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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를 푼 김정은 부부<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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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국 작성일18-04-30 14:22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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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를 푼 김정은 부부<기고>

 

김상일 전 한신대학교 교수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 언론과 조갑제 같은 논객들이 4.27 정상회담에 재 뿌리기가 시작됐다. 판문점 선언문에 비핵화에 대한 문구가 없다는 이유, 한미동맹 균열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그렇다고 나는 국내 여론과 세계가 환영하는 회담이라고 해서 그것에 근거하여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싶지는 않다. 글쟁이로서는 자기가 쓴 글이 현실에 적용될 때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23년 전 쓴 휴지조각이 될 뻔한 글이 김정은 부부의 말에서 그 적용성을 보았기 때문에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른 곳에 있다. 환영 만찬 석상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발언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래킹(등반) 한 번 하고 싶다고 할 때에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길이 평창 가는 길만큼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오시게 하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발언과, 이설주 여사가 ‘아무 한 일 없이 와 미안하다’고 한 말이다.

 

판문점선언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두 말과 태도를 가장 주요시한다. 아마도 알기로는 북측 최고 지도자가 자신들의 약점과 자책 그리고 미안함에 가까운 말을 그대로 한 것은 과문인지 몰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그 동안 판문점에서는 수 백 차례에 걸쳐 회담이 열렸지만 양방이 나눈 대화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북측: “남측이 하는 말을 모두 거짓말”
남측: “북측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

 

필자는 1995년에 <<퍼지논리와 통일철학>>(솔출판사)을 쓰면서 ‘판문점의 역설’을 통한 통일의 논리를 전개한 바 있다. 역사상 상대방을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한 유명한 일화 가운데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뉴턴과 라이프니츠 간에 누가 먼저 미적분을 발견했느냐를 놓고,

뉴턴: “라이프니츠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라이프니츠: “뉴턴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두 과학자은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고, 지금까지 이 논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저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때에 닉슨과 존 딘 간에 벌어진 거짓말쟁이 논쟁이다.

닉슨: “딘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존딘: “닉슨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리고 지난 75년 간 판문점에서도,

북측: “남측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남측: “북측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최근에 일어난 천안함과 목침지뢰 사건을 놓고도 남북은 상호 비방을 하면서 상대방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한다. 자기의 잘못과 약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전제해야 한다. 아마도 판문점에서 지금까지 상대방을 삿대질하면서 ‘거짓말쟁이’라고 우겨댄 건수는 수백 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1957년 7월 17일에서 2018년 4월 27일까지 판문점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어졌던 거짓말쟁이 비난이 일시에 중지 된 장면이 김정은 위원장의 위 발언이라고 본다. 자기의 약점을 그대로 인정한 발언 말이다. 나는 판문점선언 이상으로 이 발언에서 북의 진정성을 확인했다.

 

2004년 단군학회 행사로 북을 방문할 때에, 삼지연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백두산 천지를 갔을 때에 본 경험으로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이런 약점을 북한 최고 지도자가 그것도 정상회담 만찬 장소에서 그대로 인정했으니 판문점선언 이상으로 이 점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포착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판문점의 화법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판문점선언’을 놓고 아직 화법이 변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만찬 석상에서의 우발적인 발언과 이설주 여사의 발언은 화법이 변한 것이다. 이 변한 화법을 논리적인 문장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남측: “북측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북측: “남측이 하는 말은 모두 참말이다”

라는 혹은 그 반대로 화법이 변하는 날, 그 날이 통일이 오는 날이라고 나는 본다. 23년 전 책을 쓸 당시만 하더라도 과연 그 날이 언제나 올까. 그저 논리적 사고 유희로 끝나고 말 것이라고 보았다. 마치 뉴턴과 라이프니츠, 그리고 닉슨과 딘 사이와 같이 풀리지 않을 난제 거리로 영원히 남을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철학 교실에서 논리적인 유희 정도로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글 쓴 환희와 보람을 김정은 부부의 화법에서 찾았다.

 

언제 판문점에서 그 난제가 풀릴까, 속 졸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한 쪽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니 ‘네 말이 참말이다’라는 말하는 순간의 포착이 도보다리 대화가 아닐까 하고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완전 핵폐기’라 하니 판문점선언문에는 미국이 요구한 말 그대로를 넣었다. 상대방이 주장한 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수용해 버리는 논리가 이번 판문점에서 일어났다.

 

실로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인 에피메니데스가 자기 자신이 크레타 사람이면서도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든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하자, 크레타 사람  자신인 에피메니데스가 자기 동족을 향해 한 말이다.

 

이 말을 두고 신약성서에서 바울은 에피메니데스마저도 자기 동족을 두고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 크레타 사람들이 복음을 안 받아드리는 데 대한 분풀이조의 말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에피메니데스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자기 동족이 거짓말쟁이라고 말함으로서 참-거짓-참-거짓... 이란 연쇄 사슬고리를 만들었고, 이 사슬고리가 순환반복 하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다 이 사슬고리에 걸리게 하고 드디어 자기의 동족이 거짓말쟁이라는 누명을 벗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누구 하나 이 연쇄 고리에 안 걸릴 수가 없다고 에피메니데스는 보았다. 에피메니데스는 동굴에서 50년을 살다 죽은 신비의 철인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서 이런 철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북측이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이다”에 “네 말이 참이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북이 잘산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에 대하여 “정말 너의 말이 참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제부터 참-거짓-참-거짓...이란 연쇄 고리가 만들어졌고, 이를 나는 23년 전 글에서 ‘판문점의 역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너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한 판문점 회담에서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닉슨과 딘 그리고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지금도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타 사람들도 다른 유럽 사람들을 향해 너희들도 거짓말쟁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에피메니데스는 자기들 포함한 자기 동족이 거짓말쟁이가 맞는다고 함으로서 자기 동족을 거짓말쟁이의 굴레에서 해방되게 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고, 이설주 여사는 “아무 한 것 없이 와 미안하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 남북 간의 화법 자체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다음 차례는 남측이 북측을 향해 “당신들이 하는 말은 모두 참이다”라고 말할 차례이다. 이렇게 참-거짓의 사슬이 여러 번 반복되는 과정에서 참과 거짓이 드러나고 신뢰가 구축된다.

