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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 [연재2] 북의 최근 인기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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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7-26 08:2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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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북의 최근 인기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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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창작된 전인광 북녘 작가의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이 지금 북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소설은 타이의 어느 한 산간벽촌에서 일어난 두 명의 일본인들에 대한 살해사건을 파해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의 첫 서두에 이렇게 씌여져 있다.

《나는 죽더라도 증명할것입니다. 력사가 증명하고 내가 증명합니다. 이 력사를 지워버려서는 안됩니다.》 - 한 조선녀성의 증언중에서 -

 

<조선의 오늘>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4. 15문학창작단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나라의 관록있는 작가들이 《하나의 조일관계력사론문》《바늘끝도 안들어가게 구성이 째인 작품》《이렇게도 쓸수 있겠구나 하는 창작적묘리를 깨우쳐준 소설》이라고 평가하는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은 작가의 피타는 사색과 탐구불같은 열정과 높은 창작적기량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였다.”라고 밝혔다.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네덩이의 얼음>을 연재한다.





(제 2 회)


제 1 장


1. 공포할수 없는 살인사건

 

경찰청 대외문제국의 무라야마경부는 오끼나와의 항공역에 도착한 비행기계단에서 발을 내려놓자마자 도꾜로 되돌아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항공역의 한 경찰이 황황히 달려와 깍듯이 경례를 붙이며 《무라야마과장님이십니까?》하더니 방금 시게미쯔국장의 전화를 받았는데 도착하는 즉시 도꾜에 전화를 걸라는 전달이였다.

몇시간전 임무를 받고 떠날 때까지도 아무런 정황이 없었던지라 어지간히 놀란 무라야마는 황급히 꺼놓았던 손전화기를 켜고 신호를 했다.

《아, 무라야마군인가?》

국장은 기다렸던듯 소리쳤다.

《무슨 일입니까? 국장님!》

국장은 단마디로 지시했다.

《중대사안이니 더 묻지 말게. 와서, 와서 얘기하세. 시간이 없으니 먼저 출발하는 비행기를 아무거나 타고 돌아서게. 당장! 알았나?》

도꾜직항로는 두시간을 기다려야 출발한다고 했다.

무라야마는 급한대로 오사까국제비행장을 경유하여 도꾜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안에서 한잠 자고 오사까항공역에 내려 30분 지체하는 사이 구내식당에서 구운 스테이크와 서너쪽의 토스트로 대충 끼니를 굼때고 다시 날아오른때는 벌써 새벽녘이였다. 무의식중에 시창밖으로 눈을 주니 아침노을에 물든 고베항의 아름다운 아침풍경이 한눈에 밟혀왔다.

무라야마는 반사적으로 동그란 시창에 이마를 갖다댔다.

안개가 걷히며 아득한 태평양상의 수평선끝에 선홍색노을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밝아오는 금빛눈부신 해살을 받아 바다는 서서히 일렁이고 번져지고 굼니며 마냥 통채로 끓어번지고있었다. 하늘에서 보는 해솟는 수평선의 장쾌함이란 이루 말로 형용할수 없을 정도이다.

고베는 그가 태줄을 묻은 고향이였다.

찾을 때마다 느끼는것이지만 푸르게 굼실거리는 고베앞바다에 엎디여있는 인공섬인 로꼬섬과 일본본토인 혼슈와 시꼬꾸사이의 아카시해협을 잇는 장대한 아카시대교가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와 섬나라 일본에 대한 긍지와 가문의 명운이 깃들어있는 고향도시에 대한 련련한 정회가 새삼스럽게 가슴을 뜨겁게 한다.

남들은 로꼬섬이 물속을 헤염치는 낙지모양과 흡사하다고 하지만 무라야마는 늘 그 섬모양이 칼을 쥔 주먹모양이라고 생각하군 한다.

지금도 그렇다. 엷은 안개발사이로 선연히 드러나는 로꼬섬을 내려다보느라니 느닷없이 그의 집 도꼬노마(일본식장식장)에 놓여있는 그 칼, 그의 가문에 그처럼 일본인이라는 혈족의 의미를 진하게 새겨준 그 칼이 노을빛에 투영되여 살아있는 물체처럼 떠오른다.

《음…》

무라야마는 좌석에 머리를 젖히며 눈을 감았다.

