 야스구니진쟈에는 지난 기간 일본의 아시아침략전쟁에서 죽은 246만여명의 령세부가 합사되여있다. 정부는 도죠를 위시한 14명의 A급전범자와 B, C급전범자 1 000여명의 위패를 1978년 야스구니진쟈에 비밀리에 안치하고는 이듬해에 와서야 그 사실을 대중보도매체에 공개했다.

그 즉시에 조선과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나라들이 하나같이 들고일어났으나 력대의 수상들은 그때부터 철가면을 쓰고 집요하게 야스구니진쟈참배를 강행했다.

《무라야마! 지금 수상이나 일본의 극우익정객들이 거기에 지난날의 죄행을 참회하러 찾아가나? 아니지. 전쟁의 향수, 파시즘의 독물을 마시러 간다는걸 누구나 다 알고있거던. 사실 이 진쟈에 찾아와야 할 사람들은 평범한 국민들이지.

여기에 와서 아시아침략에 끌려가 적의 손에 죽기에 앞서 군국주의독소에 정신적으로 먼저 죽어 하나의 기계로 전장에 내몰렸던 선조들의 우매와 무지를 조상해야 할것이네.

난 오늘 점점 더 기승을 부리는 정부와 극우익의 진쟈참배나 헌법개조문제를 놓고 국민의식의 성숙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생각하네. 지난 시기나 오늘이나 우리 일본이 깨끗이 전범죄를 벗지 못하고 세계 각국의 비난과 규탄을 받는데는 이를 암묵리에 시인하고 인정하는 우리 일본국민의 지성도가 문제되는게 아니겠나?》

미쯔오는 술 한잔을 던져넣듯 입에 쏟아넣고는 저가락으로 안주를 집으며 계속했다.

《그건 히틀러와 도이췰란드국민, 도죠와 일본국민의 어제와 오늘이 어떻게 다른가만 봐도 알수 있네. …

도이췰란드에선 지금 자기들이 히틀러 같은자에게 맹종맹동하다가 구렁텅이에 빠졌다고, 다시는 력사에 그런 불행이 없어야 한다고 정부가 확언하고 언론, 방송이 떠들고 학교에서 교육하네.

세계의 나치즘피해국, 수십개 나라 수백수천만 피해자들에게 지난날의 죄과를 깨끗이 사죄하고 일일이 찾아가 보상금을 지불했을뿐아니라 나라안의 법적, 제도적장치는 물론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나치즘의 싹이 다시는 돋아나지 못하도록 단호한 대책을 취하고있네.

그리고 혐의자가 90 지난 고령이든 누구든 상관없이 나치스범죄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있네.

세월이 일정하게 흘러 범죄자들이 그에 매달릴수 있다고 보고 1979년에는 전범죄시효자체를 페지해버렸을뿐아니라 얼마전 아우슈비츠수용소해방 50주년에 즈음해서는 유태인대학살은 없었다고 력사부정의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 3년까지의 징역형을 내린다는 엄정한 법까지 제정했거던.

그들은 이렇게 지나간 력사의 어둠과 고통, 치욕을 청산하며 힘들지만 필사적으로 새 길로 나가고있거던.

헌데 우리 일본은 어떤가.

아시아에 대한 침략전쟁을 해방전쟁이라 강변하고 전범들을 영웅시하며 총리가 앞장서서 전범의 위패를 안치한 야스구니진쟈를 참배하고 군위안부 문제에서 보듯 국가의 책임과 사죄, 배상을 끝까지 부정하고…

엊그제 보도인데 중고생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32프로 학생들이 조선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통치를 모르고있다거나 관심이 없다고 했대. 안다는 청소년중 27프로가 식민지통치는 매우 또는 잘한 일이다고 응답했다네.

히틀러를 철저히 부정한 도이췰란드와 얼마나 판이한가.

사실 일본의 극우익이 1978년도에 14명의 전범자위패를 야스구니진쟈에 합사한것은 전쟁을 주도한 전범자들과 전쟁에 끌려나가 죽은 수백만 국민을 한데 섞는 교묘한 범죄의 <공분모만들기>였는데 이렇게 해서 그들이 노리는 목적은 결국은 전쟁범죄의 죄를 국민전체에 희석시키자는거지.

