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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고수냐, 평화협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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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08-01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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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56주년을 맞아 두 주장을 짚어본다

내가 작년 2월, 평양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사적 뉴욕필 평양공연 관람과 역사의 현장인 정전회담 장소 견학이었다.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된 뉴욕필하모니의 연주는 관람객들과 연주자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이미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직접 목격했기에 북미관계 개선에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호전광으로 알려진 부시 정권에서도 북미관계 개선에 일조가 될 미국의 저명한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공연을 했는데 하물며 <적과도 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던 오바마 정권은 ‘평양교향악단’ 같은 북의 수준급 교향악단을 초청해서 대화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는커녕 대북제재에만 목을 매고 있어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가 어언 56년, 반세기가 훌쩍 지나갔다. 이날을 맞으니 북의 판문점 대표부 참모 승정철 인민군 중좌 (중령)의 안내로 정전회담 유적지를 견학한 일이 떠오른다. 미국의 휴전제의로 전쟁발발 1년만인 51년 7월 10일, 개성 인삼밭 주인의 한옥 <례봉장>에서 첫 번째 휴전회담이 열렸다. 3달 만에 판문점으로 회담장소를 옮겨, 총 765회에 걸친 회담이 2년 동안 계속된 끝에 53년 7월 27일 서명됐다. 정전조인 문서에 서명한 사람은 김일성 북한 최고사령관, 팽덕희 중국지원군 사령관, 그리고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 (미군) 이었다. 리승만씨는 50년 7월 15일 <작전지휘권> (Command Authority)을 미군 사령관에게 이양하고 현지 용병의 처지로 전락돼 협정 조인문서에도 서명할 자격이 없었다. 이것이 후일 서명 당사자 문제로 시비의 빌미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족자주와 존엄에 커다란 상처를 안기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우리의 운명을 통틀어 미국에 의지해야 하는 불가피한 현상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세상물정에 눈이 먼 리승만씨는 오로지 <반공>에 목을 매고 미국의 눈치를 조금도 체지 못한 체 <휴전결사반대>를 외치며 <북진통일>만 고집하고 있었다. 골치를 썩이던 미국은 드디어 리승만 제거 쿠데타 계획을 수립해 놓고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10년 후, 박정희 군사쿠테타의 출현으로 이미 미국 CIA와 군부가 차후 써먹을 수 있는 군사쿠테타 음모를 완료 대기하고 있었음이 들어났다고 할 수 있다. 정전회담의 가장 난제는 포로문제로 북은 제네바협정 118조에 따라 <전원자동송환>을, 미국은 <개별자원송환>을 주장했다. 휴전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리승만씨가 <반공포로 석방>을 일방적으로 단행함으로서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었고, 북은 펄펄뛰었다. 그래서 휴전회담이 중단, 속개의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마냥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돼 양측은 불필요하게 수많은 사상자를 더 내고 말았다. 이것은 오늘 까지도 불씨로 남아, 남의 납북 국군포로 석방에 맞서 북도 제네바협정 위반이자 북미휴전협정 위반인 남에 석방된 인민군포로 송환을 주장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북한은 70년대부터 ‘정전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하자는 제의를 미국에 줄기차게 해왔으나 미국은 남한이 협정 서명자가 아니라는 북한의 주장을 문제 삼아 이를 거부해왔다. 75년 11월, 30차 유엔총회 (결의안 3390 B호)는 UN군 사령부 해체와 UN 깃발 아래 남에 주둔하는 모든 외국군 철수를 주장했다. 예나지금이나 유엔이란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영향 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 유엔결의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입 밖에도 꺼낼 수 없던 한반도의 전쟁 공식종료문제가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가 처음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남한도 서명케 하는 평화협정을 북핵문제 해결과 병행해서 구상하고 있음을 노 대통령에게 알렸다. 이것이야 말로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해 딱 들어맞는 열쇄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부시의 제의는 놀라운 진전임에 틀림없다.

나는 정전회담 조인이 서명된 바로 그 책상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역사의 현장이자 유적지가 된 판문점 정전회담 장소를 더듬으니 정말 만감이 교차함을 억제할 길이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반세기가 흘러선지 당시의 문서와 깃발들이 모두 빛이 바랬고 낡아있었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들기만 하면 이 역사의 현장들 (례봉장, 판문점)이 세계적 관광지로 변모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휴전회담이 열렸던 곳은 현재의 ‘군사정전위원회 본부’에서 북쪽으로 수마일 떨어진 휴전선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북에서 관리한다. 이 역사적 유적지는 북쪽 당국에 의해 잘 정리 보존돼서 평화를 위한 세계적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반세기가 넘는 최장기 ‘휴전’이라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키 위한 광광상품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민족의 불행과 고통의 원흉인 <분단>을 머리에 이고, 전쟁 잠정 중단인 <휴전>을 걸머지고도 남들이 손가락질 하고,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정말 희망이 있는 민족일까 아니면 희망이 없는 민족일까? 그런데 휴전56주년을 맞아 ‘그 날을 상기하고 전의를 가다듬어 휴전을 사수하겠다.’는 주장과 ‘한반도 및 북미문제 해결을 위해선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본다. 휴전고수는 분단고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민족 최대 숙원인 평화번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평화협정은 한반도와 민족문제 해결을 위해서 뿐이 아니라 미국과 북미간 제반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조치인 것이다. ‘정전협정문서’ 중에서 가정 중요한 부분은3개월 안에 모든 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평화와 통일을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리게 됐으나, ‘한미방위조약’ 체결로 미군주둔명분을 얻은 미국은 한반도 평화, 통일에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분단고정정책 (현상유지)에 더 흥미를 보여 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평화협정>은 미국과 우리 민족의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필수조치로 이를 관철하는 운동 이상의 애국활동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성 :  이흥로 재미동포전국연합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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