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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세계를 뒤흔든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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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09-04-09 00:00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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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2일 금요일 오후 6시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회의실.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딧,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디먼,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메릴린치의 존 테인 등 월스트리트의 내로라하는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 의장, 크리스토퍼 콕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뉴욕연방준비은행장 등 최고위급 금융당국자들도 참석했다.

가이트너 은행장이 입을 열었다. “정부는 구제금융을 할 의사가 없습니다. 내일 아침 다시 올 때 뭔가(공동 대응 방안)를 준비해 주십시오.” 위기에 빠진 리먼 브라더스와 메릴린치에 대해 한 말이다. 두 회사는 이제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다. 누가 벼랑 끝에 서 있는 이 회사를 인수할 것인가. 폴슨도 “모두가 리먼 브라더스에 노출돼 있다”면서 금융회사가 자구책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이날 두 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불가 선언은 리먼의 몰락을 재촉하는 불씨가 되었다. 그 불씨는 조만간 리먼을 삼키고 전세계 금융시장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CEO들은 오후 8시가 조금 지나 무거운 발검음을 돌렸다. 이로써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긴박한 주말’이 시작되었다.
 
9월13일 오전 9시 같은 회의실.

CEO들이 다시 모였다. 리먼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 미 최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처리도 안건으로 올랐다. 모건스탠리의 존 맥 CEO는 답답한 나머지 아무도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 끝은 어디입니까.” 리먼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정오가 다 될 때 쯤 인수 포기 결정을 내렸다.
 
9월14일 같은 회의실.

리먼 인수가 가능한 곳으로 영국의 바클레이즈만 남았다. 그러나 미 정부가 외국 은행에 돈을 대줄 리 없다고 판단한, 바클레이즈는 이날 오후 리먼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폴슨과 가이트너, 콕스는 남은 10여명의 CEO들에게도 “리먼 구제에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의 터줏대감인 리먼의 리처드 풀드 CEO는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9월15일 오전 1시 뉴욕의 리먼 본사.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리먼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한다는 성명을 냈다. 158년 역사의 투자은행은 이렇게 사라졌다. 구제금융 불가 통보 30시간 만이다. 리먼의 몰락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로 잠재하던 세계 금융위기에 불을 댕겼다. 미국·유럽·아시아·중남미 증시가 즉각 반응했다. 뉴욕증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성명을 냈다. “유로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됐습니다.” 그리고 300억유로를 투입했다. 영국의 잉글랜드은행(BOE)은 50억파운드를 쏟아부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성명을 냈다. “미 금융시작의 혼란은 미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9월16일 일본, 유럽, 미국

일본은행은 1조5000억엔을 단기 금융시장에 긴급 수혈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적절한 금융시장 조절 등을 통한 원활한 자금결제와 금융시장 안정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FRB도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금융시장 정상화 워킹그룹을 긴급 소집했다.
 
9월 18~20일

미국 등 6개 중앙은행은 18일 긴급 유동성 지원공조에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18, 19, 20일 연속 대국민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며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을 발표했지만, 불길은 이미 대륙을 넘은 뒤였다.
 
그후.

금융강국이라는 아이슬란드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게이르 하르데 총리는 10월 7일 국가부도 가능성을 경고했다. 8일 선진 주요국 10개 중앙은행은 이자 인하를 발표했고, 10일에는 G7이 고강도 금융안정대책을 발표했다. 10월 말 아이슬란드·파키스탄·우크라이나·헝가리·벨로루시 5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에서 발화한 불씨는 이제 전세계를 태우고 있다.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 동유럽, 중동, 중남미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 경제 성장동력인 중국의 성장률은 7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민간연금을 국유화하고, 브라질과 멕시코의 기업 가치는 50% 하락하고 칠레는 통화가치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아프리카는 선진국의 원조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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