경시청에서 로년을 맞아 은퇴한 아버지는 무라야마에게 이제는 벌써 전전세기가 되여버린 120여년전 근대개혁의 격변기에 조선과 중국대륙에 들어가 종횡무진했던 고조부와 조부가 지녔던 그 넋, 그 혼을 잊지 말라고 늘 훈계하군 했다.

그럴때마다 국가를 위해 서슴없이 넋을 바친 조상들의 상징인 그 칼이 부지불식간에 떠올라 늘 무라야마의 정신적힘의 실체가 되군 하였다. …

시창밑의 작은탁에 비행기안내원이 가져다놓은 전날의 석간신문들이 쌓여있었다. 매일의 신문들을 빼놓지 않고 열독하는데 습관이 돼버린 무라야마는 시간도 있는지라 여러 신문사의 신문들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매 신문의 사회면들은 한달전에 미국에서 두대의 려객기로 세계무역쎈터의 쌍둥이건물을 들이받은 9.11사건과 관련한 기사들로 꽉 차다싶이 했다. 그 테로범들에 대한 보복과 응징을 떠드는 부쉬의 폭언이며 그 주범으로 추정되는 알 카에다조직과 빈 라덴에 대한 기사들, 곧 중동의 페르샤만에서 전쟁이 터질것이라는 예언들을 읽어나가던 무라야마는《아사히신붕》의 한 기사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열흘전에 도꾜만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였던 아끼꼬라는 도꾜대학 대학원생 처녀가 조선족출신이였다는것과 그 수사가 여전히 지지부진을 거듭하고있는데 대한 기사였다.

(음, 그 처녀가 조선녀자였는가?)

통보선을 통해 그 사건의 수사본부가 조직된 사실을 이미 알고있던 무라야마는 호기심에서 신문에 난 녀자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코며 상긋이 웃고있는 생동한 눈빛이 대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봄날같이 밝은 미소를 머금고있는 처녀의 얼굴은 선량하고 아름다운것에 대한 지향으로 가득차있는 그의 내면이 그대로 내비친듯 정갈하고 리지적인 모상이였다.

(이런 아름다운 처녀를 살해하여 바다에 던진 놈들은 과연 어떤 놈들인가?)

불시에 갈마드는 처녀에 대한 동정심에서 무라야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신문을 덮었다.

하네다비행장의 국내선활주로에 서서히 착륙한 중형려객기에서 무라야마는 맨 마지막으로 나왔다.

롱구선수같이 훤칠한 키, 기름한 얼굴가운데 산마루같이 날이 선 코며 짙은 눈섭밑의 침착하면서도 예리한 눈빛만 아니라면 중절모를 쓰고 회색코트에 검은 손가방을 든 그의 행색은 장사업무로 다니는 실업가로 보이기 십상일 차림이였다.

《과장님!》

계단을 내려서자 한옆에서 기다리던 중키에 다부진 체구의 사나이가 싱글거리며 다가왔다.

《아, 사다께군!》

사다께는 무라야마의 직속 과성원이였다.

《서두르십시오! 국장님이 지요다의 안가(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집)에서 기다린지 벌써 한시간이 넘었습니다.》

서두르라면서도 저쪽에 대기시킨 승용차를 향해 돌아서는 그자신은 별로 급한게 없는 자세였다.

《대체 무슨 일인가?》

《저, 타이에서 무슨 일인가 생긴 모양인데 아직 전모는 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큰 사건인것만은 분명합니다. 밤새 눈 한번 못 붙였습니다.》하면서 앞서 걷는 사다께의 주머니에서 절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 사다께!》

무라야마는 향수내를 풍기며 옆을 지나는 유럽의 남녀관광객들을 곁눈질하며 돌아보는 사다께에게 눈을 부라렸다.

《자식, 촌스럽게… 그 버릇 버리지 못하겠어? 아무때나 절렁거리며…》

한손을 찌른 그의 바지주머니를 내려다보며 눈을 찔 흘겼다.

《헤… 참.》

사다께는 헤식게 웃었다.

파출소신입경찰시절 뻐스타고 다니며 수사할 때 생긴 버릇이라는데 늘 한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그안의 동전을 절럭거리며 다니는 습관이 몸에 배인 사다께였다. 아무리 말해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 동전을 절럭거리며 그 리듬속에 사색을 하고 사건을 추리해간다고 했다.

