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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5]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분리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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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7-31 18:01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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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5]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분리된 죽음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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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5 회)

제 1 장


4. 분리된 죽음

 


칸쿤마을을 둘러싼 산들은 해발 1000m도 넘게 높아보였다.

고속도로에서 갈라져 들어간 도로가 그 짬사이 깊은 골짜기로 댕기오리같이 읍마을까지 뻗어갔다.

읍마을에는 티크나무를 1차 가공하는 목재가공공장이 있고 외국관광객들의 산악려행의 편의를 돌봐주는 관광사들과 려관들, 주유소, 음식점들이 눈에 띄고 골짜기끝까지 주민들의 살림집이 다닥다닥 둘러앉았다.

크지 않은 산간읍이였다.

수사팀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주변의 높은 산우에 올라앉은 무렵이였다.

차가 마을어구에 이르자 이미 나와있던 치엥마이경찰서의 수사과장이 그들을 사건현장으로 안내했다.

《저기 보이는게 그 불교사원입니다.》

수사과장은 야산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사원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로인의 시체는 저기 저 티크나무밑에 있습니다.》

골짜기를 흐르는 내가옆의 작은 세멘트다리건너 목재공장정문에서 멀지않은 길옆에 큰 티크나무가 한그루 서있었다.

두 일본인이 방코크에서 실종된것은 6일 저녁 7시 20분경 산보를 나갔을 때였다고 한다.

호텔에 머무는 기간 그들은 저녁마다 거의 같은 시간에 산보를 나가군했는데 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도 호텔구내에서 산보할 때는 따라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 그들은 아무 련락이 없이 종적을 감추고말았다.

그후에야 그들이 행불된것을 알고 당황하여 전전긍긍하며 련 이틀째 사방에 그들의 종적을 추적하던 경호원들은 금시 자정을 넘긴 8일 새벽 1시경 그 녀자의 손전화로 걸려오는 어떤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들이 행불된지 30시간이 지난 때였다.

《당신들의 녀자를 찾으려면 여기로 오라.》

그 남자는 일본말로 이렇게 말하면서 그 불교사원이 있는 지점을 알려주더라는것이였다.

그곳은 방코크에서 북쪽으로 700여㎞나 떨어진 먄마국경가까운 지대였다.

거리가 멀다보니 지도를 보면서 고속도로를 따라 달렸는데도 7시간 지나서야 그들은 그 사나이가 말한 장소, 라후족이 사는 칸쿤이라는 마을에 당도했다. 그들은 거기서 다행히도 새벽녘에 마을로 들어오다 법당에서 녀자의 시체를 먼저 발견했다는 마을청년을 만났던것이다. 마을경찰지서의 경찰들도 함께 있었다.

처음엔 그 청년이 저들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그 남자인줄 알았다.

그런데 붙잡아 이야기를 듣고보니 아니였다.

경호원들은 죽은 녀자만 있고 함께 실종됐다는 로인이 보이지 않자 허둥지둥 사원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결국 손전화로 그 녀자를 찾으러 오라고만 말한걸로 보아 로인은 딴 곳에 끌고 간것으로 추정하고 급한 나머지 녀자만 먼저 싣고 떠났던것이다.

로인의 시체를 발견한것은 그 직후였다.

수사과장은 밑부분 한쪽이 휑하니 구새먹어 떨어진 티크나무의 높은 가지에서 흔들거리는 올가미를 가리켰다.

《저기에 매달린 늙은이의 시체를 발견한것은 공장주변을 돌던 야간경비원이였습니다.》

경호원들이 죽은 녀자를 싣고 떠난 직후 공장울타리를 돌아 전지불을 켜들고 주변을 살펴보던 경비원은 차츰 밝아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티크나무의 굵게 뻗은 옆가지에서 무엇인가 흔들거리는 물체를 보았다.

전지불을 켜들고 그리로 다가간 경비원은 늘어진 시체를 보고 오싹하는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급히 후문의 신호종을 울려 다른 경비원들을 부르고 마을의 경찰지서에도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은 다행히도 경비원들이 시체는 물론 그 주변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있는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웅카라는 치엥마이수사과장의 보고를 들으면서 로인의 시체가 놓여진 티크나무쪽으로 올라갔다.

죽은 사람은 나무에서 내리워 십여메터 떨어진 울타리쪽의 잔디밭에 눕히고 백포를 씌워놓았는데 82살의 늙은이라고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혈색이 좋은 사람이였다.

목이 졸리는통에 숱이 적은 흰 머리칼밑에 흡뜬 두눈과 벌린 입모습만 아니라면 어느모로 보나 강단과 결패가 약여히 살아있는 얼굴이였다.

