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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13]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가늠할수 없는 진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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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09 08:5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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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13]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가늠할수 없는 진범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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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13 회)

제 2 장

6가늠할수 없는 진범인

 

그 시각에 웅카라는 치엥마이경찰서에서 지원나온 형사들을 데리고 배를 타고 삥강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강변의 숲속과 거기서 좀더 나가 국경쪽으로 뻗은 고속도로까지 그 일대를 샅샅이 뒤져보았다.

혹시 커누를 자동차로 싣고 건너편 대안까지 와서 기슭에 부린 흔적은 없는가 해서였다. 그러나 그쪽 기슭에도 바퀴자리 하나 찾아볼수 없었다. (역시 커누를 타고 강을 따라 올라왔든가 내려온게 분명하거던.)

저녁어스름이 깃들무렵에 웅카라는 이런 결론을 씹으며 다시 강을 건너 마을로 들어왔다.

그런데 림시 거처하고있는 경찰지서에 들어와 한대 피울 사이도 없이 지서장이 숨을 헐떡이며 뒤따라 달려왔다.

《부장님! 저 마을끝에 민박으로 살아가는 한 로인내외가 있는데 말입니다. 그 령감이 <일본사람이 죽었다니 하는 말인데…> 하면서 얘기하는게 지난해 여름에 두 일본젊은이가 와서 이 칸쿤마을과 주변 라후족마을들을 열흘나마 돌아다니며 묵다가 갔다는겁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지서장의 말을 심중히 새겨듣던 웅카라는 두눈을 치떴다.

《여보, 지서장! 그래서 어쨌다는거야? 일본관광객들이야 어제나 오늘이나 매일같이 찾아오고있는데… 오늘도 젊은 놈, 늙은 놈들 숱한게 싸다니고있는걸 보지 못했는가?》

《아, 이거…》

그때에야 지서장은 헤식게 웃으며 제 머리를 쳤다.

《저, 실은 그게 아니고… 그 열흘동안 그들의 안내를 츄홍따이사장이 직접 했다는 그것때문에…》

《무엇이?!》 웅카라는 번쩍 고개를 들었다.

츄홍따이가 칸쿤에서 열흘나마 두 일본젊은이의 관광안내를 했다?!

그것은 무심히 들을 이야기가 아니였다.

엊그제 지서장이 츄홍따이가 사건 전전날인 10월 6일 칸쿤마을에 왔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내막을 세밀히 조사해볼 때까지도 웅카라는 그 문제를 깊이 생각지 않았었다.

그만큼 그는 츄홍따이라는 인간을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일본인이라면 그처럼 싫어하는 츄홍따이가 그것도 회사 사장의 직분으로 일본젊은이들의 관광안내를 열흘간이나 직접 했다는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일이였다.

그때 골머리를 굴리는 그의 뇌리를 펀뜩 치며 지나가는것이 있었다.

아, 그는 전기에라도 감전된 사람처럼 굳어졌다.

사건이 터진 날 새벽에 당직경관으로부터 칸쿤이라는 지명을 듣고 누구한테서 들은 지명이였는데 하면서 아무리 머리를 쥐여짜도 생각나지 않던 그 기억이 이 순간에 너무도 분명하게 머리에 솟구쳤던것이다.

그때는 그 자극이 망각의 너울을 헤칠만큼 강하지 못하였다.

하나의 작은 물결로 일어났던 기억의 파문은 매일같이 겹쳐드는 새로운 사건들의 큰 물결에 휩쓸려 머리속에 흡수돼버리고말았었다.

하지만 가라앉지 않고있던 그 작은 파문은 더 큰 자극이 두꺼운 외피를 찌르고들자 한꺼번에 뚜렷한 표상을 가지고 떠올랐던것이다.

그래, 츄홍따이다. 분명 그에게서 칸쿤이란 지명을 들었었다.

웅카라가 츄홍따이를 처음 만난것은 5년전, 방코크에서 북쪽으로 360㎞ 떨어진 쑤코타이왕조의 유적지에서였다.

