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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만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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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1-10-04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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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만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
<칼럼>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북한은 현실이다’
2011년 10월 04일 (화) 07:54:55 정창현 tongil@tongilnews.com
정창현 (<민족21> 대표, 국민대 겸임교수)


2003년 초부터 2005년 초까지 북핵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를 맡았던 이수혁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최근 자신의 외교 경험을 닮은 단행본을 펴냈다. 『북한은 현실이다』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일독했다.

“북한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통일외교 전략 수립에서 이상의 세 가지 가설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이들 가설은 미래까지 지속되면 안 된다는 의미의 반어적이고 역설적인 것이지만 그동안 체험한 우리 민족의 거대한 벽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북한 문제를 이념이나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근본적인 체제 전환을 이룰 수 있는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묘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남북관계의 현실주의는 상호 존중

그러나 ‘현실주의자’를 자처한 이 전 차관보가 결론으로 제시한 정책 제언은 다분히 추상적이다. 그는 “북한 내부 정세, 미.중의 세계적 힘의 변화, 남.북.미.중 4개국 간 상호 관계의 변화,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 북핵 문제의 진전, 통일 전망 등 여섯 가지 한반도 핵심 관심사를 면밀히 관찰해 대응해야 한다”며 “평화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 불용, 북핵 불용, 국내 문제 불간섭 등 세 가지 원칙을 확인하고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결연한 자위권 행사, 북핵 문제의 근본적 접근, 가치 공유와 공동체 실현 등 3개 전략 및 한.미 동맹 유지, 한.중 관계 강화, 남북 교류 발전 등 3개 실천사항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제시한다.

대체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에 우리 정부가 추구했던 방향과 일치되는 사항들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 원칙과 실천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4년째 꽉 막힌 현재의 남북관계를 풀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한가한 주장으로 다가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이후 지금까지 ‘북한붕괴’, ‘북한 체제 위기’라는 ‘이념’에 빠져 떨어지지도 않을 ‘사과’ 밑에서 손을 벌리고 기다리기만 했다. 그런 사이에 북한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고, 중국․러시아 등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장기 경제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파탄나면서 동북아에서 한국의 정치.군사적 입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북한의 ‘현실’을 한 측면만 과도하게, 그것도 색안경을 끼고 인식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놓쳐 버렸다.

뒤늦게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정부와의 교감’ 아래 개성공단을 방문했고, 신임 통일부장관은 스스로 “내 이름이 ‘류(유)연성’으로 바뀌었다”고 농담할 정도로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류 장관이 지난 10월 30일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과 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수준의 회담은 여건이 맞으면 진행하는 것”이라고 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남북 당국대화의 복원에 나서고 있다. ‘제2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통일경제특구법(안)’ 통과도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늦게나마 현실주의적 대북정책으로 전환한 것일까?

이명박 정부의 유연성 강조는 현실주의적 대북정책 전환?

여전히 미심쩍다. 남북대화를 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고려하고,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북한 관리’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2009년과 2010년에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하고도 리더십 부재와 내부 반발로 무산시킨 사례를 들어 남북대화에 합의하더라도 그것을 성사시킬 수 있는 능력과 현실주의적 인식이 이명박 정부에 있을지 회의적 견해를 표명한다.

북측과 남측 시민.통일단체의 요구수준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여러 경로를 통해 남측이 진정으로 정세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반평화적이고 반통일적인 대결자세에서 벗어나 이미 북과 남이 최고위급에서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전면 이행하는 데로 방향 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측의 시민.통일단체들도 ‘10.4남북정상선언’ 4주년을 맞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했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일관되게 부정해온 이명박 정부가 이제 와서 이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10.4선언의 합의사안을 일부 이행하는 것으로 남북이 접점을 찾을 기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 개최가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구상찬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인한 우리측의 피해가 1조원을 넘어선 반면 북측의 피해는 약 7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가 현실을 직시한다면 당연히 금강산 관광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금 이명박 정부에게 필요한 현실주의다.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1년 넘게 임기가 남아 있다. 대화 없는 남북관계는 여러 모로 부담이다. ‘북미.남북대화 병행’ 추진을 모색하고 있는 북한 측으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기간에 남북대화가 복원되는 것이 차기 정부에 주는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이다. ‘천안함.연평도사건’을 이명박 정부 때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한 번 짓는 것이 향후 남북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 주에 라진(북한)-하산(러시아)을 잇는 철도현대화 사업이 끝나 첫 열차시험운행이 실시된다. 남측 정부가 ‘사과’가 떨어지지만 기다라고 있을 때 ‘이념’이 아닌 ‘현실’을 선택한 북한은 차근차근 인프라 건설 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우리 정부가 ‘현실’로 받아들여 외교안보라인의 혼선을 끝내고 ‘합의’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정부와 여권 내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북한뿐만 아니라 남측의 시민.통일단체도 ‘유연성’을 내세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에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3일부터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 남북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허한 ‘원칙’을 고집하기보다 상호 실천 가능한 ‘방안’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북한을 ‘이념’이 아니라 ‘현실’로 받아들일 때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신대, 방송대, 상명대 등에서 강의했다. 1994년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통일문화연구소)에 전문기자로 입사해 10년간 주로 남북 현대사, 남북관계 분야 기획연재를 담당했다.

KBS "현대사 다큐멘터리 극장",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등의 방송프로그램에 자문으로 활동했으며, 통일부.국가기록원 자문위원과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활동하며 『한국현대사』(1~4),『한국역사』,『한국역사입문』등의 집필작업에 참여했다.

저서로 『곁에서 본 김정일』,『인물로 본 북한현대사』,『변화하는 북한 변하지 않는 북한』,『북한사회 깊이 읽기』,『북녁의 사회와 생활』,『CEO of DPRK 김정일』,『KIM JONG IL of NORTH KOREA』,『남북현대사의 쟁점과 시각』 등을 출간했다.

공저로 『발굴자료로 쓴 한국현대사』,『실록 박정희』,『WWW.한국현대사.com』,『남북정상회담600일』,『朝鮮半島のいちばん長い日』, 『박병엽증언록1-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박병엽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등이 있다.

현재 (주)이제이컨설팅 대표, 국민대 교양과정부 겸임교수,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집행위원, 경실련 통일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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