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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2> ‘쓰러지고 있는 군사분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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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8-01-14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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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2> ‘쓰러지고 있는 군사분계선’
김양희 기자가 6.15산악회와 함께한 금강산참관기

본사 김양희 기자가, ‘6.15한마음 통일산악회’가 주최한 ‘2008년 금강산 신년산행’(1.5-6)을 다녀왔다. 김양희 기자는 2006년부터 ‘통일뉴스’에 평양일기, 개성일기, 금강산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참관기를 써 왔다. 이번에는 1박2일간의 짧은 금강산 산행이지만 서너 차례에 걸쳐 ‘금강산참관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우리 땅에서 달러를 쓰다니”

   
  ▲ ´남과 북이 만나는곳´ [사진 - 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얼마쯤 왔을까? 강원도를 넘어와 작은 휴게소에 들른 6.15산악회 일행은 기지개도 켜고 경직된 몸을 풀었다. 찬바람을 쏘여 잠이 깨서인지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났다.

나는 무심결에 내 뒤에 앉은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들은 개성과 평양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개성지역 관광을 갔었는데 해설 강사가 너무 재밌게 설명을 해줘 인상이 깊었다는 이야기, 또 북녘 사람들이 얼마나 세심히 남녘 손님들을 맞는 지 등의 내용이다.

특히 개성에서 인삼차를 대접 받았는데 일회용컵의 재질이 얇아 뜨거운 물을 넣으니 우그러들었단다. 조금씩만 따랐으면 좀 덜했을 텐데 봉사원들은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하면서도 남녘 손님들에게 한 모금이라도 더 대접을 하려고 한 것이라고. 컵이 뜨거워 떨어뜨린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의 소박하지만 깊이 배려하는 마음만은 잘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북녘 땅을 처음 밟는다는 정해랑 경희총민주동문회 회장은 “분단의 아픔이다. 우리 땅에서 달러를 쓰다니” 한다. 뎅~ 순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 금강산, 개성, 평양을 몇 차례 오가며 달러를 쓰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고민해보지 않았던 내가 참 너무 무심했다. 깃털의 몸짓이 세상을 바꾼다 했다. 작은 생각일지라도 이런 생각이 모이고 모이면 이를 개선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차는 그러고도 한참을 달려 새벽녘 화진포휴게소 근처의 황태 해장국집에 도착했다. 불편하게 한참을 달린 터라 입맛이 있을 턱이 없지만 지금 아침을 먹지 않으면 구룡연 등산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 전까지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 무조건 먹어야 한다.

황태는 눈 많고 바람 무성한 산악지대에서 말린 명태를 말하는 것으로 밤에 얼어 팽창했다가 낮에 녹아 수축하는 현상을 4개월이나 거쳤기 때문에 바닷가에서 건조한 북어에 비해 속살이 솜같이 부드럽고 고소하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군은 국내산 명태 어획량의 62%를 차지하기 때문에 명태나 황태 관련 식당이 많다.

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연도가 기록되지 않고 있으나, 아주 오래 전부터 북녘 땅인 함경도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6.25 사변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은 휴전선 부근인 속초 등지에서 실향민들과 함께 터전을 닦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함경도 지방과 날씨가 흡사한 진부령 일대와 대관령 일대에서 함경도 사람들로부터 황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덕장에 걸린 황태는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겨우내 서서히 건조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좋은 황태가 되는데, 마른 후에도 외형은 물에 불린 것처럼 통통하고 노랗거나 붉은 색이 나며, 속살은 희고 포슬포슬하여 향긋하고 구수한 맛을 낸다.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다른 법, 그 맛 좋은 황태해장국을 맛도 못 느낀 채 급히 넘기고는 차에 올랐다. 어서 화진포아산휴게소에서 차를 바꿔 타고 남북출입사무소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쓰러지고 있는 군사분계선’

   
  ▲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 [사진 - 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오전 6시쯤 화진포아산휴게소에 도착하니 현대아산 직원들로 구성된 조장이 차에 올라 임시여권의 기능을 하는 관광증의 취급여부 등을 설명한다. 관광증은 금강산 지역에서 나의 신분을 증명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언제나 목에 걸고 다녀야 한다.

남측의 출입 사무소에서 출경 수속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비무장지대로 향한다. 신년맞이 산행을 떠나는 단체들 때문에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서인지 조장이 부족해 조장 1명이 3개의 차량을 담당해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우리는 금강산을 수차례 다녀온 범민련 남측본부 이경원 사무처장을 임시조장으로 세우고 그와 함께 운전기사 아저씨로부터 설명을 들어야 했다.

7번 국도를 따라 북녘으로 향하다보니 왼쪽으론 전쟁기념관이 건축 중이고 오른쪽에는 동해선 철로가 길게 놓여 있다.

기사 아저씨는 “동해선이 시범 운행을 했지만 남측은 소실된 부분이 많아 새로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하는데 개인이 소유한 땅 수용 등의 여러 새로운 문제들이 산재해있어 정식 운행까진 오래 걸릴 것이다”고 말했다. 생각이 다른 북녘과도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남녘 사람들 사이에서 합의하기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대전차방호벽을 지나 비무장지대(DMZ)에 들어섰다.

기사아저씨는 “일부 군대에 다녀온 남자들도 무슨 선이 그어진 것이라고 알 정도로 군사분계선에 대한 오해가 큰데 군사분계선은 2Km마다 말뚝 같은 표석을 박아놔 표시했다”며 “너무 작고 초라해 차가 지날 때 못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으니 각별히 신경을 써 보라”고 당부했다. 이곳에 있는 표석은 전체 1292개 표석 중 서쪽으로부터 1290번째 표석(동쪽으로는 3번째)이라고 한다.

