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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8]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사건의 뒤에 있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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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8-03 08:5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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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8]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사건의 뒤에 있는자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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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8 회)

제 2 장

1. 사건의 뒤에 있는자

 

무라야마가 세명의 수사원들을 이끌고 방코크에 도착한것은 사건 이틀후인 10일 아침이였다.

비행장에 웅카라가 마중나왔다.

3년만의 해후를 나눌 사이도 없이 무라야마는 비행장에서 곧바로 웅카라의 안내를 받아 직승기에 옮겨타고 칸쿤마을로 직행했다.

일본수사조는 웅카라와 현지경찰지서장의 설명을 들으며 목재공장 경비원을 비롯한 증인들을 만났고 그들대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다시했다.

일단의 조사를 끝내고 방코크로 돌아왔을 때 수사조에서는 무라야마에게 라후족마을에서 살해된 렌꼬가 강간당하고 죽었다는것이 확인되였다는 감정결과를 알려왔다.

무라야마의 꽉 쥔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범인들은 말그대로 《천황》가문을 릉욕하는것이나 다름없는 범죄를 저지른것이다.

이 소식이 날아가자 일본내각은 격노하였다.

장관들은 눈이 뒤집혔다.

관방장관, 방위청장, 경찰청장, 국가공안위원회 위원장 등은 총리방으로 밀려들어가 《이 치욕, 이 모욕을 절대로 그냥 못 넘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범죄자들을 끝까지 찾아 징벌해야 한다.》, 《범인을 찾으면 관련국과는 국교를 단절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기염을 토했다.

무라야마에게는 그자신의 명예와 앞으로의 정치생명을 걸고 반드시 범인들을 밝혀내라는 지시가 연거퍼 날아왔다. 필요하다면 그의 수하에 《자위대》의 특수요원들을 밀파하겠다고도 했다. 정계의 극우익세력들은 겨끔내기로 전화를 바꿔들며 사건을 해결 못하면 타이현지에서 《셋뿌꾸》하라고까지 소리쳤다.

그들의 요구가 아니라도 무라야마는 피가 나도록 이를 뿌득 갈았다. 놈들의 범행은 일본이라는 한 국가를 릉멸하는 잔인한 행위였다. 한 일본인으로서뿐아니라 국가를 대표해나온 수사관으로서 나자신이 사건을 종결짓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는다는 비장한 마음이 돌처럼 굳어졌다.

일본측의 요구대로 웅카라는 아지자와와 렌꼬라는 일본관광객로인과 그 손녀가 치엥마이의 한 산악에서 도보려행중 그만 아차한 실수로 벼랑에서 떨어져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었다는 사건조사보고를 작성하여 방코크경찰국에 제출했다.

이 보고는 방코크 각 언론사들과 방송사에도 그대로 통보되였다.

로인과 그 손녀가 가지고있던 물건들과 려권, 증명서 등을 시체와 함께 보관함에 넣어 곧 일본으로 이송한다는 통보도 전달했다.

신문발행인들의 지시가 있어 그날 치엥마이 《국민일보》를 포함한 어느신문사도 현장에 기자들을 파견할수 없었다. 신문들은 사건 다음날 사회면구석기사로 짤막하게 두 일본인이 산악려행중 실족사 한 사실을 제가끔 지면에 실었을뿐이였다. 물론 사진 한장 없는 기사였다.

일이 될 때라 그날따라 사고가 많았다.

내무성집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살인사건 7건, 교통사고 182건, 화재사고 24건이 일어났다고 했다.

웅카라는 무라야마에게 자기 나라에 특별히 교통사고가 많은 원인을 타이사람들의 《두신관념》에 걸어 얘기했다.

타이사람들은 신체에서 머리를 상당히 존중하고 누가 자기 머리를 건드리는것을 제일 모욕적인것으로 여기는 관습이 강했다.

1942년 11월 타이주민들이 갑자기 반본에 있는 일본수비대병영을 습격해들어왔다. 일본군 여러명이 그들에게 맞아죽었다.

범인들을 체포하여 왜 습격했는가고 물으니 《그놈들이 우리 동포의 머리를 때렸다.》고 하는것이였다.