쑤코타이시내를 서쪽으로 에도는 챠오프라야강의 지류인 욤강기슭에는 한때 이곳에 번성했던 옛 왕조의 고궁과 유적지가 광활하게 펼쳐져있었다.

그때 이 유적지에 범람하는 도굴군들을 잡기 위하여 출동했던 웅카라는 여기서 12년나마 도굴군들과 싸워가면서 유적복원작업을 해온 니콤 무시카 미라는 한 건축가의 방조를 받게 되였다.

쑤코타이는 1238년에 일떠선 타이족 최초의 독립국가로서 타이언어와 글이 만들어지고 불교문화가 개화한 타이문화의 발흥지였다.

음력 11월 보름달이 떠오르면 매년 이곳에서는 전국각지에서 모여온 사람들이 바나나잎으로 둥글게 만 꽃등과 수박이나 물에 잘 뜨는 과일을 잘 라 갖가지 정교한 무늬를 새긴 가운데다 초대를 세우고 불을 달아 떠내려보내는 《수등절》축제가 진행된다.

수천, 수만개의 초불이 강 량안의 고대의 석불들을 비치며 물결을 타고 흘러내릴 때는 참으로 장관이다.

그때면 축제에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두손을 합장하고 일제히 마음속 소원을 빈다.

이 축제는 한 왕의 후궁이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왕의 유람선이 있는 먼 아래까지 불을 단 초대에 사모의 정을 담아 띄워보냈다는 전설에 기초해서 시작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유려한 곳이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전까지는 도굴군들의 천국이였다. 도적들은 몇푼의 돈을 벌겠다고 도처에서 무덤을 파고 불상들의 목을 잘라갔다.

고적연구를 위해 이곳에 왔다가 이런 범죄를 목격한 니콤 무시카미는 쑤 코타이에 아예 눌러앉아 유적의 연구와 발굴사업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을 지키는 파수군이 되였다고 한다.

어떻게나 겨레의 력사와 그 혼이 담긴 유적을 보존하려는 의로우면서도 이 힘없고 외로운 건축가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여 도와준 사람이 바로 치엥마이의 트레킹사 사장인 츄홍따이였다.

츄홍따이 역시 쑤코타이초불축제에 왔다가 그의 애국지성에 감동되여 친구가 되였다.

매년 돈과 식량과 여러가지 물자들을 보내주고 도적들이 제일 성할 때에는 군복무를 함께 한 동료들을 데리고와 니콤을 도와주군 했다.

정부의 지시를 받고 도굴군소탕에 나왔다가 이들을 알게 된 웅카라는 그 두사람의 소행에 진정으로 감동되였다.

니콤의 소행도 가슴울렸지만 그의 일을 헌신적으로 도와나서는 츄홍따이의 진정에 웅카라는 돈밖에 모르는 우리 나라 사람들중에도 이런 애국자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훈훈했었다.

그런데 작전의 마지막단계에 와서 도굴군 두령의 은거지를 급습하는 과정에 그만 웅카라를 도와주던 츄홍따이가 칼에 다리를 찔렸다.

그날 수사팀의 초막에 그를 눕혀놓고 부상자리를 치료해주며 밤을 새울 때 웅카라는 츄홍따이의 기막힌 인생살이를 듣게 되였던것이다.

그가 태여난 북부산간지대 삥강류역의 칸쿤마을, 그 마을에서 그의 아버지는 자그마한 목재소의 주인이였다.

1942년에 먄마와 타이에 왜놈들이 쳐들어오자 유명한 사냥군이기도 했던 그의 아버지 츄마키리는 먄마 카친족과 타이 북부지역의 라후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사람들을 모집하여 유격대를 뭇고 항전을 벌렸다.

그러다가 그만 2년만에 일본군에 체포되였다.

악독한 왜놈들은 츄마키리와 그의 전우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그의 안해를 륜간한 후 일본군성노예로 끌어갔다.

…새벽바람이 불어오는 쑤코타이들판.

