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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계 미국 시민들의 쿠바에 대한 의식 변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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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흥노 작성일15-01-04 23:4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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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계 미국 시민들의 쿠바에 대한 의식 변화를 보고

재미동포들이 쿠바계로 부터 얻을 교훈은 없을까?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미국-쿠바 관계 정상화 (12/17/14) 발표가 저물어 가는 2014년의 마지막을 장식한 세계 최대 뉴스 중 하나다. 지구촌은 물론, 특히 쿠바에서는 이 역사적 사건을 전폭 지지하고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미국의 여론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매파로 알려진 존 매케인과 쿠바출신 의원을 비롯한 일부 보수우익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결사반대하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도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탈북자들과 친미 우익들의 광기 어린 반북소동과 흡사하냐는 생각이 절로 난다. 반세기 이상 철천지 원수지간이던 두 나라의 화해는 누구 보다도 우리 민족에게 남다른 충격을 안겨준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질투심과 부러움이 교차한다. 설렘도 있고 희망도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가 생긴다. 

 

 18개월에 걸친 긴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내적 외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내적으로 보면, 비틀거리는 미국경제가 양국 수교를 재촉했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14년 6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쿠바 방문 후, 미국의 쿠바 봉쇄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재벌들의 입김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내외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농산물과 의료제품의 수출로를 쿠바에서 찾겠다는 비명은 오래 전부터 들려왔다. 미국 의회와 조야에서도 끈질기게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던 것이다. 내적 요인 중 가장 우리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쿠바계미국시민들의 쿠바에 대한 의식 변화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에 아래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겠다.

 

 외적 요인 가운데 미국의 쿠바 고립정책으로 오히려 고립된 것은 미국이었다는 오바마의 고백으로 짐작하듯 남미 여러 나라의 쿠바 봉쇄 철회 요구가 이번에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캐나다도 이번 협상 지원에 한 몫 크게 했을 뿐만 아니라 쿠바와는 다양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유리한 조건 때문에 쿠바-미국 간 실무회의도 주로 캐나다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로마교황의 막후 역할은 오바마의 심정을 굳히는 데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톨릭은 최대 신도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후 수교에 따른 비판과 비난을 오바마가 잠재우기에 아주 유리하다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우연한 일치인지는 몰라도 오바마는 교황의 생일 (12/17/14) 날에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바티칸과 교황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했다. 무엇 보다 지난여름 경쟁하듯 연달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하바나 방문은 오바마로 하여금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촉진하는 데에 일조했을 것이다.

 

 미국에 산재하고 있는 쿠바계 미국 시민들의 쿠바에 대한 적대의식의 변화는 오바마 행정부의 적대정책을 재고하는 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쿠바-미국 간 관계개선 목소리가 매년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오바마 정권이 이를 더는 무시하기에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플로리다국제대학은 1991년부터 지속해서 쿠바계 미국 시민들의 쿠바에 대한 의식조사를 해왔다고 한다. NPR 미국 공영방송이 상기 대학에서 실시한 (올 여름) 여론조사 발표에 의하면 압도적 다수가 관계 정상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특히 젊은 층 대부분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국제대학이 실시한 쿠바계 여론조사를 보면;

1) 미-쿠바의 외교관계 복원 찬성 68%

2) 젊은 층의 지지 90%

3) 외교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가 53%

4) 쿠바 봉쇄조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거나 효과가 없었다가 71% 

 

 주로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쿠바계 시민들은 백만이 못 되는 데도 여타 소수민족들보다 국회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위의 여론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쿠바계의 53%가 <<쿠바-미국 관계개선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답했다. 이 조사결과를 특히 여론과 표에 매우 민감한 미국 정치인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런데 2백만이 훨씬 넘는 재미동포들의 북-미 관계개선과 남북화합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여러 조사기관에 의해 시행된 여론조사의 공통점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이르러 동포들의 통일의식이 절정에 달했으나 새누리 정권이 들어서면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연구소 (이사장 박봉식)의 재미동포 통일의식조사 발표 (2013)에 의하면 대다수의 동포들이 "별 관심이 없다"는 대답을 했다고 조사됐다. 특히 청소년들의 압도적 다수가 "통일이 안돼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남한의 청소년들과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은 통일에 결정적 장애가 될 뿐 아니라 민족의 장래에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해외동포들의 위상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각지의 해외동포들 중, 민족문제에 가장 예민한 반응이 나타나는 동포를 들라면 당연히 재일동포들일 것이다. 민단과 총련의 관계는 남북 관계의 복사판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재일동포들의 경우를 여기서 한 번 살펴보려는 것이다. 초대 대통령인 리승만 독재정권의 반공, 반북, 북진정책은 그대로 일본의 민단과 총련 관계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상호 비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일본 민단과 총련이 4.19혁명 (1960)을 계기로 분단 이래 처음으로 상호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합동 국경일을 기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군사쿠데타에 반공노선은 민단과 총련을 또다시 비우호적 관계로 돌려놓고 말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두 조직은 재일동포 역사상 가장 친선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기에 이르렀고 민족 화해와 화합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했다.

 

 한나라, 새누리 정권이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역사적 6.15선언을 휴지통에 집어 던지면서부터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이 되더니 이윽고 한반도는 화약냄새를 풍기며 상호 총격전이 벌어지는 최대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민단과 총련은 불행하게도 또다시 과거로 후퇴하는 비극을 재연하게 됐다. 재미동포들의 통일의식도 비례적으로 변질해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그 속에는 갈라져 사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니 적은 일이 아니다. 박 정권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남북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재미동포들의 통일의식 존립 자체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실로 민족의 비극을 연장하는 데에 협력하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쿠바계 미국 시민들의 모국인 쿠바에 대한 의식변화가 우리 재미동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 내외 동포들의 모국은 남과 북을 아우르는 한반도 전체이다. 타의에 의해 갈라진 남북을 하나로 만드는 데에 동참하는 일 이상의 애국 애민은 없을 것이다. 재미동포들은 남들이 못 가진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쿠바계가 했던 것과 같이 재미동포들도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  철회의 목소리를 더 크게, 더 높이 내질러야 한다. 북미 관계개선은 남북 화해로 자연 연결되게 마련이다. 새삼스런 건 아니지만, 남북 및 북미 관계는 따로 뗄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문제다. 그래서 둘은 같이 가야 하고 (선 후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혼자만 갈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남한은 미국과 종속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백만도 안되는 쿠바계의 대부분은 쿠바를 탈출한 사람들과 그들의 후손들이다. 우리의 경우에 비춰보면 탈북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의 탈북자들은 어떤가? 실로 쿠바계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쿠바계의 대쿠바 봉쇄정책 철회의 목소리가 국무성과 백악관까지 들렸다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떤 교훈은 없는지 깊이 새겨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2백만도 넘는 재미동포들이 북미 관계 정상화와 통일을 목청껏 일제히 외친다면, 그 목소리는 분명 의회와 백악관 문틈으로라도 새어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하나로 된 목소리냐 아니면 분열된 목소리냐가 관건일 것이다. 2백만 동포란 2백만 표를 의미하는 것이다. 선거란 민주주의의 상징이 아닌가. 그렇다면 투표란 가장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동시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기라고 보는 게 옳다고 하겠다. 2백만이 넘는 동포들의 표를 어느 정치가가 감히 탐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드디어 우리의 표를 가지고 실력행사를 해야 할 절박한 순간에 와있다. 북미 관계개선과 민족통일에 관심을 갖는 정치가에게 우리의 신성하고 귀중한 표를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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