부상당한데도 없지만 머리를 때렸다는 소리만 들어도 타이사람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것이였다.

풍속의 차이란 이렇게 큰것이였다.

일본륙군에서 정신을 주입시킨다며 머리를 때리는 기합을 《삔따》라고 하는데 타이사람들은 머리를 때리는것을 가장 야만적인것으로 보며 일생을 두고 저주하고 복수한다.

일본이 패망한 후에 타이에서 전범자로 체포된 일본인의 죄목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것이 《삔따》였다.

지금의 타이청년들도 그 《두신관념》때문인지 오토바이를 타면서 보호모를 쓰는것을 극력 싫어했다.

경제개발이 번창해지면서 인구수를 릉가할만큼 오토바이대수가 늘어났는데 그만큼 오토바이사고가 강물같이 범람했다.

그날도 온통 신문의 지면을 채운 사고의 홍수속에 먼 북쪽 산간마을에서 일본인관광객 두사람이 추락사 한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가장 우려하던 문제가 큰 소용돌이없이 무마됐지만 무라야마는 눈에 불을 켜고 《우리는 이제부터다!》고 수사원들을 독려했다.

10월 11일 오전 10시, 방코크경찰국에서는 웅카라를 본부장으로 하고 네명의 형사와 치엥마이경찰서수사과장 그리고 무라야마와 세명의 일본인형사가 보조팀으로 구성된 《일본인 아지자와, 렌꼬살인사건수사본부》가 조직되였다.

다행히도 일본과 타이사이에 《테로범죄에 관한 협조협정》이 이미 체결되여있어 두 나라 수사팀이 협조하는데는 법적으로 크게 구속될것이 없었다.

15년전 국제형사기구의 주선으로 일본과 타이수사기관들의 어학교대연수로 일본에 가 6개월간 일어를 공부한 웅카라는 그만하면 막히는것 없이 일본형사들과 의사를 소통할수 있었다.

반대로 일본팀에서는 가니다니형사가 조선어와 타이어를 알고있는 어학통이였다.

무라야마는 처음 도착했을 때 웅카라에게 가니다니형사를 먼저 소개했었다.

《이 친구 조선말도 능하고 타이어에도 밝으니 앞으로 많은 도움될거요. 그래서 이번 수사조에 인입시켰소.》

《그렇소? 그런 실력파라면 괜찮군.》하면서도 웅카라는 가니다니의 빼빼 마른 체구가 그닥 탐탁해보이지 않는 기색이였다.

무라야마는 뼈에 가죽을 씌운듯 관골이 두드러지고 치째진 눈매가 음흉하게 번뜩이는 가니다니가 대외문제국형사로 들어오기전에 륙상《자위대》해외특수작전부대에 근무하면서 아편밀수입문제로 붙잡힌 인질구원을 위해 동남아시아사람으로 위장하고 비밀리에 먄마와 타이국경지대에 들어와 활약한 전적이 있는 《게릴라》출신이라는것은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웅카라는 타이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면서 구체적인 임무분담을 했다.

《우선 경찰국 과학수사부와 협의해 칸쿤마을과 주변의 라후족마을들에서 수색과정에 수집한 모든 물품들을 정밀검사하여 범인들의 지문이나 장문(손바닥에 난 잔손금의 무늬), 혈흔같은 흔적을 찾도록 하며 사건이 터지기 이틀전부터 이미 자기 나라로 돌아갔거나 현재 출국신청을 한 각국 려행자에 한해 관광행선지를 확인하고 사진과 지문, 려권을 빠짐없이 콤퓨터에 입력해야겠습니다.

그와 함께 칸쿤일대 부족들이 사는 모든 산간마을 리장들과 담당경찰들에 사건전후하여 민박(개별집에 손님을 숙식시키는것)했던 외국인들 특히 아시아인들을 한사람도 놓치지 말고 기록해 통보하도록 하며 중요하게는 그들의 사건당일 알리바이(부재증명)를 확인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일은 기본적으로 우리 타이수사팀을 가지고 진행하겠습니다. 이 범위안에서 무라야마씨의 일본팀은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들을 추적수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밖의 문제들은 수시로 련계를 가지고 협의하면서 조사하도록, 수사협의는 매일 저녁 9시 이 자리에서 하겠습니다.》

수사본부는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웅카라의 부하들은 사건당일에 치엥마이로 려행을 신청했던 일체 외국인명부를 확보하고 7일과 8일, 9일사이의 외국인숙박자들의 명단을 만들어 사람별로 신원료해카드를 작성했다.

