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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22]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단지하는 구국결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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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19 09:3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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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2]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4. 단지하는 구국결사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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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22 회)

제 4 장

4. 단지하는 구국결사대

 

미쯔오는 심중해서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속내를 가늠하기 힘든 그 야릇한 웃음속에 무라야마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번졌다.

《내 중요한 인물 하나 소개하지. 이번 여름 고이즈미총리의 8. 14진쟈참배를 놓고 아시아 각국이 굉장했었네.

북조선과 중국에선 규탄성명이 나가고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선 일본군위안부들이 항의시위를 벌리고…

그런 때 서울의 일본대사관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나?》

… 오전 11시경 몇대의 승용차가 종로구 중학동의 일본대사관앞에 미끄러져 들어왔다.

차에서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내렸는데 하나같이 검은 옷에 짧은 머리를 한 건장한 체구의 사내들이였다.

그들은 차짐칸에서 《코리아구국결사대》라고 적힌 머리띠와 《일본의 사죄배상 결사촉구》라고 적힌 천을 꺼내 몸에 둘렀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장대비가 일본대사관 정문을 거세게 후려치고있었다.

이들이 대사관앞에 줄지어 서자 이어 대표인듯 한 사나이가 앞으로 나와 구호를 웨쳤다.

《일본은 침략죄행 사죄하고 배상하라!》

《일본수상 고이즈미는 야스구니진쟈참배를 당장 중단하라!》

피가 터지게 구호를 웨치던 이들은 일제히 몇개의 도마를 앞에 꺼내놓고 그우에 각각 소형작두를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한번에 네명씩 앞으로 나와서는 서슴없이 손잡이를 눌러 새끼손가락을 잘랐다.

피가 뿜어나오는 손가락을 움켜쥐며 《일본은 사죄하라!》고 웨치며 물러나면 다음 사람들이 나와서는 또다시 손가락을 자르고 구호를 웨쳤다. 처절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몰려오고 어느새 소식을 들었는지 기자들이 달려왔다.

여전히 억수로 쏟아지는 비속에서 그들은 잘린 손가락들을 몸에 감았던 구호에 싸서 트렁크에 넣어가지고 일본대사관으로 갔다.

그 손가락들을 일본정부에 전달해달라고 들이댔는데 그들이 받을턱이 없었다.

그로부터 5시간후인 오후 4시 30분, 고이즈미총리는 기어코 진쟈참배를 강행했고 야스구니진쟈에 몰려든 1만여명의 지지자들이 《고이즈미총리 야스구니진쟈참배 만세!》를 웨쳤다.

《그날 밤 <한국>과 일본의 방송들이 일제히 이 단지의식과 진쟈참배장면을 대조시켜 보여주면서 보도했고 미국의 <뉴욕 타임스>까지도 극적인 대조를 보여준 두장의 사진을 일제히 실었네.

특히 그 30여명 사나이들의 단지장면이 씨엔엔방송을 타고 전세계로 전파된것은 물론이고… 참, 자넨 그때 그 보도를 보지 못했나?》

저으기 긴장하여 듣고있던 무라야마는 머리를 저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뒤의 일인데…》

말을 끊은 미쯔오는 허거프게 웃으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한국>의 경찰이 그들을 전부 체포하여 끌어갔거던.

충남의 아산경찰서와 천안경찰서가 말이네. 그들의 거주지역이 그 두 지역이였던 모양이야. 체포리유는 그들이 조직폭력단체로서 순수한 반일의사가 아니라 깡패조직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목적에서 일으킨 소동이라는거요.

둘째로는 집회를 갖기 전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집시법>위반…

하지만 본질은 이 사건을 두고 당국자가 경찰청장을 강하게 추궁하고 청장은 청장대로 사건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리유로 두 경찰서의 우두머리를 다음날로 철직시켜버리니 결국 이에 대한 두 경찰서의 앙갚음이였거던.

