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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우리는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열정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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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9-06-10 05:3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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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열정단’입니다”

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열사를 모시는 ‘열정단’의 하루

  • 조혜정 기자

매년 6.10민주항쟁기념일을 앞두고 열리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나라의 자주와 민주, 통일을 위해 한 생을 살다간 열사·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이 남긴 시대정신을 계승해 살겠다는 다짐들이 모이는 자리다.

이날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의 터전인 ‘한울삶’에 있던 열사들의 영정이 광장에 모셔진다. 1년에 한 번 환한 빛을 쬐는 날이다. 올핸 693분의 열사들이 청계광장에 나와 시민들과 조우했다.

▲ 범국민추모제가 시작되기 전, 693기의 열사 영정이 광장 제단에 안치돼 있다.

열사들의 영정이 광장에 서기까지 동행하는 이들이 있다. 대학생과 청년들로 꾸려진 ‘열사정신계승청년학생실천단’, 바로 ‘열정단’이다.

‘열정단’이라는 이름은 1990년 후반, 열사 추모사업회와 열사의 대학 후배들이 영정을 정비한 것을 시작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2012년부터는 성동구 청년모임 ‘이끌림’ 회원들을 비롯한 청년들, 그리고 서울지역 대학생들로 매년 확대됐다. 올핸, 대학 새내기부터 2009년부터 열사 영정정비를 도왔다는 열정단장까지, 진보대학생넷 소속 대학생들과 한국청년연대 회원 30여 명이 열정단에 함께 했다.

지난 8일, 올해로 28회째를 맞은 추모제에서도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청계광장에 모인 열정단 청년학생들은 제단에 영정을 올리는 일을 시작했다. 열정단의 손을 거친 600여 기의 영정들은 시대별로, 년도 별로 가지런히 제단에 모셔졌다. 3층으로 된 제단 역시 추모제가 열리기 하루 전, 열정단이 밤늦게까지 만들어놓은 것이다. 유가족들이 열사의 얼굴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예년과 달리 3층으로 제단을 쌓았다고 했다.

제단 옆에서 하룻밤을 보낸 단원들도 있다. 시민들이 오가는 광장에 제단을 쌓다보니 행여 보수세력들이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밤새 순번을 정해 제단 옆을 지키는 것도 열정단의 몫이다.

▲ 7일 저녁, 청계광장에 나와 제단을 만들고 있는 열정단. [사진 : 유가협]

열정단은 이날 처음 열사들을 마주한 게 아니다. 지난달, 5.18을 맞아 광주에 내려가 민족민주열사를 비롯한 광주항쟁 희생자들을 참배했다. 지난 1일엔 ‘한울삶’에 모여 제단에 올라갈 영정을 먼저 정비했다. 영정 안에 적힌 열사들의 생애를 읽으며 영정에 앉은 먼지를 닦고, 손상된 액자를 손질했다. 오래되고 빛바랜 액자를 새로운 액자로 교체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도 품어보지만, “유가족들께선 처음부터 사용한 액자를 더 좋아하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제단에 영정을 올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 추모제가 시작되자 더 분주해진 열정단. 무대에 오를 시간을 준비한다.

“오늘 이 자리 님들(열사들)의 저항을 ‘민주’와 ‘민족’으로 간추립니다. 열사들이 바라는 세상의 실제와 궁극은 자유와 평등, 정의가 넘쳐나는 평화의 새날이라고 믿습니다.” 김중배 명예추모위원장의 추도사에 담긴 메시지가 열정단의 입을 통해 ‘그날이 오면’이라는 추모곡으로 흘러나온다.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뜨거운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열정단장은 “유가족들 앞에 서서 추모의 노래를 부르고, 유가족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시며 눈물 훔치는 모습을 보게 된 열정단도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함께 울었다”며 추모의 합창이 열정단에게 더 큰 울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열정단의 다짐 발언이 이어진다.
“나에게 열사란, 마음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밖으로 나오게 해 행동하고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이분들을 잊지 않고 앞으로 불의한 현실에 마주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나에게 열사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입니다. 열사들께서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처럼, 우리도 열사정신을 계승해 우리 후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에 나선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은 마이크를 들자마자 “올해도 청년학생들이 이렇게 제단을 마련해줬다”며 열정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참가자들에게 전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근혜 적폐세력이 감옥에 있다고 해서 안심할 것이 아니라, 언제고 다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의의 세력들을 이 땅에서 완전히 몰아내는 날까지 쉼 없는 투쟁을 만들어야 합니다.”

