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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기 6] 다시 가본 평양 2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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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5-11-05 13:43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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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본 평양 2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2-2

 

 

 

이흥노(재미동포전국연합회 논설위원)

 

 

 <다시 가본 평양>이라는 제목의 글은, 1부에서 재미동포이산가족들의 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 2부에서 당 창건 70돌 행사 참관기, 그리고 3부에서 중국 쪽의 북중 국경도시를 돌아본 이야기로 나누어 실기로 한다.

 


 

 

길 잃은 나그네 신세

 

 

 인파에 밀려 한참 떠밀려갔다. 정신을 차리고 평양호텔로 가는 길을 묻는다. 오늘은 차량통행이 금지돼서 걸어서 평양호텔로 가야하는 날이다. 거기서 해외동포들을 위한 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묻고 또 묻고 한없이 걸었다. 차라리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간다는 중년 여성을 따라간다. 모두 발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뛰지 않고는 따라갈 수가 없다. 행사 때문에 구두를 신었으니 오래 걷기가 불편한데다 배도 고프다. 그만 따라가야 할 여성을 놓치고 말았다. 한숨이 절로 나오고 식은 땀이 온몸을 적신다.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길을 묻는다.

 

지하철에 도착하고 보니 표도 없고 표를 살 돈도 없다. 행사장 안전검사 때문에 지갑을 호텔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관리 책임자인 듯한 제복 입은 여성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머뭇거렸다. 이 때에 왠일인지, 어떤 중년 여인이 표를 기계에 넣고 빨리 걸어나오라는 손짓을 내게 한다. 얼씨구 이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행 하행 승강기는 입체의 여지없이 승객들로 꽉 차있다. 승강기가 얼마나 밑으로 오래 내려가는 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사람들이 하도 붐벼 표를 대신 내준 그 여인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끝내 고마운 은인에게 인사도 못한 것이 퍽 마음에 걸린다.

 

드디어 평양호텔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중고등학생들이 저녁에 있을 휏불시위 때문에 진을 치고 입구를 가려 입구를 찾을 길이 없다. 어느 중년 신사에게 입구가 어디냐고 하니 외국에서 온 사람임을 알아봤는지 자기 부인에게 안내를 좀 하라고 한다. 친절하게도 그 부인은 나를 입구에 있는 사무실로 데려간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연회는 아직 계속되고 있다. 나를 알아보고 리광 안내원이 손짓을 한다. 그는 마치 잃어버린 양이 목자를 찾은 듯이 반가워 어쩔줄 모른다. 미주동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여기는 납치나 강도가 없으니 일단 안심은 되지만, 많이 해매다가 숙소로 갈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고 한다. 연회가 끝나고 모두 서둘러 휏불행진이 벌어지는 김일성광장으로 떠난다. 식탁에 오른 기지떡이 유별나게 맛이 있어 여러 식탁 위에 남은 기지떡을 가져와 모은다. 이를 본 여성 봉사원이 아예 기지떡이 든 봉투를 내게 갖다준다. 별것 아니지만, 나는 참 고맙기 짝이 없다. 삼시 세 끼를 기지떡만 먹어도 좋다는 사람이니 그럴 수 밖에.

 

 

대동강 위에서 펼쳐진 환상의 대공연

 

 

열병식이 끝난 다음날 (10/11) 저녁에는 <위대한 당 찬란한 조선>이라는 이름의 1만 명 출연 대공연이 대동강변에서 벌어졌다. 관람객들을 셀 수는 없지만, 수 만 명이 넘는  것같다. 여기서도 해외동포들에게 특별한 배려가 있어 좋은 자리가 배정됐다. 인위적 대형 상설무대가 설치된 뒤에는 주체사상탑이 보이고 무대 옆에서 쏟아지는 폭포는 찬란하고 화려한 빛을 뿜어내서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1부가 끝나자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 1부에서는 주로 과거에서 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인기를 날렸고 날리는 예술가들이 총출동한다.

 

2부에선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대규모 타프덴스가 벌어진다. 서방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기법이 도입돼서인지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 최근에 발표됐다는 <가리라 백두산>이라는 이름의 노래도 청중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가수와 청중이 일체가 된다.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는 것을 금세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선지 해외동포들도 배우지 못해 안달하고, 일부는 이미 열창하는 것이 눈에 뛴다. 공연 말미에 경축을 위한 승리의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이렇게 긴 공연을 보기는 처음이다. 그래도 더 계속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지상 최대의 열병식, 횃불행진 그리고 1만명 대공연을 죽기전에 보지 못하면 죽어서도 후회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미주동포들을 비롯 모든 해외동포들은 정주영 체육관에서 공훈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의 합동공연을 관람했다. 많은 평양 주재외교관들과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특히 군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공연 예술에 대한 평가를 할 주제는 못되지만, 이름을 날린다고 알려진 모란봉악단 공연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즐겼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라 생각된다. 대단한 규모의 정주영체육관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정주영 회장이 살아생전 조국을 위해, 통일을 위해 정말 훈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생각이다. 분명 그의 이름은 후세들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나도 형편이 된다면, 저렇게 멋있는 일을 하고 세상을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새로 창단된 <청봉악단> 공연은 새로 일떠선 <인민극장>에서 벌어졌다. 초현대식으로 꾸려진 극장 건물은 일찍이 보지 못한 특이한 건축물이다. 대형 승강기를 비롯한 내부 시설은 정말 훈륭하다. 여기서는 보안검색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하다. 아마 국보급에 속하는 건물이기에 보안검색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호텔 식당에서 신은미 선생과 대화를

