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서해상 북방한계선)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을 비롯 보수매체들은 NLL은 영토적 개념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최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서해 NLL은 영토개념이 아닌 안보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발언과 연동되는 진보진영의 논리는 NLL은 영토문제로 봐서는 안되고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NLL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NLL은 영토개념으로 봐야할 것인가, 아니면 안보개념으로 봐야할 것인가?
NLL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에 대해 문답식으로 정리해보았다.
◆ NLL은 합법적 해상 경계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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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한계선(NLL)과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경계선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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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서는 육상지역의 군사분계선만 합의하고 해상경계선은 확정하지 못했다. 유엔군 사령부는 해상 경계선의 부재에 따른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1953년 8월 30일 동해 및 서해에 북측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NLL을 설정했다. 동해는 지상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서해는 서해 5개 도서와 북측 지역과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강하구로부터 서북쪽으로 12개 좌표를 연결해 설정했다.
NLL설정 배경에 대해 국제법 전문가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당시 우세한 해군력을 동원한 이승만 정부의 북진공격을 두려워한 유엔사가 남측 해군력의 북진 한계를 내부적으로 규제할 필요에서,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이 일방적으로 NLL을 내부적 ´작전 규칙´의 일환으로 해군에만 전달하고 북측에 정식 통고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NLL은 영토개념이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도 NLL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정전협정 서명을 거부했던 이승만 정부가 독단적을 북진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영세어민들이 무단으로 북한 영해에 들어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월북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남측 선박의 월선 금지를 위한 남측 내부용 월선 금지선으로, 클라크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이라고 정의했다.
◆ 북한도 20년 이상 묵시적으로 NLL을 인정했다고 하는데? NLL재설정 논의를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측은 ´북한도 지난 20년간 묵시적으로 NLL 인정했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지난 6월 26일 국방부는 ´NLL에 관한 입장´이란 책자를 발간, "유엔군에 의해 설정됐지만 남북 군사력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고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데 유용한 선이었기 때문에 당시 해군력이 미미하던 북한에는 더없이 고마운 선이었다"며 "따라서 북측은 NLL이 설정된 이후 근 20여 년 간 NLL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장희 부총장은 "1957년 초부터 북한 경비정이 5개 도서의 연안을 순시하기 시작했고 종종 한국어선을 나포해 갔다"며 "북한이 NLL을 묵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은 법적 의미가 희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도 "북한은 73년 12월 ´서해 5개 도서 주변수역은 북한의 관할수역´임을 선언해 북방한계선을 불인정하고 영해 확대선언을 했다"며 "이 선언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은 의도적으로 해마다 2-30건의 월선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박경순 소장은 사실 NLL문제가 1950-60년 대 큰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만 해도 대부분 NLL지역은 영해가 아닌 공해지역이기 때문에 남북의 배들이 NLL을 넘나드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국제법적 권한이 양측 모두에게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 현재 북측의 입장은 무엇인가? "NLL은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비법적인 ´유령선´이기 때문에 경계선으로 인정할 수 없다."
-2004년 6월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입장.
"북방한계선은 어떤 계선인가, 냉전시대에 미국 놈들이 그어놓은 계선이다."
-2007년 7월 26일 6차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 종결 발언 중 NLL에 대해 북측은 유엔사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유령선´인 만큼 정전협정은 물론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은 73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뒤 끊임없이 월선 등을 감행하며 남측과 갈등을 빚어오다 결국 남북은 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 합의서 등을 통해 새로운 해상 경계선을 협의해 가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94년 이후 북핵문제가 대두되면서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 이행을 위한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고, 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던 서해 앞바다 상에선 결국 99년, 2002년 2차례에 걸쳐 이른바 ´서해교전´이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북이 지난 1999년 제시한 해상경계선은 연평도와 백령도는 물론 연평어장 일대까지 북측 영역으로 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측의 반발을 불러일켰지만, 최근 6차 장성급 회담에서 북은 ´연평도-백령도´ 공동어로수역을 제시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차 회담까지 북은 ´공동어로수역이 새로운 해상경계선 확정을 전제로 설정한다´고 못박고 있었다.
북측 김영철 단장은 서해해상충돌방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요구하며 "남측은 평화체제수립의 당사자라고 말만 하지 말고 상정된 문제 토의에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달라붙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우리 정부 입장은? 정부의 기본 입장은 지난 92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 합의서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서해상 서로 불가침 경계선을 설정하기 위해 남북이 계속 협의를 한다는 것이 남북 간 합의사항이고 그 합의사항을 이어가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 고위 소식통은 NLL문제에 대해 "틀을 바꿔 서해상에 평화정착이 올 수 있다면 NLL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공동어로수역을 설정해 남북이 동일한 면적을 관할한다면 양쪽 다 손해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재설정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러나 군과 한나라당, 보수진영은 이에 대한 논의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심각한 남남갈등도 우려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NLL과 관련된 우리 입장은 언제나 변함이 없으며 재설정문제를 들어본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