사다께는 운전대를 잡고 선자리에서부터 속도를 높여 항공역을 빠져나갔다.

저녁시간이라 물밀듯 흐르는 차들때문에 길이 막히자 사다께는 대담하게 도중에서 우회하여 아다찌구역근방에서 다리를 건넜다. 차는 반시간가까이 걸려서야 지요다구에 자리잡은 2층짜리 양옥집앞에 멈춰섰다. 사다께가 먼저 황황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겉은 서양식이나 내부는 전형적인 고전풍으로 꾸린 건물의 한 방으로 들어선 무라야마는 썰렁한 방안기운에 어깨를 으쓱하며 코트를 벗었다. 그가 이 집에서 전용으로 사용하는 방이였다.

곧 미닫이문의 경계부위에 불이 비쳤다.

화려한 보라색기모노를 입은 녀인이 총총히 봉보리(륙각 단면의 일본고유초등)에 불을 켜들고 들어왔다.

가볍게 인사를 한 녀인은 탁우에 등을 놓고 잦은 뒤걸음으로 인차 방에서 나갔다.

이어 마루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더니 50대 후반의 깡마른 체소한 사나이가 나타났다.

《왔군. 난 시간을 맞추지 못할가봐 몹시 걱정했는데…》

시게미쯔국장은 무라야마의 손을 잡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작은 키에 영민한 두뇌 역시 왕년의 이름난 외상 고무라 쥬따로를 신통히 닮아 《작은 쥬따로》로 통하는 시게미쯔였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국장님!》

《우선 앉게.》

국장은 제 먼저 다다미우에 주저앉았다.

정색해서 무라야마를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사뭇 심각한 빛이였다.

《큰일이 하나 터졌네.》

《큰일이라니요?》

《타이에서 어제 거기 관광을 갔던 우리 일본사람 둘이 살해됐네.》

《살해? 둘씩이나? …》

《그렇네. 헌데 문제는 이 사건이 우리 일본과 아시아 각국간의 관계를 크게 건드릴수있는 중대사건이라는거네. 이때문에 어제밤 내각비상회의까지 있었네. 경찰청에선 사건수사와 관련한 긴급토의끝에 현지로 보낼 수사책임자로 자네를 결정했네. 시간이 없어. 래일 아침엔 타이로 떠나야 해.》

누런빛이 비낀 초등의 륙각면을 응시하던 무라야마는 시선을 들며 물었다.

《죽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국장은 감쳐물고있던 입술을 벌리며 혀를 찼다.

《글쎄, 바로 그게 문제네. 그 죽은 사람들을 과연 누구라고 해야 할지…》

(이건 무슨 동닿지 않는 소리인가?)

무라야마는 어이없는 눈길로 국장의 가늘게 뜬 작은 눈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드는 국장의 눈에 한순간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였다.

《이번 일은 우리 일본이 당한 국치로서 도저히 공개할수가 없는 사건이네. 그래서 더더욱 그 주범들을 반드시 찾아 가혹하게 응징해야 할…》하며 국장은 손바닥으로 상을 쳤다.

차잔이 반이나 떴다 내려앉았다.

사건의 중대감이 순간에 천근처럼 가슴을 눌러왔다.

사건자체보다도 사건으로 인한 파장을 더 우려해야 하는 사건!

도대체 머나먼 동남아시아땅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크고작은 숱한 사건을 겪어온 경찰청의 1급형사인 그로서도 전에없이 온몸에 켕겨오는 긴장감에 눈빛이 날카로와졌다.

《방코크주재 대사가 보내온 확스에 의하면 타이측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책임자가 소폰 웅카라라는 수사부장이라누만. 자네 그 웅카라 생각나지?》

《아, 3년전 인터폴(국제형사기구)주문으로 인신매매단수사를 함께 했던…》

《옳네. 현지에서 그 친구가 자넬 협력해줄거네.》

국장은 큰숨을 내쉬며 무라야마를 바라보았다.

《심중한 토론끝에 자네를 선출했으니 책임을 다해주게.》

《…》

급작스레 다닥치는 임무에 어지간히 숙달된 무라야마이지만 내각비상회의까지 열며 대책을 론하게 된, 그것도 외국에서 벌어진 중대살인사건이라니 바위처럼 가슴을 눌러오는 압박감을 어쩔수 없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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