이렇게 되니 이 단지사건을 뒤에서 주도한 조일혁이라는 주먹계의 우두머리가 <정부는 잠을 깨라!>, <이 나라가 뉘 나라냐? 나라와 민족을 위한 주먹!>을 부르짖으며 부하들을 이끌고 천안에서 주민들의 환영속에 항일궐기대회, 시가행진을 벌리는 일이 또 벌어졌거던. 웃지 못할 희극이랄가.》

담배연기에 개끼운듯 미쯔오는 연거퍼 기침을 했다. 한참 기침을 하고나서 휘휘 손사래를 저어 연기를 쫓으며 그는 계속했다.

《내가 이 <한국>에 와서 새삼스레 느낀게 경제권은 물론 학계, 정치권에 친일세력이 만만치 않게 포진해있다는것이였네.

교단과 언론에서 왕왕 일본이 조선을 <합병>해서 근대화를 이루어주었다느니 철길도 놓아주고 발전소도 건설해주는 등 좋은 일도 많이 했다느니 지어 <합병>된채로 그냥 있었더라면 차라리 더 좋았을것이라는 일본인인 내가 듣기에도 오싹해지는 망발까지 서슴없이 털어놓는자들이 적지 않네.

하, 얼마전엔 리완용이 <한일합병>에 이바지한 공으로 <천황>에게서 하사받았던 옛땅을 다시 찾겠다고 찾아온 그 후예에게 개인재산권에 대한 법적상소권을 떠들며 고스란히 그 값을 물어주는 정도였으니 더 말해볼게 있나. 그런데 그런자들의 리력을 캐여보면…》

미쯔오는 집게로 집어내기라도 하는듯 두손가락을 무라야마의 앞에 흔들며 비양거렸다.

《거개가 여불없이 제국때 우리 일본에 붙어 한자리씩 해먹던 사람들이거나 그 후예들이거던…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실상 우리 일본이나 이 <한국>이나 력사청산을 깨끗이 못하기는 다 마찬가진셈이지.》

《하, 그런 사람들이 많은거야 좋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나?》

《우리 일본으로서야 나쁠게 없지 않나? 안 그래? 하하.》

《허허- 역시 무라야마 자넨…》

 미쯔오는 무라야마의 어깨를 치며 또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무라야마는 이야기를 내심 듣고싶은 자기 화제쪽으로 다시 끌어갔다.

《근데 미쯔오! 자네 그 조일혁이라는치는 만나봤나?》

미쯔오는 코웃음을 쳤다.

《물론이지. 내가 그런 뉴스덩이를 놓칠것 같은가? 헌데 무라야마! 자넨 뭐 그 조일혁이를 모르는가?》

무라야마는 쓰거운듯 웃었다.

《알지. <한국>주먹의 3세대 오야붕(두목), 올해 64살, 옛날 주먹계거봉이였던 김두한의 후계자, 고아가 되여 김두한의 밑에서 자랐고 숱한 부동산을 쥐고있는 거부지. 이 정도야 <한국>의 폭력조직과 얼키고 설킨 야꾸자인맥을 뿌리까지 파고들었던 내가 모를수 없지.

그런데 자네가 그자를 만났을 때 뭐라던가?》

《일본기자라는것을 알면서도 거침없이 내쏘더군. <정부>의 태도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본에 반성을 촉구하기 위해 일으킨 행동을 조직폭력으로 몰다니, 이것이 <한국>의 경찰인가? 일본의 경찰인가?》

《그 자식들 우쭐해나서더니 꼴이 안됐군. 그런데 설마 미쯔오! 알려주겠다는자가 그 조일혁이야 아니겠지?》

《조일혁은 지시만 하고 실제 그 구국결사대 대장은 윤도환이라는 43살 난 젊은 친구네.》

《윤도환?!》

《그렇네. 자네가 추적하는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명과 관련되는 강력사건이라면 그가 충분히 련루되였을수 있거던.