그중에서도 웅카라가 관심한것은 최근에 국제형사기구에서 도입해온 방코크항공역의 출입국 《바이오 메트릭스》자료였다.

얼굴을 100여개부분으로 쪼개여 기입하고 정밀분석하는 《바이오메트릭스》체계는 그 어떤 범죄자도 피할수 없는 정밀범죄자추적체계였다.

이 체계로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관련된 테로분자들의 사진과 대조해 보고 무라야마가 넘겨준 아시아 각국의 테로혐의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자료와도 대조해나갔다.

무라야마와 웅카라는 프리야춘과 와뚜욤, 가니다니 세 형사를 따로 불러 외무성과의 련계밑에 우선 타이에 와있는 북조선의 사람들을 전부 장악한 후 그들 매 사람의 사건당일 부재증명을 확인하라는 임무를 주었다.

특히 방코크에 있는 북조선의 무역대표부와 두 회사에 대해서는 성원들은 물론 가족들과 운전사들까지 7일과 8일사이의 움직임을 시간별로 따지며 추적하도록 했다.

12일 아침 9시 수사국의 작전과에서 웅카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방코크에 나와있는 외국기업들과 회사성원들의 인원류동상태를 추적하던 형사가 《광명》이라는 북조선회사의 리관형과 황시원이라는 두 남자가 10월 5일 생고무수입문제로 치엥마이가까운 람빵이라는 도시에 갔다가 6일날 방코크로 돌아왔다는 통보였다.

수사본부는 바싹 긴장되였다.

6일이라면 사건 전전날이고 람빵에서 사건이 벌어진 칸쿤까지는 200㎞가 조금 넘는 거리다.

북조선의 그 두 인물이 과연 생고무수입문제로만 그곳에 갔겠는가?

웅카라는 작전과에 다우쳐물었다.

《그들이 람빵에서 일보고 방코크로 되돌아온게 정확히 언제라구?》

《그들은 6일 오후 2시에 임대승용차를 타고 람빵을 떠나 저녁 7시에 방코크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이 그날이후 다시 람빵이나 치엥마이쪽으로 갔던 일은 없는가?》

《우리도 이 통보를 받자마자 그것을 재확인해보았습니다. 그날이후 방코크를 떠난 일은 없는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가령 말이요.…》

대화를 듣고있던 무라야마가 말했다.

《그 두 인물을 이 살인사건의 막뒤인물들로 본다면 람빵의 그 어딘가에서 직접 작전실행조를 만나 구체적인 임무를 주고 돌아왔을수 있지 않소?

당장 람빵에 수사조를 띄워 그들이 그곳에서 이틀동안 무엇을 했으며 누구를 만났는가 구체적인 행적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소?》

웅카라는 프리야춘과 치엥마이경찰에서 동원된 와뚜욤이라는 형사를 곧 람빵으로 띄워보내기로 하고 무라야마에게 가니다니를 함께 보내자고 했다.

《나도 그 생각이요.》

그 즉시로 세 형사는 수사차를 타고 떠났다.

고속도로를 타고 몇시간 실히 걸려 람빵시에 도착한 그들은 시내교외의 크지 않은 고대사원옆에 자리잡은 람빵고무수출회사를 찾았다.

푸른 유리를 씌운 5층짜리 건물의 2층에 사장방이 있었다.

샴족같지 않게 얼굴이 둥실하고 몸이 좋은 사장은 자기보다 몸집이 더 우람한 프리야춘이 증명서를 보이며 한주일전에 북조선사람들이 왔다가지 않았는가고 묻자 두눈을 크게 떴다.