한쪽으로 빼물었던 혀를 가까스로 들이민듯 그 한끝이 아직 왼쪽입가에 내밀려있었다. 얼굴전반에 그 어떤 뿜지 못한 살벌한 기운이 충혈되여있는듯 했다.

웅카라는 치엥마이병원에서 보았던 이 로인의 손녀를 상기했다.

할아버지와 그 손녀가 다 그 무언가 진하게 농축된, 주변을 얼어들게 하는 살기와도 같은 기를 발산하고있는 인상들이였다.

로인의 시신옆에 바로 녀인의 시체곁에서 발견된것과 꼭같은 《판결집행장》이 놓여있었다.

웅카라부장은 방코크에서 데려온 감식반과 치엥마이기동수사반을 움직여 현장조사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티크나무와 그 주변의 잔디밭, 다리와 공장울타리를 사진찍고 나무밑에 이르러서는 발자국으로 보이는 희미한 자리들을 빠짐없이 사진기에 담았다.

부하들은 비닐주머니와 핀세트를 가지고 손과 무릎걸음으로 한치한치 톺으면서 티크나무와 사원일대를 참빗으로 훑듯 샅샅이 조사해나갔다.

실오리, 녹쓴 쇠쪼각, 머리칼, 종이쪼박 등 수집할수 있는 모든것이 비닐주머니속에 들어갔다.

정오가 가까와올무렵 1차수사는 기본적으로 끝났다.

감정을 위해 로인의 시체도 치엥마이경찰병원으로 실어갔다.

웅카라는 기동수사조를 읍의 경찰지서에 그대로 전개하고 마을주민들속에서 어제와 오늘사이 이상한 사람들이나 색다른 징후를 발견한것이 없는가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게 했다.

마을의 리장을 불러 6일부터 8일사이 마을에 들어온 차나 숙박한 사람들의 명단을 세밀하게 알아봐달라고 당부해 돌려보내고 죽은 녀자를 맨 먼저 발견한 그 트레킹안내자청년과 공장의 경비원을 다시 불렀다.

그들에게 사건의 경위를 구체적으로 캐여물었다.

하지만 그들을 통해선 범인들을 추적할수 있는 아무런 실마리도 잡을수 없었다.

죽은 녀자가 있는 지점을 전화로 알려온 정체불명의 남자가 범인이라는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웅카라는 암만해도 그 전화가 리해되지 않았다.

그것은 사실 범인이 자기들을 추적할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의도적으로 던져준것이나 마찬가지였던것이다.

웅카라는 이미 수사국에 그 전화의 음성기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전화를 받았던 경호원은 그자가 일본말을 류창하게 하더라고 했다. 이것은 범인이 진짜 일본사람이거나 아니면 이 사건을 위해 빈틈없이 준비한 어떤 나라의 요원일수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안내자청년과 경비원을 돌려보내고 웅카라는 다시 현장으로 나가 불교사원과 구새먹은 늙은 티크나무를 돌아보았다.

웅카라의 머리에 새로운 의문이 떠올랐다.

(범인들은 왜 그들을 한군데서 죽이지 않고 저렇게 따로따로 장소를 갈라 죽였을가?)

눈앞에 솟아있는 아지자와가 목매달렸던 아름드리 티크나무를 올려다보니 묘연한 기분이 송연(오싹 소름이 끼치는듯 하다.)하게 웅카라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소소리높은 티크나무는 정수리의 우불구불한 가지들까지 말라가고있었는데 그 우듬지에서 희뿌옇게 퇴색한 잎들이 락엽철처럼 지나가는 바람결에 후두두 떨어지고있었다.

죽어가는 년륜깊은 저 나무에 먼 섬나라에서 한생을 다 산 늙은 로인이 붙잡혀와 목매달려 죽었다는 처절한 현실이 웅카라의 가슴에 비상한 격세지감을 불러일으켰다.

(《천황》의 사돈이라… 하, 사돈이 뭐이라고 《천황》의 죄를 대행해쓰고 죽는단 말인가? 불행한 연고로군.)

새벽녘에 그는 방코크에서 오는 국장의 전화를 받았다.

일본에서 네명의 수사전문가들이 사건조사에 합세하러 떠났다는것이였다. 그 책임자로 무라야마라는 경찰청 과장이 온다고 했다.

(아, 무라야마. 그가 온단 말인가?)

밤을 꼬박 새운 웅카라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전화기를 놓으며 긴숨을 내쉬였다. 잔조롬하게 좁혀뜬 그의 작은 두눈에 희열의 빛이 스쳐갔다.

그는 키가 크고 길쑴한 얼굴에 선이 곧은 코날이 인상적인 침착한 그 일본형사의 솜씨를 잘 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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