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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18]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5. 아들을 버린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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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15 09:59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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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8]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5. 아들을 버린 어머니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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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18 회)

제 3 장

5. 아들을 버린 어머니

 

무라야마의 집은 붕꾜구 메이지다로의 보험쎈터옆 고급아빠트들이 줄지어 서있는 그뒤의 이른바 《소화-평성합작거리》라 불리우는 현대서양식과 일본식 옛 절충집들이 섞여있는 낡은 아빠트의 3층에 있었다.

언제부터 집을 해결해준다고 하지만 집값이 금값인 도꾜시내에서 무라야마 같은 고급경찰도 다다미 8장짜리 두칸집에서 산다.

집에 들어서자 문을 열어준 어머니가 자못 못마땅한 눈길로 흘겨본다.

《들어오긴 들어오누만. 난 임자가 정말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어. 나가서 한번이라도 이 집생각을 하긴 하나?》

며느리가 나간것이 전적으로 아들의 잘못이라고 타매하는 어머니다.

안방에서 《아버지!》하는 소리를 앞세우고 구울듯 겐조가 달려나온다.

《겐조야!》

박힌듯 서있던 무라야마는 정찬 눈길로 아이의 온몸을 더듬으며 마주섰다.

무릎을 꿇고 아이의 반고수머리칼이 덮인 되박이마며 남달리 큰 귀를 두손으로 싸쥐고 뺨에,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잠시 아들의 두눈을 들여다보던 무라야마는 《엄마가 함께 가 살자고 하지는 않던?》하고 물었다.

겐조는 시무룩이 머리를 젓는다.

아무리 남편에게 불만이 있다 해도 제가 낳은 자식에게 그처럼 랭혹한 요꼬다에게 환멸이 갔다.

《나쁜 년!》하는 욕이 절로 나갔다.

《나쁜건 임자가 먼저네.》

어머니는 겐조를 빗대고 그도 욕하고 집을 나간 며느리에 대해서도 분노를 참지 못한다.

그들의 가정에 비운의 구름이 끼기 시작한것은 실상 무라야마 그자신탓이였다.

대를 잇는 경찰가문의 업을 이어 그가 경찰대학에 입학할 때 경찰에서 퇴역한 그의 아버지는 강조했다.

《강은 두번에 나누어 건느지 못하는 법이다. 인생에는 련습이 없다. 하루가 하나씩 터져나가는 폭죽이다 생각하고 전력질주해라.

그렇게 살지 않고는 남을 디디고 올라설수 없다. 성공이란 같은 시간을 어떻게 압축해 사느냐에 결정된다.》

무사가문의 전통이 몸에 배일대로 배인 아버지의 훈시였다.

무라야마는 미끈한 체격에 선이 뚜렷한 기름한 얼굴, 산마루같은 선명한 코며 지성이 담겨 빛나는 두눈이 첫눈에 선비같은 느낌이 대번에 드는 사람이였다.

가는 곳마다에서 그는 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가 지나갈 때면 타자수들과 녀경사관들이 애모쁜 눈길로 그를 쳐다보고 대학교관들도 은근히 그들대로 자기의 딸들을 소개하군 했다.

하지만 인생목표가 강했던 그는 수석졸업목표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경찰대학은 공부도 베찼지만 그가 제일 힘든것은 체력단련과 무술훈련이였다. 하루를 폭발의 림계질량으로 채우자면 장약을 다지듯 충진하고 밀도를 높여야 했다. 그는 아버지의 말을 걸음마다 씹으며 하루하루를 그렇게 충만하게 채워 폭발해버리듯 살았다.

휴가를 가면 아버지는 또 강조했다.

《네와자수법에서 배워라. 성공의 계단을 하나씩 오를수록 마음을 뉘워라. 속심을 감추고 수수한 덕행과 덕목으로 자기를 낮춰라.》

전기간 수석의 성적으로 대학을 나온 무라야마는 곧바로 경찰청에 배치되였다. 선망과 질투의 눈길이 쏟아졌으나 사건을 떠맡고 지방과 해외로 나갔다올 때마다 그의 뛰여난 능력이 과시되면서 결국은 물잦아들듯 잠잠해졌다.