《북조선사람들말입니까? 예, 광명회사사람 둘이 왔다갔습니다. 이번 기간에 우리는 그들과 고무원료 1 650톤을 파는 문제를 합의보았습니다.》

《원체 사전합의는 당신들이 계약내용을 가지고 방코크로 나가 그들을 만나기로 한걸로 알고있는데요?》

《예, 그렇게 약속이 되여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전화를 해오기를 원료산지에 직접 와서 고무원료의 재질분석내용을 기술적으로 확인하고 사겠다고 하기때문에 승인했습니다.》

와뚜욤형사가 다시 물었다.

《직접 여기 람빵으로 와서 계약을 맺겠다는 의사를 전한게 언제입니까?》

《9월 말경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생고무원료의 품질확인을 위해 거의 500㎞나 되는 여기까지 왔다갔다는것이겠습니다?》

《예.》

《사장님은 사전합의에 없던 그들의 돌변한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까?》

《…》

잠시 생각하던 사장은 심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실 원료견본이란 원료전체의 품질중에서 가장 질이 높은것을 선택해 내놓기마련입니다. 그런데 물품산지에 와서 손님이 직접 물건을 보면서 견본작업을 하여 질평가를 하게 된다면 우리가 적지않은 손해를 보게 되는거지요. 그러나 구입자들의 그런 요구를 우리가 막을수는 없는것입니다.》

《방코크에서 여기로 오는것은 누가 안내했습니까?》

《방코크에 나가있는 우리 회사지사장이 안내해왔고 떠날 때도 함께 갔습니다.》

《여기 와서는 얼마 있었습니까?》

《1박2일이지만 5일 낮12시에 도착해 그날 오후와 다음날 오전까지 일을 보고 식사를 하고는 곧장 떠났으니까요.》

《회사에 도착한 후엔 누가 그 사람들과 면담했습니까?》

《가격락찰의 중요사항이 걸린 문제라 제가 직접 만나고 창고에도 함께 다녔습니다.》

《그날 밤에는 회사의 누군가가 동행하지 않았습니까?》

《역시 그 방코크지사장이 함께 호텔에 들었습니다.》

《그들이 여기 시내구경을 하거나 공원에 나가거나 호텔지하오락장에 내려가 시간을 보낸 일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워낙 바삐 온 사람들인지라 견본분석이 끝나고는 그길로 돌아섰습니다.》

《가격락찰은 어떻게 됐습니까?》

《역시 품질문제가 다시 론의되여 결국 중등도의 가격으로 락찰을 짓게 되였지요.》

《그러니 그들이 먼거리를 달려온 보람이 있었군요.》

《하, 그러게 말입니다. 그 북조선사람들 참, 자기 일에 대한 사명감이라 할가, 책임감이 아주 높다는걸 이번에 새롭게 느꼈습니다.》

결국 그들의 움직임에서는 사건과 련결된 자그마한 단서도 찾아쥘만 한것이 없었다.

그 두사람이 묵었다는 호텔도 찾아갔다.

호텔의 전속경찰관과 접수과장을 찾아 그날 두사람의 접대와 안내를 맡았던 5층 관리원남자를 만났다.

형사들이 찾아온 사연을 구체적으로 들은 청년은 한주일전의 일이라 그 두사람을 분명히 기억하고있었다.

《그날 밤 그들은 두사람 다 한번도 밖으로 나간 일이 없습니다. 물론 찾아온 사람도 없었구요.》

프리야춘이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면 법적으로 책임진다고 코끼리발통같은 주먹을 흔들며 으르자 그는 법을 걸고 진실그대로 말한다고 장담했다.

《실상 그 사람들은 먼 려로에 너무 지쳐 밤 10시 좀 넘어 내가 차를 가지고 들어가니 두사람 다 정신없이 자고있었습니다.》

호텔의 경찰도 자기가 그날 그 청년과 같은 근무였다면서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결국 세 형사는 람빵시에서 아무런 단서도 쥐지 못하고 방코크로 돌아왔다.

프리야춘을 통해 람빵에 갔던 출장결과를 보고받은 웅카라는 무라야마를 찾아와 심중히 말을 건넸다.

《결국 북조선사람들이 이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것이로구만.》

무라야마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다.

실상 그는 출장지에서 돌아오자바람으로 자기를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 바람같이 사라진 가니다니를 생각하고있었다.