거 영국의 철학자 버크가 말한게 있지 않나?

<한개 국가의 국민을 전체로서 단죄할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바로 그렇게 되도록 전범자들의 전쟁범죄를 국민속에 섞어버리자는 아주 계산된 음흉하고 교활한 술책이라고 할수 있지. 그런데 문제는 일본국민들이 그들의 이 간흉한 진속을 깨닫지 못하고 그 조치를 마음속에 용인하고 받아들였다는거네.

1933년도에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고 죽는 마지막날까지 권좌에 머무를수 있은것은 그가 눈이 먼 도이췰란드국민들로부터 적잖은 지지를 받고있었기때문에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하네.

처음에 도이췰란드국민들은 히틀러를 다 모르다나니 그가 취한 정치적조치들뿐아니라 나치즘의 세계관까지도 열렬히 받아들였거던.

히틀러가 자기 철학의 기초로 삼은 니체의 형이상학적인 <초인간과 권력의지>는 사실 니체라는 한 철학가의 폭력적인 공상에 불과했네. 그런데 권력과 무기를 쥔 히틀러는 니체의 그 공상을 형이상학적인 광기의 실체로, 상상조차 할수 없는 엄청난 범죄로 구체화하고 현실화했네.

그자의 공상때문에 전 유럽이 파괴되고 수천만의 민중과 수백만의 유태인이 학살되였지.

히틀러가 거둔 <성공>은 력사가 허구와 망상과 공상에 의해서도 조종될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극명한 례가 된다고 봐야지.

히틀러는 감언리설의 웅변으로 나치즘의 폭력시대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한낱 개인적인 망상에 사로잡혀있던 자기를 집단적인 망상의 대표자로 만들었거던.》

미쯔오는 담배를 피워물고 길게 연기를 내뿜으며 계속했다.

《사실 무가치한 모든 삶을 뿌리채 소멸해야 한다는 광기의 그 론문을 쓴 니체자신도 연약한 한 인간에 불과했는데 말이야.》

《그건 무슨 말인가?》

《<초인간과 권력의지>를 쓴 며칠후 까를로 알베르또광장에 나갔던 니체는 한 합승마차의 마부가 자기 말을 사정없이 때리는 장면을 목격했네.

<이게 무슨짓이요?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이러는거요?>

니체는 울면서 말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마부를 막았네. 허, 허.》

여기서 미쯔오는 허거픈듯 껄껄 웃었다.

《인간은 본성이 선이지 악이 아니거던. 론리로는 얼마든지 살륙과 폭력을 선동할수 있었지만 니체는 결국 짐승을 때리는 몇대의 매질을 보고 동정심에 굴복되여 무너져버리고말았다네.》

미쯔오는 다시 정색하며 무라야마를 건너다보았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지금 시점에서 많은 우리 선량한 일본국민도 각성하지 않으면 또다시 그런 전쟁과 폭력의 희생자가 될것이란거네.

수백년 에도막부(1603년-1867년)시대를 통해 사무라이들의 권력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과 헌신의 정신, 그 호오코오(봉사), 츄세이(충성), 켄야쿠(검약)가 일본국민의 국민성으로 굳어지지 않았나.

에도막부의 무사정치가 일상화된 장구한 력사적과정에 특히 명치유신과 <천황제>를 통해 매 인간의 확고한 인간적자아의 확립, 정신적지주의 보편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오직 복종으로만 훈육되다보니 상급이 가장 비도덕적, 반력사적죄악을 명령해도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청청한 마음으로 열심히 집행하거던. 자네, 우리 일본사람들의 살아가는 인간상을 가만히 보게. 얼마나 진지하고 근면한 모습들인가.

그런데 마음속에 정의와 량심에 립각해 문제를 투시하는 넋이 결여되다보니 잘못된 지도자가 잘못된데로 이끄는것도 모르고 타국을 침략하는 전쟁에 달려나가 사람들을 학살하고 략탈하고 강간하는 행위들을 그 순수한 얼굴들로 열심히 수행해간단 말일세.