불상을 찾아 새벽명상에 잠기러 가는 중들이 저 멀리에 보이고 한때 번영했던 쑤코타이왕조의 왕성한 기운과 숨결이 동켠에 높이 솟은 옛 왕궁의 페허우를 스치는 신산한 바람에 가늘게 실려오는 욤강변, 그 하늘에 하나, 둘씩 허옇게 바래가는 별쪼각들을 바라보며 새벽까지 이어가는 츄홍따이의 이야기엔 피가 끓었었다.

《나를 낳은 친어머니를 왜놈들이 끌어갈 때 나는 네살이였습니다. 그때 움막속에 어머니와 나를 데리고 숨었던 할머니는 아버지를 구원하겠다고 달려나가는 어머니를 자기가 막아나서지 못한것을 두고두고 탄식했습니다.》

그때 츄홍따이는 하늘에 선명하게 빛나는 일곱개의 유별난 성좌를 가리키며 어릴 때 자기 어머니가 들려주었다던 타이민화를 이야기했다.

… 옛날 어느 마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있었는데 그들이 키우는 한마리의 암닭이 있었단다.

그런데 마을에서 큰 제사를 차리게 되여 두 로인은 그 암닭을 잡기로 했단다. 이것을 알게 된 암닭은 병아리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래일 아침이면 죽게 된다. 하지만 너희들은 싸우거나 미워하지 말고 서로 돕고 나누어 먹으며 꼭 살아야 한다.

이튿날 아침 할아버지는 암닭을 잡아 끓는 물에 집어넣었구나.

그러자 여섯마리의 병아리들은 모두 끓는 물가마안에 뛰여들어 엄마와 함께 죽고말았단다.

이렇게 죽은 암닭과 여섯마리의 병아리들은 모두 하늘에 올라가 저렇게 일곱개의 별이 되여 반짝인단다. …

그 어머니가 일본군대에 륜간당하고 어딘가로 끌려간 이야기를 하는 츄홍따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걷잡을수 없이 흘러내렸었다.

《유일한 보호자이던 할머니마저 인차 잘못되다보니 전 갈데가 없었습니다. 홀연 고아로 튕겨난 저는 이집저집 구걸하며, 한지잠을 자며 짐승처럼 떠다녔습니다. 일본놈들이 망한 직후 어느날 오물장을 뒤지다 방금 움막집으로 들어왔는데 한 녀인이 거지들속의 저를 찾는겁니다. 눈물젖은 눈길로 한참 저를 바라보더니 네가 츄홍따이냐 하고 물으면서… 그렇다고 대답하니 내 아들아! 하며 저를 꽉 끌어안고는 제 볼을 비비며 소리내여 울더군요. 처음 보는 녀인이지만 그 뜨거운 육친의 정에 저도 그만 목이 메여올라 함께 울었습니다.

저를 업고 림시 하숙한다는 집으로 데려간 그 녀인은 깨끗이 목욕을 시키고 오래간만에 쌀로 지은 밥을 먹여주었습니다. 제가 아지미는 누군가고 물어보니 난 네 어머니다 하겠지요. 제가 반신반의해 낯설은 그 녀인을 쳐다보니 너 이 이야기 알지 하며 그 엄지닭과 여섯마리의 병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말이라고 하니까 그 병아리들은 그렇게 어머니를 따라 죽었지만 너는 그래서는 안된다, 오늘부턴 나와 함께 살아가자 하시며 눈물속에 저를 다시 꼭 끌어안는겁니다.

그제서야 저는 저의 친어머니가 죽었다는것, 다시는 볼수 없는 그 엄마를 대신해 이 어머니가 왔다는걸 깨닫게 되였습니다. 저는 정말 그때 어머니가 떠나간 그 하늘에서 이 새 어머니가 오셨다고 생각했습니다.

낮에는 논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목감자를 삶아 새벽길에 거리에 나가 넘기며 어머니는 억척같이 살림을 펴나갔고 학교도 없는 산골이지만 밤을 새우며 저에게 글을 배워주었습니다.