나는 이제까지 군사분계선의 표석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봤다. 아주 낡고 낡아 삭아 내릴 듯한 말뚝이 비실비실 서 있었다.

비무장지대 안에서의 작업은 북측과 유엔사측이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쩜 이것은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을 당시 박아 놓은 표석 그대로 일 수 있다고 일행 중 한명이 말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곳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표석은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깎이고 부식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지는 것과 반비례해 표석은 삭아 내리고 있는 모양을 보며 어서 빨리 망가져 1292개의 표석이 1000개가 되고 500개가 되고 10개가 되다가 다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물론 그 전에 다 뽑아내야겠지만...

군사분계선의 표석 말고도 가로등을 보면 남과 북의 경계를 알 수 있다.

남녘땅에서는 분명 가로등의 아래쪽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북녘 땅에서는 색이 칠해져 있지 않다.

우리가 지나치는 도로는 남과 북이 하루씩 교대로 지뢰제거 작업을 해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조그만 틈으로 둑이 무너지고 봇물이 터지듯, 이 작은 도로가 한반도의 평화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북측 군인을 둘러싼 두 가지 견해

북녘의 비무장지대로 들어섰다.

간간히 보초를 서고 있는 군인이 눈에 들어오는데 조금의 움직임도 없어 “사람인가?”할 정도다. 일행은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조금의 미동도 않는 북녘 군인들을 보며 ‘누가 움직이나’를 찾을 정도다.

이때 운전기사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고서는 “북녘 군인들은 관광객들이 인사를 해도 인사도 안받고 싸가지가 없다”고 대뜸 말한다.

이에 이경원 조장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중인데 어떻게 인사를 합니까? 금강산을 찾는 사람들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고 대꾸한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 인사도 안하고 싸가지가 없다고 하는 운전기사, 근무 중인데 어떻게 딴 짓을 하냐는 이경원 조장의 견해차는 컸다. 다만 결혼을 하려해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상대방을 진정 아끼고 이해하고 배려를 해야 하는 것처럼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을 만들어 갈 것이라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북측의 출입경 사무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입경절차를 받아야 북녘 땅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는 이곳을 매일 오가는 운전기사 아저씨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이라고 한다. 대신 우리와 같은 임시 관광증이 아니라 통일부에서 방문 증명서를 따로 받아 사용하고 있다.

일행이 빠른 입경 수속을 밟기 위해 관광증에 기재된 번호에 맞춰 재빠르게 줄을 서는 동안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비로소 금강산에 온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입경 절차를 마치고 나오는데 북측 인사가 한 일행에게 “사진이 왜 이렇습니까?”하며 붙잡았다고 해 웃었다. 남녘에서는 일반적으로 머리 모양도 각양각색인데다 성형수술도 많이 하고 특히 뽀샵처리를 한 사진들이 많아 통관절차 시 북녘 분들이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주 가끔은 다른 사람이라고 오해를 해 벌금을 내기도 해야 한다니 금강산 관광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너무 예쁘고 잘생긴 사진을 내지 마시길...

다시 찾은 금강산

   
  ▲ 금강산 구룡연 등산로 입구. [사진 - 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차에 다시 올라 금강산으로 향한다. 눈앞에 들어오는 산도 돌에 무슨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기이한 모양을 자랑한다. 운전기사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금강산의 부스러기쯤 되는 산이라고.

이경원 조장은 오른쪽의 큰 호수를 가리키며 “호수의 이름은 감호로 맑게 비친다는 뜻이다”며 “사람 가슴까지의 깊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운전기사 아저씨와 이경원 조장 사이에 또 한 번의 마이크 쟁탈전이 벌어졌다.

기사 아저씨가 “여러분 1박 2일 잘 오셨습니다. 이틀이면 됐지, 금강산에서 딱히 할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의 시작.

이에 이경원 조장은 “아니 아저씨, 금강산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외금강은 물론이고 내금강도 아름답다고 해서 가고 싶은데도 못가는 것이 안타까운데... 1박2일이 아니라 일주일을 있어도 좋은 곳이죠”라고 말하자, 기사 아저씨도 지지 않고 마이크를 빼앗아 “내금강은 폭우로 인해 길이 소실돼 지금은 관광이 중단됐다”고 답한다.

1박 2일 관광 신청을 잘했다는 의미이고, 매일 가는 회사가 정말 즐겁고 짜증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 그래도 아저씨의 말씀은 조금 과하다 싶다.

그동안 통일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금강산에 다녀오면 관심이 높아진다는데 금강산 관광버스를 운전하시는 분들, 새벽부터 많이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세요. 아저씨들이 민간통일사절단입니다~

   
  ▲ 구룡연 입구에서 북측 안내원이 등반로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온정각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숙소인 구룡마을에 들러 짐을 풀고는 구룡연 등반길에 올랐다. 구룡연 입구에서는 북측 채정혜 안내원이 목란관, 옥류동, 비봉폭포 등을 거쳐 구룡연에 오르는 등반로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할머니가 보이자 “로인(노인) 걸음으로 3시간이 넘게 걸리니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면서.

드디어 금강산 등반이 시작된다. 금강산은 예로부터 김삿갓, 정철 등 이름난 문인들이 노래를 한 아름다운 곳이자, 작년 금강산 산행일정 중 동생 삼은 철남이와 남송이가 있는 따뜻한 곳이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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