 

엔텐하우젠 은행에 침입한 두 명이 금고털이범에게 은행 침입 물증도 없어서 입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수사 경험이 많은 헌터 경감은 기가 막힌 발상을 다음과 같이 한다.

 

두 죄수를 독방에 따로 가둔 다음에 다음과 같은 거래를 한다. 김백준과  이명박을 따로 가둔 다음 자백을 받아내듯이 말이다. 헌터 경감의 거래 제안은 다음과 같다.

(1) 갑이 자백을 하고 공범인 을이 자백하지 않으면, 갑은 당장 풀려나지만, 을은 10년 형을 받는다.

(2) 마찬가지로 을이 자백을 하고 갑이 자백하지 않으면, 을은 당장 풀려나지만, 갑은 10년 형을 받는다.
(3) 만약에 갑과 을이 모두 동시에 자백을 하면 둘 다 절도죄로 각각 5년 형을 받는다.

(4) 갑과 을 모두 자백을 하지 않으면 둘 다 무기 소지죄로 각각 1년 형을 받는다.

 

     갑               을

자백할 경우 형기

자백하지 않을 경우 형기

자백할 경우 형기

  5년                5년

  석방              10년

자백하지 않을 경우 형기

  10년              석방

  1년               1년

 

 

두 범인은 딜레마에 빠진다.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을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 경우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자백을 하지 않고 당장 풀려나고 싶지만(1과 2),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두 공범이 어떤 의사 결정을 할지는 상호 간의 신뢰와 사전 약속에 달려 있지만 이명박과 김백준의 관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뢰와 약속이라는 것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고, 지금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한 쪽이 자백을 하고 다른 한 쪽이 자백을 안 할 경우, 자백한 쪽이 이익을 받지만 그것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왜냐하면 둘 다 자백을 해 버리면(3) 5년 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라고 한다. 그러면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 딜레마를 푸는 방법은 갑과 을이 만나서 서로를 참/거짓의 사슬고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갑이 을을 향해 “너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하자, 을이 갑을 향해 “너의 말은 참말”이란 말이 튀어나와 참-거짓의 사슬고리가 만들어져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그 다음에야 서로 신뢰가 만들어 진다.

 

그러나 두 죄수는 서로 만날 수 없다. 남의 보수 정권은 이 사슬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무서워 만남 자체를 거부해 왔다. 국가보안법이란 것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궁극적으로 서로 알고 만나서 이 참/거짓 사슬고리를 만드는 것이 무서움과 두려웠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뒤, 북한의 ‘완전 핵폐기’는 위장된 거짓말이라고 야당 지도자는 펄펄 날뛰고 있으며, 북측의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한다. 보도대로 미국이 진정으로 ‘완전 핵폐기’를 바랐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렇지 않을 진데 미국은 난처해 질 것이다. 내심 원치 않은 답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벌써 일본 아베는 본색을 드러내면서 ‘생화학 무기도 폐기’라는 다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찬 석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말과 이설주 여사의 말을 전하는 것만큼 설득력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행간의 이야기를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본다. 이것밖에는 진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딜레마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하지 않았던 김정은 위원장의 자책의 비슷한 말이야 말로 남북이 신뢰를 쌓는 첩경이다. 벌써 필리핀 대통령은 김정은을 자기의 우상이라고 했다.

 

판문점의 역설은 거짓말쟁이 역설의 일종으로 우리 인간들이 수천 년 간 풀 수 없었던 난제였다. 피라테스라는 철학자는 이 역설을 풀다 고민 끝에 자살까지 했다. 거짓말(F)이 참말(T)이면 거짓말(F)이고 다시 참말(T)...와 같이 TF 사슬고리가 지금부터 만들어져 나간다면 드디어 역설과 딜레마는 해소된다는 것이 최근 이 역설에 대한 해법이고 이를 ‘순환론적 해법’이라고 한다.

 

이 해법은 인도학자 A. 굽타가 제시한 해법이다. 굽타는 일식의 예로 이를 설명한다. 원시인들은 악마가 장난하는 것으로, 혹은 신이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는 것으로 보았지만 일식에 관한 참과 거짓이 반복되고 순환 되는 과정 끝에 드디어 현대인들은 달이 해를 가릴 때에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순환론의 첫 TF 사슬고리가 김정은과 이설주 부부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그 동안 판문점에서 수백 회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하던 화법자체가 변한 징조를 우리는 보았다. 아마도 앞으로 TFTFTF...사슬이 더 만들어질 것이다. 야당과 보수 언론들이 북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이것 역시 하나의 사슬고리를 만들어 가는 데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 치부해 두면 된다.

 

오늘날과 같이 천문학이 발달한 시대에, 아직도 일식이 신의 재앙으로 생각하는 것도 용납하듯이, 저 야당 지도자의 어리석음도 사슬고리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출처: 통일뉴스]

[이 게시물은 편집국님에 의해 2018-04-30 14:25:07 새 소식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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