제가 성격이 세차서 동네아이들과 자주 싸우군 했는데 그럴 때면 어머니는 제 종아리를 걷게 하고 회초리로 매를 안겼습니다. 그러다가도 제가 잘못을 인정하면 그 매맞은 자리를 쓰다듬으며 끌어안고 우시고…

우리 라후족이 소수족이다보니 사람들이 라후족말에 익숙하기 힘들어했는데 어머니는 처음 왔을 땐 잘 알아들을수 없게 말을 떠듬거렸지만 인차 우리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썼습니다.

한번은 벼르고벼르다 저의 친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가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에 대해선 후에 다 알게 된다며 넌 일본놈들과 용감히 싸우다 죽은 유격대장의 아들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걸 잊지 말거라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강한 요구로 저를 공부시켰고 하루도 빠짐없이 무에타이도장에 데리고 나갔습니다. 치엥마이에서 있은 중학교대항 무에타이경기에서 제가 1등한 날 저를 껴안고 그렇게 기뻐하던 어머니모습이 지금도 눈에 삼삼합니다.

어머니의 그 엄한 요구가 없었더라면 아마 오늘의 저는 없었을겁니다.》…

억센 젊은이로 성장한 츄홍따이는 18살이 되여 군대로 나갔다.

유엔평화유지군에 속한 륙전대원으로 동부띠모르로 가서 4년간의 군복무를 했다. 제대되여올 때 이미 목표를 정하고 온 그는 군대때의 친구 몇을 데리고 치엥마이로 갔다. 거기에서 작은 도보려행사를 하나 만들었다. 당시 국제관광의 선풍이 일기 시작한 기회를 리용하여 유럽인들에게 깊고 험한 쟝글속을 누비며 그 신묘한 원시림의 쓰고 단맛을 체험시켜주는 특이한 도보려행으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륙전대원으로 야생훈련에 단련된 그에게 그 직업은 보람과 활력을 더해주는 더할나위 없는 천직이였다.

《그 직업에서 제가 성공하게 된데는 특히 어머니의 노력이 컸습니다. 총명하고 세심한 어머니는 관광로정을 저와 여러차례 함께 순회하면서 다른 곳에 없는 독특한 로정들을 착상하고 튕겨주었습니다.》

…급류가 흐르는 산골강을 떼목을 타고 내리게 해보라, 그우에서 불을 피우고 통돼지구이로 밤을 지새게 하면 그 감흥을 돌아가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코끼리등에 사인교를 올려놓고 그우에서 가족이 식사까지 하며 숲속을 려행하는것도 하나의 특색이다, 아슬아슬한 절경의 구간들엔 곡선길들을 닦아 오토바이를 타고 휘돌아내리는 감흥을 맛보게도 해보고 산골강우에 다락집들을 세우고 쏟아지는 상쾌한 폭포소리를 들으며 집단적으로 야영을 하는 구간도 만들라. …

츄홍따이는 어머니의 묘안들을 가능한껏 실현해나갔다.

삽시간에 츄홍따이의 트레킹구간이 소문이 나면서 숱한 관광객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방조속에 그렇게 시작한 그는 지금 7개의 트레킹지사를 거느린 일대의 큰 기업가가 되였다.

《어머니는 성격이 강한분이였지만 무엇인가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계시는듯 혼자서 상념에 잠기는 때가 많았습니다.

이따금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나가보면 집뒤울안에 멍히 앉아 북쪽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어머니가 눈에 띄군 했습니다.》

《그 어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계시나?》

《본사가 있는 치엥마이에서 처와 아이들과 함께 삽니다.》

《음, 참 쉽지 않은 훌륭한 어머니요. 어머니를 잘 모시라구.》…

그후 웅카라는 츄홍따이를 자주 만났다.

먄마와 타이 북부국경지대를 기본관광지로 삼은 츄홍따이는 세계3대마약 생산지로 소문난 이 일대의 범죄자들을 추적하는데서 웅카라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이번 대규모의 마약밀수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것도 츄홍따이였다.

