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 [연재] 바다물은 한모금만 맛보아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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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3-09 10:0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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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동안 여러차례 북을 방문한 해외동포기업가가 북 방문의 나날에 자신이 실지로 체험한 이야기들로 장편수기 <바다물은 한모금만 맛보아도>를 집필하였다. <조선의 오늘>사이트에 김성옥 해외동포기업가의 수기를 연재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에 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국
바다물은 한모금만 맛보아도 (3)
김성옥(해외동포)
행복의 함수
솔직컨데 행복의 기초와 기준에 대한 나의 화석화된 견해는 조국방문의 나날 완전한 극적 변화를 가져왔다.
조국에 체류하여 두번째로 맞이한 화창한 봄날 나는 어느 한 피복공장의 여성지배인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처녀시절의 아름다움과 순박함이 아직 엿보이는 그의 행동거지는 매우 품위있었는데 옷차림새는 보통여성들과 다를 바 없었다.
면담 과정에 나는 그가 나와 꼭같은 40대이며 공화국의 노력영웅, 시인민회의 대의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노력영웅이라면 특출한 노력적 위훈을 세운 사람들에게 나라에서 수여하는 가장 높은 급의 칭호이며 대의원은 민주주의선거에 의하여 각급 주권기관에 선출된 인민의 대표들을 뜻한다.
그러니 그는 얼마나 높은 위치와 지위에 서있는 것인가.
성공한 인생이 아닐 수 없었다.
참으로 행복한 여성으로 여겨지면서 몹시 돋보였고 그의 명예와 공로가 부러웠다.
면담이 끝난 후 여담삼아 나는 그가 받은 명예와 공로에 대하여 말하며 당신은 참말로 행복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는 선생의 가장 큰 행복은 무엇인가고 물었다.
그 물음에 나의 입에서는 행복의 기초는 돈이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하면서도 그에게서 제일 큰 행복은 무엇일가 하는 호기심이 절로 생겼다.
마침 퇴근시간이 되어 나는 그와 나란히 걷게 되었는데 그는 자기가 걸어온 인생길에 대하여, 그리고 자라온 환경에 대하여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거짓과 위선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고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특히 조국인민들의 사랑관이 머리속 깊이 새겨졌다.
우연히 사랑에 대한 말이 화제에 올랐는데 그는 사랑이란 남녀 사이에 존경과 믿음의 정을 가지고 서로 귀중히 여기며 상대방을 위하고 그리는 열렬한 마음이라고 하였다.
처음듣는 말이여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어느덧 우리는 어느 한 공장의 정문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명판을 보니 락랑영예군인공장이었다.
그는 잠시 딱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그 공장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정말 미안합니다.” 하는 여성지배인의 목소리가 울려 그에게로 돌아서던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삼륜차를 애기의 요람인양 조심스럽게 밀고오는 여인, 틀림없이 여성지배인이었던 것이다.
뜻밖의 경우를 당한지라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할 때 그는 삼륜차에 앉아 있는 남성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는 여성지배인의 남편이었다.
그날 나는 그들에게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들이 어떻게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가정을 이루었는가에 대해, 그리고 그 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남편이 하지 못한 말을 이번에는 여성지배인이 대신하였다.
“사회와 집단, 동지들을 위하여 자기를 서슴없이 바친 저이에게 나의 모든 정과 사랑을 아낌없이 깡그리 다 바치고 싶었습니다. 누가 나에게 영예군인에게 시집가라고 시키거나 또 강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당에서 시대의 금방석에 앉혀준 영예군인의 안해라는 그 부름이 여성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고귀한 칭호로 생각되었고 조국과 인민을 위해 자기의 청춘을 다 바친 그런 훌륭한 청년에게 저의 일생을 바치는 것이 행복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행복에 대한 생각은 제나름이라는데 난 영예군인의 안해, 두 자식을 거느린 어머니가 된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깁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나는 나자신도 부인하지 못하고 공식처럼 안고 있던 행복의 함수에 대한 정의 외에 더없이 고상하며 더없이 아름다운 새로운 행복의 정의가 이 땅, 이 하늘아래 공기처럼 흐르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황금만능의 자본주의사회에서 행복의 함수는 곧 돈이다. 돈만 있으면 문맹자도 국회의원은 물론 자국 영토를 벗어나 외국대사의 명함도 얻게 되며 돈만 있으면 늪 가의 오리도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로 내가 본 자본주의 실상이다.
돈에 대한 동물적 욕구가 얼마나 극한점을 넘었으면 고도의 번영과 ‘만민복지’를 떠드는 자본주의나라들에서 “돈이 없으면 언제나 돈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돈이 있어도 오직 돈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하며 죽는 순간까지도 돈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한다.”, “나의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기는 첫 이혼을 한 직후였고 그 다음 행복한 시기는 네번째 이혼을 한 후였다.”등의 변태적인 목소리들이 서슴없이 울려나오겠는가.
하지만 내가 본 북에서 행복의 함수는 그대로 사랑과 정, 사회와 집단을 위해 바치는 끝없는 헌신이다.
돈과 사랑, 돈과 정, 돈과 헌신, 바로 이 짧은 말 속에 집단주의정신이 공기처럼 흐르고 있는 사회주의와 극단한 개인이기주의가 사회풍조를 이룬 자본주의와의 본질적 차이가 있다.
“바다물이 짜다는것은 한모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도 있듯이 나는 여성지배인과의 만남을 놓고서도 조국인민들의 참된 인생관과 행복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들과 헤어질 때 ‘하늘의 비익조처럼, 땅우의 연리지처럼’이라는 말을 남기였다.
비익조란 사랑을 상징하는 환상적인 새이고 연리지는 두그루의 나무가 어우러져 하나로 되었다는 뜻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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