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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블랙홀’ 된 NLL, 제대로 알아야 전쟁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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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0-12-20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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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블랙홀’ 된 NLL, 제대로 알아야 전쟁 막을 수 있다
[주장] 보수세력의 무지야말로 바로 안보불안의 화근

(오마이뉴스 / 김갑수 / 2010-12-20)


▲ 연평도 포격 당시 상황도 ⓒ고정미

북측이 2차, 3차 대남 타격을 ‘구두’와 ‘문서’ 양면으로 경고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군부는 요지부동으로 연평도 사격 훈련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남측은 북측이 추가 도발을 해 올 경우 전투기로 응징, 폭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측은 ‘전면전’과 ‘핵 사용 불사’까지 입에 담음으로써 우리 민족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비극적인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과 북, 최근 모든 비극의 근원에는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이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한 것은 그 비극이 거의 똑같은 이유로, 거의 똑같은 장소에서, 거의 똑같은 양상으로 벌써 다섯 차례나 되풀이되었다는 점이다.

1999년 6월의 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의 2차 연평해전, 2009년 11월의 대청해전, 지난 3월 26일의 천안함 침몰과 11월 23일의 연평도 포격 등은 모두 NLL에서 발생한 비극들이다. 이로 인해 최소 백 명이 넘는 남북 청년이 꽃다운 목숨을 수장해 버렸고, 그때마다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들은 서늘한 전쟁의 공포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우리 영해에서 우리가 훈련하는데 왜 북한은 트집을 잡는가?’

이 글은 이 지당한 질문에 대해 답변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질문은 지당하지만 답변은 참으로 어렵다. 이런 질문에는 대체로 파토스적인 요소들, 이를테면 ‘복수의 충동’이나 ‘이기적 정열’ 또는 ‘애국의 정념’ 같은 것들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논리는 간단히 도출된다. 남측의 사격 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그 지점, 즉 NLL 이남의 바다가 남측 영해라면 우리의 질문은 정당한 것이다. 반대로 그곳이 북측의 영해라면 우리의 질문은 우문(愚問)이 된다. 그리고 우문에도 현답(賢答)은 있을 수 있다.


보수세력의 무지가 안보불안의 화근

▲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맞서 우리 군이 대응사격한 K-9 자주포 10여 발이 북한 무도 진지에 떨어졌다는 증거로 2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추가로 공개한 위성사진. 지도에서 노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K-9 자주포 탄착점으로, 이 중 두 발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근처 10m 이내에 떨어졌고 또 한 발은 막사 근처 25m 이내에 떨어져 K-9 자주포의 살상 반경(빨간색 큰 원으로 표시)이 50m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군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국정원은 추정했다고 밝혔다. ⓒ남소연

때를 맞추어 한국 보수세력의 대표라고 자임하는 <조선> <중앙> <동아>는 일제히 NLL에 대하여 제 나름의 식견을 피력하는 기사를 내 놓고 있다.

우리 해병대는 서해 5도에 주둔한 이후 수십 년간 거의 매월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훈련을 해왔다. 북한 스스로 지금껏 보아오던 훈련을 느닷없이 도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대한민국이 1953년부터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연평도 남쪽을 포함한 북방한계선(NLL) 이남 해상을 ‘북의 영해’라고 갑자기 주장하는 건 공연한 생떼다.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北 연평도 사격훈련 誤判하지 말라’에서)

<조선일보>는 그동안 북측이 NLL 이남에서의 남측 훈련을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수십 년간 보아왔다는 점, 그리고 대한민국이 NLL 이남을 1953년 이래 실효적으로 지배해 왔으니 남측의 영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왕 그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대로 할 수 있다’는 논리로서 이른바 ‘응고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수학계의 일각에서 제기하는  ‘NLL 응고설’은, 역사적인 팩트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을 왜곡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조선>의 주장과 달리 북측은 이미 1957년 초부터 해군 경비정으로 그들의 연안을 순시하기 시작했고 가끔씩 한국 어선들을 나포해 갔다. 1957년 11월에는 연평도 부근에서 조업하고 있던 남측 어선 56척을 나포했는데 그 이유는 이 어선들이 자기들의 영해 깊숙이 침범했다는 것이었다. (※ 북측은 나포 어선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어부들에게 북한 관광을 시켜주고 배를 수리해 준 뒤 물고기를 실어 남측으로 보내주었다. 단 북한 출신 어부는 송환하지 않았다.)