웅카라는 치엥마이에 들린 기회에 그 어머니를 한번 만나볼 료량으로 그의 집을 찾은적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머니는 온천치료를 가고 없었다. 하혈이 심해 늘 삶은 약쑥을 넣은 배띠를 두르고 산다고 했다. 어떤 때는 뜨겁게 삶아 김이 펄펄 나는 약쑥항아리를 식을 때까지 타고앉아 땀을 철철 흘리며 혼자 치료한다고 했다.

아들 둘을 낳은 그의 처는 츄홍따이가 군대에 나가 륙전대에 복무할 때 동부띠모르에 함께 파병되여가 싸웠던 륙전대 간호원출신이였다. 남편 못지 않게 성격이 호활했다.

그의 말이 남편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학살당하던 광경이 자꾸 꿈에 떠오른다고 말하군 한다는것이였다.

자다가도 화들짝 놀라 일어나는 강박증세가 심하다고 했다. 어머니와 남편이 다 일본이라는 말만 들어도 치를 떤다고 했다. 이것이 웅카라가 알고있는 츄홍따이였다.

그런 그가 일본젊은이들의 려행안내를 직접 했다고 하니 도저히 믿을수가 없는것이다. 이튿날 웅카라는 방코크로 올라갔다.

무라야마와 웅카라는 전화로 련락해서 둘이 따로 간이식당에서 만났다.

웅카라는 무에타이도장로인이 커누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삥강의 정박장들과 도하장들을 조사했으나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커누를 발견한 사실에 무라야마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

《드디여 큰 흔적을 찾았구만. 그 커누선을 절대로 놓쳐선 안되오.

사실 범인들이 커누를 거기 물속에 가라앉혀놓고 도망친것은 큰 실책이요. 그 선을 끝까지 추적해야 하오.》

《나도 같은 생각이요. 그래 그 방향으로 지금 적극 조사중이요. 그리고 이건 칸쿤을 떠나기 직전에 제기된 자료인데…》

웅카라는 담배를 꺼내여 불을 붙여물며 말을 이었다. 《츄홍따이라구 치엥마이에 본사를 둔 트레킹사 사장이 있소. 나이가 예순이 갓 넘었고 륙전대출신인데 칸쿤이 고향이고 내가 잘 아는 사람이요.

그 사람이 사건 전전날인 6일날 칸쿤에 왔다갔다는거요. 물론 그 사람의 트레킹지사가 칸쿤에 있는 관계로 얼마든지 갈수 있지.

문제는 마을의 한 집에서 제보가 들어왔는데 그 츄홍따이가 작년 여름에 칸쿤에 온 두 일본젊은이들의 관광안내를 직접 한 일이 있다는게 함께 제기됐거던.》

《려행사 사장이 그런 안내를 해줄수도 있는게 아니겠소?》

《아니…》 웅카라는 머리를 저었다.

《그 사람 부모들은 그가 네살때 모두 일본군에 학살당했소. 그래서 일본인들에 대한 증오심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오. 그런 사람이, 그것도 나이가 적잖은 큰 려행사 사장이 일본젊은이들의 관광안내를 직접 했다는게 쉽게 있을수 있는 일이요? 그것도 열흘씩이나…》

웅카라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래서 그 젊은이들을 숙박시켰다는 로인부부를 만나 구체적으로 물어보았지. 그런데 그 로인부부가 뭐랬는지 아오?

그 두 일본젊은이들이 라후족이 쓰는 고대조선어를 연구하기 위해 온 대학생들이였다는게 아니겠소.》하며 웅카라는 무라야마를 쳐다보았다.

《고대조선어?》 무라야마는 느닷없는 이야기에 저으기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 여기 라후족의 언어가 고대조선어와 비슷하다는 말인가?》

《그렇네. 나도 그걸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구만. 그래 난 그 두 일본인 남녀청년이 과연 일본대학생들이 옳겠는가 하는거네. 솔직히 까밝혀 말하네만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그 츄홍따이가 어딘가 이 사건과 련결되여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일세.