람빵에서 돌아온 길로 무라야마를 찾아온 가니다니는 조용히 말을 건넸다.

《과장님! 그 북조선사람들과 동행했던 람빵고무수출회사 방코크지사장을 제가 조용히 단독으로 만났습니다.》

《단독으로?》

무라야마는 날카롭게 번뜩이는 가니다니의 작은 눈을 마주보며 반문했다.

《예. 저 타이형사들은 람빵에서 그 두사람의 행적을 조사해보고 완전단념한 자세들입니다. 헌데 제 눈엔 너무 빈틈없게 맞물린 시간들과 매끈한 그들의 행적이 오히려 의심스러웠습니다.》

가니다니는 방 저쪽에 있는 웅카라를 슬며시 돌아보더니 한쪽구석으로 무라야마를 끌고 가며 속삭였다.

《그래서 돌아올 때 그 지사장에게 람빵으로 가는 길과 오는 로정에서 그들이 어데 들린 일이 없는가를 따로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람빵을 떠나 얼마 오지 않아 있는 꼬카라는 시내에서 그 사람들이 그곳에 출장나와있는 자기 사람들을 만나고 오겠다면서 30분동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타났다는것입니다.》

《그게 사실인가?》

《예!》

무라야마는 서둘러 가니다니를 끌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에서 1:30만으로 된 타이지방행정지도를 꺼내 꼬카시를 찾았다.

《음, 람빵에서 꼬카는 15㎞ 불과한 거리구만.》

《예!》

《그 지사장이 그들이 거기서 누구를 만났는가는 전혀 모르고 있던가?》

《예! 그들이 일보는 30분사이 그는 강가에 차를 세우고 소풍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사람들이 일을 보고 자기를 찾아다닐가봐 그들이 내린 작은 강가주유소앞에 차를 세우고는 어데 가지도 못하고 기다렸답니다.》

《그러니 그 주유소주변을 조사해봐야겠구만. 응? 가니다니!》

가니다니는 두눈을 번뜩였다.

《예! 조용히 혼자 갔다오겠습니다.》

《…》

무라야마는 머리를 끄덕이며 고무하듯 가니다니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어느덧 나흘이 지났다.

방코크항공역과 치엥마이, 칸쿤마을과 람빵시를 총괄하며 수사를 펴나갔지만 좀체 사건의 추적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웅카라는 점차 등달아났다.

저녁에 호텔에서 무라야마와 마주앉은 웅카라는 열에 뜬 얼굴에 난색을 지으며 물었다.

《무라야마군! 대체 범인은 어떤자들 같소? 이 정체불명의 <아시아정의련합>이란 유령단체너머에 과연 누가 있다고 보오?》

무라야마는 이마에 주름을 모으며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내가 알고있는 아시아 각국의 국제단체나 합법, 비합법의 반정부단체들, 민주단체들에는 그런 조직이 없네.

필경 이 <아시아정의련합>이란 우리 일본과 적대적인 어떤 나라가 사건을 모략하고 주도하면서 달아놓은 괴명칭에 불과하다고 생각되네.》

《적대적인 나라?! 가령…》

무라야마는 무표정한 낯색그대로 침착히 대답했다.

《난 사건의 경과를 듣자마자 이것은 틀림없이 북조선이나 중국 아니면 <한국>의 반일단체 사람들이 한짓이라고 생각했네.》

버릇처럼 탁우에 세운 왼손으로 아래턱을 만지던 웅카라는 그의 이런 결론에 작은 눈을 치켜떴다.

《북조선과 중국, <한국>이라… 그 근거는 뭔가?》

《지금 아시아판도에서 우리 일본과 가장 적대적인 나라가 바로 그 세개나라일세. 과거청산문제를 가지고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이나 동남아시아 일부 나라에서 몇몇 몰지각한 사람들이 어쩌구저쩌구 들고다니지만 내적으로는 지금 모두 우리 차관을 들여다 돈벌어 잘살아보자는 경제개건에 더 열을 올리고있거던.

말하자면 국가공작상 이런 일을 저지를만 한 나라가 없다는거네.

