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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처럼의 기회를 또 놓치는가?-이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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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03-23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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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과 9.19 공동성명은 평화통일의 약속

 

 
1. 흔들리는 6자회담의 틀

6자회담은 작년 12월 베이징에서 성과 없이 끝난 후 이미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언제 재개될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 18일 북한의 김영일 총리를 맞은 자리에서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다. 또 북한을 제외한 다른 참가국 대표들 간의 양자접촉도 빈번하다.

그간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미국은 물론 북한에서도 앞으로의 협상전략을 새로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조율을 마치고 새로 열릴 6자회담이 모양은 같아도 성격이 다른 회담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조짐들도 보인다.

미국은 전 주한대사 보즈워스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하고 6자회담 수석대표로는 전임자의 차석이던 성김을 지명했다. 큰 줄거리는 대북 직접협상으로 타결하되 비용문제를 포함한 세부사항은 6자회담에서 다루게 하자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라 볼 수 있다. 또 클린턴 신임국무장관은 북한 미사일 문제도 6자회담에서 다룰 뜻을 비쳤는데 중국도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원래 북미 간에는 지난 2000년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미국이 북한 미사일계획 전체를 몽땅 돈 주고 사버리기로 하고 그 금액을 절충하던 중 공화당의 대선승리로 흥정이 깨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 6자회담 테두리 속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는 것은 미사일계획 매입 대가를 6자의 공동부담으로 떠넘기자는 복안인 것으로 짐작된다.

6자회담이 ‘북한비핵화회담’인지 아니면 ‘한반도비핵화회담’인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은 그 제1항에서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6자가 ‘만장일치로 재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6자회담에서 다루는 ‘핵문제’는 북한만의 핵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핵문제라는 것을 미국을 포함한 6자가 모두 되풀이 확인했다는 것이 공동성명의 명문규정이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규정된 핵문제는 ‘한반도의 핵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한국도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각각 공동성명에서 밝혔음으로 실제에 있어서 6자회담이 다루는 핵문제는 ‘북핵문제’라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북한은 작년 말 핵물질 신고의 정확성을 위한 검증문제가 논란되었을 때,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검증은 주한미군 기지를 포함한 남한지역 내의 핵무기 폐기를 확인하는 검증과 맞물려 실시돼야한다고 주장함으로써 비핵화가 북한에 국한되지 않고 한반도 전체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회담 의제의 범위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것이다.

2. 미국의 속셈은?

9.19 공동성명이 6자회담의 목표를 북한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규정한 것을 미국의 외교관들이 모르고 그 문서에 서명했을 가능성은 내일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뜰 가능성보다도 낮다. 그런데도 지금 와서 6자회담이 다룰 핵문제는 북핵문제에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속셈이 무엇일지는 미국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미국이 9.19 공동선언을 문자 그대로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문자 그대로의 9.19 공동성명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비홱화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미국이 독점적으로 향유해 오던 우월적 지위를 6자의 공동관리체제로 이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아무리 싫더라도 그것을 포기시키기 위해서 미국이 그토록 큰 기득권을 포기할 결심을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미국으로서는 어쩌면 일단 큰 양보를 해서라도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를 이뤄야겠다고 결심한 것처럼 가장해서, 먼저 테러지원국지정 해제 등 경미한 반대급부로 북한의 핵능력을 미국이 참을 수 있는 수준까지 무력화 시킨 후에는, 그 이상의 회담진전을 정체시키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공동성명에 서명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실제에 있어서 그간의 회담을 통해 미국은 이미 국제원자력 기구의 감시 하에 북한의 영변 핵시설과 재처리시설의 폐쇄와 봉인을 마쳤다. 그리고 사용 후 연료봉에서 추출된 플루토늄 및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도 확보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갖기로 한 미국 및 일본과의 수교협상은 전혀 진전이 없으며 대북중유제공도 검증문제를 구실로 중단한 상태에 있다.

3. 북한의 생각은?

최근에는 또 북한이 이미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과연 완전 포기할 것인가를 의심하는 소리도 들린다. 북한은 물론 9.19 공동성명으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고 핵비확산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들도 공동성명에 규정된 약속을 완전히 지킨다는 전제하에서의 공약이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일부 민간 전문가들은 북한관리들이 한미동맹이 존속되는 한, 혹은 경수로를 제공받지 못하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예기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일부 미국 관리들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혹은 핵을 가진 북한과의 공존을 상정하는 것 같은 발언들을 하고 있다.

만약 내심으로는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면 그것은 북한의 뿌리 깊은 대미 불신 때문일 수 있다. 이 점 미국도 북한을 믿을 수 없겠지만 북한도 미국을 믿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은 일찍이 한반도 내전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고 공언해 놓고도 한국전에 개입해 북한을 철저히 때려 부순 나라이다.

