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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희망은커녕, 전쟁이나 나질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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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작성일15-02-21 22:3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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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의 화제

 정초엔 "희망이 좀 보이지 않습니까? 

  이젠 "희망은커녕, 전쟁이나 나질 말았으면!"

 

 

 새해로 접어들자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젠 뭐 좀, 희망이 보이질 않습니까?"라는 희망 섞인 질문들을 많이 했다. 해방과 분단 70년, 그리고 <6.15공동선언> 15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라 더욱 기대와 희망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과거 어느 때보다 남북 지도자들이 민족 화합을 강조하고 원한의 <분단>을 끝장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니 희망을 품는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고, 오히려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것도 잠시, 이제는 "제발 전쟁이나 나질 말았으면"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너무 지친 나머지 절망의 탄식을 하는 모습이다.  

 

 왠지 무엇인가 꼭 손에 잡힐 듯 말 듯하다가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하니,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사람도 많다. 급기야는 실망이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쌓이고 쌓인 불만이 폭발 직전에 와있다. 진짜 작은 일이 아니다. 그저 불길한 생각이 앞을 가릴 뿐이다. 남북 지도자들의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겠다는 발언들을 자세히 보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좀 있긴 하지만, 모두 민족의 단합과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아직 대화는커녕, 걸음마도 못하는 것일까? 적과 치열한 전쟁 중에도 상대방과 대화의 문은 열려있건만, 우리는 왜 서로 말도 못하고, 안 할까?

 

 박 정권은 부정선거, 세월호 사건, 청와대 문건 유출, 종북소동, 부정부패, 국제외교, 경제 등 내외적으로 어느 것 하나 죽을 쓰지 않는 게 없다. 그러니 어디에선가 탈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분명 생존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집권세력은 남북문제에서 탈출구를 찾는 길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선 새누리가 연초부터 연신 화해, 협력, 평화, 통일 노래를 염불처럼 외우고 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려면 먼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순서라는 건 세 살 먹은 어린애도 잘 안다. 그런데 품고 있던 칼은 내려놓지 않고, 무조건 대화의 장에 나오란다. 자기 스스로 설치한 장애물들이 불신을 키우고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것들을 그냥 두고 대화만 고집한다. 대화 이전에 이 장애물들을 먼저 걷어내는 게 정도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작년 인천 아시아 올림픽 폐회식을 계기로 고위급회담이 마련됐다. 그러나 북의 체제 부정과 최고 지도자에 대한 모독으로 가득 찬 삐라살포가 모처럼 마련된 회담을 무산시킨 경험이 있다. 북측은 삐라살포 하나도 중단시키지 못하는 정권과 마주앉을 필요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대화를 한들 무슨 결과를 기대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측에서 가장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대북전단 살포>와 북침 예행연습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다. 이것은 앞으로 남북, 북미 관계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되는 동시에 무력충돌의 불씨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특별한 날에는 어김없이 전단살포를 한다.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69주년에 맞춰 대표적 반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북한동포 직접돕기운동(대표 이민복)은 경기도 연천에서 각각 수십만 장에 달하는 삐라를 북측으로 날렸다. 이를 계기로 끝내 총탄이 오가는 군사충돌이 벌어지고 말았다. 확전되지 않고 일찍 진정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반북단체들은 미국 삐라살포 전문가들의 지원 속에 지난 1월 19일, 수십만 장의 삐라를 북쪽으로 살포했다. 다음날 토르 할보르센 미국 인권재단 (Human Rights Foundation) 대표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대북전단을 날리는 수단으로 무인기(드론)를 포함한 모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미국 영화 <더 인터뷰> (북한체제 모독과 지도자 암살)가 실린 풍선을 북쪽으로 날리겠다고 했다. 이젠 반북단체가 미국 삐라살포 전문가와 합동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맞서 민권연대는 지난 2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북단체와 같이 전단살포에 가담한 미국 인권재단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즉시 추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단살포에 가담한 미국인의 추방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국인과 외국인이 구분될 수 없고,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라고 답변했다. 또,  미국 인권재단이 공언한 대로 무인헬기에 의한 전단살포를 해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황에 닥치면 "관계부처와 협의 검토하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외국인이 집단으로 들어와 정치활동을 하고, 국민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대북전단살포 행위를 해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을 해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규제가 어렵다는 당국의 태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정권이 왜 대북전단살포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온갖 형태의 간접 지원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가를 알아야만 한다. 삐라살포는 "표현의 자유" 또는 "인권"이라는 간판을 내걸기 때문에 국제여론이나 비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매력적 도발 무기다. 북한의 민주, 개혁과 개방을 위한 대북 삐라살포라는 주장은 국내외 여론을 기만하려는 술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은 북을 자극해 도발을 유도하려는 데에 근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대북 전단살포란 전쟁의 일환인 '심리전'이다. 이를 한마디로 말해, "도발 유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1월 22일 자 북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반북단체들은 미국에서 막대한 자금을 받아 삐라살포를 해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고 했다. 사실은 미국의 지원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 정권에 이르러서도 후원은 계속되고 있다. 북의 웹은 이번 한미 합동 삐라살포가 미국의 직접 지령과 작전계획에 따라 감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는 미국의 삐라살포 전문가들이 동원됐다는 점에서 과거의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북의 웹은 대체로 정확하게 사실을 까밝혔고 올바른 지적을 했다고 봐도 무리한 말이 아닐 성 싶다. 