단지사건도 그가 지휘하고 앞장서서 저부터 잘랐으니까.》

《그자의 소재를 모르나?》

《그거야 모르지. 윤도환은 단지사건이후 수배돼 지금까지도 도피생활하고있다네.》

《고맙네, 미쯔오.》

 그것은 인사치레가 아닌 무라야마의 진심의 인사였다.

미쯔오가 아니고는 대번에 이런 구체적인 자료까지 말해줄자가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무라야마! 자네 이 윤도환패들을 함부로 건드리는 일만은 삼가하게. 그들은 비록 폭력배들이지만 깡패들이 나서서 애국을 웨쳐야 하는 이 <한국>의 현실, 눈물겹지 않나? 어떻든 저들의 목소리엔 진실이 담겨있으니까.》

그답지 않게 심중히 이야기하는 미쯔오의 말이였다.

《알겠네.》

무라야마는 머리를 끄덕였지만 생각은 어떻게 하면 이자의 은닉처를 찾을것인가 하는데로 뻗었다.

무라야마도 손가락을 자르며 일본은 각성하라고 웨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받은 충격이 컸지만 그자신이 수상의 진쟈참배를 지지해야 하는 일본국의 공무원이다.

자기 마음을 미쯔오의 사사로운 감정에 희석시킬 여유가 없었다.

그날 저녁 엄탁준이 지방도시들에 있는 코리아명칭 반일단체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아내가지고 다시 찾아왔다.

무라야마와 사다께는 다음날부터 엄탁준이 붙여준 그의 부하의 안내를 받으며 각지를 돌았다.

부산과 대구, 광주를 비롯해 련 사흘동안 그 자료에 적힌 의심가는 인물들의 최근행적 특히 5일부터 11일사이의 외국출장여부를 조사했다.

마지막으로 춘천에 있는 《말벌》이라는 폭력단 두목의 부재증명까지 확인했다. 결과는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 어디서도 사건과 련관이 있어보이는자를 찾을수 없었다.

남조선에 넘어올 때부터 애초 조춘일을 주혐의자로 보고있었고 서울에 와서는 여기에 윤도환이라는 새 인물이 첨가됐을뿐이였다.

나흘간의 노력을 기울여 그 두 인물이 가장 사건에 접근한 인물들이라는것을 확증했을뿐이였다.

저녁녘에야 서울에 도착한 무라야마는 다시 만나기로 한 미쯔오가 기다리겠다고 한 기자쎈터가 멀지 않은 곳에서 내려 퇴근녘의 사람들로 끓는 골목길을 걸었다.

하루의 고통과 울분을 삭이려 술과 쾌락을 찾아나온 인파가 끓기 시작하는 밤거리의 서울, 저 앞쪽의 도심가에서는 벌써 온갖 붉고 푸르고 누런 불이 광란하듯 번쩍이며 도락의 밤세계가 시작되는데 여기 뒤골목에선 하루벌이에 지친 실직자들과 가난뱅이들이 포장마차의 한귀에 여기저기 쭈그리고들 앉아 소주 한잔 놓고 탄식을 읊조리고 삿대질하며 싸움들을 벌린다.

벌써 추위가 닥쳐오는데 지함쪼박을 깔고 길가나 지붕밑 여기저기 드러누운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빈민촌의 쪼각방마저 차례지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본의 권력과 황금의 세례밖으로 밀려나 언제 꺼질지 모르는 운명안고 방황하는 저런 거지나 로숙자들은 사실 살아있는 송장이나 같다.

래일에 대한 아무런 미련도 희망도 없이 비탄속에 숨이 지는 순간까지 고달픈 몸을 끌고 지하철도와 공원, 뒤골목을 헤매다 숨지면 지나가는 청소부가 발견하고 장례차를 불러 실어내다 묻어버리면 그만인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그 풍경들을 바라보며 어느새 기자쎈터까지 다 왔다.