그 조선말을 연구한다는지 하는 두 남녀도 혹시 조선말 쓰는것이 로출되여 궁여지책으로 일본인으로 위장한 북조선의 공작원이거나 <한국>의 반일조직원들일수 있지 않는가 하는거지. 물론 내 아는 츄홍따이는 그런 살인같은짓을 할 용렬한 사람이 아니지만 일본인에 대한 어떤 정의의 징벌이라는 명분을 세워주면 가슴에 끓는 그 복수심으로 보아 서슴없이 가담할 사람일수도 있거던.

더구나 발견된 커누가 트레킹정박장들에서 전용으로 쓰는 관광용배라는것, 사건 전전날의 츄홍따이의 칸쿤 출현, 지난해 5월의 두 일본대학생에 대한 리해되지 않는 관광안내… 내 이야기에 신빙성을 주자는건 아니지만 자, 이걸 보게.》하며 웅카라는 접어가지고 왔던 신문자료를 꺼내놓았다.

《이건 우리 부하들이 최근 아시아 각국의 반일단체자료들을 추적하다가 찾아낸건데 두달전 8월 고이즈미가 야스구니진쟈를 참배했을 때 그것을 반대해서 서울에서 강렬한 항의투쟁을 벌린 <한국>의 조직폭력집단의 자료네.》

신문에는 일본대사관앞에 청년들이 집단적으로 몰려가 작두를 펼쳐놓고 손가락들을 자르는 사진과 함께 그들의 참배반대항의투쟁장면들이 실려있 었다.

《이들 조직의 명칭이 <코리아구국결사대>라누만.》

《코리아구국결사대?》

《그렇네. 난 그들의 그 극렬한 행동으로 봐서 이번에 살인사건을 저지른 그 <코리아민족정기사수회>라는 조직과 어떤 련관이 없겠는가, 라후족 마을을 찾은 두 일본인젊은이들이 그 조직원들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요.》

무라야마는 생각했다.

(웅카라의 말이 일리가 있다. 왜 고대조선족의 방언연구를 일본대학생들이 하는가? 실상 일본대학생이라고 한것은 자기들이 조선인들이 아니라는것을 보이기 위한 위장이 아니겠는가. )

무라야마는 판결문에 박힌 《코리아민족정기사수회》라는 단체이름과 그리고 조선족의 고대방언을 연구한다는 두 남녀일본청년의 이야기가 하나의 련결고리로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대사관앞에서 집단적으로 손가락을 자르며 항의행동을 벌린 서울의 폭력단체인 코리아구국결사대… 만약 이 사건이 그들이 자행한 사건이라면?

확실히 서울에 이 사건과 맥락이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것만 같았다. 무라야마가 이렇게 생각을 몰아가는데 웅카라가 문득 생각난듯 물었다.

《참, 당신네 가니다니, 그 친구 어데 보냈나? 보이지 않던데…》

《아, 있네. 내가 잠간 다른 임무를 준게 있어서…》하고 무라야마는 얼버무렸다.

꼬카시로 떠나간 가니다니에게서는 아직 아무 소식이 없었다.

웅카라를 먼저 보내고 간이식당에서 나온 무라야마는 손전화로 가니다니를 찾았다.

그런데 어제부터 가니다니는 전원을 차단한 상태였다. 무라야마는 바싹 긴장되였다.

가니다니가 어데 내놓아도 걱정이 없는 뛰여난 무술과 림기응변술을 다 갖추었지만 그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모른다.

수사협의회 시작전에 지금까지의 수사전반을 총괄해본 무라야마는 웅카라를 건너다보며 심중히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과 일본에 갔다와야겠네.

도꾜녀성국제전범법정에 참가했던 위안부관련자들, 도미꼬가 다니던 도꾜대학주변과 츄홍따이가 만났던, 칸쿤에 왔던 두 일본대학생 그리고 <한국> 의 반일적인 조직폭력단체들을 반드시 파봐야겠어. 거기에 뭔가 있어.》

《음, 나도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네.》

무라야마는 저녁에 녀성국제전범법정과 관련해 도꾜에 떨궈놓은 사다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다께는 사다께대로 맹렬히 뛰고있다고 했다.