 

 역대 서울 정권, 특히 새누리 정권의 대북정책을 논할 때 미국을 빼놓곤 이야기가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라는 해괴한 정책을 고집하던 오바마가 2기 임기 말에 접어들자 돌연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전례없는 고강도의 북한 인권소동, 소니 영화사의 <더 인터뷰> 암살영화 제작 관여, 소니해킹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날조, 북에 대한 새로운 제재, 유튜브 회견에서 밝힌 "북한 붕괴론," 새해 벽두, 한미 합동 대북삐라살포, 그리고 가장 최근  미국 주도의 대규모 <인권토론회> 등은 다목적이고 아주 고차적 수단의 대북압박작전이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위의 제반 조치는 절대 미국의 <아시아중시정책> (Pivot to Asia)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아드 (THAAD)의 한국 배치는 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정부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으나,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에 대해 설왕설래하며 시인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자신을 겨냥한 것이라 단정하고 오래전부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년 시진핑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아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은 한 국방과의 최근 회담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노골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주한 중국대사는 사드의 사거리가 2000 km인데, 이게 어떻게 "대북용"이냐는 발언을 한 바도 있다.

 

 북한을 <동네북>으로 생각하는 한미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북한을 자극해 <북풍>을 만드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국이 최근 온갖 형태로 북한을 극도로 자극하는 이유는 북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속셈이 깔렸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도발을 유인하기 위한 으뜸가는 수단은 무인기 이용 한미 합동 삐라살포가 될 수 있다. 물론 한미 합동군사작전 같은 것일 수도 있다. 까놓고 말해서, 미국은 새로운 북한의 도발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중, 러를 겨냥한 사드 배치 때문일 것이다. 한, 미, 일 3각 군사동맹 강화는 물론 주한, 주일미군주둔에 대한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값비싼 미제 첨단무기도 팔아먹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분단을 이제 더 못 참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는 북한은 미미한 자극에도 그냥 참고 넘어갈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아마 4차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은 북한의 새로운 도발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긴장을 잔뜩 조성해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중, 한러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고 한국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들어 갈 소지가 커지게 마련이다. 이제 박 정권이 현명하게 민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 대내외정책을 어떻게 모색하느냐가 중차대한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자주를 상실한 예속 정권의 깊은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연초에 남북 대화가 무르익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을 예견한 미국은 온갖 형태로 재를 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북한 붕괴론을 오바마 자신이 외치는 가 하면, 한미 합동 전단살포도 강행했다. 러시아의 전승절 70주년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노골적으로 달갑지 않다는 말을 미 정부 고위 관리가 공개리에 하고 나섰다.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미국은 남북 대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외압도 걸림돌이긴 하나, 서울 정권 자신이 진정 대화 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데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니 행동은 없고, 줄곧 화려하고 달콤한 수식어로 국민을 오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이 바뀐다. 오늘은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하라"고 한다. 다음 날에는 "튼튼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말을 한다. "북한이 날로 먹으려 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한다. 가장 최근에는 "남북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여건 마련에 힘써 달라"고도 한다. 이번에는 뚱딴지같이 "통일 후 북한 개발 계획을 세우라"는 말을 한다. <흡수통일>에 기반을 두지 않고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세상에 흡수될 머저리도 없거니와 흡수할 능력도 없으면서 꿈같은 소리만 골라 한다.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대화 근방에도 안 가겠다는 주제에 북한에 들어가 '감 놔라 배 놔라' 주인 행세를 하겠다니 정말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역사적 <6.15와 10.4선언>은 한반도 평화 번영의 길잡이라 할 수 있는 이정표다. 어떤 방향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이 역사적 선언의 길을 밟지 않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 진정 대화할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자신의 비호 아래 벌어지고 있는 대북삐라살포 중단 선언을 하던가, 일방적으로 남북 관계를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등의 실제 행동을 보여 신뢰를 회복하는 게 순서다. 아니 그것은 고사하고 종북소동이나 공안탄압을 먼저 멈춰야 한다. 민주통일 애국세력을 감옥에 처넣고, 심지어 국외로 추방하는 반통일 작태가 벌어지는 한, 통일 소리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잠정중단이나 축소라도 하면 핵과 미사일시험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물론 미국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부했다.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3월에 시행된다. 아마도 북한의 대응은 4차 핵실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은 쾌지나를 부르며 사아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물론 북의 핵실험은 북.중의 틈새를 벌릴 수 있다는 계산도 미국은 하고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중국 때문에 북한이 애매하게 압박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한.일이 미국의 수고를 덜어주고 중국 견제를 하는 양수겸장, 즉 꿩 먹고 알 먹는 횡재를 본다"고 하면서 미국으로선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짧지만,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이다.

 

 정초에 끊임없이 들려오던 희망의 목소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는 "제발 전쟁이나 터지질 말았으면"이라는 분노의 탄성만 들려올 뿐이다. 그래도 화해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실로 화해를 위한 남쪽 내부의 준비가 갖춰졌는지 꼭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민주, 민족, 화해, 통일 소리만 해도 "친북" 아니면 "종북"이라는 빨간 모자가 뒤집어 씌워져 생매장되는 요지경 세상이 아닌가. 물론 청와대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반북, 반공, 반통일 인의 장벽이 더 높이 쌓여만 가는데, 통일 소리는 참 호사스런 말이라 할 수 있다. 해 내외를 막론하고 <서북청년단>과 같은 반북 보수 극우세력이 권력의 비호 아래 우후죽순처럼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히 통일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진짜 관심은 통일 훼방꾼 양성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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