그러나 조선과 중국은 달라. 그중에서도 특히 북은 과거청산없는 관계개선이란 말도 말라고 썩둑소리가 나게 잘라던지며 우리의 호의를 발로 차고있고 상임리사국진출도 제일 선코로 나서서 반대하고있거던. 인공지구위성발사를 구실로 미싸일을 우리 머리우로 거침없이 발사하고 매일같이 일본군성노예문제요, 배상이요, 력사청산이요 세계에 떠들고다니는게 그들 아닌가?

범죄수사의 보편적원칙이 뭔가? 사건을 통해 가장 리득을 볼수 있는자들속에서 혐의자를 찾으라! 물론 여기선 중국과 <한국>도 마찬가지네.

남경학살, 센가꾸문제, 군위안부피해자들의 과거보상문제에 끈질기게 집착하는 사람들과 민간단체들… 범행자는 그들속에도 있을수 있네.》

웅카라는 심중히 들으면서도 머리를 기웃했다.

《무라야마! 비슷하네만 수사에선 가장 타당성 있어보이는 혐의가 제일 허점인 경우가 드물지 않네. 자네 3년전 인질매매단사건때 일이 생각 안나나?》

3년전… 유따빠오라는 남쪽의 바다가도시에서 타이의 처녀 18명이 일본으로 불법입국된 후 오사까의 매음굴에서 3년간이나 매음행위를 강요당하다 구원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국제형사기구에 제기되여 웅카라가 본국으로 소환되는 처녀들을 인계받으러 갔었다.

그런데 현지에서 처녀들의 참상을 본 웅카라는 치를 떨었다.

여리고여린 애어린 처녀들을 짐승우리나 다름없는 살창을 댄 지하실에서 어떻게나 짓밟고 유린했는지 웃고 울고 말하는 인간의 정상의식이 마비된 식물인간들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들을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오며 웅카라는 이를 갈았다.

온 수사진을 동원하여 유따빠오일대에서 범죄자로 추정되는 한 폭력집단을 추적하였다. 그런데 그 폭력단을 덮쳐놓고보니 교활한 범죄자가 수사팀의 눈이 그쪽으로 가게끔 만들어놓은 함정이였다.

실제 범인은 방코크에서《전자기구판매점》간판을 걸고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가또 요이지라는 일본인이였던것이다.

악에 받친 웅카라는 가또를 체포하게 되자 대질심문을 구실로 방코크경찰국에 체포되여있는 그를 유따빠오로 이송하게 조직했다.

그리고는 폭력배들로 도중에 습격하게 하여 가또놈을 눈만 살아있고 온 사지를 못쓰는 페인으로 만들어 일본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 습격사건의 내막을 어떻게 알았는지 한달후 도꾜로 출장갔던 웅카라는 정체모를 야꾸자집단에 붙잡혀 하마트면 저승에 갈번 했던것이다.

그때 그를 구원해준것이 무라야마였다.

《지금도 마찬가질수 있네. 로련한 범인들은 수사를 혼란시킬 그럴듯한 타당성을 곧잘 만들어 수사원들의 이목을 그리로 끌고가니까. 이번 사건조직자들도 그런 혐의에 걸리지 않으려고 반일감정이 깊은 여러 나라를 꺼들인게 아닐가?》

무라야마는 웅카라가 밀어놓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기서 명한 범행자들의 판결장에 찍힌 <전쟁과 녀성에 대한 폭력반대일본모임>은 실제상 그런 단체가 우리 일본에 현존하는만큼 조사해볼 필요가있네. 그래서 도꾜에 련락해서 우리 사람들을 그 조사에 붙였네. 방금 통보가 왔는데 정밀조사했지만 최근에 그 단체에서 일본을 떠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는거네.

이것만 봐도 이 판결장에 찍힌 나라명들에 대한 신빙성이 믿어지지 않는단 말일세.

하긴 일본인치고 이런 경천동지할 일을 저지를자가 어데 있겠나?