무라야마는 자기가 래일 도꾜로 출발하겠으니 도착하는대로 료해할수 있게 자료를 완비해놓으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거듭 가니다니를 찾았으나 그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이날 저녁에 수사본부의 2차협의회가 열렸다.

웅카라가 그동안의 수사정형을 보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7일과 8일, 9일과 10일사이 치엥마이일대를 관광한 외국인은 모두 5 296명입니다. 그중 유럽인이 1 819명이고 아시아인이 2 456명, 기타 1 021명입니다.

우리는 우선 그 2 456명의 아시아인중에서 <판결집행장>이란데 들어있는 다섯개 나라의 관광객 867명을 먼저 장악하여 현재 그 나라 경찰관계기관에 통보했고 그 인물들의 자국내 전과유무 특히 모종의 반일단체가입실태, 반일적인 동향에 대해 통보해줄것을 부탁했습니다.

사건발생 다음날에 치엥마이항공역에서 탈출한 <한국>아편밀수단때문에 수사선에 일정한 혼란이 있었지만 범인들이 범행에 리용한것이 분명한 삥강의 커누를 발견한것은 큰 성과입니다.

그리고 범인들이 남긴 <판결집행장>이란데서 미세하게나마 지문과 장문의 흔적을 검출할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이 결과를 놓고 범인들이 정밀하게 훈련된자들이 아니라는것을 판단하게 되였고 이것은 우리의 수사범위를 좁힐수 있는 가능성을 주었습니다.

특히 무라야마씨의 제의에 의해 우리가 놓치고있던 수사의 허점을 찾고 당면해서 두 방향에 힘을 집중하게 된 결과 트레킹사 사장 츄홍따이가 이 사건에 개입했을수 있다는 론거를 쥐게 되였습니다.

이것이 오늘까지의 수사결과입니다.

오늘 저는 무라야마과장과 진지하게 협의하여 두 나라 수사팀의 과제를 더 명백히 분담하고 각기 담당한 수사과제를 적극 추진시켜나가도록 했습니다.

즉 이미 찾아쥔 자료에 근거하여 우리 타이수사팀은 칸쿤의 커누선과 츄홍따이선 그리고 일본팀에서 넘겨받은 아지자와의 노자끼상사선에 집중하여 계속 추적하며 무라야마씨의 일본팀은 도꾜와 서울에서 2000년 도꾜재판 참가자들과 각국의 일본군위안부들, 도꾜대학, <한국>의 반일단체관련 혐의자들을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사건수사와 관련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웅카라에게 넘겨준 무라야마는 모리와 스즈끼형사를 데리고 도꾜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비행장으로 떠나기 전에 무라야마는 가니다니를 꼬카시에 보낸 사실을 그때에야 웅카라에게 통보해주었다.

웅카라는 깜짝 놀라는 자세였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그렇네.》

《그러니 가니다니형사가 단독으로 그들을 추적하고있단 말인가?》

《그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형사네. 래일까지 전화가 없으면 당신네 사람들을 꼬카시에 파견해주게. 부탁이네.》

웅카라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네.》

밤이 깊어 비행기는 끝없는 구름속을 날았다.

시창밖을 내다보니 아득한 심연처럼 펼쳐진 암회색의 캄캄한 창공에 이따금 별들이 반짝인다.

한순간 무라야마는 반짝이는 그 별빛이 문득 자기를 지켜보는 그 누군가의 눈빛으로 느껴지는데 흠칫 놀랐다.

그런데 그것은 잔혹한 랭소의 얼굴에서 번쩍이는 싸늘한 빛이였다.

형체는 안 보이나 감각으로 실체가 느껴오는 차겁고 적의에 찬 그 눈길…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보면서 그 리면을 음미하는 론리적사유가 발산하는 일종의 파장과 같은 예리한 정신감흥이 자기에게 던지는 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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