《아, 무라야마! 마침 오는군.》

무라야마는 미쯔오가 찾는 소리에 생각에서 깨여났다.

쎈터 앞마당의 한귀에서 승용차에 한발을 올려놓은 미쯔오가 기다리다가 손짓한다.

미쯔오는 무라야마가 차안에 들어오자 《참, 내 딱 소개할 친구가 하나 있네. 그 친구를 만나보구는 자네에게 꼭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하며 무라야마를 바라보았다.

《작년 도꾜법정에도 참가했고 지금도 그 관련 기록영화를 만드느라 아시아 각국을 넘나드는 마에다라는 내 친구가 마침 서울에 와있네. 내 그 작업필림을 보게 해주지.》

《아, 그래? 그거 꼭 좀 소개해주게.》

그렇잖아도 그런 자료를 열심히 찾고있던 무라야마였다.

《만나보면 알거네. 오늘 같은 시국에 고생고생… 마에다 같은 그런 정의인도 정말 쉽지 않다니까. 오직 진실, 력사의 진실만을 뼈를 깎는 탐구로 확증해가는 사명감에 불타는 애국자지. 우리 일본에 그와 같은 지성인이 많아야 해. 그래야 일본이 살아.》

미쯔오는 흥분해서 마에다를 일본의 애국자라고 칭찬했다.

무라야마는 웃으며 《그럼, 미쯔오! 자넨 뭐라고 평가해야 하나?》 하고 물었다.

《나 말인가? 하, 아직 모르겠나?》 하고 코소리로 웃으며 미쯔오는 명쾌한 어조로 대답했다.

《일본의 쉽지 않은… 량심인이지.》

《그래그래, 그건 옳은것 같군.》

그들은 그날 밤 오래간만에 만난 해후로 밤새도록 술을 마시였다.

다음날 아침 무라야마는 대사관의 기무라서기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환의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알자면 남조선의 정치단체나 반일조직들의 조사를 담당하고있는 그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서기관은 지금은 대사관을 안에서 봉쇄했으니 만날 형편이 못된다고 하면서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안으로 봉쇄했다니 밖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우린 지금 10년째 수요일 오전은 아예 대사관문을 닫고 사니까요. 이거 그 위안분지 뭔지들 수요집회때문에…

에에, 망신살이 뻗쳐서…》

분명 대사관 창밖을 내다보며 내뱉는 서기관의 넉두리였다.

그제야 무라야마는 수요일마다 《한국》의 일본대사관앞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범죄를 규탄하는 녀인들의 항의집회가 열리군 한다던 보도를 들은 생각이 났다.

마침이라고 생각되여 무라야마는 곧 대사관으로 떠났다.

대사관입구에 이르니 머리에 백발을 인 할머니들과 숱한 대학생들이 《일본정부는 사죄하라!》고 웨치며 시위를 벌리고있었다.

무라야마는 마침이라고 생각했다.

일본기자라는 소개에 시위를 주도하는 사려깊은 얼굴의 중년녀성이 자기를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명예대표 윤성희라고 소개했다.

윤씨는 성노예피해자들의 이 수요집회가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해 오늘로 444회에 이른다고 했다.

《<정부>에 등록된 141명 생존할머니들중 10년동안에 61명이 한평생의 절규와 호소에 대한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어요. 그걸 생각하면 참 가슴아파요. 10년전 거리에서 처음 시위를 시작할 때는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가리우던 할머니들이 이제는 당당히 이름을 밝힙니다.

일제의 야만성과 치욕을 증언하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여 어느덧 평화와 인권의 선생님들이 된 저 할머니들입니다. 무더운 여름이나 대소한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저 할머니들은 한주도 집회를 중단한적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단 한명이라도 살아남을 때까지 이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합니다.》

일본대사관은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창문에 카텐을 내린채 인기척 하나 없었다.

