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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 국가 핵무력 완성과 평창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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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8-01-13 07:2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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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핵무력 완성과 평창올림픽

이정훈의 여명의 눈동자(29)

 

이정훈 국제팀장

 

 

▲사진 : 뉴시스

 

 

1. 뜻밖의 진전,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

 

북한(조선)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새해벽두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아졌다. 국민들은 올림픽 스포츠 행사 이상으로 그 기간에 남북이 벌이게 될 여러 행사와 향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 지켜보자던 미국의 반응도 곧 100% 지지한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필자는 북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보다는 불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었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미관계의 진전을 전제로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관계 방향전환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새로운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지난 한 해 동안 극한 대결을 벌이던 북과 미국은 어떤 의도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또 지지를 표명한 것일까? 이런 남북 화합국면은 그럼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2. 유치한 아전인수식 해석

 

먼저 미국의 해석을 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 압박과 관여전략’(일명 미치광이 전략)이 통했다고 자화자찬이다. 미국과 국제적 대북압박으로 결국 북이 더 견디지 못하고 남북화해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논지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에 맞장구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라고 트럼프에게 감사하다 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수구보수정당은 뜻밖의 사태가 해석이 안 되어 “트럼프마저”라고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해석은 타당한 것일까? 진실은 미국의 해석과 정반대이다. 지난해 미국 대외정책의 최대 관심사는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또 이를 둘러싸고 북미 간에 상호 핵무력 시험과 일본까지 끌어들인 군사훈련,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통해 심각한 대결과 핵 전쟁위기를 연중 지속하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 초유의 국가 안보위기와 관련된 뉴스가 연일 미국언론에 보도되었다.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주 등에서는 주민 핵 대피훈련과 매뉴얼을 만들어 핵공포를 실감했다. 미국 ABC 방송은 지난해 10대 국제뉴스 가운데 ‘북핵 긴장 고조’를 1위로 꼽았을 정도이다. 이런 대결의 결과로 미국의 안보는 더 위태로워졌고, 결국은 미국의 패배로 끝났다는 것이 국제 대북전문가들의 일반적 평가이다.

 

러시아 타스통신의 엊그제 보도를 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일 최근의 한반도 주변정세를 평가하면서 “나는 김정은이 이번 판에서 분명히 이겼다고 믿는다”면서 “그는 이미 기민하고 원숙한 정치인이 됐다”고 평가하고는 "북은 핵폭탄을 갖고 있고 사실상 전 세계 어느 지점, 최소한 적의 영토 모든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1만3000km나 되는 글로벌 사거리의 로켓도 갖고 있다“고 했다. 즉 한반도 정세변화의 주된 힘이 더는 미국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는데 실패한 미국이 더는 자신의 과거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딱한 처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CNN은 지난 10일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충분히 예상치 못한 남북간 해빙기류가 미국의 대북전략에 영향을 미쳤지만 미국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의 길로 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전쟁의 길로 가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3. 북은 왜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가?

 

국내 시민단체와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북이 국가 핵무력 완성으로 핵억제력을 확보한 이후, 이제는 자신의 경제 발전에 전력하기 위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개선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 발전을 위해서 평화적인 대외환경 조성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북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대화하려 시도한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북이 남북관계를 활용해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란 얘기다. 이런 해석은 타당할까?

 

전적으로 틀린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인 해석으로 보인다. 이는 북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문제를 어떤 차원과 수준에서 접근해왔는가에 대한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북이 조국통일 문제를 대하는 입장과 태도에 대한 오해나 인식부족 탓에 이런 견해가 나온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조국통일 문제를 절박하고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핵무력 완성의 목적이 일차적으로 북 체제 안정과 안정적인 사회주의 건설에 있지만, 그와 동시에 북미 핵대결을 통해 미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을 차단하면서 조국통일의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북의 사회주의 건설과 통일의 병행노선’이다. 만약 북이 ‘선 사회주의 건설, 후 통일’의 입장이었다면, 핵무력을 완성한 만큼 한숨 돌리면서 핵, 미사일 시험과 개발을 늦추고 지금의 중국처럼 대미 대결을 자제하면서 건설에 모든 역량을 투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은 사회주의 건설과 동시에 절박한 조국통일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대미관계 타개와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북미관계 개선의 통로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통일문제 차원에서, 독자적인 우선 해결과제로 매우 중시한다고 봐야 하겠다.

