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이란 헛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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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활웅 작성일07-10-15 00:0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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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의 시시촌평 6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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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웅 (본사 상임고문) 특히 현 정전체제의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선언 제4항이 부시 대통령의 생각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있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평화체제논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부시의 입장이고 둘째로 부시는 종전선언 당사자의 수를 3자나 4자로 결정하거나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위 ‘종전선언’은 2006년 11월 하노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김정일 위원장과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는 문서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금년 9월 시드니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는 북한이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폐기한다면 한국전 종결을 위한 평화조약을 김위원장과 함께 서명하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라면서 김 위원장에게 그렇게 전해 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부시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을 것인데 두 정상이 부시의 생각을 어떻게 검토하고 분석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종전선언’을 ‘한반도지역’에서 하자고 한 것으로 보나 종전선언을 위한 관계국 정상회담의 연내개최 가능성도 서울 측에서 논의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두 정상은 틀림없이 그 구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부시가 말하는 ‘종전선언’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처음부터 분명치 않았다. 한국전쟁의 전투행위를 멈추는 휴전협정은 이미 54년 전에 체결됐다. 그 다음 단계는 전쟁을 공식으로 끝내는 평화조약 체결인데 그것은 미국의 불응으로 여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판국에 정상들의 ‘종전선언’이란 말은 이제 평화조약 체결을 결심했다는 좋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얼핏 귀에 솔깃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평화조약 체결 후에는 물론 그 이전에 있어서도 굳이 ‘종전선언’을 따로 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더욱이 그것을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해줄 용의가 있다는 말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북핵문제 해결원칙을 정립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을 공약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받는 가장 중요한 반대급부는 미국으로 부터의 체제위협 철폐, 휴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및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이다. (경수로건설 가능성을 포함한 경제지원 약속 등은 미국의 약속에 첨가된 부차적인 것들이다.) 9.19 공동성명은 또한 이런 약속을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행할 것을 규정하였다. 즉 북한의 약속이행(핵 포기)이 완결되는 시점에 미국의 대북 약속이행(위협철폐, 평화체제전환, 관계정상화 등)도 같이 완결돼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양측의 중간단계 조치들이 사전에 확정되고 서로 맞물려 동시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되면 9.19 공동성명은 중도에 와해되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북한은 이미 약속한 대로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그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도 금년 말까지 완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그 대응조치로 합의된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명철회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해제 조치를 위한 명시적 태도 표시를 유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화체제문제는 북한의 검증가능한 핵포기가 먼저 이루어진 후에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시가 말하는 ‘종전선언’이란 어쩌면 줄 것은 제대로 주지 않고 받을 것만 다 받아 챙기려는 속셈을 숨기기 위해 치는 연막 같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북의 두 정상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것은 한낱 헛것에 홀린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 아닐는지 우려된다.
[출처: 통일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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