어느덧 집회가 끝나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다 돌아갔다.

그런데 한 할머니만은 그냥 대사관앞에 서있었다.

두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기도드리는 그 할머니를 가리키며 윤성희대표는 올해 82살의 황금주할머니라고 했다.

무라야마는 흰머리에 수난짙은 한생의 한이 섬섬히 서려도는듯싶은 그 백발할머니의 기도드리는 모습이 너무도 처연해 석상처럼 굳어진채 발을 떼지 못했다.

녀인의 시선은 대사관상공너머 아득히 먼곳, 그 먼곳의 끝간데 없는 료원한 곳을 응시하고있는듯 했다.

저 녀인은 지금 일본의 하늘을 향하여 어떤 주문을 외우고있을가?

일본에 천벌이 내려라! 그런 단죄의 주문을 외우고있을가?

아니면 저 일장기밑에서 무참히 찢기고 릉욕당하며 죽어간 수십만 녀인들의 아픈 령혼을 위로하고있을가?

깊은 주름에 잡힌 얼굴의 자태가 처녀적에는 무척도 청순하고 고왔을 그 얼굴을 보니 무라야마는 녀인의 상이 하나의 완성된 조각으로 떠오르는 환각에 잠겼다.

무라야마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특히 사다께가 종합해준 그전에는 몰랐던 녀성국제전범법정의 기록들과 성노예녀인들이 당하고 겪은 그 참혹한 참상의 증언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인 산 현실로 접하면서 이게 일본인들인가, 어쩌면 녀자들에게 이렇게 야만적이고 잔인하고 짐승같을수 있었는가 하는 당혹과 가책과 얼굴뜨거움에 몸서리가 쳐졌었다.

자기를 떠나간 요꼬다를 포함해 녀성일반에 대한 관념자체를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였다.

녀성! 미와 겸언과 순결의 상징, 부드러움과 온화의 미덕으로 인간이 사는 세상이면 도시나 농촌이나 산간의 오두막이나 그 어디에나 다 있으면서 가정을 형성해주는 모체,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안고있는 넉넉하고 강인하면서도 신선한 존재.

그런 녀인들을 그래도 인간이라는것들이 어쩌면 그렇게 모독할수 있었을가, 그 몸에서 나온것들이…

수요집회에 참가한 할머니를 배경으로 일본대사관을 보고있느라니 경찰 대학때 고미가와 쥰뻬이의 소설 《인간의 조건》을 읽다가 뇌리에 깊이 새겼던 한 대목이 새삼스레 상기되였다.

《인간은 자기가 속한 민족의 녀자가 타민족의 남자에게 릉욕당한데 대해서는 최대의 굴욕과 분노와 증오를 느끼는것입니다.

이것은 부정할수 없는 력사적인 민족적감정입니다. 현명한 일본인관리자에게 묻건대 일본인제씨는 후날 일본녀성들이 다른 정복자들에 의하여 이처럼 릉욕당하는 일이 결코 없으리라고 믿을만큼 그렇게 행복한 우둔성을 지니고있을가요? …

정복자는 어느날엔가 반드시 피정복자의 립장에 굴러떨어지고말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당신들의 안해와 애인과 자매가 당신들의 눈앞에서 릉욕당하는것을 목격하지 않으면 안될 숙명을 걸머지고있는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안해에게 지금 죽어서는 안된다고 소리쳤던겁니다. 치욕을 당하고 죽겠다고 몸부림치는 안해에게 말입니다.》

그 목소리, 지금 죽어서는 안된다! 이 욕을 삼키고 끝까지 살아 이 욕을 그대로 일본인들이 처절히 겪게 하자!

지난 세기에 일본에게 당하며 피를 토하고 이발을 갈던 그 아시아인들의 절규가 일본대사관상공에 구름처럼 떠도는것 같았다.

무라야마는 그 할머니가 떠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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