또한 북측은 1973년 12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346차 회의, 1989년 7월 449차 회의, 1999년 8월 장성급 회담 등에서 NLL의 불법성을 줄기차게 지적하면서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협의하자고 유엔군 또는 남측에 제의하기도 했다. 이로 보아 ‘북한이 그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자기 영해라고 주장한다’는 <조선>의 사설은 팩트에 명백히 어긋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실시되는 사격훈련은 우리 영해에서 우리가 실시하는 정당한 훈련이다. 북한은 1999년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분계선을 근거로 북측 수역에 대한 무력도발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자기 영해에서 자기 군대가 훈련을 하는 것은 주권국의 고유하고 당연한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조약, 유엔 헌장을 위반한 무력도발로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자위적 타격 운운하며 추가도발을 경고하고 나섰으니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18일자 <중앙일보> 사설 ‘만반의 대비 태세 갖추고 사격훈련 임해야’)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996년 7월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 천용택 의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5㎞나 넘어왔는데도 국방부 대응이 미흡하고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도된 경위가 무엇이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자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은, “북한 함정이 해상 북방한계선을 넘어와도 정전협정 위반과는 관련없다”라고 대답한다. 왜 국방장관이 그것도 김영삼 정권의 장관이 그런 소신성 발언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이양호 장관은 현역 대령 시절 판문점 연락장교단장을 맡은 적이 있다.

또한 <중앙> 사설은 북한이 1999년 ‘일방적으로 해상분계선을 선포했다’고 했는데 이것은 틀린 지적은 아니다. 다만 선포의 일방성을 따지자면 NLL 역시 일방적으로 선포된 것이라는 점을 함께 지적해야 공정할 터이다.

NLL에 관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이문항’이라는 사람이 있다. 미국명 ‘제임스 리’로 활동한 그는 1968년부터 1994년까지 26년 동안 정전위원회 유엔군 수석대표 특별고문을 지냈으며 미국정부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보수인사다. 이규항의 증언이 담긴 저서 <JSA 판문점>에 의하면, 그의 주요 임무는, ‘정전협정 조항과 합의정신 및 목적, 과거 사례들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유엔사령부에 제공함으로써 유엔 측의 실수를 예방하는 일’이었다.

▲ 북한의 포격을 맞은 연평도에서 가게를 운영했던 한 주민이 11월 26일 오전 간단한 짐만 챙겨 불타버린 상가 골목을 나서고 있다. ⓒ남소연

1966년 4월 군사정전위원회 분석관 직을 맡은 그는 군사정전위원회 작전과에서 만든 지도에서 NLL을 발견하고는 곧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는 주한 미 해군사령부에 가서 기록을 뒤져 NLL을 찾아낸다. 결과 NLL은 남북군사분계선이 아니라 UN 사령부가 1958년 설정한 ‘작전통제선’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결국 NLL은 정전협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유엔사의 일방적인 통제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NLL이 정전 직후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가 그어 놓은 북방한계선이라는 기존 학계의 견해에도 구멍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규항이 확인한 그 기록에 ‘2급비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NLL이 매우 일방적으로 그어진 경계선임은 물론 북측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어진 유엔사 ‘내부지침용’이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1960년 비밀 해제로 표면화됨.) 처음에는 NLL이란 것이 있는 줄도 몰랐던 북측은 이를 인지하게 된 후 여러 차례 NLL의 불법성을 제기하다가 유엔 측이 협의를 회피하자 서해 5도의 항해로를 보장하는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게 된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당시 육지에는 휴전선이 명확히 그어졌지만 바다에는 휴전선이 없었다. 유엔군이 6·25전쟁 때 한반도 주변의 모든 바다와 섬을 100% 장악했던 상황이라 북한은 바다에서의 휴전선을 이야기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유엔군은 바다에도 북한과의 경계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1953년 8월 30일 NLL을 확정했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및 유엔 선박이 올라가는 북방의 한계를 정한 선이었다. (<동아일보>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기고문 ‘서해 NLL 양보하면 수도권 못 지킨다’ 중에서)

<동아일보>의 이 기고문은 정전협정 당시의 전세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이 한반도 주변의 모든 바다와 섬을 100% 장악했던 상황이라 북한은 바다에서의 휴전선을 이야기할 형편도 못되었다’는 주장은 다소 황당한 논리로 보인다.


