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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미국 큰언니 출산때 하룻밤 진료비 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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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04-09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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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1) 의료민영화 韓·美·伊 세자매경험으로 본 실태
ㆍ“
예방접종도 수십만원…가족 아프면 파산해요”



서울 종로 3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혜영씨(40)의 세 자매는 우연히도 10년 전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3 대륙에서 첫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서울에서, 큰 언니는 미국에서, 작은 언니는 이탈리아에서 각각 출산을 했다.



“큰 언니는 미국 동포와 결혼해서 미국으로 떠났고, 둘째 언니는 이탈리아에 유학 갔다가 그곳에서 이탈리아인과 결혼했어요. 저는 한국에서 결혼했고요. 세 자매가 미국, 유럽, 한국으로 흩어지게 된거지요.”



1997년 세 자매는 좋은 소식을 들었다. 6개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임신을 한 것이다. 김씨가 한국에서 6월 첫 아이를 가졌고, 약 20일 뒤에 큰 언니가 미국에서 둘째 아이를 가졌다. 그리고 6개월 후에는 작은 언니가 이탈리아에서 첫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을 하게 되면 궁금한 게 많잖아요. 특히 저랑 작은 언니는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까지 서로 물어보면서 대답해주고 그랬어요. 초음파 검사 및 각종 검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각 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해서도 알게 되더군요.”



이탈리아에서 공짜로 아이 낳은 작은언니



세 자매 가운데 의료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사람은 이탈리아에 있는 작은 언니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산모 등록을 하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였다. 정기 검진비부터 출산 전후로 4박5일 동안 병원에 머무른 비용, 심지어 출산 후에 아기가 잘 크는지 확인하는 사후 관리 비용까지 전부 무료였다.



“무료라고 하니까 왠지 진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병원 시설도 훌륭하고, 입원해 있는 동안 모유 수유 전문가가 와서 수유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간호사들은 아기 목욕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해요. 이 정도면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낼 가치가 있지 않나요?”



당시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던 작은 형부는 월급 중 약 40%는 세금으로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첫 아이를 출산했던 김씨는 어땠을까.



“저도 작은 언니처럼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녔어요. 병원에서 권유하는 피검사, 초음파 검사 등은 다 받았죠. 검사는 작은 언니보다 더 많이 받았어요. 검사 비용은 비싸야 10만원대였고, 진료비는 2만원 정도였어요. 출산 때는 여성 전문병원의 1인실에 4박5일 동안 입원했는데 병원비는 36만원 정도 나왔어요. 병원비가 전액 무료인 작은 언니에 비하면 비싼 것 같지만, 제가 낸 보험료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씨는 월 27만원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저는 남편과 함께 식당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두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죠. 제가 내는 의료보험료가 비싼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미국의 큰 언니 가족이 내는 민영 의료보험료와 비교하면 제가 내는 보험료는 합리적이라고 느껴져요.”



미국에서 출산비용 2000만원 쓴 큰언니



미국에서 출산한 큰언니가 가입한 의료 보험은 임신과 출산 비용 혜택이 제외된 것이었다. 이렇게 보험 없이 치른 출산의 대가는 컸다. “큰 언니는 검사 비용이 너무 비싸서 저나 작은 언니처럼 검사도 제대로 못받았어요. 기형아 검사 같은 건 꿈도 못꾸었고, 산모와 아이 건강 체크하는 검사만 겨우 받았죠. 병원비가 비싸니까요. 진통이 시작되고 출산이 임박해서야 겨우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날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퇴원했어요. 산후조리는 언니의 시어머니가 맡으셨죠. 병원은 호텔처럼 으리으리했대요. 하지만 그 호텔에서 1박2일 머문 대가가 2000만원이었어요. 그뿐만 아니에요. 출산 후에 아이에게 맞혀야 하는 예방접종 때도 한번 맞을 때마다 수십만원씩을 내더군요.”



미국의 큰 언니 가족은 매년 초에 의료 보험료로 약 250만원 상당을 한꺼번에 내고 가족 의료 보험에 가입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내고 보험 가입을 하고도 큰 언니는 한국에 나올 때마다 습관처럼 아이들과 병원 순례를 한다. 민영 보험에 가입해도 미국의 진료비는 본인 부담이 높아 한국에서 병원을 다녀 오는 게 훨씬 싸기 때문이다.



식코’는 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일반적 현실



미국에 살고 있는 큰언니가 다른 두 동생과 달리 높은 출산 비용을 내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에는 전 국민을 포괄하는 공공보험이 없다. 미국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는 공공보험인 노인의료보험(메디케어)과 저소득층 및 장애인 의료보험(메디케이드)에 가입돼 정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인구의 약 67.5%는 민영 의료보험에 의존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여 위태롭게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의료보험의 민영화 폐해를 신랄하게 파헤쳐 화제가 되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는 미국이 최고 부자나라라는 이미지 때문에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는 경우가 많다. ‘식코’는 과연 미국 의료보험 민영화의 극단적인 사례만을 부각시킨 것일까. 김씨는 단연코 아니라고 답한다.



“큰언니뿐만이 아니에요. 7년 전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막내 남동생이 교통사고가 나서 새끼발가락이 부러졌는데 그냥 참고 다니는거예요. 몸이 중요하지 돈이 더 중요하냐 싶어 병원에 가라고 했더니 의료보험이 안돼서 병원비 감당이 안된대요. 차라도 팔아야 하는데 학교에 다니려면 차는 꼭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때 제대로 치료를 못받아서 지금도 발가락 모양이 기형이에요.”