불철주야 허다한 사건을 떠맡고 살면서도 침착하고 내색없는 무라야마는 11년후 경찰청 범죄수사국의 최우수형사가 되였다.

그 과정에 무라야마는 엄격한 아버지가 친구의 딸이라며 소개한 요꼬다란 녀자를 안해로 맞아들였다. 무라야마는 그 녀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요꼬다는 순종을 미덕으로 아는 전형적인 일본녀자였다.

결혼후 수사일로 밤낮 나가 사는 남편대신 시어머니를 도와 집안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맡아하고 가정의 화목을 위해 내면의 사소한 불만이나 개인적욕망을 묵묵히 참을줄 아는 녀자였다.

시집친척들이 분주히 찾아와도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했고 아무리 바빠도 정성껏 식사를 시켜 보내군 했다.

무라야마에게는 요꼬다를 알기 전부터 우연한 기회에 사귄 시노미라는 《게이샤》(일본기생)가 있었다. 아마 부모와 외계의 눈만 없었더라면 무라야마는 그 녀자와 살았을것이다.

눈코뜰새 없는 수사업무로 바쁜중에 잠시 여유시간이 생기면 무라야마의 발길은 자연히 집에서 기다리는 안해보다 시노미에게로 향하군 했다.

《게이샤》는 몸파는것을 전문으로 하는 녀자와는 다르다.

시노미는 뛰여난 미모, 례의와 교양을 갖춘데다 언제나 부드러운 분위기로 무라야마를 감싸안을줄 아는 녀자였다.

무라야마는 쉽게 이중생활에 물젖어버렸다.

틈날 때마다 시노미와 불붙는 정염을 태우던 무라야마가 어느날 집으로 들어가니 안해가 할 말이 있다는것이였다.

《꼭 그랬어야 했어요?》

한참 말없이 앉아있던 안해가 자기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였다.

타매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삼스레 캐보자고 묻는 말도 아니였다. 그간의 내용을 다 알고 참고참아오다 더는 참을수 없는, 어찌 보면 체념에 이르러 부르짖는 녀자의 절망과도 같은 물음이였다.

무라야마는 한순간 안해의 물기어린 눈에 비낀 애절한 빛에 가슴이 찔려왔으나 《당신 남자의 일에 지나친 간섭이 안야?》하고 공갈하듯 한마디 찌르고 나와버렸다.

참고 누르고 리해하는것을 미덕으로 아는 계집이 대체 무슨 야료란 말인가 하는 분노가 치밀었다.

착한 안해가 그쯤하면 더 문제를 만들지 않을것이라고 무라야마는 생각했다.

실상 무라야마는 시노미가 없는 앞날을 상상 못했다.

자신의 인생은 눈에 띄지 않는 굳건한 뉴대의 끈으로 이미 시노미와 굳게 결합되여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 누가 억지로 시노미와 갈라놓는다면 그는 단호히 그에 대응한 대책을 찾게 될것이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어느날 요꼬다는 무라야마가 혹까이도에 간 사이 집에 있는 돈을 다 긁어가지고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당신을 만나 다 털어놓고 가자 생각했는데 왜선지 짜증이 나는군요.》

며느리가 집에서 나가버렸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들어가니 이렇게 시작된 요꼬다의 마지막편지가 기다리고있었다.

《당신을 만났던 처음부터 나에게 당신은 의지이구 언덕이구 산마루였어요. 나약하고 내성적인 저로서는 당신이 그처럼 시노미에게 온 마음을 주고있다는걸 알면서도 언젠가는 리해하고 돌아오겠지 하고 모든걸 참으며 기다렸어요.

비를 그리는, 가물에 타는 풀대마냥 당신을 향해 늘 목말라한 저였어요. 당신을 향해 늘 허기를 느끼고 갈증을 느낀 저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한달씩 출장을 나갔다 오면서도 겐조와 내가 있는 집이 아니라 그 녀자를 먼저 찾아가군 했어요. 어떤 때는 집에도 안 들리고 그 녀자에게서 곧바로 다시 출장을 떠나갔어요.

그런 때 집에서 속절없이 기다리다 지친 제 감정이 어떠하리라는걸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봤어요?