“agreed to disagree”, 동의하지 않는 데에 일치하다

또한 <동아>의 주장은 전반적으로 이규항의 증언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 주장에 대한 반박은 이규항의 증언으로 대신한다.

첫째로 지적해야 할 것은 정전협정에 의거해 그어진 서해 상 군사분계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전협정 체결 전 북측과의 협의에서 북한 측은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 경계선을 준용해 서해 상에 군사경계선을 긋자고 주장했지만 유엔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유엔사 측은 북측 주장에 동의할 경우 정전협정 13항 b목에 따라 유엔사 관할 하에 있는 서해 5도를 북측 관할 수역 내에 두게 되기 때문에 이 제의를 일축했다. 북한이 1973년 12월 1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346차 군사정전위에서 또다시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 경계선을 연장한 선을 서해 상 군사경계선으로 삼자고 주장할 때까지 20년 동안 더 이상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북한군과 유엔군사령부는, 정전협정과 관련된 한, 영해(territorial waters) 범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일치했다”(agreed to disagree). 유엔사 측은 3해리 영해를 주장한 데 비해 북측은 12해리를 주장, 양측은 정전협정에 “인근수역”(waters contiguous to)이라는 모호하고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이 용어는 구체적인 영해의 범위를 확정하지 않은 채 다만 “~에 연해 있는 수역”(waters adjacent to)을 의미할 뿐이다. (*필자 주, 현행 국제법은 12해리를 인정하고 있다.) - 이규항 2007년 9월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NLL 해결, 제3의 길

▲ 북한군의 포격으로 전기마저 끊긴 연평도는 11월 25일 밤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남소연

이제 NLL은 우리 민족의 평화를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외국학계는 물론 국내의 많은 학자들은 남북 간 해상군사경계선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첫째, 군사분계선이란 정전의 산물이다. 따라서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이 나서서 북측과 협의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NLL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철저히 방관적이었다. 오히려 미국은 남북 간 NLL 분쟁을 조장, 이용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므로 1985년 미국문화원을 기습 점거하여 ‘광주’에 관해 발뺌만 하던 미국으로 하여금 입을 열게 만든 것처럼 NLL에 대해서도 미국에게 압력을 넣어 미국 스스로 해결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둘째, 휴전선 군사정전위원회가 유야무야된 현실에서, 미국은 NLL에 대하여 (공식적으로는) 남북 간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외면해 왔다. 또한 우리 민족끼리의 경계선을 정하는 일을 미국에 맡긴다는 것은 사대주의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4선언에서 NLL 수역을 ‘평화지역’ 또는 ‘공동어로수역’으로 합의한 것은 바로 이런 정신이 구현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미국의 부시와 사전 협의한 사항이었는지는 의문스럽다는 점이다. 물론 작금의 문제는 오바마와 이명박이 노무현-김정일의 10·4 합의를 깨뜨렸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으로 시급한 것은 지금의 전쟁 분위기를 어서 가라앉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 남과 북 양자가 NLL과 해상분계선이 공유되는 수역에 대한 배타적 주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남측은 천안함 사태를 지금보다 현저히 분명한 수준으로 해명해야 하며, 북측은 연평포격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남과 북 양자가 분쟁수역에서 일체의 군사훈련 및 작전을 시한부로라도 일단 중지한다는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 마치 ‘눈썹의 불을 꺼야 하는 일’처럼 화급하다.

 

김갑수 / 소설가


덧불이는 글

이 밖에 보수진영의 논리, 이른바 ‘북한 인정설’, ‘1959 <조선중앙연감>, ‘수해물자접수장소설’ 등에 대해서는 지면관계로 언급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조선중앙연감>의 지도를 면밀히 살피면 북측은 NLL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으며, ‘수해물자접수장소설’은 남측이 제시한 NLL 지점을 북측이 NLL 남쪽으로 수정제의한 사실이 거론되지 않은 불완전한 논리임을 밝힙니다.

 

[출처: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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