김씨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에서는 아기 출산에 2000만원, 예방접종비는 수십만원, 부러진 새끼발가락 치료비는 중고 승용차 한 대 값이다. 각종 자료들을 봐도 미국의 의료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진료비는 6401달러로 OECD 국가들의 평균(2759달러)보다 2배 이상 높고, 한국(1318달러)의 5배와 맞먹는다. 높은 의료비 부담을 피하고자 각자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하지만 모든 질병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의료보험 가입 시 지정해 놓았던 질병에 대해서만 의료보험 회사에서 진료비를 대줄 뿐이다. 다른 질병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미국에서 아프다는 것은 파산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힘멜스타인 교수는 2005년 “미국 내에서 파산 신고를 하는 사람 가운데 50%에 달하는 200만명은 의료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의 세인트 조지프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재미 동포 도미틸라 수녀는 누구보다 미국 의료체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중산층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려면 한가지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절대로 아프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환자 보호자가 있어요. 아널드 돌셋이라는 분인데, 연 수입이 7만달러가 넘는 회사원이었습니다. 교외에 본인 소유의 집까지 있었던 전형적인 중산층이었죠. 부인, 세 자녀와 함께 꾸려가던 화목한 가정에 먹구름이 끼게 된 건 아들 재커리가 아프면서부터였습니다. 재커리가 8살 때 면역체계 기능장애 판정을 받았거든요. 그 때부터 돌셋 가족의 의료보험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죠. 의료보험은 재커리의 병원비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3만달러가 넘는 카드 빚을 지게 되고 자동차 할부금이나 주택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도 어려워졌어요. 돌셋에게 남은 선택은 파산 신고 뿐이었죠. 돌셋은 결국 파산하게 되면서 단순히 돈만 잃은 게 아니라고 했어요. 파산 신고를 하는 순간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을 잃었다고 했죠.”



그는 의료 민영화가 환자들의 병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는 환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날을 제한해요. 보험회사가 지정한 규칙에 따라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며칠만 머물고 집에 돌아갑니다. 그러면 며칠 후에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또 와요.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의 상태는 당연히 훨씬 악화되죠. 보험회사 때문에 환자들은 점점 병을 키워가는거예요.”



약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는 환자들이 먹는 약값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 뉴욕주의 한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는 이현호씨(28)는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을 약국에서는 매일 경험한다”고 말했다.



“손님들이 처방전을 가지고 약을 지으러 왔다가 처방전을 그냥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너무 화가 나서 제 앞에서 그 처방전을 찢어버리는 사람도 있죠. 보험이 없으면 약값은 비싸거든요. 약 보험이 있어도 환자 본인 부담액이 높으면 약을 포기하죠. 수많은 약들 중 브랜드가 있는 약은 한알에 1~5달러이고, 심지어 한알에 50달러짜리도 있어요. 이렇게 제약회사들이 비싼 값에 당당히 약을 내놓는 이유는 민영화된 의료보험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가 고혈압 약을 팔아요. 다른 경쟁사들도 고혈압 약을 팔죠. 가격이 더 싼 카피약도 있을 겁니다. 제약회사는 보험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보험회사 고객들이 약값이 비싸도 자신의 회사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이씨는 “미국의 의료 민영화 체제에서 환자는 의사가 추천해준 약을 사먹을 선택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환자한테 혈압약 ㄱ을 처방해요. 그런데 ㄱ이 브랜드 제품이라 약값이 비싸요. 보험회사에서는 선뜻 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죠. 손해보는 장사는 절대 안하거든요. 그러면 가격이 싼 카피약을 쓰게 하든지 아니면 자기들과 유리한 계약을 맺은 제약회사에서 만든 ㄴ제품을 쓰게 해요.”



이씨는 “미국인들이 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값비싼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병원비, 약, 안과 보험, 치과 보험 등을 다 따로 들어야 해요. 저는 제가 일하고 있는 약국에서 의사, 병원, 약, 치과 보험을 제공해줍니다. 이 보험비를 제가 다 지불하려면 1년에 2000달러를 넘게 내야 하지만, 회사에서 대부분 부담을 하기 때문에 1년에 520달러만 내는 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해고된 뒤 병나면 인생 끝장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씨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의료보험 지불비용을 낮춘다. 통상 회사는 직원들의 의료보험비 70% 이상을 부담한다. 이 때문에 경기침체로 회사에서 해고 당한 후 병이라도 걸린다면, 그 인생에는 미래가 없다. 힘멜스타인 하버드 의대 교수의 말이다. “어떤 사람이 병에 걸려 회사에 못나가게 됩니다. 해고되면 회사가 지불하는 보험도 없어지죠. 보험도 없고 돈도 없는 그 사람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생산력 없는 사람은 바로 폐기처분된다’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입니다.”



이씨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들을 싼 값에 제공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를 하면 가격 경쟁을 하게 되고, 그럼 서비스가 더 좋아진다고요? 제가 미국에서 약사를 하면서 경험하기로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예를 들어 한 대형 보험회사가 특정 의료 서비스나 약들을 보험 가능한 항목에서 빼요. 그러면 다른 보험회사들도 기다렸다는 듯 역시 다 같이 그 보험 항목을 포기해버립니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죠. 물론 보험액은 내리지 않아요. 결국 그 비용을 다 부담해야 하는 환자들만 피해를 입죠.”



이씨는 최근 로스쿨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약사를 하면서 겪은 미국 의료보험제가 그의 인생행로를 바꾸게 된 것이다.



“2010년도부터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포드햄 대학교의 로스쿨에서 공부를 하게 돼요. 의료보험 관련 법률을 공부한 뒤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도울 겁니다. 보세요. 미국의 의료보험 민영화 제도는 대실패였어요. 미국은 이제 와서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한국은 왜 그런 모습을 닮아가려고 하는건가요.”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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