 

 

 공식적 국가 행사가 끝나니 고려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해외동포들도 마음이 한결 가볍고 여유로워 진 것같다. 아침과 점심 시간에는 모두 행사들에 참가하느라 서로 마음놓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짬이 별로 없다. 이제는 저녁 시간만 되면 이야기꽃이 어느 식탁에서도 벌어진다. 일전에 인사를 한 우주베끼스탄 출신 나딸리아를 만나 잠시 담소를 했다. 고려인 2사람과 같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는 나딸리아는 <예딘스뜨보> (통일신문)의 편집장으로 우리말이 서툴러 부득이 영어나 로어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행사 때마다 조국을 방문한다고 하며 벌써 여러번 평양엘 왔었다고 한다. 비록 우리말을 못하는 젊은 여성이지만, 분단된 조국의 서러움을 이국땅에서 겪으니 하나의 조국을 만드는 게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고 한다. 비록 우리말을 못하는 해외동포도 이렇게 하나의 조국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데, 우리말을 하는 동포들이 분단된 제민족의 불행에 눈을 감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고 했다. 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나딸리아는 겸손하게 자기는 별로 한 게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분단이 길어지면 길 수록 '코리아'는 해외동포들로 부터 점점 멀어질 것같아 걱정이다."라고 한다. 그녀의 영어는 수준급이다. 해외에서 배운 게 아니라 혼자서 해냈다니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음이 분명하다. 우리말을 못하니 부득이 영어나 로어로 민족문제를 논하자니 감칠맛이 나질 않아 아쉽기 짝이 없다.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복도를 나오니 뉴욕 김태희씨가 군밤, 군고구마를 미리 사와서 저녁늦게 먹자며 나를 유인한다. 그를 따라 호텔 앞에 있는 군밤집으로 가다가 김밥집이 보이자 "평양 김밥이 일품인데"라며 김밥 아주머니 앞에 섰다. "진짜 김밥 하나는 끝내준다"면서 자기 입으로 먼저 집어넣는다. 옆에서 맛이라도 봤으면 하고 침을 흘리고 있었으나 이번에는 두 줄을 집어서 옆에 있던 애들에게 사준다. 김밥을 받아든 애들이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지만, 김밥 아줌마는 "애들이라도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로 타이른다. 아이들은 "알았습니다"를 연발한다. 요지음 세상에 어른이 몰매맞지 않는 게 다행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전히 예의와 도덕이 평양에는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오늘은 며칠 전 인사만 했을 뿐, 아직 이야기도 한마디 나누지 못한 신은미 선생과 부군인 정태일 선생과 같이 저녁 식탁에 앉았다. 직접 만나본 두 분은 진짜 멋쟁이일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을 통해 친절과 예의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재미가 있고 더 가깝게 되고픈 마음이 발작해서 자리를 떠나기가 싫어진다. 천생연분인지, 두 분의 말솜씨는 모두 조용하고 진지한게 특징이다. 아마도 그래서 <통일콘서트>에 출연하기만 하면  대성공을 거두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신 선생도 이산가족인데 아직 수양딸을 만나지 못했는가고 물으니 행사 취재로 분주해 미뤘다는 대답을 한다. 지금 국제적 뉴스가 된 김련희 씨의 귀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해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두 부부는 이번 기회에 김련희 씨의 부모를 만났으면 하는 희망을 표명했다. 서울에서 김련희 씨와 만난 사연도 들려주고 그녀의 사진도 김 씨의 부모에게 전할 수만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들은 남북화해에 남다른 공헌을 하다가 추방까지 당한 두 부부가 안닌가. 실망하지 않고, 의지를 굽히지 않고 더 세차게 민족의 화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지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오고 고개가 숙여진다.  

 

 

 

 관련기사

►[방북기 5] 다시 가본 평양 2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2-1

►[방북기 4]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4

►[방북기 3]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3

[방북기 2]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2

[방북기 1] 다시 가본 평양 1부, 재미동포 이산가족들 틈에서 본 평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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