추모제 참가자들도 “사회대개혁을 실현하는 길이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여전히 우리에게 투쟁을 요구하고 있는 영령들과 자주와 평화통일, 적폐 청산, 노동법 개악 저지와 민중생존권 쟁취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심했다.

유가족의 당부, 참가자들의 ‘열사정신 계승 = 사회대개혁’이라는 메시지가 열정단에겐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후배들과 함께 ‘열사들이 원하는 세상이 왔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자문하게 된다”는 열정단장. “사회대개혁 실현을 위한 과제들을 보면서 ‘사회대개혁’은 목표이면서 과정인 것을 느낀다”며 “열사들이 바라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늘 고민하고 투쟁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쉼 없는 투쟁”을 강조한 유가족의 마음, 추모제 참가자들의 마음이 열정단의 마음과 통한 듯 했다.

추모제가 끝나도 열정단의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니다. 유가족과 참가자들이 열사 영정 앞에 헌화와 분향을 하는 시간이다. 유가족들에게 국화꽃을 건넨다. 영정까지 국화꽃이 닿지 않는 유가족을 위해 헌화를 대신하는 것도 열정단의 몫이다.

헌화와 분향까지 마치면 열정단은 다시 영정을 하나씩 하나씩 정성스레 모으고 제단을 정리한다. 열사들의 영정이 다시 ‘한울삶’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열사들의 광장 외출을 마지막까지 수행하고 배웅한 열정단 청년학생들은 오는 23일엔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을 찾아 열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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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한울삶에 모여 열사 영정을 정비한 열정단. [사진 : 유가협]

열사정신 계승하여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오늘 우리는, 다시금 옷깃을 여미며, 영령들 앞에 이 땅의 자주, 민주, 민생과 평화통일을 향한 변함없는 투쟁을 결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분단 70년만의 첫 북미 정상회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시작되었던 한반도 평화통일의 과정은 현재 교착되어 있습니다.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타결되지 못했으며, 미국과 일본, 국내의 전쟁세력과 분단세력들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행을 가로막기 위해 날뛰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선비핵화 주장이 다시 난무하고, 중단키로 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이름만 바뀐 채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일에도 강행되었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 문제는 어느새인가 ‘대북제재’에 결박되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촛불항쟁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의를 외면한 채 ‘협치’를 운운하며 적폐청산의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용은 슬그머니 석방되었고, 대통령은 그를 수차례 독대ㆍ격려하며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습니다. 사법적폐는 양승태와 그 수족들의 구속만으로 봉합되었고 적폐판사들의 탄핵과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산의 대상이었던 적폐세력 자유한국당은 촛불 항쟁이 언제 있었냐는 듯, 가당치도 않은 1야당 대접을 요구하고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그 반민주적 본색을 드러내고 막말을 쏟아내며 5.18 광주민중항쟁을 부정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끝끝내 가로막으며, 재기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폐세력들은 원기를 회복하고 있지만, 항쟁의 주역이었던 민중의 삶은 여전히 고단하기만 합니다.
국가의 부를 여전히 전유하고 있는 재벌들은 입으로만 투자를 이야기할 뿐, 승계 문제에만 골몰한 채 실제로는 일자리를 줄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가 방치되고 집값이 급등,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소위 ‘소득주도 성장’은 허울만 남은 상황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산입범위 확대로, 노동시간 단축은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연장으로 무력화되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며, 민주노총에는 공안의 칼날이 겨눠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 아래에서도 개방 농정과 농업포기정책이 지속되고 있고, 묻지마 재개발, 강제철거, 노점상 탄압으로 도시빈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여성, 장애인, 성적소수자들의 차별 역시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며, 촛불 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현실을 보며, 영령들의 염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령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투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미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 등 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여, 열사-희생자 영령들의 염원인 이 땅의 자주와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뤄내자!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적폐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실현하자!
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여,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민중생존권을 쟁취하자!
현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저지하고, 자유한국당의 시대착오적인 5.18 부정과 수구냉전 회귀 막아내자!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과거사법, 민주유공자법을 제정하여 올바른 역사정의와 적폐청산을 실현하자!

영령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이미 시작된 한반도 평화번영, 통일의 새 시대는 난관이 있을지언정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촛불 민의를 거역하려는 적폐세력의 시대착오와 퇴행은 민중과 시대의 거센 파도 앞에 모래성처럼 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계속 전진, 계속 투쟁으로 영령들의 염원을 실현하고, 기어이 자주, 민주, 민생과 평화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냅시다.

2019년 6월 8일
28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참가자 일동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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