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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트럼프가 품페이오를 평양에 보낸 이유 - 미국의 지독한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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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8-10-17 11:54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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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품페이오를 평양에 보낸 이유 - 미국의 지독한 이중성

 

<연재> 장대현의 한반도 정세 동향 (15)

 

 

 

1. 트럼프, 리용호 유엔연설에 당황

 

9월 29일 리용호 북 외무상이 유엔에서 연설했다. 지난 4월 20일 북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와 핵 병진노선의 종료를 선언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을 새로운 노선으로 채택한 사실을 상기시킨 그는 “경제 발전을 위해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반도 비핵화, 북 입장의 재천명이다. 이어, “미국에 대한 신뢰와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미 협상의 기본원칙 재확인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귀를 찌르는 말은 그 다음 나온다. 그는 북의 핵, 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 시설 폐쇄 등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선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심지어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미 공동성명이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물로 된다면 “예측 불가능한 후과의 가장 큰 희생물은 바로 미국이 될 것”이란 경고성 언급도 했다.

 

“미국의 정치적 반대파들이 행정부를 강박하여 대화와 협상을 훼방하고 있다”고 말해, 공격 대상에서 트럼프를 제외했으나 전체적으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이며, 그 정도가 ‘예측 불가능한 후과’를 거론할 만큼이나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객관화됐다. 트럼프는 ‘북미 협상 진전’을, 반대파들은 ‘성과 없음’을 각각 주장하며 중간선거의 중대 쟁점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아름다운 편지들을 썼다. 대단한 편지들이다”라면서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이는 반창고 붙이기다. 상처가 세상에 드러난 이상, 사실은 그게 상처가 아니었다거나, 상처가 아물어 새 살이 돋았다거나 등을 입증할 증거가 강력히 필요해졌다.

 

그로부터 3일 후(10.2)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7일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임을 발표한다. 앞서 9월 26일 초청장을 받아 놓고도 트럼프의 “대북 제재 강화” 발언(9.26. 유엔안보리), 품페이오의 “대북 제재 강력 유지” 발언(9.27. 유엔안보리) 등 스스로 갈 길을 막던 그들이었다. 

 

2. 변화 - 4가지 합의 사항 이행

 

북미 관계에 아무 이상이 없으며, 계속 진전되고 있음을 입증할 목적의 방북이다. 지난 7월처럼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라는 북의 반응(7.7)을 감수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품페이오는 방북 길에 오른 7월 5일 앵커리지 미군기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가 도달해야할 최종 목표는 6.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네 가지 합의사항 이행이다”라고 한다. 이어서, “이 목표로 가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수 있도록 쌍방이 충분한 신뢰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북미 간 합의사항 4개는, 첫째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둘째 영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셋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겠다는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 내용 재확인, 넷째 미군 유해 송환 등이다. 또한, 북미공동성명 전문에는 “상호 신뢰 형성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인식하며”라는 구절도 있다.

 

품페이오의 앵커리지 발언과 북미공동성명은 일치한다. 상호 신뢰 형성을 통한 네 가지 합의사항 이행이라는, 북미 간 약속으로 품페이오는 정확히 돌아온 것이다. 북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의 말을 그가 따를 경우, 이제 그는 “북의 선비핵화”를 주장하지 못한다. 미국의 상응조치, 즉 종전선언과 대북제재 해제를 미루지도 못한다.

 

10월 7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과 품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만났다. 5시간 30분 동안 접견, 오찬, 접견이 이어졌다. 대화 내용은 비공개다. 그러나 추측은 가능하다. 먼저, 미국 언론이 전한 현장 분위기를 보자. 2시간 30분에 걸친 오전의 대화 이후, 오찬을 위해 다시 만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고 미 언론도 이를 취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품페이오 장관과 악수를 나눈 후 “오늘은 양국의 좋은 앞날을 기약하는 아주 좋은 날“이라고 했다. 폼페이오도 ”매우 성공적인 오전이었다"고 했다. 

