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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조국에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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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1-10-06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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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조국에 영면하소서!

김상일 교수 (전 한신대 교수)

 

선생님 이렇게 다시 뵙지 못하고 가실 줄은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지난 3월 아직 찬바람이 불 때에 인사동에 저를 만나러 먼 길을 오시고 제가 선생님 댁을 안재구 선생님과 뵈러 갔을 때는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선생님 손수 해 주신 냉 콩국수 먹고 터 밭을 둘러 볼 때에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간절히 바랐습니다.  

10
3일 밤에 꿈이 하도 사나와 아침 5시에 자주민보를 여는 순간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듣고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정말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큰 따님 수영님에게 전화를 하니 꿈이 아니었습니다
.

선생님 참 우리 통일 이야기 많이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미래가 더 걱정이 되는 것이 인간인가 봅니다. 동물에게는 미래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자기가 설령 이 지구에서 사라져도 미래의 지구, 아니 미래의 조국과 민족을 생각하는 것이 인간만의 고유한 의식구조인 것 같습니다
.  

미래 세계를 염려하는 것을 우환의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우환의식이 없으면 사람이라도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나는 살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통일을 꼭 보고 싶다"고 거듭거듭 말씀하셨습니다
.

선생님은 충청도에서도 내노라고 하는 가문과 재산을 가진 집안의 따님과 손녀로 태어나셨습니다. 그런데 왜 해방 전후 공간에서 그렇게 험한 길을 택하셨습니까. 청주여고에 다니실 때에 지금으로 말하면 좌측통행을 하셨습니다


홀로 단신으로 삼팔선을 넘어서 강동 정치학원으로 가셨습니다. 삼팔선을 넘을 때에 맨발로 신발을 벗어 들고 뛰시던 모습 그리고 붙잡혀 온갖 고초 당하시던 일들
.

1948
년 남북 연속 회의에 참석하시어 김일성 주석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사람들이 시계 자랑하시네 하고 함께 웃던 이야기들. 지난 번 인사동 한 식당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치 할머니 한 테 옛날이야기 듣듯이 궁금한 것은 묻고 그럴 때마다 손에 땀이 나는 듯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어렵던 이야기들이지만 듣는 사람은 흥미진진한 것 참 이상하지요
.

서대문 형무소 문이 열려 거기서 풀려나시던 날의 이야기,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붙잡혀 산위에 숨어 지내다 하도 배가 고파 마을에 내려와 아침 식사를 하다 다시 잡혀 끌려가다 운동화 끈을 잡아매고 탈출 하시던 일. 잿더미 속에 들어가 숨었으나 그 여름날 숨이 막혀 숨을 쉬려 얼굴을 내밀다 다시 주민의 밀고로 잡히시던 일. 그러나 또 탈출하여 가 사시던 곳에서 단기 4344 10 3일 하늘이 열리던 날
,

선생님은 영원한 탈출을 하셨습니다. 거기는 선생님을 다시는 쫒는 자도 고문하는 자도 없습니다. 선생님은 당시 엘리트 여성으로 멋도 부리며 멋쟁이 같이 사실 수 있으셨습니다. 선생님 고향집 책상 위에는 10대 때 찍은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손녀의 것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 자신이십니다. 그 어렵던 시절 자신의 모습 속에서 선생님을 무엇을 읽고 계셨는지요
.

´
노블리스 오블라이쥐´란 말은 누가 만든 외래어 입니까. 선생님 살아생전 한 번도 누가 이런 말 안 해 주셨지요. 그것은 신만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함부로 이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신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

선생님, 선생님 지금 계시는 그 나라의 주인만이 그렇게 선생님을 그렇게 불러 주실 것입니다. 선생님 육성하나 남겨 간직 하지 못했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남기지 못한 것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 지난 번 인사동 오셨을 때에 겨우 만 원짜리 밥 한 그릇 사드린 것이 이렇게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요. 그 때에 선생님께서 다음 날 대구에서 있는 마라톤 대회에 손자가 달리는 것 보러 가신다는 말을 하실 때에는 이렇게 한 할머니로서 어머니로서의 자아를 가지신 분의 과거를 누가 앗아 갔는가 생각할 때에 역사는 참으로 모질고 한스럽기만 했습니다
.

선생님 다음 다시 환생하실 때에는 시절 좋고 사람 좋은 곳에 오시어 부디 행복하세요. 그리고 인사동에서 꼭 다시 만나요


-
멀리 엘에이에서 김상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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