 

‘자주통일’이란 말의 뜻을 풀면, 첫째는 한반도에서 외세의 개입과 영향력을 차단하고, 둘째는 남북이 그동안 쌓인 오해와 불신을 풀고 서로 단합하고 협력하는 두 가지의 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통일을 하려면 남북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기본적으로 풀어야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이다. 통일문제가 우리 민족 내부문제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북이 불신을 해소하는데서 민간교류도 중요하지만 6.15와 10.4선언이 증명하듯 남북 당국 간 관계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통일 준비를 본격화하는데서 더는 미룰 수 없는 독자적인 중대과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즉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이나, 또는 북의 경제건설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이 가장 주된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주목적은 우발적인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전반을 개선하는 것 자체이며, 이것이 바로 통일여건 조성이다.

 

 

 

4. 미국은 왜 평창올림픽을 지지하는가?

 

그럼 이제 미국을 보자. 미국은 북의 신년사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 않았으나, 며칠 후 비교적 조율되고 일관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평창을 100% 지지한다고 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가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넘어 남북대화가 더 유지되면 4월 이후에도 대북 군사행동을 안 한다는 얘기로 들릴 만하다. 월스트리트저널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조선) 국무위원장에 대해 “아마도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인 듯하다”고 생뚱맞은 소리도 했다.

 

미국의 최근 변화된 태도로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이 당황하고 놀랄 만도 하다. 지난해에 전쟁이 나도 한반도에서 나는 것이라며 한반도에 안하무인으로 들이대던 미국의 ‘미치광이 전략’은 어디로 간 것인가? 미국이 원래 평창올림픽 행사에 큰 관심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오히려 미치광이 전략 수행의 방해물로 여겼을 법하다. 그러던 미국이 왜 펜스 부통령과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다며 요란을 떠는 것일까?

 

내막은 이런 것 같다.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북이 비핵화 의향 신호를 보낼 준비가 돼야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북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음을 지난 여러 차례 비공개 북미 접촉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를 더는 기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북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전략은 완전히 파산되어 길을 잃었다.

 

게다가 올해 북은 핵무력을 더욱 증강하고 지난해 이상의 대미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려다 실패한 처지에서 올해의 주 관심사는 승산 없는 북과의 전쟁이 아니다. 미국에게 이로울 게 없는 지난해와 같은 양상의 북미대결을 피하려는 것이다. 북은 반세기 이상 미국과 벼르며 다시 전쟁할 각오와 준비가 된 나라이지만, 미국은 본토 핵 공격과 전쟁에 대해 정신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대비 태세가 생각보다 허술한 나라이다. 미사일 방어망은 군산복합체의 돈놀이 대상이지 현실적인 방어무기가 되지 못한다. 이것을 지난해 북미 전쟁위기 고조 과정에서 미국 국민들도 다 알아버렸다.

 