 

10월 8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회담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만족 표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 국무부 발표에 퍼즐 조각이 있다. 품페이오의 방북 직후(10.7. 현지시간)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 북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인 해체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을 초청했다. 2)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긴 네 가지 요소들에 대해 논의했다. 3) 북미가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과 남아있는 핵심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해 만날 것을 각각의 실무 협상팀에 지시했다. 4) 2차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날짜에 관해 옵션들을 구체화했다 등이다.

 

미 국무부도 확인한 것처럼 북미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 사항이 동시에 논의됐다. “주요 관심사는 종전 선언과 제재 완화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품페이오 장관 면담에 대해 만족을 표시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미국의 소리VOA.10.9)"

 

3. “중대한 진전” 그리고 “중간선거 이후”

 

10월 7일 오후 오산 미군기지로 날아온 품페이오는 그 저녁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 거기서 그는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오늘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면서 “아직 우리는 할 일이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성공적”이라던 북에서의 발언에 비해  상당히 심드렁한 어투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는 다시 돌변한다. 수행기자단에게 1) 북의 핵, 미사일 실험장 사찰단 방문 허용 2) 절차에 합의하는 대로 사찰단의 풍계리 핵실험장, 미사일 엔진시험장 방문 예정 3)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세부적인 사안 의견 접근 등 구체적인 ‘실적’을 열거하며 “그 어느 정부가 했던 것보다도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고 한다. 왜 이럴까?

 

10월 8일 미국의 주류 언론이 일제히 “성과 없음”으로 도배를 하며, 트럼프와 품페이오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NBC방송>은 “국무부의 평가와 달리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양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국이 해야 할 일은 핵 목록 신고를 받는 것인데, 그것이 없다”라면서 흠집을 내는 식이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대규모로 대동한 수행기자단이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과 품페이오 장관이 웃으며 악수하고 좋은 말을 나누는 장면을 벌써 많이 내보냈다. 이런 화력에 힘입어 10월 9일 품페이오가 쐐기를 박는다. “이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룰 길이 보인다.” 북미 사이 상처는 치유됐고, 뽀얀 새 살이 다시 돋아났단다. 같은 날 트럼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지금은 선거가 한창이라 떠날 수 없다”고 한다.

 

4. 지독한 이중성

 

품페이오는 북에서 곧장 남으로 왔다. 10월 7일 저녁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북한을 방문하고 바로 여기 온 것은 한국이 비핵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야기는 나중에 대통령과 둘만 있을 때 따로 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관한 협의가 있었고,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했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그게 다일까?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 이후 강경화 외교장관을 만난다. 그리고 그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관계 진전은 비핵화의 진전과 밀접하게 연계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한국 친구들,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올렸다. 대북 제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라, 주문한 사실을 객관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10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5.24 조치 해제 검토 발언’이 나왔다. 강 장관은 “5.24 조치 해제를 관계 부처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금강산 관광을 못하는 것은 유엔 제재 대상이라서가 아니라 5·24 조치 때문이 맞는가?”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질의에, “그렇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금강산에 다시 가볼 수 있겠구나,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강 장관은 “관계부처가 검토하고 있다”로 한 걸음,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로 또 한 걸음 물러났다. 결국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 발언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그 직후, “한국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를 세 번이나 외친다. 10월 11일 우리 외교부 대변인은 “5.24만 따로 떼어 검토하기는 어렵다.” 장관이 취소한 발언을 한 번 더 취소했다.

 

10월 12일 국내 한 신문이 미 재무부가 9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 간 산업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에 전화로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하고, “대북제재를 인지하고 잘 지키고 있다”는 은행들의 답변을 챙겨 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9월 19일 남북의 평양정상회담 바로 다음날, 남북 경협의 혈액에 해당하는 금융을 틀어막은 것이다. 평양정상회담 직후 트럼프는 “아주 좋은 소식”이라 했고, 품페이오는 “즉시 협상에 착수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서, 뒤로는 그런 일을 벌인 것이다. 이 지독한 이중성, 우리 힘으로만 극복 가능하다.


장대현 jangdhn@hanmail.net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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