타민족에게 주는 고통과 치욕에 눈섭 하나 까딱 안하고 파시즘의 선동에 와- 삽시에 광기의 집단으로 변해 달려나가는 일본인의 이 국민성… 요즘 류행되는 그 유명한 성구있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뛰여들엇! 하고 명령해야 다 물에 뛰여들지만 일본인들은 모두 뛰여들었습니다 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천방지축 물에 뛰여든다는 그 말, 지난 력사에 우리 일본인들만큼 이렇게 무턱대고 위정자들의 지시에 절대적으로 추종한 바보스런 국민은 없었네.

이런걸 뭐라고 할가? 인성을 저버린 집단광신의 국민성이라고 할가? 그런데 새 천년이 시작된 오늘도 이 국민성은 여전하거던. 자네, 이런걸 생각하면 가슴이 섬뜩하지 않나?》

미쯔오는 따져묻듯 쳐다보더니 열기를 토하며 부르짖었다.

《내가 보기엔 일본인들의 이 국민성이 어떤 면에선 저 게르만족보다 더 위험해. 생각해보게. 일본의 극우익세력은 대동아제국건설의 미명하에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 광대한 령토를 침략하고 수천만 인민을 살륙하고 략탈하는데 전 국민을 총궐기시키고 사병화하여 끌고다니지 않았나.

특히 식민지말기에는 미치지 않은자들이 비정상이라고 할만큼 제도적으로 잔인하고 야수적이였지.

그런데도 인류의 량심과 사회적정의에 몰지각한 일본인들은 패망하는 그날까지 전 국민이 파시즘의 충실한 도구가 되여있었거던.

지난날 몇몇 극우익세력에 의해 파쑈정권을 세우고 전 국민을 총과 칼의 폭압아래 살륙과 전쟁에로 끌고 간 그 국수주의가 오늘 이 일본땅전체에 공공연히 소리치며 되살아나고있는데 지금 일본사람들은 지난 제국시기와 꼭같은 최면상태에 빠져 깨여나지 못하고있단 말일세.

자네 이제 다시 도이췰란드와 일본에 히틀러와 도죠 같은자들이 나타난다면 어찌될것 같나?

도이췰란드사람들은 하나같이 침을 뱉고 돌아설거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헌법개조요, 일본을 지키는 방위요 하는 도죠의 망령을 주춤주춤 따라나서다가 자, 다께시마(독도)를 찾고 센가꾸(조어도)를 지키자, 다 가는데 어쩔래? 하면 또 와- 총을 들고 집단적으로 따라 나서겠지. 허-》

미쯔오는 붉게 충혈된 두눈을 치뜨고 피식 웃었다.

《지금 사멸돼가는 일본의 전쟁세대는 필사적으로 전쟁시기 죄악을 후대에 가르치지 않네. 진실을 알게 될 후손들의 반응이 두려워서일가? 아니지. 자기들의 죄악을 애당초 몰랐으면 하는 범죄유기의 감정에서이네.

여기선 정부와 언론 특히 일본의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진실을 외곡하는 악역을 단단히 맡고있거던. 며칠전의 일이 생각나나?

<새 력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사까모도교수가 어떤 모임자리에서 일본군성노예제도는 <화장실력사>라고 한 말 말이네.

이게 우리 국민을 이끌어간다는 일본의 지성, 이른바 대학의 교수라는자의 입에서 공공연히 튀여나오는 소릴세.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일본인의 한사람으로서,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얼굴이 뜨거워 들지를 못했어. 저들의 총칼에 강제로 끌려나가 정조를 유린당한 성노예녀인들을 <공동변소>에 비기는 그런 추한이 대학교단에 버젓이 서있는 우리 일본이 너무 부끄러워 말이요.》

《그런 말을 내뱉는 그자의 입이 공동변소라고 봐야지.》

무라야마도 그 말에는 저도 모르게 분격하여 이렇게 소리쳤다.