더욱이 올해 11월 미국에서는 중간선거(총선)가 있다. 현재로선 공화당의 승리 가능성이 별로 없으며, 특히 이번 중간선거는 대통령 지지도가 역대 최악인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 변곡점이다. 이미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조선) 문제를 조용히 넘기거나 아니면 해결하거나 뭐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최소한 악재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전쟁과 협박, 국제 제재가 통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것은 대화밖에 없다. 미국이 먼저 나서는 굴욕적 대화는 싫고, 무언가 명분이 있는 대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을 것이다. 대화와 일정한 휴지기를 절실히 원하는 것은 지금 북이 아니라 미국이다. 그러던 차에 북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안함으로써 뜻밖에 평창이 미국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파산한 미치광이 전략을 수선할 시간과 계기가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미국이 대화를 통해 대북 적대정책을 전격적으로 전환할 준비가 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이 이제 와서 북에 대한 비핵화 주장을 물리고, 북미 대화를 하자고 하기는 국제 망신이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명분상 가능치도 않는 북 비핵화 문제를 ‘장기 과제’로 두고 대화를 시작하는 방안이다. 북 비핵화가 대화 시작의 전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비핵화를 다루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미국의 꼼수전략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이지만, 그것은 분명히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틸러슨 국무장관의 속내는 이런 것으로 읽힌다. 지난 4일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0일 해프닝으로 끝난 틸러슨의 북한(조선)과 “조건 없는 첫 만남” 발언 직전에 중국 베이징에서 북미간 극비접촉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북미간 접촉이 틸러슨의 ‘무조건 대화’ 발언의 배경이 됐다는 관측이다.

 

북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전쟁 협박을 앞세운 ‘미치광이 전략’은 이미 전략적 의미를 상실했다. 상대방에 가할수록 되레 부메랑이 되어 자국 본토 방위와 안전을 위협하고 정치적 위기로까지 번지는 ‘악수’가 어떻게 국가전략으로 기능하겠는가. 북의 핵무력 완성 이후 미국과 북한(조선)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언론보도와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느긋한 것은 북한(조선)이고 초조한 것은 미국이다.

 

 

▲사진 : 뉴시스

 

5. 평창, 제한적으로 열린 소중한 ‘통일’ 공간

 

먹구름 가득했던 하늘에 한 줄기 빛이 뿌려졌다. 평창올림픽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개최 요구와 북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미국의 한숨 돌리려는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생겨난 귀중한 예상 밖의 공간이다. 북이 말하는 ‘전략국가’의 견지에선 주도적이고 포괄적 정책의 의미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하다.

 

평창올림픽이 어렵게 열린 소중한 공간이긴 한데, 매우 불안한 요소들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 전환의 기본문제인 북미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국제 제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래서 이 열린 공간은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 반면에 이 국면이 쉽게 깨지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이 휴지기를 깨면 다시 북미간 극한대결로 돌아가리란 게 불을 보듯 뻔한 미국의 딜레마다.

 

미국은 이 휴지기 동안 북의 대미공세가 격화되지 않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남북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진척되지 않기를 원한다. 반면 북은 평창을 디딤돌로, 남북관계 개선과 6.15 부활을 위해 최대한 나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렇게 남북관계가 급진전되는 양상을 차단하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적이 없다. 따라서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시급한 남북의 군사적 진장완화 문제는 대책을 찾을 것 같다. 북미 모두가 지난 2015년 목함지뢰 사건 이후, 우발적 남북 충돌에 의한 전면전쟁은 막을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공간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속단할 수 없는 게 이런 조건들 때문이다. 남북이 예상하는 다양한 행사(6.15, 8.15대회, 전민족대회, 북 9.9절)의 순조로운 진행 여부도 마찬가지다. 평창올림픽 이후 4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 내지 중단하리라 예상하지만, 만약 하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그래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대중적 힘으로 실제 중단시키는 투쟁의 절박성도 느끼게 된다. 또 모처럼의 기회에 비관적 전망보다는 여러 행사의 성공적 개최로 통일 기운이 세차게 타오르길 기대해본다. 남과 북이 양보하고 지혜를 모으고 때로는 민족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릴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일시적 휴지기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이 휴지기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안팎으로는 통일과 반통일을 둘러싼 새로운 대결임은 두말할 필요 없다. 최후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최후 대결은 이 휴지기를 넘어선 어느 시점에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남북미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으나, 우리에겐 너무나 갈망하던 귀중한 작은 공간이 열렸다. 이를 통일에 이바지하는데 백분 활용해 작은 공간을 대통로와 광장으로, 나아가 더는 돌려세울 수 없는 민족의 통일열기로 승화시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출처: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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