늘 자기밖에 모르는 당신, 함께 사는 사람의 아픔이나 감정 같은것은 조금도 가슴에 없는 당신, 늘 위압적이고 독선적인 당신과 만나 문제를 해결하자들면 분명 접촉불량이 생기거나 방전이 일어나 소동만 커지겠지요. … 그래서 조용히 떠나기로 했어요. 나도 내 갈길을 찾는데 나머지 인생을 걸겠어요.

한 녀자를 귀중히 알구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진실한 사람을 만나 다시 시작하겠어요.》

이것이 요꼬다가 써놓고 간 고별의 쪽지였다.

어머니가 떠나던 광경을 말해주었다.

짐을 다 실은 요꼬다가 겐조를 품에 안고 《겐조야! 엄마 욕많이 해라.》했을 때 겐조는 뿌리치며 말없이 엄마를 쏘아보기만 하더라고.

엄마가 떠난 후에야 겐조는 퍼더앉아 엉엉 울더라는것이였다.

원래 말이 없는 겐조는 이후부터 더 의기소침해지고 과묵해졌다.

그들의 사랑에는 결혼초기부터 지적인 교류라든가 정신적인 뉴대가 없었다. 요꼬다는 갸름한 얼굴에 육체적인 매력도 있는 녀자였지만 그들사이에는 어느때 한번 진정한 친밀감이 없었다.

실무적인, 차분하면서도 랭정한 부부관계였다.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에 홀연 불쌍해진것은 아들 겐조였다.

《아버지! 엄만 다시 안 오나?》 하고 절박하게 쳐다보며 묻는 겐조의 머리를 쓸던 무라야마의 손이 저르르 떨렸다.

겐조는 갓 나서 유난히 젖을 찾던 아이였다.

무슨 아이가 젖만 물리면 정신없이 헤덤비며 가슴을 파고들고 실컷 먹고도 얼마간 있는듯싶으면 또 젖을 찾아 울고…

늘 젖이 모자라 요꼬다는 우유를 사다 보충했다.

호물호물 그 젖가슴을 파고들던 말큰한 입술과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급해맞아 울며 엄마품을 어루더듬던 꽃양배추덩어리같은 몽실한 주먹, 그것이 사랑스러워 그 입술에, 주먹에 쪽쪽 입맞춰주며 껴안던 요꼬다, 그런 녀자가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아들을 밀어던지고 갈수 있을가?

남편에 대한 정이 떨어지면 아이에 대한 애정도 그렇게 단번에 식어버릴가?

명백한것은 요꼬다가 그렇게 분연히 떠날수 있는 녀자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그것이였다.

요꼬다가 편지에 썼듯이 나는 과연 자기밖에 모르는, 함께 사는 사람의 아픔이나 감정 같은것은 조금도 가슴에 없는, 늘 위압적이고 독선적인 그런 인간이였단 말인가?

맞는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깨져버린 집안을 놓고 무라야마는 어딘가 억울한 감정을 어쩔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시노미는 시노미고 그의 가슴에 요꼬다에 대한 기대가 은연중 자기도 모르게 크게 자리잡고있었다는것을 무라야마는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시노미의 품위있는 교태, 남자의 넋을 녹여놓는 그 녀자의 감미로운 눈매와 부드러운 손길, 끝없는 정회를 안고 울리던 그 서정적인 샤미센소리…

그것이 아무리 무라야마를 유혹의 세계로 끌어갔어도 어떻든 부모와 자식이 있고 그의 경찰생활의 의욕에 충만된 날이 이어지던 보금자리는 안해 요꼬다가 있던 집이였다.

서울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시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바다를 보며 이런 생각을 굴리다보니 무라야마는 문득 어머니를 잃고 고아로 튕겨나와 온갖 굴욕을 겪으며 살아왔다던 타이의 츄홍따이가 떠올랐다.

이 아버지마저 없다면 아들 겐조 역시 홀연 그런 신세가 안된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갑자기 겐조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비행기시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는 그의 가슴을 메워왔다.

국사를 안고 떠다니지만 자기가 지금 무엇인가 가장 본질적인 생활의 궤도를 잘못 타고있다는 생각이 문득 가슴을 파고들어 떠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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