휴전 후 3개월 내에 외군철수 문제 등을 다루는 정치회담을 갖기로 해놓고도 3개월이 되기 전에 남한과 방위조약을 맺고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이다. 휴전협정을 무시하고 한반도에 핵무기를 들여온 나라이기도 하다. 1994년 제네바 협정도 당초부터 그대로 실행할 의향 없이, 즉 북한을 기만할 생각으로, 체결했으며 따라서 2003년 목표로 건설하기로 한 경수로도 겨우 30% 시공한 상태에서 2002년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린 나라이다.

사실 9.19 공동성명에 따라 핵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받기로 돼있는 대가는 관계정상화나 불침약속 등 미국이 언제든지 쉽게 번복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일단 핵을 완전 폐기하고 핵비확산체제에 복귀한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쉽게 핵으로 재무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북한으로서는 반대급부의 확실한 보장 없이 핵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4. 우리의 선택

우리의 선택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9.19 공동성명은 당연히 문자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북한이 그 공동성명을 성실히 그리고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해야 하며 그를 위해 외교역량을 총집중해야한다. 그 논리는 이렇다.

9.19 공동성명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의 핵 포기와 핵확산 금지체제 복귀, 북미관계 정상화와 미국의 대북공격 금지, 북일관계 정상화, 한국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동북아 안보협력증진방안 강구, 그리고 북한에 대한 에너지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면 한반도가 비핵화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가능케 하는 주변정세의 여건완성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평화협정체결로 한국전쟁이 공식으로 끝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국교를 틀 뿐 아니라 6자가 참가하는 동북아 안보협력방안이 강구되면 북한을 주적으로 삼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무용지장물이 되어 해체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지역안보협력체제 속에 흡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은 주변 4강의 보장을 받는 중립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는 민족외적 요인은 완전히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지도층에는 이 점에 대해서 주목하는 인사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2월 중순 모스크바에서 열린 6자회담 산하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실무그룹 회의에서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자고 주장함으로써 미국의 입장을 거들었다. 이것은 한국의 외교당국이나 최고위층조차도 그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전혀 무감각하거나 아니면 평화통일의 기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9.19 공동성명이 실천되어 통일을 방해하는 민족외적 요인이 해소되면 남는 것은 민족 내부문제인데 그것을 풀기위한 대원칙은 이미 2000년의 6.15 공동선언에 나와 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이 선언의 제 1항은 우리 민족이 이제 더 이상 남의 장단에 놀지 않고 우리 스스로의 뜻과 힘을 모아 통일을 이루기로 했다는 엄숙한 다짐이다.

이 선언을 읽은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 제씨 헬므즈는 ‘이제 주한미군의 철수를 검토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클린턴 행정부도 남북한의 화해기운을 의식해 대북포용정책을 펴, 그해 10월 12일 북미 공동발표로 적대관계청산,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주권존중과 내정불간섭 및 외교관계 발전 등을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행히도 하필 이때 미국에 분별력이 모자란 대통령이 나오고 또 남한에 분단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사대적 꼴통보수들이 버티는 통에 6.15선언의 통일관계 조항은 제대로 이행될 수 없었으며 우리는 결국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제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으로 우리에게는 통일의 여건을 성숙시킬 절호의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한에 근본적으로 북한을 깔보는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아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지고 말았다. 그 통에 남북관계는 도로 원점으로 돌아가 피아간에 대화는 완전 단절됐으며 한 때 밝아보이던 한반도의 정세는 지금 매우 험악해졌다.

남한의 고위당국자들은 북한을 진지하게 대화할 가치가 없는 잘못된 정권이며 마지막 날이 머지않은 체제로 보고 그날을 대비해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를 더욱 다지는 사대 행각에만 전염하고 있다. 한편 한 동안 정세를 관망하던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부정적 대북인식이 확실해 지자, 남한 지도층을 역도들이라 매도하는 한편 남북 간의 통신, 통관, 통행을 제한할 뿐 아니라 그간의 남북 간 정치적 군사적 합의을 무효화하고 군사적 대결관계로 들어간다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이 대통령이 뒤 늦게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간의 기존합의를 존중할 것이니 대화하자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태는 이제 쉽게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15 공동선언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민족적 다짐이며 9.19 공동성명은 우리에게 평화통일의 기회를 열어주는 국제적 약속이다. 만약 남북이 6.15의 정신으로 호흡을 맞추어 9.19 공동성명 이행을 관계 각국에 촉구한다면 그 결과 한반도에는 비핵화도 이루어지겠거니와 나가서는 평화통일의 길도 열리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으로서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에 있다.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또 놓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작성 : 이활웅 재미통일연구가]
 

본 글은 이활웅 선생님의 허락하에 통일뉴스와 같이 싣기로 한 글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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