하지만 난 이 <코리아민족정기사수회>란 단체는 우연치 않다고 보네.》

《코리아란 조선인들이 민족성을 강조하며 흔히 쓰는 말인데…》

《북과 남, 어느쪽인지 혼돈되게 코리아란 명칭을 붙인 자체가 어떤 로련한 의도가 느껴지거던. 북조선이 <한국>사람들이 한짓이라는 외피를 씌우자는 고의적의도에서 이 명칭을 고안했을수도 있고 <한국>에 실제 이런 단체가 비밀리에 존재할수도 있고…》

웅카라는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러니 우리 타이에 들어와있는 그 세개 나라 사람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거겠지?》

《그렇네.》

《음.》

웅카라는 여기서 《아…》하고 기지개를 하며 길쑴한 얼굴에 이마가 두드러진 무라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거, 무라야마 당신에게 그동안 인사를 차릴 경황도 없었구만.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오늘은 이만하고 거리에 나가 식사나 하세.

우리 타이격언에 <때맞춘 식사와 잠은 다음날 정력의 밑천이다.>라는 말이 있지.》

《허, 그래? … 그럼 한턱 내게나.》

무라야마는 산마루같이 선이 곧은 코날을 찡긋하며 반겼다.

두사람은 청사를 나섰다.

웅카라의 안내로 우야 택시를 잡아타고 거리로 빠졌다.

웅카라는 《아시아의 베네찌아》라는 방코크교외에 있는 챠오프라야강반으로 무라야마를 데리고 갔다.

끝간데없이 늘어선 수천척의 장사배들로 련결된 세계 어디에 가서도 보기 힘든 물우의 시장이였다.

여기선 모든 배들이 상점이고 매대이고 료리장이다.

쌀과 과일, 물고기를 맞바꾸느라 배전마다 앉고 서서 넘겨주고 넘겨받는다. 금시금시 만들어낸 료리들을 배바닥이며 배전에 걸터앉아 먹고 마시고 옷이며 장식품들을 잔뜩 배전에 벌려놓고 흥정하며 팔고 산다.

길가던 사람이 배안에서 냄새를 풍기며 굽는 물고기료리에 끌려 손짓으로 청하니 금시 가스곤로에 바질바질 노릿노릿하게 구워낸것을 비닐구럭에 넣어 긴 막대기끝에 걸어 건네준다.

그러면 손님은 물고기료리를 받고 돈을 그 구럭에 넣어 넘겨준다.

웅카라는 배전체를 세련되게 야외음식점으로 꾸린 한 매대로 가더니 무라야마를 끌고 그안으로 들어갔다.

료리장의 남자료리사에게 뭐라고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는데 인차 음식이 나왔다.

망고껍질을 벗기고 그 속살에 찹쌀밥을 두고 야자우유를 섞어 만든 음식은 그 맛이 삼박했지만 먹을만 했다.

웅카라는 그것이 방코크의 대표적인 료리의 하나라고 했다.

흔들리는 배음식점에서는 거리 량옆으로 즐비한 매대들이 환히 내다보였다.

크고작은 불상들이 매대 두세개 건너에 하나씩 빈틈없이 들어서있다.

퇴근길에 자기 운명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들이 그앞에 장사진이다.

그들을 부리운 택시운전사도 어느새 그들이 식사하는 동안 멀지 않은 불상앞에 찾아가 두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있었다. 과연 전국에 크고작은 사찰이 2만개도 넘는다는 불교천국의 나라다웠다.

19세기에 만들었다는 높이 20m에 길이가 근 50m에 달하는 산같이 큰 부처는 수도에 지쳤는지 점잖게 길옆에 누워 쉬고있는데 곧게 편 두 발바닥이 집채만큼 컸다.

그 발바닥에 가득 씌여있는 불교경전앞에 해빛에 새까맣게 탄 로승 하나가 언제까지고 꿇어앉아 묵도하고있다.

길옆의 매대들사이에서 기도드리는 사람들의 태반은 녀인들이다.

불상앞에 붉은 장미를 한송이씩 사서 들고 열심히 기도드리는 그 녀인들을 일별하는 순간 무라야마는 칸쿤마을의 법당안에서 칼에 찔려죽은 렌꼬가 떠올랐다.

개미를 밟는것도 삼가하라며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그 부처님앞에서 칼에 찔려 비명에 횡사한 비운의 그 녀자의 한이, 그 살인자들에 대한 증오가 새삼스레 무라야마의 가슴을 우비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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