《무라야마! 일본국민은 매 개인이 하루빨리 보편적인 국제적정의가 정립된 그런 정의인으로 자기를 가다듬고 일본의 새 정치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합류해야 하네.》

《…》

무라야마는 진지하게 설파하는 미쯔오의 얼굴을 새삼스레 쳐다보았다.

이른바 《국익》과 명령에 매여있지 않고 자기의 소신을 마음대로 터뜨리고 강변할수 있는 미쯔오, 저 미쯔오야말로 진짜 기자이다.

야하고 거침없고 제 하고픈 말을 가림없이 막 하는것 같지만 그의 가슴엔 리성의 참신한 물이 담겨있다.

일본에 저런 인간들이 있다는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아니, 국민감정의 밑바닥에 바로 저런 정의의 급류가 지금 얼마나 거세차게 흐르고있는가.

한갖 싸구려명성과 리기의 상아탑에 들어박혀 헤여날줄 모르는 잡기자들과 달리 보편적인 인간의 량심과 도덕심으로 충만된 넓고 큰 바다와 같은 안목을 가지고 그런 안목에 들지 않는자들을 발밑에 흘러가는 구정물로 바라보는 미쯔오의 인간미가 새삼스레 가슴에 젖어들었다.

《미쯔오! 하여간 고맙다!》

무엇이 고맙다는것인지 자신도 모르겠지만 뭔가 가슴이 후련하게 틔여와 무라야마는 이렇게 뇌이며 독한 위스키병을 선뜻 들어 고뿌에 쿨쿨 가득 쏟았다.

《아니, 자네 자신있나?》

미쯔오가 놀라 쳐다보았다. 무라야마는 손을 저으며 소리쳤다.

《야, 미쯔오! 너 이 자식, 나를 그렇게만 보지 말라. 내 이 일본의 보수적인 정치경찰이긴 해도 너를 만나는게 내 인생엔 하나의 락이다. 기분 좋다! 자, 오늘은 엉망이 되도록 취해보자!》

무라야마는 보란듯이 다른 고뿌에도 가득 부어 내밀었다.

《미쯔오! 자, 나의 영원한 불알친구 미쯔오를 위하여!》

《하 하, 자식!》

쨍가당-

그들은 고뿌를 쫏고 머리를 젖히며 그안의 술들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카!-》 하며 단김을 내뿜은 무라야마는 안주를 집으며 화제를 돌려 그동안 수사했던 윤도환과 《코리아》명칭의 조직들 역시 수사에서 제외할 대상임을 확인한 내용을 미쯔오에게 말해주었다.

《미쯔오! 결국 윤도환쪽은 헛물만 켠셈이지.

하지만 그 조춘일… 그자를 통해 천만뜻밖에도 이마무라와 아끼꼬를 찾아냈거던. 이번 서울행의 큰 횡재는 바로 이것일세. 난 래일 도꾜로 넘어가겠네. 그런데 그전에… 자네 엊그제 말하던 그 촬영가있지, 마에다! 그 친구를 만나게 해주게. 그가 찍은 영상장면들을꼭 봤으면 해서 그러네.》

《아, 그 마에다?》

미쯔오는 달아오른 얼굴에 난색을 지었다.

《이거 안됐구만. 자네들이 조춘일을 만나러 북적이며 다니는 사이 급한 기별이 와서 그 친구 도꾜로 날아갔거던.》

그렇게 서두른것은 마흔 넘도록 독신으로 살던 그에게 녀자가 생겼기때문이라고 했다.

가정형의 참신한 녀자인데 대학동창의 소개로 한번 만나보고 대번에 마음들어 승인했다고 했다.

《독신 40년을 등나무뿌리처럼 완고하게 버티던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돌변할수 있는지. 참 요지경같은 일이거던.》하며 혀를 차는 미쯔오는 이미 말을 해놨으니 도꾜에 가면 꼭 만나 그 기록영화를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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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5]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분리된 죽음
[연재4]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판결집행장》
[연재3]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소폰 웅카라
[연재2북의 최근 인기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공포할수 없는 살인사건
▶[연재1] 북의 최근 인기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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